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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총수익 스와프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란

최종학 | 358호 (2022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5년 11월 현대엘리베이터는 5년 만기 콜옵션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1년 뒤 발행한 사채를 되사들인 뒤 사채에 부가된 콜옵션만 분리해 현대글로벌에 팔았다. 즉 현대글로벌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전환사채를 현대글로벌에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보유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채권 투자자가 특정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가된 사채를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라고 한다.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사적인 거래를 통해 신주인수권을 사들인다는 것은 앞으로 주가가 올라갈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런 거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는 대다수 소액주주만 피해를 보게된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대그룹의 창업자였던 고(故) 정주영 회장은 1990년대 말 계열사의 주식을 가족들에게 나눠 상속했다. 현대그룹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백화점그룹, KCC 등으로 나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범(凡)현대가(家)라고 부른다. 이들 중 현대그룹의 적통을 계승했다고 여겨지는 계열사는 고(故) 정몽헌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이었다. 현대그룹은 과거 현대그룹 창립의 시초가 됐던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전자, 현대정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아산 등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중 현대건설과 현대전자는 1998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워져 법정 관리에 들어간 후 새 주인에게 팔렸다.

그 직후인 2000년대 초, 현대그룹은 복잡한 형태의 지배구조를 띠었다. 정몽헌 회장이 2003년 갑자기 사망하자 경영을 맡게 된 정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의 지배주주였다. 현 회장이 현대글로벌을 지배하고, 현대글로벌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지배하고, 현대로지스틱스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배하고,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을 지배하는 형태였다. 마지막으로 현대상선이 현대글로벌의 지분 25%를 보유한 형태의 순환출자 구조였다. 지금은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대기업 집단들이 거의 사라졌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 집단이 다수 있었다. 당시 현대그룹의 지배구조는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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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대그룹은 범현대가의 다른 기업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게 된다. 가족들끼리 왜 싸우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현대그룹이라는 이름이 주는, 고(故)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내려오는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본다. 정 씨가 아닌 현 씨가 지배주주가 된 것에 대한 정 씨들의 반발이 싸움의 시초라는 견해다. 싸움의 시작은 2004년이었다. 정주영 회장의 동생 고(故) 정상영 회장이 이끄는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31%를 인수하고 경영권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이를 1차 경영권 분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2005년 주주총회에서 벌어진 표 대결에서 패한 KCC는 세계적인 엘리베이터 제작사인 스위스 기업 쉰들러(Schindler)에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철수한다. 당시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와 협력해 세계 최고의 엘리베이터 회사로 발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즉, 현대그룹과 쉰들러는 동반자적 관계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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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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