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종속-관계기업 구분하는 지배력 기준 논란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무제표 작성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상대적 해석의 여지가 적었던 K-GAAP와 달리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회계 처리를 하도록 바뀌면서 기업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기아차에 대한 실질 지배력이 없다며 2011년 기아차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전환, 연결 대상 기업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1999∼2010년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장부가로 처분하고, 경영권을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시가로 매입한 것처럼 회계 처리해 처분 손익을 이익잉여금으로 계상했다. 마찬가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독자적인 경영권을 잃었다고 판단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을 장부가에서 시가로 재평가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같은 회계 기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평가손익은 영업이익이나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는 무관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을 도입해 상장기업들에 적용하고 있다. 2010년까지 모든 기업이 사용하던, 그리고 현재는 비상장기업들만이 사용하는 회계 기준을 K-GAAP라고 부른다. IFRS가 도입되면서 여러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기업이 다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재무제표에 상당히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런 사례의 하나가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지배력에 대한 판단이다. A 회사가 B 회사의 지분 중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 경우 B가 투자기업 A의 피투자기업이 된다. 과거 IFRS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A가 B의 (1) 의결권 있는 주식을 50% 이상 소유하는 경우, (2) 의결권 있는 주식의 30%를 초과하여서 소유하면서 최대주주인 경우, (3)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경우 A 회사가 B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A를 지배기업, B를 종속기업이라고 부른다. 이 경우 A는 A 스스로에 대한 재무제표(개별재무제표)뿐만 아니라 A와 B를 합친 연결재무제표도 작성해야 한다.

만약 위의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 A가 B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에는 B를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기업이라고 부르며, A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는 않지만 지분법을 사용해 회계 처리를 한다. 지분법이란 이익(손실)의 발생이나 배당 지급 등의 이유로 관계기업의 가치가 변할 때, 관계기업에 대해 가진 모회사의 지분비율만큼 관계기업 순자산 가치의 변동을 모회사가 인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A가 B의 주식 중 20%를 보유하고 있는데 만약 B가 100억 원의 이익이 발생했다면 이 중 20%인 20억 원을 지분법 이익으로 A가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데 IFRS가 도입된 이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준이 크게 변했다. IFRS 제1027호와 제1110호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 피투자기업을 투자기업이 연결해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 투자기업이 직접적으로 또는 종속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피투자기업 의결권의 과반수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5) 투자기업이 피투자기업 의결권의 절반 또는 그 미만을 소유하더라도 이사회의 과반수를 임명하는 등과 같은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는 경우, (6) 법규나 약정에 따라 피투자기업의 재무 정책과 영업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투자기업에 있는 경우의 세 가지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다. 그런데 이 경우 ‘실질 지배력’이나 ‘재무정책과 영업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 규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따라서 기업들이나 회계법인마다 이 규정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K-GAAP와 IFRS의 차이에 대한 이 사례를 보면, 두 기준의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회계 기준에 기반을 둔 K-GAAP는 상대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적다. 회계 기준을 읽으면 누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상대적으로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IFRS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A와 B의 상황에 대해서도 실질 지배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IFRS의 철학은 ‘경제적 실질’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하라는 것인데 경제적 실질이 무엇인지는 해당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기업이 판단해서 회계 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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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현대차의 종속기업이 아닌가?

K-GAAP를 적용하던 2010년까지 현대차는 기아차의 지분 중 3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였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2)의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다. 따라서 현대차는 기아차를 종속기업으로 간주해 두 회사를 합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1년 IFRS가 도입되자 현대차는 기아차를 종속기업이 아니라 관계기업이라고 판단해 연결대상 기업에서 제외한다. 지분비율이 34%이므로 (4)의 조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실질 지배력도 없으며(조건 (5)) 재무 정책과 영업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조건 (6))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1 기타 주주들 중에서 주주총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로 지분을 보유한 집단은 국민연금(6%)뿐이며 나머지 지분은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분산돼 있었다. 이 정도의 지분비율과 주식의 소유 분포, 그리고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석률이나 안건에 대한 찬성률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기아차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해도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현대차가 기아차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현대차가 기아차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쨌든 현대차는 지배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회계 처리가 무척 복잡해진다. 현대차는 1999년 IMF 금융위기 여파로 위기에 처한 기아차를 인수해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할 때부터 (2) 기준에 따라 기아차를 현대차에 연결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즉, 시가 변동과 무관하게 기아차의 회계장부에 적힌 금액(장부가)이 현대차의 재무제표에 가산됐다. 그런데 2011년부터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에서 기아차가 빠지게 됐다. 이 경우 회계 기준에 따라 기아차가 연결대상에 포함돼 있던 동안의 시가 변동을 일시에 현대차의 재무제표에 반영해주는 회계 처리를 하게 된다. 즉, 1999년부터 2010년까지 현대차의 개별재무제표에는 기아차의 주식을 ‘지분법적용투자주식’이라고 분류하면서 장부가로 회계 처리했다. 그런데 2011년에 연결대상에서 빠지게 되자 개별재무제표에서도 2011년 기초 시가로 기아차 주식의 가치를 바꿔 적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부가와 시가 사이의 차이는 처분손익으로 기록한다. 즉,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던 주식 34%를 처분하고 경영권을 보유하지 않은 주식 34%를 새로 매입한 것처럼 회계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부가(처분금액)와 시가(매입금액)의 차이는 처분 손익으로 기록된다.

다음은 2011년 현대차의 사업보고서에 포함된, 이와 관련된 일반적인 회계 처리 방법을 설명하는 공시 내용이다.

지배기업이 종속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 경우, (i) 수취한 대가 및 보유한 지분의 공정가치의 합계액과 (ii) 종속기업의 자산(영업권 포함)과 부채 및 비지배지분의 장부 금액의 차이 금액을 처분손익으로 계상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금호산업의 처분손익 인식

즉, 현대차는 위의 공시 내용처럼 기아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동안 발생한 주식 공정가치 변화분(현재의 주가 - 주식의 장부 금액)을 처분손익으로 계상해 이익잉여금에 반영했다.2 구체적인 처분손익과 관련된 현대차 사업보고서상의 주석 공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종속기업, 조인트벤처 및 관계기업 투자 중 일부 관계기업 투자에 대해 전환일 시점의 공정가치를 간주원가로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환일의 과거 회계기준에 따른 장부금액을 간주원가로 사용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기아차㈜ 등의 관계기업에 대하여 전환일 현재의 공정가치인 3,046,550백만 원(과거 회계기준에 따른 장부 금액 2,395,220백만 원)을 간주원가로 사용하였습니다.

여기서 전환일은 IFRS를 최초로 적용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 공시 내용을 보면, 현대차는 기아차 등 몇몇 종속회사에 대한 분류기준을 변경해(전문 용어로는 재분류해) 공정 가치 3조465억5000만 원과 장부 금액 2조3952억2000만 원의 차액인 약 6500억 원을 처분이익으로 계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계열사로 편입한 1999년 당시 기아차는 경영 위기에 처해 채권단에 의해 소유된 상태였다. 따라서 당시 취득한 주식의 시가는 매우 낮았다. 그러므로 취득원가를 기반으로 변동을 계산하는 장부가도 시가보다 현저히 낮았다. 그런데 2011년까지 기아차가 엄청난 발전을 이뤄 성장했기 때문에 주식 시가가 대폭 상승했다. 따라서 주식의 장부가와 2011년의 공정가치(즉 시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둘 사이의 차이인 6500억 원만큼 보유하고 있는 자산(투자주식)의 금액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처분 이익을 인식하는 것이다.

2011년 IFRS 도입 시점에서만 비슷한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후 발생한 다른 사례들을 살펴보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사인 금호산업은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큰 위기에 처하고 채권단에 의해 경영이 좌우되는 워크아웃에 접어든다. 그러자 금호산업은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보유하고 있던 자회사들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해 현금화한 후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한다. 예를 들어, 금호산업은 2014년 인천김포고속도로㈜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이 피투자회사에 대한 유의적인 영향력을 상실했기에 해당 시점에서 계속 보유하고 있던 이 회사 잔여 지분의 공정 가치를 339억4000만 원으로 측정,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계정 재분류했다. 3 그 결과 44억3500만 원의 관계기업및공동기업투자처분이익을 인식했다.

또한 2013년 금호산업은 보유하고 있던 Kumho Asiana Plaza Saigon Co., Ltd.의 지분 100% 중 절반인 50%를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했다. 이에 이와 관련해 Kumho Asiana Plaza Saigon Co., Ltd.의 잔여 지분에 대해 지배력을 상실한 시점의 공정 가치인 721억 원으로 측정해 관계기업및공동기업투자로 계상했다. 다만 이 거래로 인해 발생한 정확한 이익이 얼마인지는 별도로 공시돼 있지 않았다. 아마 금액이 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의 내용들은 금호산업의 재무제표 주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영향력을 취득 또는 상실한 경우(인천김포고속도로의 경우)나 지배력을 취득 또는 상실한 경우(Kumho Asiana Plaza Saigon Co., Ltd.의 경우) 모두 이런 회계 처리가 수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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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본질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런 거래로 큰 이익이 발생했다고 해서 기업의 가치가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회사의 본질, 즉 내재 가치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현대차 사례의 경우 회계 처리 방법만 바뀐 것인지 영업도 동일하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도 동일하다. 즉, 이때 기록한 처분이익은 회계상의 이익일 뿐 현금흐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이렇게 큰 이익이 발생했다고 해도 주가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영업이익에 포함되는 항목도 아니라 영업외수익 항목일 뿐이다.4 따라서 이 이익의 본질을 잘 모르고 혹시 일부 투자자들이 기업의 가치가 상승했다고 착각해 주가가 올라간다고 해도, 그 상승의 정도는 미미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내재 가치 수준으로 주가는 복귀할 것이다.

또한 이런 거래에서 항상 이익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2020년까지 이마트는 36%의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아이앤씨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신세계아이앤씨가 자기주식을 다량으로 취득하자 이마트가 보유한 신세계아이앤씨에 대한 유통주식 중 지분비율이 54%로 증가했다. 그러자 이마트는 신세계아이앤씨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했다고 판단해 동 회사를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재분류했다. 이 회계 처리의 결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주가 하락분인 24억 원을 관계기업처분손실로 기록했다. 즉,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동안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기 때문에 재분류 시점에서 손실을 인식한 것이다. 즉, 앞에서 설명한 현대차 사례에서 현대차가 대규모의 이익을 기록한 것은 보유하고 있던 동안 기아차의 주식 가치가 상당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피투자회사의 주식 가격이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니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5

이런 사례를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알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익계산서에 이익이나 손실(이 둘을 합쳐서 손익으로 표기함)이 기록됐다고 해도 그 손익이 내재 가치가 변동해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회계 처리 방법의 차이로 인한 발생액(accruals) 때문에 생긴 손익인지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재 현금흐름을 동반한 손익, 미래에 현금흐름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선반영한 손익, 그리고 과거에 이미 발생한 현금흐름의 변화를 후반영한 손익만이 기업의 내재 가치의 변동을 반영하는 손익이다. 모든 손익이 다 똑같은 것이 아니며 손익의 본질에 따라 주가에 반영되는 정도도 다르다.

다른 대기업 집단은 어떻게 지배력을 판단했을까?

현대차의 2011년 당시 회계 처리가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당시 대기업 집단 소속 기업들 중 과거 회계 기준에 따라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오던 자회사들 중 지분비율이 50% 미만인 회사들을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에서 빼버린 기업들은 다수 있다. 예를 들어, LG그룹은 과거 연결대상 종속기업이 161개였으나 IFRS를 적용하자 26개로 대폭 감소했다. 즉, 지분비율이 50%가 되지 않는 피투자기업들을 모두 연결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GS그룹도 29개 피투자기업을 연결대상에서 제외했다. 따라서 LG그룹이나 GS그룹도 상당히 큰 금액의 처분손익을 기록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는 기아차뿐만 아니라 현대하이스코 및 현대다이모스를 연결대상에서 제외했다. 즉, 이들 기업은 50%를 초과한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피투자기업들을 모두 연결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필자는 왜 당시 많은 기업이 지분비율이 50% 미만인 피투자기업을 연결대상에서 제외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필자가 추측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유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연결회계를 처리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시에도 최소한 수억 원이 소요됐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드는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회피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물론 지분비율이 50% 미만이지만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해서 계속해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기업들도 있다. 즉, 회사들마다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연결재무제표 작성에 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IFRS는 실질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기업이 스스로 내리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비슷하더라도 회사들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 피투자회사를 연결 또는 연결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던 간에, IFRS에서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야 회계 정보의 이용자들이 그 이유를 이해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투자회사에 대한 지분비율이 50%를 초과한다면 굳이 연결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지분비율이 40%에 육박하면서 동시에 최대주주인 경우에도 연결하거나 연결하지 않았다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이런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당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기업들의 공시 내용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주주나 기타 이해관계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라는 점을 깨달아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는 좀 더 주주들과 자세히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실질 지배력 획득이 발생한 경우:
금호리조트 사례

위에서 설명한 현대차 사례는 지배력을 상실한 경우의 회계 처리다. 그런데 그 반대로 지배력을 획득한 경우도 존재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금호그룹의 지주사인 금호산업은 비상장사인 금호리조트의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0년대 후반 대우건설 인수 실패로 경영 위기에 처한 금호산업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금호리조트 주식의 50%를 CJ대한통운과 금호고속에 각각 매각한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이지만 CJ대한통운은 CJ그룹의 계열사다. 두 회사의 지분비율이 똑같기 때문에 두 회사 중 누구도 단독으로 금호리조트를 지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매각 대금은 826억 원이며 금호산업은 이 매각으로 인해 투자주식처분손실 53억 원을 계상했다. 금호리조트가 비상장사이므로 금호리조트의 주식은 시가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매각 금액은 가치평가 과정과 협상을 통해 결정됐을 것이다. 이런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호산업의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을 잃고 그룹은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된다.

이 매각으로 인해 금호산업은 금호리조트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으므로 금호리조트는 연결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지분 매각 후에도 50%의 지분을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으므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지분법 회계 처리를 한다. 매각 당시 처분손실이 기록된 것을 보면 원래의 장부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각한 것이다. 즉, 금호리조트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동안 금호리조트의 시가가 하락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처분한 주식의 매각손실을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영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지분 50%의 가치하락분에 대해서도 손실을 인식해야 한다. 사업보고서상의 공시 내용이 부족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매각한 지분이 정확히 50%이므로 전체 처분손실 53억 원 중 절반이 실제 처분된 지분 50%와 관련된 손실이고 나머지 절반이 계속해서 보유 중인 지분 50%를 낮은 시가로 평가해서 발생한(즉 장부가와 시가와의 차이를 기록한) 손실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후 금호고속의 지분도 외부에 매각되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리조트의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게 된다.

5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 1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CJ대한통운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리조트의 지분 50%를 재취득한다. 그룹의 재무 상황이 개선됐으므로 팔았던 계열사를 되찾아온 것이다. 이때의 취득 가격은 695억 원이다. 826억 원에 팔았다 695억 원에 되산 것이다. 그렇지만 지분비율이 50%일 뿐이므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권을 보유한다고 할 수 없다. 8월 들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리조트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이때 발행된 주식을 인수한 결과 지분비율이 51%로 늘었다. 즉,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취득했으므로 지배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50% 주식의 장부가와 시가 사이의 차액을 처분손익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보면 주식의 취득 시점(2014년 1월)과 경영권의 획득 시점(2014년 8월) 사이에 7개월의 차이밖에 없으므로 7개월의 기간 동안 주식 가치가 크게 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 거래와 관련해서 1327억 원의 처분이익을 기록한다. 금호리조트가 비상장회사이므로 객관적인 주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시 평가된 기업 가치는 외부 평가사에 의뢰해 얻은 수치이겠지만 어쨌든 7개월의 기간 동안 금호리조트의 가치가 1327억 원만큼 증가했다고 본 것이다.

지주사 전환과 자회사의 경영권 획득

앞에서 소개한 사례들과는 달리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지주사 전환을 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회계 처리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는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간단히 핵심만 요약한 사례를 통해 공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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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대주주 A가 B 기업의 주식 20%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또한 B는 자사주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사주는 10년 전 구입한 것으로서 구입 당시의 가격으로 회계장부에 기록돼 있다. 나머지 70%의 주식은 불특정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분산돼 있다. 바로 [그림 1-1]의 경우다. 이 경우 B가 기업 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이때 B를 가치가 동일한 두 회사 B1과 B2로 분할한다. 그 결과 B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기존의 주주들은 B1과 B2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으로 바뀐다. 주주들의 지분비율이나 각 주주의 부(富)는 변하지 않는다. 즉, 대주주 A는 B1과 B2의 주식을 각각 20% 보유하게 된 것이다.6

이때 분할 시점에서 B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는 모두 B1에 할당한다. 그런데 B 주식이 B1과 B2로 분할된 것이므로 B1은 자사주 10%와 B2의 주식 10%를 보유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분할 후 지주사가 되는 회사(즉 B1)에는 주식과 현금을, 그 반대로 분할 후 사업자회사가 되는 회사(즉 B2)에는 매출채권•재고자산 등의 유동자산과 기계•설비 등의 유형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상황을 표현한 것이 [그림 1-2]다. 이런 형태로 기업을 분할하는 것을 인적분할이라고 부른다.

[그림 1-2]까지 이뤄지면 B1은 B2의 지분을 10% 보유하게 된다. 그렇지만 10%의 지분은 경영권을 행사하기 부족하다. 또한 A가 보유한 B1의 지분 20%도 경영권을 행사하기 부족하다. 따라서 다음 단계의 거래가 이뤄진다. B1이 B2의 주식을 공개 매수하는 것이다. 7 이때 A는 보유하고 있던 B2의 주식을 B1에 매각하고, 이때 받은 돈으로 B1의 주식을 매수한다. 공정한 거래가 이뤄진다면 A가 보유한 B1의 지분은 20%에서 40%로 증가한다. B1과 B2의 가치가 동일하도록 분할했기에 두 주식의 시가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A는 B1의 지분 중 40%를 확보해 B1을 거의 확실히 지배할 수 있다. B1에 대항할 만한 지분을 가진 다른 주주가 없이 나머지 60%의 지분이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배분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B1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10%와 A로부터 매수한 주식 20%를 합해서 B2의 주식을 총 30% 보유하게 된다. [그림 1-3]에 표시된 경우다.

A만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B1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주주들 중 일부도 보유하던 B2 주식을 B1에 매각할 것이다. 만약 B1이 B2의 주식을 추가로 15%만큼 더 매수한다면 지분율은 45%가 된다. 이렇게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B를 분할할 때 현금을 주로 B1에 배정하는 것이다. 45%를 보유한다면 B1이 B2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지주사 체제가 완성된 것이다.

지주사 전환에 따른 오리온홀딩스의 처분 손익 기록

이 경우 10년 전 구입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의 장부가와 경영권을 획득한 시점의 시가를 비교해 둘 사이의 차이를 처분손익으로 기록한다. 현대차나 금호산업의 사례와 동일한 회계 처리가 이뤄지는 것이다.8 즉, 시가가 상승했다면 이익을, 반대로 떨어졌다면 손실을 적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의 가치는 모두 시가로 기록한다. 이런 회계 처리를 하는 이유는 동일한 자산(주식)을 동일한 가격에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년 전에 구입한 주식 한 주의 구입가가 1만 원이고 지금 구입한 동일한 주식 한 주의 구입가가 3만 원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때 보유 중인 주식 두 주의 가치를 단순히 1만 원과 3만 원을 합한 4만 원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추가적인 주식 취득으로 경영권을 획득해 주식의 분류가 달라졌기 때문에 두 주를 모두 현재 시가에 따라 평가해 6만 원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입가(4만 원)와 시가(6만 원)의 차이 2만 원은 처분이익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200개에 가까운 지주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장려해왔다. 그 결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의 숫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 위에서 설명한 사례와 같이 지주사 전환 이전에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평가손익을 기록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구 오리온㈜은 회사명을 오리온홀딩스로 바꾼 후 회사를 인적분할해 ㈜오리온을 탄생시킨다. 즉, 오리온홀딩스에서 ㈜오리온이 떨어져 나온 것이다. 그 후 위에서 설명한 것과 유사한 거래를 통해 오리온홀딩스를 지주사로, ㈜오리온을 사업자회사로 전환한다. 이때 오리온홀딩스의 공시 내용을 살펴보자.

당기 중 당사의 인적분할, 현물출자 및 사업결합으로 인하여 주식회사 오리온이 종속기업으로 편입되었습니다. 2017년 6월1일 기준 인적분할 당시 당사가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에 대하여 당사의 분할비율에 해당하는 분할신설법인인 주식회사 오리온의 지분 340,286백만 원을 취득하였습니다. 이후 2017년 11월15일을 기일로 하여 주식회사 오리온의 주주들로부터 당해 주식회사 오리온의 주식을 현물출자받고, 그 대가로 현물출자한 주주들에게 당사의 신주를 발행,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하였습니다. 유상증자로 증가한 주식회사 오리온의 종속기업투자 장부금액은 1,250,000백만 원입니다. 당사의 지분율은 50% 미만이나 대주주 등과의 의결권 행사 등에 관한 약정의 존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배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종속기업투자로 분류하였습니다.

이상의 공시 내용은 지주사 전환 절차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의 회계 처리에 대한 공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분할에 따라 당사가 보유 중인 자기주식 중 분할비율에 따라 분할신설회사인 주식회사 오리온의 지분(종속기업투자)으로 대체되었고, 공정가치로 측정한 종속기업투자와 자기주식 장부가액의 차이가 자기주식처분이익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때 발생한 자기주식 처분이익이 3037억 원이다. 즉,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던 기간 동안에 발생했지만 장부가에 반영하지 않았던 시가 변동분을 이 시점에 모두 반영해 시가로 기록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설명하면, 앞에서 설명한 시가 평가 관련 회계 처리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에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발생하는 회계 처리다. 회계사들이나 회계학자들 중에서도 이런 회계 처리 방법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례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9 어쨌든 이 회계 처리의 결과로 한꺼번에 큰 금액의 손익이 기록되게 된다는 것은 알아두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를 둘러싼 논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경영권을 잃었다고 판단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재분류한다.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한 신약이 판매 허가를 받아 기업 가치가 급등한 것으로 평가됐고, 그 결과 옵션을 보유한 합작 파트너인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할 것이므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독자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재분류한 결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을 장부가에서 시가로 재평가하게 돼 총 4조5000억 원의 이익을 기록한다. 이 회계 처리를 둘러싸고 나중에 엄청난 논란이 벌어진다. 참여연대가 이 회계 처리가 분식회계라고 주장하면서 이슈화했기 때문이다. 2017년 가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삼성그룹의 대주주가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가를 올려서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리려는 목적으로 수행한 분식회계라는 주장이다.

회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4조5000억 원의 이익을 기록했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분식회계라고 보기 힘들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실질지배력의 변동과 관련해서 이와 유사한 회계 처리가 그동안 이미 많이 발생했으며, 금액이 큰 것은 다수의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결과 기업의 가치가 그만큼 상승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4조5000억 원이 근거 없이 부풀린 숫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이 현재 50조 원이 넘는다는 것을 보면 당시 4조5000억 원으로 평가한 것은 매우 보수적인 평가였다.

이 금액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이 사건이 이슈화되던 당시에는 참여연대나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과다하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 가치를 평가해서 분식회계를 행했다고 비난을 했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주가가 계속 오르자 평가 금액이 잘못됐다는 말은 한동안 사라졌다. 그런데 주가가 더 올라 시가총액이 수십조 원에 달하자 언젠가부터 오히려 과소평가한 분식회계를 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자회사를 과대평가해서 모회사 제일모직의 주가를 부당하게 부풀렸다는 처음 주장이, 시간이 지나자 과소평가해서 제일모직의 주가를 부풀렸다는 주장으로 변한 것이다. 과대평가가 과소평가로 바뀌었는데 두 주장 모두 동일하게 제일모직의 주가를 부풀리려고 행한 행동이라는 이야기는 이해하기 힘들다. 회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이 두 주장이 서로 동시에 양립할 수는 없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 평가이익은 앞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회계 기준의 차이로 나타나는 평가이익으로서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항목이며 현금흐름을 동반한 것이 아니므로 주가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는 관계가 없어서 이미 증가한 기업 가치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기록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 차이만 있는 사건이다. 따라서 평가를 어떻게 했느냐의 여부와 그 결과 모회사 제일모직의 주가가 올랐느냐는 여부는 거의 관계가 없다.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에 영향을 미치고자 분식회계를 했다는 주장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이 회계 처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이 결정된 시점에서 반년 이상 지난 2016년 3월에 이뤄졌다. 따라서 합병 비율이 결정될 당시의 제일모직 주식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참여연대 측 인사들 중 일부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자신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자 ‘합병 비율을 사후 정당화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고 주장을 슬그머니 바꿨다는 것도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그렇지만 이렇게 주장이 바뀌었음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부분은 두 회사의 합병 이전에 회계 처리가 이뤄진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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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말 바꾸기

참여연대의 공격이 제기되기 이전인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할 때 회계 감리를 실시한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도 이 회계 처리에 대해 조사한 후 적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참여연대의 질의에 따라 금융감독원도 이 회계 처리에 대해 조사한 후 마찬가지로 적정한 회계 처리라는 판단을 내린 후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발표까지 했었다. 그렇지만 2017년 들어 정권이 바뀐 직후 금융감독원은 이 사건에 대해 재조사에 착수하고, 그 직후부터 이 회계 처리가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에서 공식적인 판정을 내리기 약 2년 전부터 이미 분식회계라는 답이 결정된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일이 발생하자 회계업계와 학계의 다수 인사는 크게 반발했다. “정치가 왜 회계에까지 개입하느냐”는 반론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사건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이라고 부르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조작 사건’이라고 부를 정도로 의견 차이가 크다. 다수의 저명 학자가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의견서를 발표했으며, 이 이슈 때문에 공인회계사회와 한국회계학회가 공동으로 학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학회 참석자들은 ‘감독당국이 회계 기준을 객관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며 비판했다. 학회에서 발표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회계사들이 감독당국을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10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이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던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간 동안 ‘왜 이 회계 처리가 분식회계인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주장이 두 차례 바뀌었다는 점도 금융당국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그중에는 서로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기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다른 주장으로 바뀌었다는 점 자체가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발표된 분식회계의 내용도 참여연대의 최초 주장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저지른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내부 자료가 내부 고발자가 제보한 분식회계의 증거로 뒤바뀌어져 일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 회계 처리와 관련해서 내려진 세 건의 행정법원 판결에서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승리하고 금융당국이 패배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회계 이슈에 대해 전문가들의 판단을 믿지 않고, 비전문가인 법원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 사실이 서글프다. 앞으로 법원에서 객관적인 증거에 입각해서 공정한 판단을 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필자가 이런 설명을 했다고 해서 필자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두겠다. 두 회사의 합병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는 재판에서 다뤄질 일이며 회계적인 이슈도 아니다. 그 이슈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없으며, 전문성도 없으므로 필자는 그 재판에 대해 논의를 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그 사건을 의도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그 사건과 아무 관계도 없는 회계 이슈를 만들어내서 이용하는 것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뿐이다. 11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논란과 사건의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글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2,3,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