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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CVC 윈윈 하려면 스타트업 기술 보호해야

강신형 |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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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Dumb money or smart money? Meta-analytically unpacking corporate venture capital”, by P. Huang and R. Madhavan in Strategic Entrepreneurship Journal, Forthcom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활발한 창업 열기와 더불어 CVC1 를 통해 기업이 창업 생태계에 참여하는 사례 역시 늘고 있다. CVC는 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결성한 펀드 혹은 투자회사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90년대 중반부터 벤처 붐을 등에 업고 수많은 대기업이 CVC를 설립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 나섰고 창업 생태계에서 CVC의 비중도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역시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일부 대기업은 직접 액셀러레이터나 VC를 설립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한다. GS홈쇼핑처럼 기업이 직접 본계정 투자를 하거나 외부 펀드에 간접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수자원공사 같은 공기업은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창업 생태계에 활발히 참여하고 이를 다시 자사의 혁신으로 연결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CVC는 과연 투자기업과 피투자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기존에 많은 연구가 있었으나 일관된 결과를 보여주진 않는다. CVC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연결고리 역할은 하지만 시너지 창출을 위한 상호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재무적 수익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VC와 달리 CVC는 전략적 목적까지 달성해야 한다. 이에 피츠버그대 카츠경영대학원의 매드하반 교수와 연구팀은 기존에 출판된 68개 연구를 토대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구체적으로는 CVC가 대기업과 스타트업 성과 창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둘 중 누구에게 더 이득인지, 각각의 성과가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연구했다. 통계적으로는 메타분석 구조방정식(MASEM) 모형을 적용했다. 그리고 CVC의 각 성과 유형에 대한 효과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질적방법론 중 하나인 근거이론(Ground Theory) 접근법을 적용했다. 즉, 기존 연구에서 사용하는 서로 다른 성과 변수를 개념적으로 유사한 것끼리 묶어 통계적으로 비교 가능한 형태로 가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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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자는 우선 CVC의 투자기업에 대한 성과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CVC는 투자기업의 제품 시장과 기술 측면의 성과는 물론 재무적 성과까지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CVC를 통해 자사 제품의 수요를 촉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산업과 기술의 전반적인 변화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CVC는 투자 활동을 통해 신기술 탐험 활동을 간접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한 CVC를 통해 태동하는 기술과 관련 스타트업의 가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으므로 기술 확보를 위한 M&A나 전략적 제휴 등을 추진할 때 필요 이상의 비용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추가적으로 CVC가 투자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전략적 성과 중 어디에 더 큰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연구자는 CVC의 전략적 성과에 대한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생각했다. CVC는 전략적 목적을 우선하고 재무적 이익은 다른 투자자와 공유하지만 전략적 성과는 CVC가 독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석 결과, 둘 간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본 연구는 CVC의 스타트업에 대한 효과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CVC는 피투자기업인 스타트업의 재무적 성과를 높이고 엑시트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은 CVC를 통해 대기업의 생산 설비나 유통망, 법률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의 다양한 운영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때로는 투자기업이 주요 고객사인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이 CVC를 통해 대기업과 지분 관계를 맺게 되면 대기업의 보완적 자산을 이용할 때 발생하는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어 성과가 좋아진다.

그러나 CVC는 스타트업의 기술적 성과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의 투자 관계는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바로 기술 전유(專有)의 문제다.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를 위해 기술 사항을 잠재적 투자자에게 공개해야 하고 CVC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학습하고자 하는 전략적 동기가 강하다. 따라서 기술 탈취를 막을 수 있는 방어 수단이 없다면 CVC가 스타트업의 기술적 성과를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그다음으로 본 연구는 CVC가 투자기업과 피투자기업 중 누구에게 더 효과적인지 상대적인 성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투자 기업이 CVC로 인한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VC 투자 관계에서 둘 간의 지위가 동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투자기업의 복잡한 조직 역량을 이해하기 어렵고 보완적 자산에 접근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반면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지식 이전은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스타트업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기술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만 투자기업은 스타트업이 보완적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학술적으로 CVC 연구는 전략경영, 기업가정신, 기술혁신, 재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접점에 있다. 90년대 말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CVC는 2000년대 벤처 붐이 꺼지면서 시들해졌다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이미 CVC가 창업 생태계의 주요 참여자로 자리 잡았고 국내 역시 주요 대기업이 직간접적인 형태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 자본의 창업 생태계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CVC 관련 제도나 법 등의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본 연구는 CVC의 투자기업과 피투자기업에 대한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메타 분석 결과, CVC는 투자기업, 피투자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투자기업의 이익이 피투자기업이 얻는 것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CVC는 전략적 투자 목적을 갖고 있고 투자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위험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진행 중인 CVC 활성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규제개혁 논의와 더불어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금지하고 스타트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이 있다.
  • 강신형 |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필자는 KAIST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sh.kang@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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