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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새로운 우주’ 각인을 위한 문화심리학적 전략

진정성 있는 세계관으로 ‘메타버스 세대’ 공략
기술 뛰어넘는 ‘가치 있는 활동’ 찾아라

이장주 | 317호 (2021년 0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메타버스 산업에선 기술과 관련된 문화적 기호 체계, 즉 세계관을 어떻게 구축하고 강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1.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 사회의 부조리와 상반되는 인정, 존중, 공존의 세계관을 고안해야 한다. 참여자들은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주인공이나 에피소드가 포함된 진정성 있는 스토리에만 반응할 것이며, 이는 세계관의 지속성과 파급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2. 기존 세대보다는 메타버스 시대를 주도하게 될 ‘메타버스 세대’를 공략해 메타버스와 메타버스 속 자사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각인 효과를 노려야 한다.

3. 이러한 메타버스 서비스가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가치 있는 활동’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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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핫이슈가 되고 있다. Metaverse란 용어 자체가 ‘초월한(meta)’이란 의미와 ‘우주(universe)’를 합성한 말인 데서 알 수 있듯 새로운 현상의 파급력을 ‘우주’의 수준으로 바라보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낯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에서 유사한 사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과거 새롭게 등장한 기술이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알 수 있다면 메타버스가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얼추 가늠해보는 그림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아와 기술: 문화심리학의 배경

전통적으로 몸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돼 왔다. 몸이 하나이니 당연히 그 몸에 담긴 정신도 하나이며, 몸이 자라는 것처럼 정신도 그 몸 안에서 점점 온전해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비슷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마다 성격과 능력이 천차만별인 이유가 이러한 정신의 차이이기에 정신은 육체 이상의 고귀한 존재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이런 정신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해는 지동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근대 심리학자들의 견해다. ‘하늘의 태양과 별이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보이니 지구가 우주의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크문트 프로이트(Freud)는 정신이 무의식과 의식으로 구분된다고 주장하다가 후기에 들어 이드, 에고, 슈퍼에고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고 바꾸기도 했다.1 이런 요소들이 잘 통합돼 있다면 별문제가 없지만 통합되지 못하면 정신병이 발발하게 된다고 정신분석학은 설명한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기능주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James)는 자아가 단수(self)가 아니라 복수(selves)라는 주장을 했다.2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자아가 있을까? 여기에 대해 제임스는 놀라운 답을 한다. “그 사람이 만나는 사람의 수만큼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아내 앞에 있으면 남편 자아, 직장 상사 앞에 있으면 부하 자아, 자녀들과 함께 있을 때는 부모 자아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아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깊은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메뉴를 선택하듯이 골라 쓰는 도구라는 관점이다. 하지만 아직 누가 어떤 자아를 고르거나 혹은 통합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불분명하다.

자아에 대한 모호함을 걷어버릴 획기적인 이론이 20세기 초 러시아에서 나왔다. 구소련의 교육심리학자인 레프 비고츠키(Vygotsky)는 자아가 엄마의 자궁 안과 같은 진공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하는 사회로부터 유입된다고 주장한다. 3 그를 필두로 한 이들 ‘역사문화학파’는 역사와 문화가 다르면 서로 다른 자아를 가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비고츠키의 동료인 발달심리학자, 알렉산더 루리아(Luria)가 1930년 초반에 우즈베키스탄 농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하나를 살펴보자.4 ‘나무, 톱, 도끼, 망치’ 이 네 가지 중 하나를 나머지 것들과 다른 속성을 가진 물체로 구분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이렇게 질문을 했더니 ‘나무’라고 답한 사람들과 ‘망치’라고 답한 사람들로 나뉘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글을 아는가, 모르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졌다. 문맹인 농부는 망치를, 글을 읽을 줄 아는 농부는 나무를 선택했다. 망치를 선택한 사람들은 일상의 맥락에서 함께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맥락적 지식(contextual knowledge)’을 사용했다. 반면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재료와 도구라는 ‘추상적 지식(abstract knowledge)’을 사용해 재료인 나무를 선택했다. 루리아 실험의 한국판도 있다.

‘무, 배추, 참나무, 칼’ 가운데 하나를 나머지 것들과 다른 속성을 가진 물체로 구분한다면? 추상적 지식을 동원하면 칼이겠지만, 맥락적인 지식 차원에서는 ‘참나무’다. 매일 먹는 김치라는 일상의 맥락이 개입된 까닭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글이나 김치가 자연물이 아닌 문화적인 발명품이라는 점이다. 즉, 문화적 환경이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역사문화학파의 전통은 현대 문화심리학의 중요한 이론적 배경으로 사용된다. 환경 변화를 극적으로 일으키는 기술은 곧 인간 심리와 행동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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