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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세계를 위협하는 중국의 혁신 기업 전략

마크 J. 그리븐(Mark J. Greeven),조지 S. 입(George S. Yip) | 278호 (2019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의 새로운 혁신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1.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경쟁 환경을 모니터링해서 잠재적 경쟁자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라.
2. 새로운 벤처에 투자하고 사업 생태계 전반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하라.
3. 자국 시장에 대한 지식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고객 니즈를 탐구하라.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9년 봄 호에 실린 ‘Understanding China’s Next Wave of Innov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일련의 중국 기업은 글로벌 혁신 주자로 등장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거대 온라인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 가전업체 하이얼(Haier), 데이터 기술 제공업체 바이두(Baidu), 소셜 커뮤니케이션과 게임 생태계를 지배하는 텐센트(Tencent)가 대표적이다. 해외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이런 회사들과 성장 속도를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R&D) 전략 수립에 고심한다. 1 또 이들 회사로부터 어떻게 아이디어를 상업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교훈도 얻는다. 2 그런데 존재감은 좀 떨어지지만 절대 무시하면 안 될 또 다른 세력이 중국에 존재한다. 다양한 산업을 조용히 파괴하고, 기존 사업자들을 추월하고, 새로운 제품과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수천 개의 혁신 기업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본 글에서는 이런 새로운 혁신 기업들이 식별하기는 어렵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해 실제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다양한 근거와 함께 설명할 것이다.

중국 선전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전자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로욜(Royole)을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자동차 계기판의 인터페이스로 쓸 수 있는 초박형 플렉시블 디스플레이(superthin flexible display) 제품으로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로욜은 벤처 투자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지갑처럼 접을 수 있는 벤더블(bendable)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3

중국의 중견 기업 중에도 제품 유통을 확대해 다국적사들이 방심한 틈을 타 경쟁사들의 허를 찌르는 경우가 있다. 전동공구를 제조하는 장쑤 둥청 M&E 툴스(Jiangsu Dongcheng M&E Tools)가 바로 그런 예다. 둥청은 2000년대 초반까지 현지의 저가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했다. 이 때문에 보시(Bosch)나 스탠리 블랙&데커(Stanley Black & Decker)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둥청을 심각한 경쟁 상대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이 회사는 스탠리 블랙&데커의 10배가 넘는 매출을 자랑하며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동공구 브랜드가 됐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필자들은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기업 임원, 창업자, 투자자 수백 명을 인터뷰하고 200여 개 중국 기업들을 연구했다. 연구의 목표는 중국에서 혁신이 실제로 어떻게 실행되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혁신 기업들은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테크 언더독(tech underdog),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라는 3가지 형태로 나뉜다. 이들은 유형별로 경쟁자들에게 일련의 위협을 가한다. (‘연구내용’과 [표 1] 참고.) 지금부터 이들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하겠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나 글로벌 무대에서 이미 이들과 경쟁하고 있는 회사들은 유형별 중국의 혁신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지, 향후 어떤 식으로 충돌할 위험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히든 챔피언

히든 챔피언은 4 상당히 전문화된 기업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보통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업계 상위 3위에 속해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유명한 중국 기업들과 달리 히든 챔피언은 대부분 잘 알려지지 않았고 매출도 50억 달러 미만이다. 이들은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며 기존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산업의 틈새시장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도모한다. 필자들은 기계, 화학, 재료, 전자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200개 이상의 히든 챔피언 기업들을 발견했다. 5

이 범주에 속하는 회사들은 대개 글로벌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한다. 그리고 빠르게 시장 반응을 테스트한 뒤 제품을 조정하고 학습하는 등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 많은 히든 챔피언은 수리공과 같다.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고, 솔루션을 테스트한 다음 제품을 개선한다.

중국 최대의 렌즈 부품 회사로 스마트폰 카메라에 쓰이는 센서 모듈 등을 생산하는 란쓰과기(Lens Technology)를 생각해 보자. 후난성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한 저우 췬페이(Zhou Qunfei)가 창업한 이 회사는 원래 디지털시계용 유리 액정 제조사였다. 그러다가 광둥성 혜주시 기반의 대형 전자회사 TCL의 폴더블폰 액정을 납품할 기회를 재빨리 포착했다. 당시 휴대폰 액정으로는 플라스틱을 쓰는 게 업계 표준이었다. 하지만 란쓰과기는 TCL에 유리의 장점을 부각해 계약을 따냈다. 회사는 TCL을 시작으로 2003년 모토로라에 부품을 납품하게 됐고, 레이저(Razr) V3 폴더블폰용 유리 액정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 란쓰과기는 애플과 삼성을 포함한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에 액정을 공급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만난 히든 챔피언들은 기술과 자원 측면에서 월등한 대기업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빠른 속도, 지속적인 제품 개선, 꾸준한 원가 관리를 통해 약점 보완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이크비전(Hikvision)도 히든 챔피언의 좋은 예다. 이 회사는 2002년 MPEG-4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 동영상 압축 카드를 선보였다. 바로 다음 해에는 새로운 동영상 압축 표준을 바탕으로 일련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이크비전은 보통 한 해에 몇 번씩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회사는 이런 전략으로 경쟁사와 모방 기업들을 따돌릴 수 있다고 여겼다.

히든 챔피언들이 서구의 경쟁자들보다 비용 우위를 점하는 한 가지 비결은 고용 전략에 있다. 이들은 하이얼이나 알리바바 같은 유명 중국 기업이나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과 달리 채용 후보의 학력을 크게 따지지 않고, 그 사람이 입사 후 직장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히든 챔피언은 명문대 졸업생을 선별적으로 뽑기보다는 고객을 위해 제품 가치를 개선하는 데 기꺼이 전념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다.

중국의 히든 챔피언 기업들은 비중국계 경쟁자들에게 3가지 커다란 난관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그들이 기술을 생각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히든 챔피언들은 지속적인 제품 혁신을 추구하면서 제품 유통 범위를 확대하거나 틈새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 많은 히든 챔피언 기업이 회사의 R&D 역량과 자국 시장에서의 급속한 성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해 왔다. 일례로 하이크비전은 평균적으로 매출의 8%를 R&D 활동에 투자하고 직원의 약 47%가 R&D 관련 일을 한다.

외국 기업들이 중국 히든 챔피언들로 인해 겪는 두 번째 난관은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위협을 받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히든 챔피언들은 광활한 자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이점을 누리지만 대부분은 5∼10년 안에 국제무대에 진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 가령, 골드윈드(Goldwind)라는 풍력발전기 제조사는 기술과 제품의 국제화로 사세를 확장했다. 이들은 외국에 법인을 세우고 제품 수출 전부터 독일의 풍력 회사인 벤시스에너지(Vensys Energy)와 공동 연구를 수행했다. 하이크비전과 의료장비 회사인 마인드레이 메디컬 인터내셔널(Mindray Medical International)도 수십 개의 자회사를 설립한 후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나갔다. 이 두 기업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비중국 경쟁사들이 겪는 세 번째 난관은 히든 챔피언들의 빠른 의사결정 및 성장 속도다. 히든 챔피언들은 불과 10년 만에 자국 시장과 글로벌 무대에서 군림하고 있다. 이는 독일이나 일본, 미국 등 선진국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다국적 기업들이 이런 중국 혁신가들이 부상하는 속도를 과소평가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DBR mini box: 연구내용

이 기사는 10여 년간에 걸쳐 진행한 연구와 강의, 중국에서 200개 이상의 기업들을 상대로 수행한 컨설팅 활동들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필자들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현지 기업들이 가진 혁신 경쟁력의 현황과 발전 상황에 초점을 맞춰 창업가, 투자가, 기업 임원들을 포함한 350여 명의 중국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또 필자들은 그 기간 동안 중국에서 열리는 혁신 관련 포럼과 콘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중국의 디지털 생태계의 성장 양상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했다. 그리고 포천 500대 기업에 속하는 회사 50여 개의 임원 및 혁신 담당자도 만나 관련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테크 언더독

테크 언더독은 매출이 6000만 달러 미만인 중소기업들이다. 이들은 주로 지적 재산을 활용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다. 많은 경우 미국이나 유럽 유명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온 엘리트가 창업했다. 본 연구 결과 중국에는 이런 테크 언더독들이 수천 개 정도 있었다. 6


중국 스타트업들은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과 달리 혁신을 위해서라면 기술과 시장의 경계를 뛰어넘어 협업도 불사한다. 벤처 중 상당수는 생존에 실패하지만 일부는 경쟁력 있는 회사로 성장하며 시장 리더로 도약하는 기업도 생긴다. 게다가 수천 개 중국 기업들이 관련 분야에서 혁신 가능성을 높이려 애쓰다 보니 획기적 성과를 이루는 기업이 적어도 하나는 나오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필자들은 2016년 태양열 산업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광전지 기술 관련 지적 재산을 보유한 중국 회사가 150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칭화대 졸업생 3명이 설립한 웨이화솔라(Weihua Solar)도 이 중 하나였다. 창업자 중 한 명인 펜 빈(Fan Bin)은 스위스 로잔공대(École Polytechnique Fédérale de Lausanne)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인재로 광전지 기술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 밑에서 공부했다. 2013년 독일의 화학 기업인 머크는 웨이화솔라와 계약을 맺고 이 중국 기업에 첨단 소재를 공급하는 한편, 관련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웨이화 솔라는 이런 파트너십과 내부 R&D 노력에 힘입어 경량의 플렉시블 태양 전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이 제품은 동종의 태양전지 중 가장 효율성이 높다. 7

중국의 테크 언더독 중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집단으로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있다. 필자들이 집계한 바로는 2018년 여름 기준 중국에서 AI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헬스케어 벤처는 80개가 넘는다. 그중 하나가 베이징에 본사를 둔 휘잉 메디컬 테크놀로지(Huiying Medical Technology)다. 2012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의료 영상용 스마트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한다. 휘잉은 중국 칭화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같은 대학들과 산학협력 관계를 맺고 800여 개의 중국 병원과 함께 AI 기술 기반의 질병 진단과 치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다른 테크 언더독 기업으로는 말롱 테크놀로지스(Malong Technologies)가 있다. 첨단 영상 인식 분야에 특화된 이 회사는 상업용 의료기기들이 엑스레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아주 미세한 영상까지 판독해준다. 말롱의 기술은 소매(무인점포의 빠른 상품 결제), 보안(수하물 스캔), 제조(불량 감지) 등 다양한 부분에 적용되고 있다. 이들의 클라우드 플랫폼은 공개 및 비공개 버전으로 모두 제공되며 시스템이나 서버 어플라이언스에 이미 내장돼 있어 공용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잘 작동한다.

중국의 테크 언더독들도 히든 챔피언들과 마찬가지로 비중국계 다국적 기업에 3가지 난관을 제시한다. 첫째, 테크 언더독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다국적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기업들 중 누가 위협적인 경쟁자인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해외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다국적 기업과 달리 현지 업체나 투자자들을 잘 모르고 대부분 인맥도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위협이 출현해도 관련 논의에서 배제된다.

둘째, 2000년 이후 설립된 테크 언더독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전에 설립된 중국 벤처기업들과 비교해 창업자들의 전문성 수준도 높다. 이런 기업들은 점점 더 유전학, 태양광 기술, AI, 신소재, 농업 기술(Agri-tech) 같은 첨단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셋째, 테크 언더독은 언론 매체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 이런 낮은 가시성은 테크 언더독에는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기존 경쟁자들이 이들의 시장 진입을 눈치채지 못하고 쉽게 방심하기 때문이다.


체인지 메이커

체인지 메이커는 디지털 파괴라는 상황을 이용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막대한 벤처 자금의 수혜를 입는다. 이들은 미디어와 정보, 차량 호출, 소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며 히든 챔피언이나 테크 언더독과 달리 시장에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고 위상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예컨대, 터우탸오(Toutiao)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맞춤형 모바일 뉴스를 추천해 주는 회사로 중국에서 돋보이는 체인지 메이커 중 하나다. 터우탸오는 2012년에 설립된 후 수년간 30억 달러 이상을 벤처 자금으로 지원받았다. 이 회사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개인의 관심사와 브라우징 습관을 토대로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탄탄한 자금 덕분에 주류 매체에서 잘 다루지 않는 주제까지 다룬다. 터우탸오 같은 회사가 사용자 니즈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부 통제 매체들을 파괴하는 건 자연스런 결과였다. 국가를 비판하거나 국가 이익에 반하는 민감한 콘텐츠만 잘 피한다면 말이다. 2018년 7월 기준 터우탸오의 1일 활성 사용자 수(Daily Active User)는 1억2000만 명이 넘으며 그중에서도 30대 미만의 비중이 높다. 기업 가치도 110억 달러가 넘는다. 8

중국에서는 벤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외국 투자자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디지털 사업을 시작하려는 열정적인 젊은이라면 돈이 부족할 일은 없다. 가령, 온라인 음식 주문 서비스 어러머(Ele.me)는 한밤중에 게임을 하다 출출함을 느낀 상하이교통대 재학생 두 명이 2008년 설립한 회사다. (어러머는 “배고프니(饿了么)?”라는 만다린어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회사 창업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한밤중에 배달 음식을 원하는 젊은 고객들의 접점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5년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8년에는 알리바바에 인수됐다.

중국의 체인지 메이커들도 히든 챔피언 및 테크 언더독과 마찬가지로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 3가지 위협을 가한다.

첫째, 이들은 보통 어디선가 난데없이 등장하며 다른 산업에서 터득한 경험을 이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터우탸오 같은 회사가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미디어 산업을 뒤집을 수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터우탸오의 창업자는 온라인 여행 중개업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설계자라는 3가지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이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 경계를 초월해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둘째, 체인지 메이커들은 소매, 금융, 공유 자전거와 차량 호출 같은 대중교통 등 아주 다양한 산업에 디지털 사업모델을 적용한다. 물론 아직까지 인터넷 보급률에 있어서는 중국이 미국 같은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률은 꽤 높은 편이다. 9 맞춤형 모바일 서비스는 더 이상 인터넷 기업만을 위한 표준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전통적인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도 그런 서비스를 기대한다.

셋째, 체인지 메이커들은 예전부터 있던 제품과 사업 모델을 계속 유지하려는 기존 중국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들과 달리 철저히 사용자에게 집중한다. 이들은 기존 제품을 무작정 밀어붙이지 않고 소비자에게 맞는 제품을 제안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로 사용자들과 소통한다. 그리고 필요하면 사업 모델도 갈아치운다.


비중국계 다국적 기업들을 위한 교훈

중국의 신흥 혁신 기업들은 이처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있고, 유형별로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거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곳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비중국계 다국적 기업이 어떻게 하면 이들 중국계 신흥 기업에 맞설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도 여기서 구할 수 있다. 필자들은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지식과 연구 내용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했다.


1. 기존에 알고 있던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어라.
본 연구 결과 업종을 불문하고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중국 기업의 명단은 다국적 기업 임원들이 익히 알고 있는 10여 개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중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 곳곳에 숨어 있다가 기습 공격할 수 있는 위협도 경계해야 한다.

테크 언더독들은 대개 마케팅 경험이 부족한 엔지니어가 이끄는 작은 조직들이라 눈에 잘 안 보인다. 히든 챔피언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크긴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의 유사 기업보다 지명도가 떨어진다. 10 체인지 메이커들은 관련 업계에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겠지만 전통적인 산업 경계를 뛰어넘어 다른 업계에서 침투해 올 경우 알아채기 어렵다.

가령, 베이징에 본사를 둔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디디추싱(Didi Chuxing)을 떠올려 보자. 우버도 중국에 처음 진출할 당시 디디추싱과의 경쟁을 어느 정도까진 예상했다. 그러나 디디추싱이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사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고, 그만큼 까다로운 경쟁자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결국 우버는 지분 17.7%와 현금 10억 달러를 받고 중국 사업권을 디디추싱에 매각했다. 보시 역시 공구 산업에서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바 있다. 둥청이 강력한 경쟁자임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고 점점 더 커지는 위협을 알아채지 못했다.

경쟁 환경 내에서 익숙지 않은 영역까지 구석구석 탐색하면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고 잠재적 경쟁자가 취할 행동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2. 넓은 그물을 쳐라.
그동안 전통적인 기업 전략 및 조직 이론들은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11 그러나 중국의 혁신가들을 보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넓은 그물을 쳐야 유리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조직이 외부 기업들과 제휴를 맺거나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등 하나의 생태계로 기능할수록 새로운 기회나 도전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다국적 기업들이 이런 역량을 발휘하려면 다른 해외 법인보다 중국 법인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 넓은 그물을 멀리 던지기 어렵듯이 본사에 있는 관리자가 현지 생태계까지 깊숙이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은 혁신 활동을 내부에서 전개한다. 특히 중국에 있는 R&D센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부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벤처에 투자하거나 외부 산업 생태계와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접근법을 택하면 기업 매출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의 니즈, 경쟁자의 움직임,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에 대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변화에 맞춰 회사의 사업모델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둥청이 중국 전동공구 시장의 변방을 공격하자 보시는 중국 현지 생태계와 연합하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였다.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여러 개 만들고 중국 스타트업들에도 투자했다. 최근에는 한 네트워크 장비 회사에 1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추저우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스마트 공장도 시범 설립 중이다. 본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이런 투자와 제휴에 점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특수 화학 회사인 DSM은 최근 중국의 태양광 부품 회사를 인수했다. 또 화이자는 텐센트와 중국계 보험회사인 핑안(Ping An)과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헬스케어 사업 전략을 공모하는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이런 활동들은 중국에서 R&D 활동 반경을 넓히는 다양한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12


3. 사업 본거지를 염두에 둬라.
어떤 회사가 소속 산업과 자국 시장에서 얼마나 견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든지 간에 경쟁자의 잠재적 위협에는 늘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국 시장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고, 중국 혁신 기업들이 자국에 진출할 때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혁신을 추구할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또 계속해서 변하는 고객 니즈를 탐구하고 새로운 기술과 사업 영역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필자들은 본 글을 통해 비중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중국의 신흥 혁신 기업들과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했다. 이런 다국적 기업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포기하는 일이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실행력이든, 지적 재산이든, 글로벌 인재든, 운영 경험이든 강점은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현지화’만 강조하면 안 된다. 중국의 혁신 기업들이 가하는 위협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기업들이 혁신하는 방식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의심하고, 신흥 혁신 기업들이 사업하는 방식을 항상 연구하면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필자소개
마크 J. 그리븐(Mark J. Greeven)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IMD경영대학원의 혁신 담당 교수다. 조지 S. 입(George S. Yip)은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경영대학원(Imperial College Business School)의 마케팅과 전략 담당 교수다. 웨이 웨이(Wei Wei)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컨설팅 회사인 GSL이노베이션(GSL Innovation)의 최고경영자다. 이 글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0302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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