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건강관리 코칭 앱 ‘눔(Noom)’

“포기하지 말라”는 인간 코치의 위로
AI 기술과 정서적 교감 만나 감동이 되다

277호 (2019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토종 한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눔(Noom)’이 힘들고 지루한 건강관리 코칭 서비스로 전 세계 누적 사용자 4800만 명을 확보하고, 지난 2년간 월 매출 기준 100배 성장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난 비결은 무엇일까?

1.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자는 회사의 미션을 명확히 설정하고, 피트니스에서 다이어트, 종합 질병 예방 서비스로 단계적으로 진화해 시장 수요에 맞게 미션을 구현했다.
2. 테크 회사가 간과하기 쉬운 사용자의 심리까지 고려한 맞춤형 코칭을 제공했다.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사람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정서적인 교감에 집중하게 하고, 사람의 코칭을 다시 AI 알고리즘에 반영해 기술과 인간의 ‘융합’을 꾀했다.
3. B2B(기업 대 기업)나 B2G(기업 대 정부)처럼 빠르게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우직하게 사용자 중심 서비스로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에서 정면승부했다. 매주 250회의 실험을 통해 검증된 가설만을 적용하며 사용자 경험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한연규(성균관대 영문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60파운드(약 27.2㎏)를 감량했습니다. 아이 넷의 엄마로 사느라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었을 때 절박한 마음으로 ‘눔’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55번째 생일을 맞았는데 인생을 통틀어 나 자신을 이토록 사랑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내 몸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됐습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닫아 왔는데, 이제는 짭짤한 과자나 쿠키를 봐도 ‘배고프지 않다’는 내 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입니다. 27파운드(약 12.2㎏)를 감량했고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40세가 될 때까지 다이어트와 씨름하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눔’을 만났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먹는 음식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과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이제는 단지 살기 위해서만 먹는 것도, 먹기 위해서만 사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압니다.”

지난해 11월, 건강관리와 체중 감량을 도와주는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눔(Noom)’의 경영진은 사용자들에게 전체 메일을 뿌렸다 밀려드는 답장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미국 전역에 방영될 눔의 TV 광고에 출연해주실 분을 급하게 찾습니다. 눔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담은 1분 영상을 보내주세요”라는 요청에 사용자들이 응답한 것이다. 원래는 광고 촬영을 위해 전문 대역배우가 섭외돼 있었다. 그러나 수년 또는 수십 년간 실제 다이어트와 사투를 벌여 온 경험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는 내부 의견이 나왔고 이 안이 채택되면서 계획이 전면 수정됐다. 광고팀은 과연 사람들이 e메일 한 통에 선뜻 반응할지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미 세팅된 촬영 일정과 장소를 변경하기엔 손실이 크다고 판단해 눔의 사용자들에게 SOS를 치기로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당장 샌프란시스코로 건너와 촬영해 줄 사람이 있느냐는 서면 요청에 하룻밤 새 미국 전역에서 사용자 150명이 화답했고, 3일 만에 800명이 핸드폰으로 찍은 1분 영상을 보내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들은 영상을 통해 ‘눔이 살을 빼줬다’에 그치지 않고 ‘눔이 인생을 바꿔 놨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중에 선발돼 TV 광고를 촬영하게 된 사용자는 온라인에서 1대1로 소통해 오던 본인의 라이프스타일 코치를 대면하는 순간 왈칵 눈물을 쏟으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눔이 사로잡은 것은 사용자들의 마음만이 아니다. 방대한 유저 기반 덕분에 눔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2008년 한국인 창업자인 정세주(39) 최고경영자(CEO)와 구글 수석 엔지니어였던 아텀 페타코프가 미국에서 공동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많은 모바일 유료 사용자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누적 사용자는 4800만 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고, 올해 5월에는 애플, 구글, 페이팔,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5800만 달러(약 675억 원) 규모의 시리즈 E 투자 1 까지 유치했다. 왓츠앱 공동 창업자 얀 쿰, 미국판 배달 앱 도어대시의 공동 창업자 토니 쉬, 코인베이스 공동 창업자인 프레드 어삼 등 유수의 창업자들도 이번 투자에 참여하며 눔의 미래에 베팅했다.


DBR mini box I : 눔 소개: “세 끼 식단 작성하면 일정액 환급” 다이어트가 습관이 되게



2008년 정세주 대표가 미국 뉴욕에 설립한 눔은 개인 맞춤형 다이어트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다. 체중이 가장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건강의 척도라는 점에서 체중 감량 서비스에 주력하나 종합 건강관리 플랫폼을 지향한다. 일하느라 바쁘고,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잦은 회식에 불려 다니고, 시간이 없어 아침을 거르거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현대인들에게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다. 비만뿐 아니라 당뇨, 고혈압, 암, 심혈관 질환 등 질병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서비스로 수평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

현재 100개국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눔의 주력 시장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한국, 일본, 독일이지만 향후 더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브라질 등 남미로도 진출할 예정이며 최근 LVMH의 최대주주인 베르나르 아르노의 기술 벤처투자사(아글레벤처스)의 투자를 계기로 유럽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눔의 서비스 이용료는 월 59달러고, 연 이용권을 끊으면 199달러다. 한국에서는 월 이용료가 정상가로 6만8900원이지만 체험형 프로그램인 ‘머니백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월 3만445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또한 16주(112일)에 걸쳐 매일 3끼 식단을 빠짐없이 기록하면 현금으로 최대 7만5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눔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까닭은 ‘식단 기록’이 회사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습관이기 때문이다. 눔이 경희의료원과 함께 수행한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꾸준히 식단 기록만 해도 사용자의 77.9%가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을 혁신한 1등만 살아남는 실리콘밸리에서 이 같은 투자는 단지 생존에 성공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건넌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세쿼이아캐피털이 오직 ‘초고속 성장기업(Hyper-growth Company)’에만 투자하고, 하나의 산업 카테고리에서 한 기업만 간택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VC가 그동안 공백으로 남겨뒀던 헬스케어 산업 포트폴리오에 눔을 넣었다는 것은 ‘최근 2년간 월 매출 기준 100배 성장’이라는 수치,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혁신할 ‘카테고리 킬러’로서 가능성, 이 두 가지에 대한 믿음의 표시다.

언뜻 보면 평범한 다이어트 코칭 앱인 눔. 2013년 한국법인이 만들어진 뒤 국내에서도 약 500만 명이 다운받아 사용하고 있지만 체중 관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아직 생소한 이름이다. 심지어 눔 앱에는 다이어트 식품이나 헬스장 광고에서 흔히 보이는 ‘몇 ㎏을 반드시 빼주겠다’ ‘이것만 먹으면 날씬해져요’라는 매혹적인 약속도, ‘샐러드를 먹어, 밀가루는 먹지 마’라는 지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대체 이 회사는 뭐가 특별하기에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혁신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직원 1300명, 연 매출 2억 달러(약 2343억600만 원)의 기업으로 급성장한 것일까. 2

DBR이 눔 창업자이자 본사 CEO인 정세주 대표와 한국법인의 김영인 대표 인터뷰를 통해 눔의 성장 비결을 들여다봤다.



의료 사각지대에서 찾은 기회
정세주 대표는 홍익대 1학년 재학 시절부터 외국의 희귀 음반 CD를 수입, 배급하며 연 매출 10억 원을 올리던 사업가였다. 돈은 부족함 없이 벌었지만 사업의 미션이나 비전이 없었고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더 큰 시장에 대한 갈증을 느낀 그는 2학년 1학기 돌연 학교를 중퇴하고 미국행을 택했다. 넓은 세상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겠다는 원대한 포부 하나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처음 시작한 뮤지컬 사업의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월세 5000달러 집에서 슬럼가의 350달러 집으로 쫓기듯 나가야 했고, 생계유지를 위해 뉴욕 코트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국산 때수건, 방향제, 수세미 등을 닥치는 대로 시장에 팔았다. 그렇게 그는 무일푼에서 다시 창업자금 1000만 원을 모아 일어섰다.

타지에서 홀로 분투하던 정 대표가 미국 헬스케어 시장이라는 망망대해로 뛰어든 것은 눔의 공동 창업자이자 당시 구글 수석 엔지니어였던 아텀 페타코프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아텀과 같은 프린스턴대를 나온 정 대표의 사촌 동생을 통해 2005년 사석에서 우연히 만난 둘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갖지 못한 재능을 발견했다. IT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돕는 제품 개발에 관심이 있던 엔지니어 아텀,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사업을 구상 중이던 사업가 정 대표는 ‘기술이 아직 바꾸지 못한 시장’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아직 디지털 혁신이 본격화하지 않은 미국의 헬스케어 시장에서 기회를 봤다.

정 대표와 아텀은 혁신해야 할 미국 헬스케어 시장의 숱한 난제 중에서도 일반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장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병원과 보험사, 제약사의 역할은 환자가 이미 질병에 걸린 후 대응하는 데 그쳤다. 미국인들 연봉의 19∼21%가 자동으로 의료 사보험로 빠져나갔지만 병세가 한참 진행된 중증 환자가 아닌 한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꿈조차 꾸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정 대표는 “모든 국민이 공공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고 손쉽게 최고 의료진을 만날 수 있는 한국과는 완전 딴판이었다”며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보험을 청구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은 없지만 평소 건강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이나 비만, 당뇨 등 만성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완벽하게 소외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의료 서비스 제도 근처에 얼씬도 못 하는 미국인들 입장에서 최선의 건강관리는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뿐이었다.

두 창업가는 이런 의료 사각지대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았다. 의료 인프라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질병의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본 것. 당시 예방을 위해 미국인들이 하는 일은 동네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이너를 찾거나 홀로 러닝머신에서 뛰는 정도였다. 이에 두 사람은 병원과 보험사, 제약사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급자들 사이에서 사업을 해보려고 기웃대기보다는 일상에서 사용자들의 건강관리를 돕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고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회사의 미션부터 정의했다.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 미션에 로봇 경진대회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독일 베를린대 엔지니어 2명이 동참했다. 정 대표는 이런 인재들을 영입해 2006년 눔의 전신인 워크스마트랩스(WorkSmart Labs)란 회사를 차렸다.

시작은 피트니스였다. 창업 멤버들은 운동이 즐거워지면 사람들이 피트니스센터를 더 자주 찾고 건강관리를 할 것이라고 보고, 러닝머신에서 뛰면서 동시에 TV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무려 1년 반을 썼다.

정 대표가 아텀을 따라 구글 구내식당을 전전하며 힘겹게 구상한 제품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무도 제품을 사주지 않았고, 세계 최고의 피트니스 회사를 만들어 구글의 뺨을 때리자는 야심 찬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다. 뼈저린 실패를 맛본 초기 멤버들은 가장 큰 패착이 사업을 구상하고 계획을 세우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놓고 시장의 수요가 있는지부터 타진하는 게 순서였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이들은 일단 적은 비용으로 노트북만 있으면 빠르게 선보일 수 있는 앱을 만들기로 했다. 구글에서 일하는 아텀 덕분에 다행히 2008년 안드로이드 앱 마켓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에 대비할 수 있었고, 마켓이 열리자마자 헬스 트레이닝 앱인 ‘카디오트레이너’를 선보였다. 구글 앱 마켓에 등록된 6번째 앱이자, 최초의 헬스케어 앱이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만보기)와 GPS를 바탕으로 실시간 운동량과 운동 경로를 측정하는 이 앱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막 아이폰이 출시된 뒤였던 당시만 해도 다른 운동량 측정 관리 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핏비트(Fitbit) 등 웨어러블 하드웨어가 급성장하며 뉴욕 증시에 상장된 게 2015년임을 고려하면 2008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걸음 수를 체크하고 몇 칼로리가 소모됐는지 음성으로 알려주는 카디오트레이너의 서비스는 매우 획기적이었다. 또 스마트폰 기종마다 제각각인 만보기 기능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이 앱은 미국을 중심으로 1500만 회에 걸쳐 다운로드됐고, 2009년에는 구글이 선정한 ‘베스트 구글 안드로이드 앱’ 4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앱의 성공에 힘입어 회사는 2011년 4월 KPCB 등 투자사로부터 30억 원 투자도 받았다.



사업에 탄력이 붙으면서 2011년 5월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가 바로 다이어트 앱인 ‘눔 코치’였다. 정 대표는 카디오트레이너의 데이터를 살펴보던 중 실제로 강도 높은 러닝이나 크로스핏 등 유산소운동을 하는 사용자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90%에 가까운 사용자가 그냥 걷기 운동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유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봐도 정말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하려는 목적으로 앱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몇 ㎏만 빼고 싶다”며 체중 감량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 대표는 이 데이터에서 사용자들의 관심사가 ‘피트니스’보다는 ‘다이어트’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체중 감량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단순 운동 관리를 넘어 식단 관리까지 필요하다고 판단, 기존 앱의 기능에 식사기록 기능을 더한 다이어트 앱을 선보이기로 했다.

서비스의 초점은 다이어트로 바뀌었지만 건강한 삶을 찾아준다는 회사의 미션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 대표는 “사실 당뇨약으로 혈당을 떨어뜨리고, 고혈압약으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은 병의 치료라기보다 사후 응대에 가깝다. 오히려 식단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바꾸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치료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김영인 대표는 “많은 건강관리 서비스가 의료계 등 공급자의 관점에서 출발하는데 눔은 철저하게 시장 중심으로 ‘체중 감량’이라는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 역으로 식사 기록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서비스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이렇게 월 10달러에 모바일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도하고 체중 감량을 도와주면서 시작한 눔 코치는 2014년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건강관리 부문에서 3년8개월 연속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일찌감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진입해 헬스케어 부문 랭킹 1위를 차지한 덕분에 공격적인 광고나 마케팅 없이도 새로운 앱에 호기심을 갖는 얼리어댑터들을 빠르게 흡수했다. 회사 이름도 눔(Noom Inc.)으로 바뀌었다. 눔은 달(Moon)을 거꾸로 읽은 것으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앞길에 달빛이 되겠다는 의미다.



작심삼일 깨는 ‘편리한’ 플랫폼

눔의 엔지니어들은 먼저 ‘식사 기록’을 편리하게 만드는 작업에 매진했다. 건강한 생활습관 교정과 체중 감량을 위해선 기록이 중요하다는 점은 이미 숱한 학계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었다. 평소에 자신이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지, 체중은 그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꼼꼼히 기록하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고 바꿔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 그렇듯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한 번의 끼니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식재료를 파악하고, 분량을 일일이 세고, 제각각인 단위를 통일하고, 칼로리 사전을 뒤지는 건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가 겨우 다이어트를 위해 마음을 다잡아도 작심삼일에 그치기 일쑤였다.

눔은 사람들이 식단 기록에 실패하는 이유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불편해서’라고 봤다. 그리고 눔의 강점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의지박약인 사람도 매일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한 모바일 플랫폼을 구현하는 데 힘썼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방대한 푸드 DB부터 구축해야 했다. 영양사들을 고용하고 현지 아르바이트들이 ‘수기 입력’하는 식단의 종류와 칼로리를 검수하면서 DB를 하나씩 쌓아나갔다. 가령,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의 모든 음료와 메뉴 칼로리를 사람이 일일이 입력하도록 한 것. 사용자가 DB에 빠진 식단을 제보하면 그 즉시 업데이트했다. 또 음식의 양도 ‘g’ 등의 단위뿐 아니라 직관적으로 와 닿게 정리했다. 미국 앱에서는 미국인들이 익숙한 ‘골프공’ ‘주사위’ 크기로 단위를 구분할 수 있게 하고, 한국 앱에서는 ‘뚝배기’ ‘국그릇’ ‘반찬그릇’ 등 형태로 제공하는 식이었다. 1인분의 양도 나라마다 기준을 달리했고, 굳이 음식의 내용물을 다 찾지 않아도 ‘김치찌개 1인분’이라고만 검색하면 대략적인 양과 칼로리가 자동으로 뜨게 했다.

또 식단을 기록하면 칼로리 밀도(중량 대비 칼로리)가 낮은 순으로 초록, 노랑, 빨강 등 신호등 색깔로 구분했다. 먹는 양 대비 어느 정도의 열량을 섭취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AI는 이런 기록을 토대로 빨강 음식의 비중이 25%를 넘으면 초록 음식을 더 늘려보도록 권장한다든지, 총 섭취 칼로리가 권장량을 초과하면 먹는 양을 줄이거나 걸음걸이 수 등 운동량을 늘려보도록 제안한다든지 하는 코칭을 제공했다.

단, 편리하더라도 체중 감량과 습관 형성이라는 본질에 도움이 안 되면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처음에는 사용자가 일일이 식사를 입력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음식 사진을 카메라로 찍으면 AI가 자동으로 인식해 칼로리를 계산해주는 기술을 도입하기도 했다. 물론 인식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기술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이 방식의 진짜 문제는 기록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점이었다. 스스로 음식 섭취량과 칼로리를 ‘인지’하고 식습관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중요한데, 기록이 지나치게 편해지면 결과만 남고 이런 기회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즈케이크 한 조각을 먹고 사진만 찍어 올리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한 조각이 밥 2공기에 맞먹는 약 500k㎈에 육박한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 기록하면 이후 식사량을 의식적으로 조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영인 대표는 “우리는 절대 치즈케이크를 먹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하루에 섭취해야 할 총 권장 칼로리가 2000k㎈ 라면 치즈케이크를 얼마나 먹어야 적당한지, 혹은 나머지 끼니에서 얼마나 절약해야 총량을 넘지 않는지 알려줄 뿐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대하고 정확한 푸드 DB,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UX/UI를 바탕으로 눔은 4년 가까이 꾸준히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회사는 안정 궤도에 올랐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발판 삼아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 글로벌 판을 연이어 선보인 결과 전 세계 누적 사용자도 4000만 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문제는 수익모델이었다. 가입자들이 잠시 이용하다 떠나는 경우도 많았고, 월 10달러의 앱 유료 결제 모델만으로는 외형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2014년부터 매출은 100억 원에서 정체됐다. 돈을 못 버는 건 아니었지만 4000만 명의 사용자 기반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였다. 게임이나 영화, 엔터테인먼트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도 헬스케어 서비스에는 지갑을 선뜻 열지 않았다.

성장 엔진이 멈출 무렵 글로벌 굴지의 기업들이 거액의 인수 제의를 해 왔고, 이사회에서도 매각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모든 제의를 뿌리쳤다. 대기업 품에서 빛을 못 보는 스타트업들이 수없이 많을 뿐 아니라 ‘헬스케어 분야의 세계 최대 사용자 DB’라는 자산이 있는 한 회사가 더 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팔지 않겠다는 생각은 확고했지만 변화가 필요했다. ‘월 10달러짜리’라는 한계를 뛰어넘고 가격을 인상하려면 결국 서비스의 품질, 프리미엄화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번 가입한 사용자들이 평생 쓸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야 했다.


AI와 사람의 협업이 만든 ‘개인 맞춤형 코칭’

헬스케어 시장을 혁신하자며 뭉친 두 창업가의 목표는 하나였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IT)을 가진 회사’가 되는 것.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글로벌 선도 업체를 꿈꾼 만큼 모든 초점은 기술에 맞춰졌고, 극소수를 제외하고 전 직원이 엔지니어로 채워졌다. 그러나 뛰어난 기술만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었다. AI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확해지고, 앱의 UX/UI가 편리해지고, 게임화(Gamification) 요소가 접목된다 한들 건강관리가 게임처럼 재미있을 수는 없었다.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힘들다는 의미였다. 정 대표와 눔의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생활습관 교정을 중도 포기하거나 떨어져 나가지 않고 10달러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는 앱을 만들 수 있을지 밤낮없이 고민했다.

사용자가 혼자 열심히 기록하고 측정만 하다 흥미를 잃고 떠나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떠오른 묘책이 바로 ‘사람을 붙여보면 어떨까’였다. 기술만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게 사람의 마음이었다. 특히 다이어트는 개인의 ‘심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AI 기반 코칭 알고리즘만으로는 사용자들의 식사나 운동량에 영향을 미치는 동기, 스트레스와 자책, 자존감과 우울, 귀찮음, 자기 합리화 등의 감정까지 헤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지가 강한 사람에게는 힘든 목표를 설정하고 스쿼트 등 구체적인 운동 미션을 줘도 괜찮지만 의지가 약하고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똑같이 조언하면 거부감만 줄뿐이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마다, 날마다 다른 기분을 고려하지 못한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 대표는 “사람이 개입하면 사용자들의 동기부여 측면에서 AI보다 낫지 않을까 생각만 하다가 2015년 이 가설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과거 실패에서 배운 게 있다면 가설이 떠오를 때 시간을 끌지 말고 최소한의 시제품(Minimal Viable Product)으로라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 e메일 상담
가장 먼저 시도한 방식은 e메일 상담이었다. 정 대표와 아텀은 당시 눔 본사에서 e메일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환불 처리를 담당하던 고객서비스(CS) 담당자 존 에드워드에게 새로운 업무를 시켜보기로 했다. 대학 시절 테니스 동아리 코치도 해보고 대회 출전 경험까지 있어 코칭에 제격인 직원이었고, 소비자들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었다. 그에게 시범적으로 사용자 20명을 상대로 앱을 쓰면서 느끼는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 1대1 상담을 진행해보라고 권했다. 이때만 해도 앱에 번듯한 채팅창 하나 없었기에 일단 가장 익숙한 지메일(G-mail)이 소통 수단이 됐다. “○○○님, 눔에서 베타(시범) 서비스로 매일매일 라이프스타일 상담을 해드릴게요”란 내용의 e메일이 20명에게 전달됐고, 그렇게 테스트가 시작됐다.

결과는 기대했던 대로였다. 존이 직접 메일로 회원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다이어트의 고충에 공감해주고, 식사나 운동 관련 궁금증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자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체중 감량 효과도 더 좋아졌으며 앱을 떠나지 않고 계속 이용하는 ‘회원 유지 비율(retention rate)’도 대조군보다 개선됐다. 사용자들이 꾸준히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 힘들고 지루한 여정을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사람이 옆에서 일으켜 세워주고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입증된 셈이었다.

그러나 직접 상담 방식엔 문제가 있었다. 존의 업무량이 급증한 것. 혼자서 매일 회원 20명씩을 상대하면서 e메일 피드백을 제공하다 보니 집에도 못 가고 온종일 회사에 발이 묶이는 날들이 많았다. 코치 1명당 기껏해야 20명밖에 관리할 수 없어 벌어진 상황이었다.


2. 그룹 운영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그 대안으로 도입된 방식이 ‘그룹 운영’이었다. 시범적으로 몇 명에게 사람 코치를 붙여줄 수는 있지만 모든 사용자에게 1대1로 붙여주기엔 인력이 충분치 않다 보니 나온 아이디어였다. 비슷한 체중 감량 목표나 생활습관 등을 가진 회원들을 그룹으로 연결해 운동이나 식단 등을 공유하고 서로 의지를 북돋아 주도록 하는 이 방식은 회원이 늘어도 지속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지금은 회원 가입할 때 온라인 설문에 응하면 AI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사용자에게 맞는 그룹을 배치해주지만 처음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인도의 한 용역업체에 의뢰해 고객 성향별로 그룹을 배정하는 외주 업무를 맡겼다. 확장성이 뛰어났고, 그룹은 금세 수만 개로 늘어났다.

눔은 각 그룹에서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사람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즉 그룹장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이 퍼실리테이터에게 멤버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식사, 운동을 공유하게끔 만드는 리더 역할을 맡겼다. 그러나 이 방식의 경우 그룹장과 회원들이 맺는 관계가 약하고 느슨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1대1 코치와 달리 그룹장과 구성원들끼리 아주 친밀해지지도, 끈끈한 연결고리를 형성하지도 못했다. 그룹이 없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소속감을 유발하거나 사용자들을 붙들어 매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특히 미국인들보다 소극적인 편인 한국과 일본 회원들은 활동 참여가 저조했다.

다만 그룹 운영은 코칭 노하우 습득에 큰 도움이 됐다. 눔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의 참여율이 높고 잘 활성화되는 그룹들의 특징을 관찰했다. 이들 그룹에서 퍼실리테이터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는지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AI에 다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코칭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만들었다. 현장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고도화한 것이다. 강화학습이 일어나면서 AI의 학습 속도(learning curve)는 점차 빨라졌다.


3. 사람 코치의 도입
AI 알고리즘이 정확해지고 일정 수준에 올라오자 눔은 사용자에게 1대1 사람 코치를 붙이되 AI가 사람을 보조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사람과 AI가 협업해 사람 1명이 20명보다 많은 수의 회원을 동시에 관리해보자는 발상이었다. 자동으로 응대할 수 있는 반복적인 일은 최대한 AI에 맡겨 사람의 노동을 대체하게 하고 코칭에 드는 인력과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가령, ‘아침에 뭐 드셨어요? 좋은 식단이네요’‘술 드셨어요? 과음 후에는 물을 많이 마셔 주세요’ 정도로 모두에게 통용되는 질문과 답변은 굳이 사람 코치가 고민하지 않아도 매뉴얼을 따르면 된다. 단순 업무는 코치의 피로도만 높이고 자동화한다 해도 사용자로선 아무런 차이도 못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아침을 거르는 이유, 술을 못 끊는 이유에 대해 털어놓을 때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건 사람밖에 없다. 돌연 인생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할 때 들어주고, 잦은 회식 자리에서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것은 사람의 일이다. 정 대표는 “우리는 기술을 활용해 사람이 더 잘하는 것은 사람이 할 수 있게끔 돕고, 기술과 인간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접근’을 취하기로 했다. 사람의 역할은 ‘지적인 대화(rich conversation)’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눔은 2015년 10월, 기존 AI 기반 앱에 인간 코치를 붙이고 1대1 원격 상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안정적이었던 월 10달러 유료 모델과 결별했다. 사용료를 45달러로 올린 것. 가격을 올렸는데 가입자는 오히려 늘었다. 사용자들이 저가의 표준화된 서비스보다 더 비싸더라도 오로지 ‘나’를 위한 맞춤형 코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기술력이 좋아지고 AI가 대부분의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코치 1명이 동시에 관리하는 회원 수는 휴면 회원을 제외하더라도 하루 20명에서 50명으로, 70명에서 100명으로, 100명에서 350명으로 계속해서 늘어났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회원들과 코치의 만족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코치 대 회원 비율은 미국 본사 기준 1대350이다.

이처럼 회원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해진 것은 여러 기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 중 코칭의 편의성을 크게 높인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채팅창을 하나로 통합한 ‘스마트인박스’가 있다. 가령, 코치가 채팅창 350개를 동시에 켜놓고 대화를 한다고 치자. 우선순위와 상관없이 가장 최근에 도착한 메시지가 가장 위에 뜰 것이다. 이 경우 일일이 창을 열어보고 응대하기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많이 보내는 사용자에게만 답장이 쏠리기 쉽다. 또 알람이 밀려들 때 중요한 문제부터 순서대로 처리하기 어렵다.

그러나 눔에서는 코치가 오직 스마트인박스만 확인하면 된다. AI 알고리즘이 사용자들 메시지의 우선순위를 분석해 중요한 순서로 꽂아주기 때문이다. 코치는 스마트인박스에 뜨는 문제를 차례대로 해결하다 보면 어느덧 350명을 다 관리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회원 A가 활동이 뜸해 3일간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았다면 코치의 스마트인박스에 ‘A에게 말을 걸어봐’라는 안내와 함께 선택 가능한 메시지들이 뜨고, 회원 B가 본인이 식단 관리를 잘했다고 기록했다면 스마트인박스에 ‘B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줘라’는 안내가 뜬다. 굳이 코치가 복잡한 의사결정을 하면서 일의 경중을 따져 순서를 매기지 않더라도 그때그때 눈앞의 과제만 수행하면 된다. 또 회원의 문제가 ‘운동 부족’인 경우 추천할 만한 어떤 대체 행동이 있는지, ‘잦은 군것질’인 경우 어떤 대체 식품이 있는지 등 코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인간 코치가 회장님이라면 AI는 일종의 비서인 셈이다.


DBR mini box II : 눔 코치 인터뷰
“군것질 하지 마세요” 대신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시


눔의 ‘개인 맞춤형 코칭’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살펴보기 위해 눔코리아에서 약 3년간 일한 운동 전문 이선아 코치를 인터뷰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개인 맞춤형 목표 설정이 왜 필요한가.
사람마다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해법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간헐적 단식, 디톡스, 원푸드 다이어트 등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하다가 요요가 왔다든지, 출산과 육아 때문에 체중이 늘었다든지 다이어트 실패 원인도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군것질을 끊지 못해 고민인 회원의 경우 간식 섭취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뒤 목표를 설정해줘야 한다. 바삭바삭한 식감 때문에 과자를 입에 달고 산다면 닭가슴살 칩이나 동결 건조 과일칩처럼 비슷한 식감을 내면서 나트륨과 열량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대체 간식을 추천해줘야 하고, 무의식적으로 많은 양을 먹는 게 문제라면 과자를 쭉 깔아놓지 않고 종이컵에 덜어두는 식의 양 조절법을 알려줘야 한다. ‘군것질하지 마’가 아니라 실천 가능한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회사에서 자꾸 빵과 젤리를 먹다가 살이 찐 회원이 있었다. 이분에게 눈에 보이는 공간에서 빵을 치우고 미리 한 팩씩 포장돼 나오는 맛밤, 고구마말랭이를 챙겨 대체하도록 했더니 총 7㎏ 감량에 성공했다.



사람이 옆에서 응원해주는 게 정말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나.
그렇다. 실제로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간의 다이어트 중 의지가 떨어졌는데 옆에서 응원해주셔서 해낼 수 있었다’는 이용 후기들이 많다. 조력자의 힘인 것 같다. 물론 열심히 격려해도 주말에 주중 다이어트에 대한 보상심리로 인해 아예 식단 기록을 안 하거나 장기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바빠 앱 활동이 뜸해지는 회원들도 많다. 그러나 눔 코치는 절대 비난하거나 혼내지 않기에 사용자들이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온다. 잠시 의지가 약해졌거나 과식, 과음했더라도 ‘충분히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위로하고 과식이나 과음 후 체지방이 몸에 쌓이는 것을 막는 관리 팁을 소개해준다.

회원 가운데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관련 지식이 풍부한데도 스스로 식단을 제어 못 해 다이어트에 매번 실패하던 분이 있었다. 이분은 식사 조절이 안 될 때 크게 자책했기에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응원하는 데 집중했다. 이와 함께 운동 지도를 병행했더니 4개월 만에 8㎏을 감량하고, 심지어 보디빌딩대회에서 수상까지 했다.


눔 코치가 다른 다이어트 제품 및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점은.
다이어트 보조식품과 간헐적 단식 등 많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 습관 변화로 이어지지 못해 사람들이 금세 요요를 겪고,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더 크게 좌절한다. 그런데 눔 코치는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행동을 조금만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가령, 바쁜 업무에 치이고 늦게까지 퇴근도 못 하는 사람에게 홈트레이닝을 1시간씩 하라거나 헬스장에 가서 고강도 근력 운동을 하라고 주문하지는 않는다. 대신 차량을 집에서 멀리 주차해 걷는 시간을 늘리거나 엘리베이터 이용을 줄여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취침 전 누워서 할 수 있는 10분 운동 영상을 보내주기도 한다. 이렇게 사용자가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으면서도 오래갈 수 있는 습관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차별점이 있다.




기계 학습을 통해 나날이 똑똑해진 비서는 ‘잠을 잘 잤는지’ ‘얼마나 잤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등 귀찮거나 매일 반복되는 93%의 대화에 대해 자동으로 응대한다. 오로지 기계가 못하는 연민(compassion), 격려(encouragement), 공감(empathy) 등 정서적인 교감, 개인 맞춤형 목표 설정, AI가 제시한 선택지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과 승인 등 나머지 7%만이 사람 코치의 몫이다.

정서적인 교감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밤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치킨을 먹었다고 해보자. 일반 헬스장의 트레이너라면 왜 야식을 먹었냐고 다그치거나 어려운 운동 미션을 줄 것이다. 그러나 눔 코치는 절대 질책하지 않는다. “나한테 알려준 것만으로 너무 잘했다. 한 번 야식을 먹었다고 다이어트 실패가 아니다. 치팅데이를 가졌다고 생각하고 대신 내일 점심은 샐러드를 먹어보면 어떨까”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처음에 치킨을 먹게 된 이유와 상황에 대해 자세히 묻는다. 만약 사용자가 “직장에서 혼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답한다면 “이런 스트레스를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풀 수 있을까”라는 식으로 다른 목표를 설정해준다.

사람 코치의 역할은 이처럼 사용자가 치킨 한 번에 관리를 포기해버린다거나 코치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상황을 막고, 다이어트를 계속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데 있다. 눔을 위해서도, 사용자의 습관 형성을 위해서도 속칭 ‘멘탈 관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폭식에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다시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불어넣고 안심시키는 게 관건이다. 정 대표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민감한 부분에 대해 기계적인 답변이 돌아오면 거부감이 들고 짜증이 날 수 있다. 사람 코치가 전체 상담의 단 7%만 담당하더라도 사용자는 100%라고 느끼고 교감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4. 사람 코치의 관리
눔이 인공지능에 사람 코치를 붙이자 직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2017년 1월만 해도 눔에 재직하는 정직원은 77명에 불과했지만 2019년 6월 기준 1100명을 넘어섰다. 라이프스타일 코치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최소 300∼350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인건비 부담이 있긴 하지만 ‘사람에게 투자해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게 눔의 철학이다. 정 대표는 “코치들을 매주 열심히 교육하는데 숙련된 인력이 나가버리면 회사로서도 손해고, 사용자로서도 코치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맺기 어렵다.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해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눔의 서비스가 AI와 사람의 협업을 기초로 하는 만큼 그중 한 축인 사람 코치의 채용과 교육 등 인력 관리는 ‘서비스 품질 관리(Quality Control)’의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눔 코치 모집공고를 내면 식품영양학이나 스포츠, 심리 상담에 전문성이 있는데 재택근무를 원하거나 경력단절이 된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지원서가 쏟아진다고 한다. 합격률이 0.6%, 1000명당 6명에 불과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채용 과정에서부터 까다롭게 사람을 선별한다. 단순히 관련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도 눔의 교육, 신기술 도입과 플랫폼 업데이트를 빠르게 흡수하는 사람인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어차피 본인의 전공만 담당하는 게 아니라 식단 및 운동 관리, 동기부여 등 심리 상담 전반에 걸쳐 코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내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만큼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는지가 아닌 눔의 코칭 프로토콜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소통 역량도 중요한 채용 기준이다. 처음에는 서면으로, 그다음은 전화로, 마지막은 모바일로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를 시험한다. 최종 채용을 확정하기 전 실제 사용자 계정을 던져주고, 채용 담당자가 사용자로 위장해 코칭 능력을 관찰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원격 상담은 대면 상담과 달리 제약이 많다. 직접 얼굴을 못 본 채 제한된 대화 채널 내에서 소통하기 때문에 비대면 환경에 잘 적응할 만한 사람을 선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코치들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까. 매주 두 차례 시행하는 교육은 사실 정기집회 내지 케이스스터디에 가깝다. 마치 의사들이 병원 회진에 앞서 케이스 브리핑을 하듯 코치 8명이 모여 각자 담당하는 회원들의 케이스를 공유하는 것이다. 모든 회의에는 슈퍼바이저(supervisor)가 참석한다. 가령, 한 코치가 “내 회원이 화를 냈어”라고 말하면 감독관은 “회원이 화를 낸 경험이 있는 코치 있어? 그때 어떻게 행동했어?”라고 물으며 모임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코치들이 나누는 여러 케이스 중 행동과학 이론에 비춰 적절하게 대처한 경우는 칭찬해주고 “너도 똑같이 화내지 그랬어”란 식의 부적절한 답변은 바로잡아준다. 단, 어떤 식의 접근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되 절대 정답을 먼저 말해주지는 않는다. 코치들끼리 스스로 찾아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듯 매주 반복되는 회의에서 코치들은 모범 케이스를 학습하고, 감독관은 이를 눔의 코칭 프로토콜에 반영한다.

이 같은 집회의 원리는 코치들이 눔 사용자들의 그룹을 운영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령, 한 사용자 그룹에서 “다이어트 콜라를 먹어도 될까”라는 질문이 올라왔을 때, 코치는 적절한 답변을 알고 있더라도 절대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용자 중에 비슷한 고민을 하거나 의견 있으신 분 있나요?”라고 묻고, 사용자들의 답변을 토대로 칭찬을 해주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가며 그룹이 스스로 정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준다. 이처럼 코치들을 상대로 한 제대로 된 지도(supervision)는 모범 케이스 발굴과 프로토콜 정립,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경험의 개선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전 세계 1100명의 코치는 이런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트라이브 리더-커뮤니티 리더-킹덤 리더-코칭 매니지먼트’ 등급으로 나뉜다. 코칭 매니지먼트 집단이 가장 숙련된 코치들로 구성돼 있으며 전 세계에 약 89명이 있다. 이들이 주로 슈퍼바이저로서 ‘코치들의 코치’가 돼 교육을 담당한다.




엔드 유저에 대한 집착

지난 2년간 눔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정체됐던 매출이 2016년 이후 퀀텀점프한 것. 정세주 대표는 “월 매출이 지난 2년간 100배 뛰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2014∼2016년이 정체기였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인간 코치를 채용해 교육하고, 코칭 플랫폼을 개발하고, 심리 콘텐츠와 푸드 DB를 구축하는 데 계속 투자했다. 이렇게 투자 기간을 충분히 가진 덕분에 2016년 5월 알파 버전을 론칭한 뒤로는 오로지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눔은 2016년 5월 이전까지 부서별, 팀별, 직군별로 각양각색이었던 성과 측정 지표를 ‘주간, 유료 구매, 실사용자(Weekly, Paid, Active User)’라는 핵심 지표(OMTM, One Metric That Matters)로 통일했다. 그리고 매출과 비례하는 이 지표를 매일매일 확인하면서 수치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전사적인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의 결과, 눔은 매주 5% 성장을 52주 연속 이어갔고 2016년 말 대비 2017년 말 12배 성장, 2017년 말 대비 2018년 10배 성장이라는 비약적인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이런 성장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사용자 경험 개선에만 몰두하는 ‘B2C 중심 접근’이 있었다. 사실 눔 말고도 미국에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많지만 실제 사용자를 직접 공략하는 회사는 드물었다. 주로 정부 보건사업에 참여하거나 보험사, 제약사 등 대형사를 상대로 서비스를 판매하는 B2G 또는 B2B 모델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시장에서 맨땅에 부딪히면서 사용자 선택을 받기 위해 단련된 경험이 부족했다. 이에 반해 눔은 무조건 앱을 쓰는 실사용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제품을 구상했다. “우리는 사용자만 봤다. 개인이 제품이 불편하다고 느끼거나 재미없어서 안 쓰는 순간 문 닫고 집에 가야 한다는 각오로 생존에 사활을 걸었다. 수없이 많은 A/B 테스트를 반복한 것도 서비스 질에서 뒤처지고 외면받으면 죽는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기업은 여러 사용자 중 하나일 뿐이다.” 정 대표의 말이다.


1. 주 250회의 테스트, 회당 1만8000명의 데이터


코치: 왜 살을 빼려고 하나요?
나: 예뻐지기 위해서요.
코치: 왜 예뻐지려고 하나요?
나: 아이를 출산했는데 내가 보는 내 모습이 싫어요.
코치: 왜 나아지고 싶나요?
나: 남편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나를 다시 찾고 싶어요.


눔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왜 살을 빼려고 하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대꾸하기 귀찮을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왜’의 행렬은 가입자의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양파를 까면 깔수록 새로운 속살이 나오듯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느덧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놓게 된다. 질문 하나가 출산 후 주부의 위태로운 자존감을 들춰내기도 하고, ‘아이와 오래도록 함께하기 위해서 살을 뺀다’는 중년 남성의 답변에서는 부성애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꼬치꼬치 속내를 캐묻는 접근은 눔이 심리학 인지행동치료(CBT)의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을 적용한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앱을 사용하기도 전에 사적인 질문을 퍼부으면 잠재 고객들이 다 지쳐 떨어져 나갈 것으로 예측하기 쉽다. 실제로 눔의 초기 화면을 보고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해놨나. 가입하려던 사람도 떠나겠다”고 만류하는 외부 마케팅 전문가들도 많았다. 그러나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달랐다. 초기 화면에서 이런 상세한 온라인 설문을 한 그룹과 안 한 그룹을 나눠 A/B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질문을 한 그룹의 서비스 구매가 오히려 높게 나타난 것. 이후 이 문답법을 가입 단계부터 적용하자 광고로 유입된 사용자들의 구매 전환율이 높아졌다. 테스트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가 마케팅 상식과 경험에 의한 가설을 이긴 것이다.

정 대표는 “눔에서는 아무도 ‘직감(Gut Feeling)’이나 대단한 기획력을 믿지 않는다.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거나 경영진이 지시해도 테스트 결과 없이는 결정하지 않는다. 대표인 내 말도 안 먹힌다는 얘기다. 가능한 모든 가설을 실험한 뒤, 오직 데이터만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마케팅도 엔지니어가 한다”고 강조했다.

실험을 거쳐 서비스를 개선한 다른 사례로는 ‘하이파이브’ 메시지 기능이 있다. 이는 현장의 코치들이 사용자들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낸 아이디어였다. 사용자가 한동안 활동이 뜸하다가 오랜만에 앱에 들어왔을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곧바로 “코치님이 ○○○ 회원님께 하이파이브를 했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는 것이다. 눔은 이 메시지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하이파이브를 보낸 그룹과 보내지 않은 그룹을 나눠 A/B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하이파이브를 한 그룹에서 사용자의 재방문 및 유지율, 활동률이 모두 올라갔다. 코치가 실용적이거나 특별한 조언을 건네지 않더라도 ‘날 지켜봐 주고 있구나’란 생각만으로 사용자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다는 결과였다.

또 최근 한국에서는 코치들이 개인 맞춤형 목표를 설정해주는 1대1 상담과 그룹을 운영하는 그룹장 역할을 병행하는 게 업무 부담이 크다고 지적함에 따라 두 역할을 분리하면 어떨지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됐다. 이렇게 상담 코치와 그룹 코치를 분리한 결과 피드백 속도가 빨라지고 사용자와 코치 모두의 만족도가 높아져 아이디어는 곧바로 채택됐다.

이처럼 눔의 직원들은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수시로 ‘이런 기능이 추가됐으면 좋겠다’고 협업 툴인 슬랙(slack)에 올린다. 사용자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코치는 물론 경영진이나 엔지니어라도 예외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가설들의 점수를 매긴 뒤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테스트를 수행한다. 이 가설들은 ‘ICE’, 즉 ‘Impact(얼마나 영향이 큰지)’ ‘Confidence(얼마나 성공 확률이 높은지)’ ‘Ease(얼마나 구현이 쉬운지)’의 세 가지 지표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가령, 성공할 경우 매출이 최대 10% 오를 수 있는 가설과 최대 2% 오를 수 있는 가설이 있다면 전자의 임팩트(Impact) 점수가 더 높다. 또 비슷한 레퍼런스가 많다거나, 과거 비슷한 실험을 해봤는데 성공했다거나, 다른 회사에서 했는데 잘된 적이 있다면 ‘Confidence’ 점수가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기술력이나 경제성을 고려해 구현이 쉬운 경우 ‘Ease’에서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렇게 가설이 정해지면 임의로 그룹을 나눠 A/B 테스트를 진행한다. 실험군이 9000명, 대조군이 9000명으로 총 1만8000명의 데이터가 분석 대상이 된다. 이렇게 총 1만8000명을 동원하는 실험이 전사적으로 매주 250건씩 돌아간다. 매주 새로운 가설을 기반으로 실험을 만들고(build), 측정하고(measure), 배우는(learn) 과정의 무한 반복이다. 정 대표는 “이렇게 수도 없이 많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도 92% 이상의 경우 결과가 기존 서비스보다 별로다. 나머지 8%도 정말 기차게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기껏해야 3%만 효과가 있을까 말까다.” 그러나 92% 이상을 실패하더라도 실패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경험이 다음번 가설들에 대한 ICE 점수를 매길 때 ‘Confidence’와 ‘Ease’의 정확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실패를 기록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이 결국은 다 회사의 자산이 된다.



단, 실험의 전 과정은 익명으로 진행되며 아이디어 제안자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우리는 스타 직원, 즉 ‘디바(diva)’를 안 만든다. ‘이 아이디어 누가 냈어?’라고 묻지 않는다.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가설을 실험할 때도 제안자 이름은 가린다. 특정 직원이 한두 번은 성공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이게 문화가 되면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두 번 잘한 사람이 자만에 빠지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게 될 수 있고, 이름을 못 올린 사람이 자책하거나 의욕을 잃을 수 있다.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개인이 아니라 팀에게 보너스를 준다.” 정 대표의 말이다.


2. 기업 고객 입맛에 맞춘 ‘주문형 생산’ 거부
B2C 시장에 집중하는 접근은 역설적으로 B2B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B2C 시장이 현지 사용자의 입맛과 습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채널, 소통 채널,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채널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눔이 B2C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보험사, 제약사 등 기업들이 먼저 관심을 보이고 연락을 취해왔다. 실사용자에게 선택을 받자 마케팅 효과가 일면서 B2B 사업모델로 자연스럽게 저변이 확대된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의 애자일한 제품 출시와 숱한 실험을 통한 서비스 개선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보니 눔에 협업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눔은 닥치는 대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매우 선별적으로 접근했다. 아무리 대형 계약이더라도 수주 조건으로 앱의 UX/UI나 코칭 프로토콜을 변경하라고 요구한다든지 예산을 후려치려 하면 단칼에 거부했다. 눔은 돈만 주면 입맛에 맞는 앱을 주문형으로 만들어주는 제작 대행업체가 아니었다. 기업에 끌려다니면 공급자 위주로 생각하게 돼 사용자 편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염려가 있었다. 이에 B2C 시장에서 단련되면서 사용자 중심으로 개발해 놓은 서비스를 그대로 갖다 쓰겠다는 기업 고객에만 서비스를 공급했다.

올 초 미국 최대 약국 체인인 CVS가 공개경쟁입찰(RFP)을 진행할 때도 예외는 없었다. CVS는 미국인의 60%가 방문하고 90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약국 체인이다. 그런 기업이 고객들에게 체중 감량 및 당뇨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줄 만한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를 찾고 있었고, 수십억 가치의 사업 기회였다. 입찰 경쟁에 뛰어든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눔은 자사 서비스가 ‘어떻게 CVS 비전과 일치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입찰제안서를 써 내려갔다. 그러나 ‘CVS에 어떤 맞춤식 기능을 제공할 것인지 설명하라’는 문항에는 한 문장밖에 쓸 수 없었다. “눔은 CVS를 위해 어떤 기능도 맞춤식으로 변형(customize)할 계획이 없지만 당사가 원하는 아이디어를 함께 테스트하고 더 나은 사용자경험(UX)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는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종 입찰 경합에서 CVS 측은 눔의 제안서를 문제 삼았다. 회사의 구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열의를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정 대표의 원칙은 확고했다. 그는 발표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눔이 10년 가까이 무수한 테스트를 거쳐 작성한 ICE 리스트를 보여줬다. 그리고는 정중히 “우리는 진심으로, 매일 1%라도 더 나은 사용자 중심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년 동안 700억 원을 투자해 매일같이 가설을 실험했다. CVS가 원하는 게 당뇨 환자를 잘 관리해주는 서비스라면 그건 눔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또 CVS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얼마든지 함께 검증해 발전시키겠다. 그러나 단지 몇십억 계약 때문에 CVS가 요구하는 대로 서비스를 바꾸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용자 중심 서비스에 대한 확신과 숱한 테스트가 만들어낸 자신감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눔은 입찰을 따냈다.

이처럼 B2C 시장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아 최고의 서비스로 인정받은 뒤, 이를 기초로 정부나 보험사, 제약사 등 B2B 고객들과 파트너십을 넓혀가는 게 눔이 지향하는 방식이다. 미국 정부의 질병관리예방본부(CDC) 당뇨 예방 사업을 수주해 미국 당뇨 인구를 위한 원격 상담을 제공하고 보험수가를 적용받게 된 것도 이런 시장에서의 경험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세쿼이아캐피털이 최근 눔에 투자한 이유 중 하나도 B2B 사업은 선별적으로 하고 공급자보다 실제 사용자에 집중하는 접근을 좋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엔드 유저를 중심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런 눔의 철학과 서비스를 존중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B2B 사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법인만 해도 2017년 이후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 주요 보험사들과 손을 잡았다. 이제는 보험사들도 고객의 건강을 미리미리 관리해주면서 질병을 예방하고 고객과의 윈윈을 도모하려 하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앱을 보험 가입자에게 저가로, 혹은 무상으로 제공하는 추세다. 김영인 대표는 “정부나 병원, 보험사 등이 고객에게 디지털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나눠주고 질병의 예방과 평생 관리를 강조하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라며 “한국과 일본에서도 2∼3년 전부터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소비 시장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은 눔에 이런 기회들이 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DBR mini box III : 눔의 성공요인:
“건강관리 제대로 받고 싶다” 고객 니즈 정확히 읽어


니치마켓 선점

눔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은 전통적인 레드오션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기회를 탐색하고 전략적 방향을 잘 수립한 것이다. 눔은 구조가 복잡하고 이해관계자가 많아 복마전 같은 미국 헬스케어시장에서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비만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들이 기존 의료보험으로 잘 커버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을 찾아냈다. 또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디지털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나눠주고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려 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예상하고 이 틈새시장에서 혁신의 기회를 찾았다. 나아가 병을 얻으면 치료하는 사후약방문에 그치지 않고 식단이나 운동 같은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법을 헬스케어 플랫폼을 통해 제공했다. 헬스케어라는 전통적인 포화시장에서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있던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니치마켓을 공략해 진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니치마켓이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가지려면 1) 소비자들의 독특한 니즈 2) 프리미엄 가격 지불 의사 3 )이익 창출을 위한 충분한 시장 규모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눔의 시장 타깃은 이러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린스타트업 방식의 서비스 개선

둘째, 시장 진입은 성공했지만 매출이 정체되고 구매자와 이용자가 더 이상 늘지 않을 때 눔은 ‘린스타트업’ 방식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고객 니즈를 충족시켰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가 에릭 리스(Eric Ries)가 개발한 ‘린스타트업’ 방식은 [그림 1]처럼 ‘만들기-측정-학습’의 피드백 순환을 기초로 한다.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설을 수립해 신속히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 반응을 측정하고, 측정 결과를 학습해 곧바로 반영한다. 첫 번째 ‘문제솔루션 적합성 검증’ 단계에서는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검증하고, 두 번째 ‘제품 적합성 검증’ 단계에서는 최소 요건 제품의 제품 적합성 및 기능을 확정하고, 세 번째 ‘시장 규모 확장 가능성 검증’ 단계에서 수익모델의 실현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제품 출시에 따른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보다 완전한 제품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눔은 린스타트업 방식을 취하고, 사람이 코칭 서비스에 개입하면 사용자 동기 부여에 효과가 있을지를 1단계:
e메일 상담 - 2단계: 그룹 운영 - 3단계: 사람 코치의 과정을 통해 빠르게 확인했다. 그리고 기존 AI 기반 앱에 사람 코치를 붙여 인적 서비스를 강화하고 저가형 유료 모델에서 프리미엄 가격 모델로 방향을 바꿨다.


프리미엄 가격 결정

셋째, 눔은 서비스 초기에는 시장 침투를 위해 일반적인 온라인 서비스 모델과 유사한 월 10달러의 가격 설정 전략을 유지하다가 1대1의 사람 코치라는 새로운 서비스 부가와 함께 ‘프리미엄 가격 결정’ 전략을 구현했다.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고 ‘스마트인박스’와 같은 기술 기반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코칭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 그 결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에 대한 저항감이 낮아졌고,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는 회원 1인당 관리 비용이 절감됐다. 또 실제 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치들도 AI 데이터 분석의 도움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품질의 공감성을 제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Parasuraman et al., 1988). 특히 눔이 다른 앱 기반 서비스와 차별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남다른 코치 채용 및 교육 시스템이 있었다. 무엇보다 고객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치들을 채용할 때 헬스케어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코칭방법론과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커뮤니케이션 역량의 우수성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 이들을 교육할 때도 단순 직무역량 제고뿐 아니라 사례 기반(case-sensitive)의 대응적 훈련을 강조했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성공 사례와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의 케이스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코칭 사례의 지식기반화’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네트워크 외부성의 가치

마지막으로, 눔은 앱 기반 플랫폼 서비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망외부성(network externality) 확보를 통해 임계점(critical mass)을 넘었다. 특히 이용자들이 눔이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즉 본원적 서비스에 해당하는 건강관리 기록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일정한 비용을 환급해주는 형태로 고객 참여를 독려했다. 동시에 고객 참여에 대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소속감(belongingness)을 높이는 형태로 고객을 가둬두는(lock-in) 전략을 구사했다(Metcalfe, 2007). 이더넷을 만든 멧캘프 박사가 제안하고 네트워크 효과의 근간이 되고 있는 멧캘프의 법칙에 따르면 [그림 2]처럼 전화기 수가 2에서 5, 5에서 12로 늘어날 때, 접속의 경우의 수는 1에서 10, 10에서 66까지 늘어난다. 이를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입해보자. 플랫폼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일 때 그 경우의 수와 효용가치는 얼마가 될까? 서비스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가가치의 크기는 엄청날 것이다. 앱(웹)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는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혁신적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신규 가입자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눔은 잠시 정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의 정교한 코칭, 상호작용성이 높은 인적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추가 가입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제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해 서비스 다각화를 추진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눔이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AI와의 접목(match-making) 역량 제고와 함께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연결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필자소개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jichoi@soongsil.ac.kr
최정일 교수는 미국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프랑스 INSEAD에서 초빙 연구원과 미국 보스턴 소재 Merrimack대에서 경영학부 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ICT 기반의 서비스 혁신 및 서비스 디자인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 등이며 현재 한국IT서비스학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79호 채용 혁신 2019년 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