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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t down, Value up

비용절감 압박 직면한 두 요양병원. 인건비 손 안 대고 8억 아낀 비결은

이상화 | 225호 (2017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방 중소도시 두 곳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의료재단은 2014년부터 요양병원 환자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이른바 ‘존엄케어’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비용 상승의 압박에 직면했다. A의료재단은 비용 상승의 압박을 환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16년 말부터 비용혁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운영 중인 두 개 병원의 구매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각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하는 등의 운영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도 8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데 성공했다.



편집자주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비용절감’ 카드를 꺼내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이나 전략 없이 추진하다가는 오히려 기업의 핵심 가치를 훼손시키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 비용 절감입니다. 다양한 컨설팅 경험 등을 바탕으로 이상화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가 성공적인 비용절감을 위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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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요양병원들이 넘쳐나고 있다. 2002년 말 50여 개에 불과하던 전국의 요양병원 수가 매년 몇백 개씩 증가하더니 2017년에는 1400여 개를 넘어섰다.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됨에 따라 치매 등 노인성 만성질환을 앓은 환자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추세일 수도 있다. 더욱이 요양병원은 설립에 있어 진입장벽도 다른 병원에 비해 낮은 편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시설이나 의료인력 투자로 설립이 가능하다. 당분간 요양병원의 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가운데 요양병원 간 생존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행위별수가제(진료할 때마다 진찰료, 검사료, 처치료, 입원료, 약값 등에 따로 가격을 매긴 뒤 합산해 진료비를 산정하는 제도)가 적용되는 일반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포괄수가제(진료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만을 부담하는 제도)에 따라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나 양과 상관이 없이 공단으로부터 받는 환자당 수가가 정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자연스레 환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보다는 어떻게 하면 환자당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간병 인력 한 명당 수십 명의 입원환자를 돌보게 한다거나, 환자들에게 터무니없이 싼 약을 사용한다거나, 부실한 식사를 제공하다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간혹 흔치 않게 요양병원 가운데 환자를 신체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거나 환자의 욕창 발생 또는 낙상사고 발생을 방지하고 병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등 환자에 대한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병원들도 있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부 수도권 요양병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요양병원들의 경우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섣불리 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이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들이 추가로 비용을 지출한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에 있는 A의료재단의 경우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A의료재단은 2017년 현재 지방의 중소도시 두 곳에서 각각 300병상 및 25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중견 의료재단이다. 이 재단은 거동이 불편한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도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고, 2014년부터 소위 ‘존엄케어’ 의료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지속적인 비용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환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 간병을 위해 기존 간호인력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업무를 담당해야 했고 이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병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환자복, 기저귀, 침대시트 등의 사용량과 세탁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의료소모품 구입비와 세탁비가 증가했다. A의료재단은 현실적으로 공단에 추가 비용 청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존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소요되는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말 자체적인 비용혁신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기대지 않고 자체적인 돌파구를 찾기로 한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지 경영진이 비용 절감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하면 조직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조직 구성원들의 반발은 때로는 밖으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드러나지 않는 채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조직 내부 구성원들은 먼저 자신들의 조직이 비용 절감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비록 조직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더라도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지거나 혹은 나에게 기존에 주어졌던 혜택이 줄어드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또한 많은 경우 조직 구성원들은 비용절감운동이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비용절감운동의 경우 시작도 해보기 전에 조직 내에서 이미 실패가 예견되기도 한다.

A의료재단은 이러한 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용혁신운동 추진 전에 다음과 같이 비용혁신운동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단순히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 비용 혁신을 추구한다. 둘째, 비용 절감의 목적은 환자에 대한 존엄케어 서비스 제공에 소요되는 추가적인 비용에 대한 재원 마련이므로, 직원들의 노력을 통해 절감되는 금액을 모두 환자 서비스의 질 향상과 직원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셋째, 인력을 줄이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방식의 비용 절감은 추진하지 않는다. 최고경영진은 이러한 비용 혁신 원칙들을 전체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중간관리자들을 통해서도 동일한 메시지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요양병원의 경우 그 특성상 전체 비용의 약 3분의 2가 급여, 각종 수당, 복리후생비 명목의 인건비에서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비용 혁신의 검토 대상이 되는 절대금액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A재단은 본격적인 비용혁신운동 추진에 앞서 운영 중인 두 병원에서 구매가 이뤄지는 각종 물품에 대해 개별 품목 단위로 상세하게 단가와 구매량 자료를 정리하고, 각 부서 단위별로 의약품, 의료소모품, 일반소모품 등 각종 비용항목에 대한 실제 사용량을 측정했다. 또한 동일한 물품에 대해 두 병원에서 다른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던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통일하는 등 두 병원 간 구매 및 사용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했다. 다음으로 두 병원의 구매업무뿐만 아니라 업무 전반에 걸쳐 현재 프로세스(as-is process)를 파악 및 정리하고, 서로의 차이점을 비교해가면서 각자의 장점만을 취하는 방식으로 바람직한 향후 프로세스(to-be process)를 재설계했다.

A재단은 이렇듯 두 업무처리 방식이 다르고 각종 구매내역 자료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정확한 구매현황 파악이 쉽지 않았던 두 개 병원의 구매 데이터베이스를 정비했다. 또 구매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표준화해 구매비용 및 사용량 절감을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 일단 의약품, 의료소모품, 일반소모품 및 식자재 등 주요 구매비용 항목뿐만 아니라 전기료, 세탁비, 청소비 등 기타비용 항목을 망라해 병원별로 구매업체별 품목, 단가, 구매량, 구매조건 등을 파악했다. 또 병동별, 진료과목별, 간병사별 환자당 구매비 및 사용량을 계산한 후에 이를 토대로 두 병원 간 몇 가지 핵심 운영지표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구매비용이나 사용량의 절감 가능성 및 절감의 크기를 추산했다. 예를 들어 두 병원은 모두 같은 업체로부터 각종 식자재를 공급받고 있었음에도 동일한 업체에 대해 다른 대금지급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두 병원은 매끼 식단을 별도로 짜고 있었는데 끼니당 평균 식사 단가를 계산해 보니 한 병원이 다른 한쪽에 비해 지속적으로 높았다. 환자 일인당 매끼 쌀과 김치의 조리량에 있어서도 두 병원 간 평균 30% 정도의 차이를 보였는데, 이러한 차이는 고스란히 잔반량의 차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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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화

    이상화sangwha@handong.edu

    -(현)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맥킨지앤컴퍼니 서울사무소 팀장 및 런던사무소 컨설턴트
    -국민은행 마케팅·영업추진부 부장
    -베인앤드컴퍼니 서울사무소 이사
    -푸르덴셜투자증권 인사담당 상무
    -경영컨설팅 기업 ㈜ 이언스트래터지(EON Strategy In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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