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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모바일 SoC 시장 실패 원인

최고의 자원 가진 럭셔리 인텔 ‘효율+저렴’ 모바일 생태계 몰랐다

장재웅,김한얼 |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이크로프로세서 하면 ‘인텔’을 떠올리지만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는 예외다. 모바일용 AP(Application Process) 시장에서 ARM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인텔은 올해 여름 모바일 SoC 사업 철수를 선언한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 최고의 기술력과 물적·인적 자원을 보유한 인텔이 왜 AP시장에서는 실패했을까. 기술혁신 기업 인텔의 실패 요인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Fail to face the facts
-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의 핵심은 전력 효율성과 싼 가격이었지만 인텔은 기존의 고성능 프로세서에 집중
2) Fail to do right innovation
- 제품의 성능 혁신보다 중요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
3) Fail to innovate right
- 혁신을 위한 적절한 자원 배분과 평가 시스템 구축 실패


인텔은 지난 4월 스마트폰용 모뎀과 프로세서를 통합한 칩(SoC·System on Chip) 개발을 포기했다. 그동안 고전해오던 아톰(Atom) 시리즈를 종료함으로써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용 SoC 시장에서 철수 의사를 밝힌 것. 폐지 예정인 아톰 칩으로는 소피아(SoFIA), 브록스톤(Broxton) 체리트레일(Cherry Trail) 등이 꼽힌다. 이로써 2004년부터 지금까지 약 200억 달러를 쏟아부은 인텔의 모바일 SoC 시장에 대한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인텔은 1980년대 후반 당시 적자로 돌아선 메모리 사업 대신 프로세서 기업으로의 일대전환을 시도하며 오늘날까지 마이크로프로세서 부문 선두 기업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짝을 이뤄 ‘윈텔(윈도우+인텔)’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PC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시장은 인텔의 예상보다 빠르게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됐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의 중심도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갔다. 구글과 삼성전자의 연대를 뜻하는 ‘삼드로이드’가 시장 지배자로 등극하면서 인텔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이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PC의 지배력을 모바일로 옮기기 위해서 무어스필드 기반의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ID) 같은 폼팩터(Form Factor)를 업계에 제한하기도 했지만 PC와 완전히 다른 성격의 모바일 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인텔의 제품 로드맵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던 모바일 시장의 예측 실패로 인텔은 모바일 시장의 주도권을 잃고 만다.

CPU 산업을 주도해왔고, 최고의 인적, 기술적 자원을 보유해왔으며, 미래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인텔이 경험한 모바일 시장에서의 참패는 왜 일어났을까? 혁신을 위한 대담한 노력이 왜 기대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인텔의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 도전사

1968년 인티그레이티드 일렉트로닉스(Integrated Electronics)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인텔은 마더보더 칩셋, 그래픽 칩, 플래시 메모리 등 PC 주요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였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회사였던 인텔은 1990년대, 부품업체로서는 최초로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자사의 부품을 사용했다는 마크를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1993년 생산된 펜티엄 프로세서는 최고의 성능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석권했고 이후 PC용 프로세서 분야 1위 기업의 위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PC 시장에서의 선전이 모바일 시대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 스마트폰과 태플릿 PC의 성장세에 맞는 발 빠른 대응에 실패한 것. PC와 완전히 다른 성격의 모바일 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인텔의 제품 로드맵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던 모바일 시장의 트렌드 예측 실패로 인텔은 모바일 시장의 경쟁력을 잃고 만다.

모바일 프로세서의 핵심은 ‘AP(Application Processor)’라고 불리는 손톱만 한 크기의 칩이다. 사실상 CPU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이 칩 안에는 D램, GPU, 플래시메모리 등이 통합돼 있다. 이전에는 이런 부품들이 보드 형태로 AP 밖에 외장형으로 분리한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AP 안에 통합하는 것이 추세다.

인텔은 스마트폰 시장 초기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던 무선 랜과 와이맥스 이동통신 기술에 2010년 인피니온으로부터 3G 무선 사업부를 인수합병한 뒤 통신시장에 필요한 3G 모뎀과 LTE 모뎀을 차례로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후 인텔은 프로세서와 통신 모뎀을 한 칩에 통합한 아톰 SoC를 내놓기 위한 코드명 소피아(SoFIA·Smart or Feature phone with Intel Architecture)를 공개했고, 2015년부터 저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아톰 프로세서와 모뎀 칩을 각각 따로 넣은 스마트폰을 선보이긴 했으나 통합칩을 내놓는 것은 성능의 문제를 떠나 제조 단가를 낮춰야 하는 단말 제조사들에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실제로 인텔 쿼드코어 아톰 SoC를 탑재한 에이수스 젠폰2가 200달러 안팎에 나온 것은 고성능 중저가 시장에 적지 않은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스 혁신 방식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인텔의 혁신 실패를 견인한 문제들

인텔은 PC 계열 프로세서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그들은 꽤 오랜 기간 자신들의 방식에 도취됐다. 그렇다고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성장을 인텔이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의 특성 파악을 게을리했다는 점은 사실이다.

인텔은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을 고집했다. PC에서 주로 사용되는 x86 기반 프로세서를 모바일 기기에까지 확대 적용하려 한 것이다. x86은 성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PC 기반으로 발전을 했기 때문에 전력 효율이 좋지 못하고 발열이 심했다. 가격 또한 비쌌다. 때문에 2008년 LG전자가 스마트폰인 GW990에 x86 기반 ‘무어스타운’을 탑재하려고 시도했다가 전력 소모 문제로 출시를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텔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x86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12년 ‘메드필드’라는 이름의 새로운 프로세서 시리즈를 선보이는데 이때도 동일한 x86 방식을 사용했다. 여기에 임베디드1 와 동일한 방식의 SoC로 제조하면서 전력 소모 문제를 개선했다. 당시 이 메드필드 시리즈는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메드필드 시리즈 첫 양산제품인 Z2460은 싱글코어 프로세서임에도 경쟁사의 듀어코어나 쿼드코어보다 성능이나 연산능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x86의 강력한 성능과 더불어 인텔이 i시리즈에 사용하는 터보 부스트(프로세서를 효율적으로 오버 클럭시켜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와 하이퍼스레딩(코어 개수를 가상으로 늘려 효율적인 연산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탕이 됐다. 게다가 배터리 지속시간도 경쟁 제품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스마트폰 제조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인텔은 지속적으로 x86 계열의 AP를 양산한다. 최근까지 인텔은 아톰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모바일 SoC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퀄컴의 강력한 지원을 받거나 자사 칩이 있는 삼성, LG, 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외면을 받으면서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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