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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Case Study: 미쓰비시와 일본식 지배구조

탄탄한 조직력의 대명사 미쓰비시 ‘그룹 핵심’ 자동차, 지원 포기한 까닭은?

이우광 | 209호 (2016년 9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조작 사건이 발표된 지 불과 2주 만에 닛산은 2373억 엔을 투입해 이 회사의 주식 34%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집단 미쓰비시그룹 소속이다. 그간의 위기 상황 때마다미쓰비시 브랜드를 수호한다는 비전으로 아낌없이 지원했던 그룹 내 주요 기업들이 타사에 형제 기업이 넘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기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일본 재계의 환경 변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즉 일본의 보수적인 기업집단 내에서도조직의 논리보다 산업구조 변화, 즉 글로벌화에 입각해경제의 논리를 중시하는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이다.

 

미쓰비시자동차가 일본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연비시험데이터에 부정으로 기재한 정보가 있었다는 사실이 2016 420일 드러났다. ‘ek 왜건 4종의 경자동차에 대해 실제 연비보다 최대 15% 정도 높은 수준의 데이터가 허위로 기재됐다는 것이다. 미쓰비시자동차가 닛산자동차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는 경자동차디즈등을 합하면 62만 대에 달하는 규모라 한다. 이번에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와 관련해 저지른 부정은 정부가 규정하는 법령과 다른 측정 방식을 사용해 데이터를 책상 위에서 계산한 결과다. 이번 사건은 미쓰비시그룹, 나아가서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신뢰에 큰 손상을 입혔다.

 

미쓰비시자동차의 부정사건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에는 리콜 은폐사건, 2004년에는 미쓰비시후소자동차의 타이어허브 불량 은폐 등이 발각돼 경영위기에 빠진 경험이 있다. 큰 부정사건이 발생한 것만 이번이 3번째다. 미쓰비시자동차는 과거 부정사건 발생을 계기로 2004 7, ‘기업윤리위원회를 설치했고 부정 재발 방지 및 법령 준수(compliance)를 위해 12년간이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2016 6, 위원회 해산 직전에 부정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형식적인 위원회 설치만으로는 부정을 미연에 방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혀 온 미쓰비시그룹에서 왜 이런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을까. 일본인들은 그룹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연이어 세 번이나 발생한 부정

 

사실 일본 내 자동차 기업 가운데 미쓰비시자동차의 규모가 대단히 큰 편은 아니다. 2015년 매출 22678억 엔, 영업이익 1384억 엔, 판매대수 107만 대로 도요타(1015만 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쓰비시자동차는 1970년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분리 독립했다. 일본 최대 기업그룹인 미쓰비시그룹에서는 유일하게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다. 미쓰비시그룹 주요 29개사에 포함돼 회사명에미쓰비시를 달고 있고 로고 역시 3개의 다이아몬드가 겹쳐진 모양의쓰리 다이아몬드를 쓰고 있다. 또 미쓰비시그룹의 3대 핵심 기업이 대주주다. 지주 비율은 미쓰비시중공업이 20%, 미쓰비시상사가 10%,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이 4% 정도다. 이 때문에 3사는 과거 두 차례의 부정사건 이후 미쓰비시자동차 문제에 대해 항상 협의를 해왔으며 미쓰비시자동차를 부활시키는 데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3번이나 부정사건이 발각되자 미쓰비시그룹 내에서도이젠 어쩔 수 없다라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그러자 닛산자동차가 발 빠르게 미쓰비시자동차 주식 34%를 인수한다고 나섰다. 지금까지의 미쓰비시그룹의 결속력을 감안하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미쓰비시그룹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미쓰비시그룹을 상징하는쓰리다이아몬드의 명예를 지키는 것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의 상징인 쓰리다이아몬드가 달린 미쓰비시자동차를 닛산에 넘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미쓰비시그룹의 결속력에 이변이 생긴 것은 아닐까? 게다가 일본의 기업집단 구조가 변모하는 것은 아닌가? 미쓰비시그룹 기업이 연 매출 58조 엔을 넘는 일본 최대의 기업그룹이기에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미쓰비시자동차 부정사건은 미쓰비시그룹 기업들의 내막과 그룹의 결속력, 일본 기업집단의 변모 등을 살펴보기에 적합한 소재가 될 만하다.

 

 

전체 기업의 20%를 차지하는미쓰비시 경제권

 

일본의 <주간다이아몬드>() 2016 130일자에는미쓰이, 스미토모를 능가하는 재벌력, 미쓰비시 최강전설이라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그리고 34일자 <주간포스트>에는미쓰비시자동차 경영위기, 미쓰비시그룹의 저력을 내외에 과시하다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렇다 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기사는 아니었다. 그저 미쓰비시그룹의 실력과 강력한 결속력을 다시 한번 과시하는 내용이었다. 워낙 일본을 대표하는 최강 기업집단이기에 미쓰비시그룹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이처럼 지대한 편이다. 그런데도 이런 기사가 나온 지 불과 한 달 남짓한 420, 미쓰비시자동차의 부정 사건이 세상에 드러났고 이번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미쓰비시그룹은 1870년 이와사키 야타로(岩崎弥太)가 창업했다. 초기에는 조선·해운·은행 등의 사업으로 부흥한 재벌이었으며 주로 관업(官業)으로 부흥했다. 1930년대, 4대 총수인 이와사키 고야타가 만든 ‘3강령’, , ‘소기봉공, 처사광명, 입업무역(所期奉公, 處事光明, 立業貿易)’을 기업이념으로 삼고 일본의 최대 기업그룹으로 성장했다. 3강령은미쓰비시의 DNA’라고 불린다.

 

미쓰이, 스미토모와 함께 일본의 3대 재벌이지만 역사는 가장 짧다. 하지만 규모는 가장 크다.

 

미쓰비시그룹이 일본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살펴보자. 미쓰비시그룹에 속하는 기업은 600개 이상이다. 일본 주간지 <주간다이아몬드>가 신용조사업체인 도쿄상공리서치와 협력해 일본 최초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쓰비시그룹기업의 매출액 합계는 약 58조 엔이지만(유가증권보고서상 미쓰비시그룹 기업의 매출합계), 미쓰비시그룹 기업과 거래가 있는 일본 국내 기업(구매 선 기업, 판매 선 기업, 출자 선 기업)의 매출액 총액, 미쓰비시 경제권이라 할 수 있는 그룹기업의 시장규모는 280조 엔, 이와 관련된 종업원 수는 450만 명에 이른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일본 국내 기업의 총 매출액 1335조 엔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처럼 미쓰비시그룹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결속력이 단단한 데에는 미쓰비시그룹만의 독특한 장치가 있다. 바로 일종의 사장단 회의라 할 수 있는 금요회의 존재다.

 

최고 의사결정기관금요회가 결속력의 원천

 

규모뿐 아니라사람의 미쓰이, 조직의 미쓰비시라 불릴 정도로 그룹의 결속력 또한 남다르다. 결속력이 단단한 데에는 미쓰비시그룹만의 독특한 장치가 있다. 바로 일종의 사장단 회의라 할 수 있는금요회의 존재다. 미쓰비시그룹 주요 29사의 회장·사장 48명이 매월 2번째 금요일에 만나는 금요회는 미쓰비시그룹을 총 지휘하는 최고의사결정기관이라 할 수 있다. 금요회의 대표는 상사·중공업·은행의 대표가 순번으로 맡는 것이 관례다. 현재 금요회는 미쓰비시상사 고지마(小島順彦)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2016 18일 회의에는 고쿄(皇居· 일왕이 거주하는 왕궁) 앞 미쓰비시상사 본사빌딩 21층에 모여 고작 오찬만 함께하고 연초 행사인 피아노 연주회를 가졌다. 통상적으로는 오찬회, 의사 회의, 강연이 회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좌석 배치는 추첨으로 정하며 회의 시간은 약 1시간30분이다.

 

미쓰비스그룹은 늘금요회는 단순한 친목단체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공식적인 회의 목적은 멤버 기업의 사회적 신용도의 유지 및 향상, 미쓰비시 문화재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멤버 기업 간 친목이라는 것이다. 금요회 측은멤버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거나 그룹 정책 또는 경영전략을 토의, 결정하는 장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금요회를 친목단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룹 각사의 경영에 직접 간섭하는 강제력은 없으나 단순히 친목단체로 보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왜냐하면 다른 그룹의 사장단 회의와는 달리 상설 사무국을 두고 있으며 수십 명의 그룹 내 엘리트 직원들이 이 사무국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요회 전반의 총괄은 금요회 사무국장이 관장한다. 현재는 미쓰비시상사의 이요베(伊與部恒雄) 상무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미쓰비시상사의 인사부장 등을 지낸 그룹의 핵심 인물이며 금요회 대표의오른팔로 통한다. 따라서 회의 시에도 항상 대표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사무국장 밑에는 몇 개의 핵심 조직이 있다. 그중 하나가월요회. 매달 세 번째 월요일에 열리며 각사의 총무부장들이 참석한다. 금요회 결정사항에 대한 검토, 금요회의 자문에 대한 답신 등을 토의하는 곳으로 그룹 각사의 엘리트들이 모인 실무부대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조직은 매달 첫 번째 금요일에 열리는미쓰비시사명상표위원회. 미쓰비시의 상호나 상표의 사용 신청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위원회의 하부조직에는 상표사용에 대해 실무적으로 검토하는미쓰비시상표검토회의가 있으며 각사의 법무·재무·특허 관련 업무 부장들이 출석한다. 이들 위원회의 운영은 미쓰비시라는 사명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지불하는 상납금으로 조달한다.

 

미쓰이, 스미토모에 비해 역사가 짧은 미쓰비시그룹으로서는 쓰리다이아몬드 브랜드 사수가 금요회의 가장 큰 사명이다. 미쓰비시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도산 직전 기업으로부터 미쓰비시라는 이름을 없애기도 하고 불상사가 발생하면 사무국이지도에 들어가기도 한다. 이를 미쓰비시그룹 내에서는불문률적 강제력이라고 표현한다.

 

 

미쓰비시그룹의 서열 구조

 

그럼 미쓰비시그룹 내 어떤 기업들이 금요회 멤버 기업이 되는 것일까? 특이한 것은 금요회가 이중구조라는 점이다. 먼저 금요회에 매번 참석하는 핵심 멤버기업, 즉 유엔을 예로 들자면 안보리상임이사국과 같은 존재가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 3사이다. 여기에 주요 10개 사(미쓰비시지소, 미쓰비시전기, 미쓰비시UFJ신탁은행, 도쿄해상닛토화재보험,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니혼유선, 미쓰비시머터리얼, 미쓰비시화학, 아사히가라스, 기린홀딩스) 6사가 참여하며 이 중 2개사는 매년 바뀐다. 말하자면 비상임이사국이다. 이들 9사의 대표는 12시에 개최하는 금요회 이전에 모여 회의를 한다. 사실상 미쓰비시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의에서 결정이 나면 본회의에서는 반대를 할 수 없으므로 항상 전원일치로 의결된다.

 

이처럼 미쓰비시그룹은 핵심기업 3, 안보리에 참석 가능한 10, 그리고 금요회에 참석만 하는외양(外樣)기업’ 16개 사의 서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요회의 모든 조직은 상의하달로 움직이며, 모든 정보는 사무국을 거쳐 금요회에 모여진다. 이것이조직의 미쓰비시라고 불리는 독특한 장치이다. 이와 같은 미쓰비시그룹의 지휘계통을 보면 금요회가 단순한 친목회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쓰비시그룹은 금요회가 친목단체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는 것일까? 금요회는 1952년 사장간담회로 발족됐다. 고도성장기에 일본은 자본자유화 과정을 거치면서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매수에 대비하기 위해 주식상호보유 등으로 기업집단의 결속력을 다져왔다. 그런데 1990년에 들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급증하자 일본 최대 기업집단의 사장회인 금요회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졌다. 일본형 기업집단·계열기업의 거래관행이 독점금지법에 저촉된다는 시각이었다. 특히 미국의 투자가들로부터의 비판이 집중됐다. 이런 비판에 대비하기 위해 금요회는 1993년 규약을 개정해 친목단체로 변경했다.

 

과거 미쓰비시자동차가 부정사건으로 도산 직전에 몰리자 미쓰비시그룹 내 기업들이 총력전으로 지원에 나선 것처럼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강력한 결속력을 과시해 그룹기업들을 보존하는 것이 금요회의 큰 특징이다. 향후에도 미쓰비시의 브랜드를 지키고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그룹 기업을 지원할 것이라는 것이 외부에서 보는 보편적인 시각이다. 쓰리다이아몬드를 지키는 일이라면 반드시 결속하는 것이 금요회의 큰 역할인 것이다.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금요회, ?

 

그런데 이번에는 왜 금요회가 미쓰비시자동차를 닛산에 넘기는 의사결정을 하고 만 것일까? 사실 닛산이 2373억 엔을 투입해 미쓰비시자동차 주식 34%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날인 512일은 5월 금요회가 개최되는 513일로부터 불과 하루 전의 일이었다.

 

금요회에서 미쓰비시자동차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그 전날 이미 닛산의 인수가 결정돼 버린 것이다. 부정사건이 발표된 지 2주 만의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미쓰비시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금요회가 이번 사태에 대해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사태가 종결돼 버린 것이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낼 수 없었던 금요회의 위상, 나아가서는 미쓰비시그룹의 결속력이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과연 미쓰비시자동차의 마스코(益子修) 회장이 미쓰비시그룹과 전혀 상의도 없이 닛산과의 제휴를 단독으로 결정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연비부정 발표 수일 후 그룹 핵심 3사는 회합을 가졌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우선 미쓰비시자동차의 재무구조가 위험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쓰비시자동차는 닛산과의 제휴를 전격 결정한 것일까?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의 초스피드 의사결정

 

미쓰비시그룹 핵심 기업들의 속내를 파악하기 이전에 먼저 닛산이 초스피드로 미쓰비시자동차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의도가 궁금하다. 이번 제휴로 미쓰비시자동차는 닛산의 산하기업이 됐다. 미쓰비시그룹 기업들이 보유한 것보다 더 많은 주식을 가진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사실 2011년 닛산과 미쓰비시자동차는 경자동차를 공동 개발하는 합병회사를 설립했고 미쓰비시가 생산하는 차량을 2013년부터 두 회사가 함께 판매해왔다. 그렇다 하더라도 연비데이터 부정조작이 발각된 지 겨우 3주가 지난 시점에 전격 제휴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할 만하다. 아직 부정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휴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자동차의 2개 차종과 미쓰비시자동차가 닛산에 공급하는 경자동차 2개 차종, 4개 차종의 연비에 대해 미쓰비시가 최대 15%까지 연비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사실은 닛산이 먼저 문제 제기한 내용이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법령 위반 사안이 발각됐다.

 

 

1991년 이후 연비를 측정할 때 일본의 도로운송차량법에 규정된 방법(惰行法)이 아닌 미국이 채택한 고속타행법을 채용한 것이다. 꽤 오랫동안 위반이 이어진 셈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데이터 조작이 발각된 420일 이후 해당 자동차의 생산·판매를 중지했다. 4월의 경자동차 판매 실적은 55%나 격감했다. 당시로서는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경차 외 다른 차종으로도 의혹이 번졌다. 일본 내 판매가 격감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사실 판매대수의 90%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판매로 이뤄진다. 따라서 국내 의존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모국에서의 부정사건이 해외에서의 판매부진으로 이어져 경영에 큰 손상을 입힐 것은 불보듯 뻔했다. 게다가 국내 생산 비중(55%)의 상당 부분을 닛산에 공급하고 있었다. 따라서 미쓰비시자동차로서는 닛산과의 관계 유지가 향후 경영 재건을 위해 결정적인 포인트가 될 터였다.

 

한편 닛산으로서도 미쓰비스자동차와의 관계 유지는 필수적이었다. 닛산은 경차 분야에서 입지가 취약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자동차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고 있었던디즈디즈룩스는 일본 국내 경차 판매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차종의 연비 부정 데이터가 발각됨으로써 닛산의 국내 경차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다. 부정사건의 부정 여파를 오히려 닛산이 더 심각하게 겪게 된 것이다.

 

향후 개발하는 자동차의 생산도 미쓰비시자동차가 담당할 계획이었다. 경차에 요구되는 저비용 생산에 있어 미쓰비시자동차가 큰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쓰비시와의 관계를 종식시키면 스스로 경자동차 생산에 뛰어들거나 다른 제휴선을 찾아야 할 입장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닛산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취약하다는 점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미쓰비시자동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가 강하다. 만약 이 시장을 닛산이 가져올 수만 있다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닛산의 위상이 올라가 동남아시아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카를로스 곤 사장의 야망도 한몫했다. 곤 사장은 평소 자동차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며 르노가세계 톱3’가 되기 위해서는 타사와 제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향후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환경 대책, 자동 운전 등에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라고 인식한 것이다.

 

2015년 닛산르노의 세계 판매대수는 세계 4위로 852만 대 수준이다. 그러나 미쓰비시자동차를 합하면 959만 대로 3위인 GM 984만 대에 육박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르노가 향후 PSA(푸조시트로엔)와도 제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카를로스 곤 사장은 미쓰비시자동차와의 제휴를 초스피드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부정사건의 전용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양사가 자본 제휴를 서두른 것은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양사 대표는 이러한 비판에 “2011년부터 제휴 확대를 검토해왔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의견 불일치를 보인 미쓰비시그룹

 

그렇다면 미쓰비시그룹 핵심 3사는 왜 미쓰비시자동차를 지원할 것을 곧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관망세로 돌아섰던 것일까. 결론은 33색으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것이다.

 

이전에 미쓰비시그룹의 자동차사업을 담당해오던 미쓰비시중공업은 1970, 미쓰비시자동차를 분리 독립시킨 미쓰비시자동차의 모회사 같은 존재다. 때문에 지금까지 미쓰비시자동차의 최대주주이며 과거 2번의 부정사건으로 경영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미쓰비시중공업이 앞장서 경영 재건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3번이나 문제를 일으킨 미쓰비시자동차에 대한 배신감도 컸지만 이보다도 미쓰비시중공업의 사내 사정이내 코가 석자였기 때문이다.

 

2011년 유럽의 아이다 크루즈사로부터 호화여객선 2척을 1000억 엔에 수주했는데 경험부족·설계지연·관리부실·화재발생 등으로 납입이 1년 이상 지연되면서 누계 2374억 엔의 특별손실을 냈다. 게다가 일본 최초의 독자 개발 여객기 MRJ(Mitsubishi Regional Jet)도 당초계획보다 4년이나 늦어진 2015 11, 겨우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품질문제 등으로 납품을 네 번이나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호주로부터 잠수함을 수주할 계획이었으나 프랑스 기업에 기회를 뺏겼고 미국 원자력발전소에 납품한 증기발생기의 고장으로 8500억 엔 배상 소송도 걸려 있다. 이처럼 미쓰비시그룹의 핵심 사업인 중공업의 쇠락으로 미쓰비시자동차를 지원할 여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미쓰비시자동차 주식의 방출을 검토하는 팀이 생겼을 정도였다. 한편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미쓰비시 브랜드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미쓰비시자동차가 문제아지만 최종적으로는 미쓰비시자동차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사업회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5% 때문에 추가로 주식을 인수해 지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남은 것은 미쓰비시상사였다. 미쓰비시상사는 사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미쓰비시자동차의 해외 사업에 협력하고 있는 기계그룹은 지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본부에서는 주주의 비판을 의식해 반대했다. 그룹의 이런 분위기를 재빨리 파악한 미쓰비시자동차의 마스코 회장은닛산의 출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나섰다. 갑작스런 마스코 회장의 발언에 3사의 수뇌부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무거운 짐을 벗게 됐다는 안도감도 갖게 됐다. 닛산 주도에 의한 미쓰비시자동차의 재건 대책에 대해 미쓰비시중공업은기본적으로 좋은 방향이라고,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전향적으로 생각한다, 미쓰비시상사는재건대책을 환영한다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결국 이번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데이터 조작사건의 사후처리는 미쓰비시그룹이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과 미쓰비시자동차의 마스코 회장의 발 빠른 의사결정으로 일단락됐다. 이제 미쓰비시자동차가 어떻게 환골탈태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다.

 

하지만 미쓰비시그룹으로서는 미쓰비시 브랜드가 손상되는 효과를 봤음은 물론 그룹 결속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금요회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 손도 쓰지 못한 금요회에 대해 그룹 장로들은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나아가 미쓰비시그룹 전체의 기업문화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한층 늘었다.

 

부정사건은 미쓰비시그룹의 체질 문제?

 

지난 82,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부정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설치된특별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이번 부정사건의 배경을 종합적으로사내 일체감의 결여때문이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개발 부문에서 노출돼온 만성적인 인력 및 시간 부족, 할 수 없는 일을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기업풍토, 법령 위반에 대한 종업원의 의식 결여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마쓰코 회장은자사의 실력을 넘어선 과대한 차종 전개가 배경이다고 자평했다. 특별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요약하면 < 1>과 같다.

 

 

최근 미쓰비시자동차의 데이터 부정사건을 계기로 미쓰비시그룹의 기업문화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대기업병, 상의하달 기업문화, 국책사업에 의존한 소비자 경시 경영, 은폐체질, 위기감 결여, 이념 없는 이익 추구, 주식상호 보유의 폐단 등이 그것이다. 또한 미쓰비시그룹의 지나친 자신감과 높은 자존심은 실패나 불가능을 허용하지 않는 기업문화로 굳어졌고 이것이 조작이나 부정·은폐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비판이 쏟아지는 배경에는 미쓰비시 그룹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이미 언급한 미쓰비시중공업에 이어 미쓰비시상사는 자원 가격 하락 등으로 사상 처음으로 약 1500억 엔의 손실을 내면서 매출과 이익 모두 이토츄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미쓰비시은행 또한 마이너스 금리 영향 등으로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부정 사건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2012년 미쓰비시전기는 방위성 우주개발 사업과 관련해 40년에 걸쳐 374억 엔을 과다 청구한 것이 밝혀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국가사업에 대한 부정 청구는 국민 세금을 가로채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소기봉공이라는 그룹의 경영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이기도 했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데이터 부정조작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미쓰비시를 상징하는쓰리다이아몬드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그룹 이미지로 여기는 사람은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

 

 

일본 최고라는 자만심이 대기업병 불러

 

최근 들어 미쓰비시그룹 기업들의 업적이 이렇게 저조해지고, 부정 사건까지 연이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이처럼 미쓰비시를 추락하게 만들고 있을까? 가장 큰 원인은 미쓰비시가 일본 최고라는자만심인 것 같다. 호화 여객선이나 MRJ 수주에서 보듯 현재 깜냥으로는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고라는 자만심에 무리하게 수주하고, 결과적으로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번 연비 데이터 부정 기재 사건도 거슬러 올라가면 이와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주로 일본 정부와 23각이 돼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고객만족 의식이 상당히 결여돼 있는 것 같다. 납기 지연은 일상다반사가 됐다. 국가를 상대로 한 수주사업이기 때문에 납기의식이 희박해진 것이다.

 

중공업으로 미쓰비시그룹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소프트화·정보화의 시대다. 소비자를 중시하는 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대다. ‘조직의 미쓰비시라는 말은 뒤집어보면소비자 경시의 미쓰비시라는 말로도 들린다. 미쓰비시라는 관료조직의 병폐가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각종 부정 사건의 배후에는 도시바의 경우처럼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많다. 계층 간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비 조작이 25년간이나 지속됐는데 그나마 이번 건도 닛산에 의해 알려졌다. 마스코 회장은 이 사실을 사건 발표 불과 1주일 전에 보고받았다.

 

또 하나의 큰 흐름, 주식상호보유 해소

 

최근 일본의 경제계에서는 주식상호보유를 해소하는 움직임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참고로 일본은 아직까지 주식상호보유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기업집단들은 재벌이 해체된 이후 외부로부터의 적대적 매수 방지 대책으로 주식상호보유라는 방법을 썼고, 이를 통해 결속력을 유지해왔다. 게다가 은행들이 정책적으로 융자선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주식상호보유가 버블경제 붕괴 이전에는 약 50%(상장기업이 보유하는 상장기업 주식의 시가총액이 주식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 정도였으나 2000년대 전반에는 20% 정도로, 최근에는 15%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배경은 상장기업에 적용되는기업지배구조지침(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 때문이다. 이 지침은 주식상호보유 이유에 대해 투자가가 납득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이다.

 

주로 은행, 생보, 손보 등 금융기관이 주식상호보유 해소에 나서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향후 3∼5년간 약 2조 엔분의 보유주가 매각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사업회사들은 자사 주식이행동하는 주주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 한다. 또한 기관투자가·정부계 펀드 등 자사 주식을 장기보유해줄 해외투자가를 물색하기도 한다. 아무튼 향후 일본의 기업집단들도 과거처럼 주식상호보유로 결속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미쓰비시그룹의 그룹 내 주식상호보유비율은 30%대 정도이다. 미쓰이그룹의 10%, 스미토모그룹의 20%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것이 그룹 기업 간 결속력을 유지해온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향후 상호보유비율이 떨어지면 결속력이 느슨해지는 것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조직의 논리와 경제의 논리가 충돌

 

미쓰비시자동차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제기하는 의문점은왜 이번에는 미쓰비시그룹이 미쓰비시자동차를 지원하기를 포기했을까에 모아진다. 미쓰비시그룹이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그룹이기 때문에 기업계열·기업집단 등으로 불리는 일본의 기업 그룹의 향후 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재벌에 향수를 가지고 있는 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의 3대 기업집단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원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는 미쓰비시자동차의 조직 체질, 미쓰비시그룹 각사의 내부 사정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그 근간에는 다른 배경이 있다. 즉 과거 기업 간 인연이나 주식상호보유만으로 기업집단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환경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조직의 논리보다는 산업구조 변화, 글로벌화의 진전에 입각한경제의 논리가 더 중시되는 환경변화이다. 그리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기업지배구조지침이라 생각된다. 이미 그러한 징후는 많다. 알기 쉬운 사례가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다. 미쓰비시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구 야스다재벌인 부용그룹의 대표기업 히타치와 화력발전시스템 분야에서 제휴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쓰비시그룹의 기린홀딩스와 산토리홀딩스와의 경영 통합 소문도 들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논리에 얽매어 있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쓰비시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라 할 수 있는 금요회에서도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미쓰비시자동차의 처리에 대해 원로들은 결속력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난했지만 많은 회원들은 주주에게 설명해야 하는 책임 때문에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조직의 논리가 경제의 논리와 충돌하면 지금까지는 조직의 논리를 우선하는 미쓰비시그룹이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경제의 논리가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본 기업집단에 불어닥칠 큰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이다.

 

이우광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wklee@kjc.or.kr        

 

필자는 중앙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 경제학연구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주로 일본 경제와 산업·기업 등을 연구했고 일본연구팀장, 해외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 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등이 있다.

 

  • 이우광 |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연구위원
    - <일본재발견>, <일본시장 진출의 성공비결,비즈니스 신뢰>, <도요타 :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길> 저자
    wklee@kj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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