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활용 사례
산업현장 활용 사례
어색함, 불편함,
뛰어넘는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라
Article at a Glance
증강/가상현실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어 왔지만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비용 문제, 배터리 용량이나 해상도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현장 실무자들을 납득시킬 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 앞으로 산업용 증강/가상현실의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3D CAD / 빌딩 관리시스템 데이터와 자동 연계 (2) 각종 센서 데이터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연결 (3) 개발이 용이한 서드파티 솔루션의 활용
편집자주
플랜트, 물류창고 등 산업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증강현실/가상현실 시스템의 현황과 활용방안을 두 명의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어봅니다.
실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내라
- 전시형 롯데정보통신 정보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산업계에서는 증강현실 시스템들은 재고 관리, 설비 관리 분야에서 많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많다. 재고관리나 물류 시스템의 경우 굳이 증강현실 장비를 쓰지 않아도 산업용 PDA를 통한 바코드 스캔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PDA가 더 직관적이기도 하다.
글로벌 물류업체 DHL은 2014년 리코(Ricoh), 유비맥스(Ubimax)와의 협력으로 Vision Picking이라는 AR 솔루션을 실험했다.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손으로 들고 다니는 바코드 스캐너(혹은 PDA) 대신 구글 글라스, 혹은 VusizM100이라는 웨어러블 헤드셋을 머리에 쓰게 하는 것이었다. 이 헤드셋은 어떤 물건을 집어야 할지를 가상현실 형태로 보여줬다. 실험 결과, 예전에 비해 직원들의 작업속도가 약 25% 향상됐다. 손에 들고 다니던 바코드 스캐너나 서류가 없어지니 양손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림 1)
하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난관에 봉착했다. 단순히 증강현실 웨어러블 기기와 소프트웨어 솔루션만 도입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우선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회사는 모든 물류 창고 내 기기와 설비에 대한 표준화를 할 필요가 있었다. 표준화가 잘돼 있는 회사라면 물류 자동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굳이 비용을 들여가며 이 시스템을 도입할 동기가 별로 없었다.
설비 관리 분야 역시 증강현실 콘텐츠의 도입도 더디다. 몇몇 글로벌 업체가 내놓은 설비관리 증강현실 솔루션들을 보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특정 설비를 비추면 화면 내에서 해당 설비의 분해조립 애니메이션이나 상세한 매뉴얼이 나온다. 겉으로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막상 도입하려 기업 내부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콘텐츠를 누가 만들고 관리할 것인지 그 주체를 정하는 것부터가 어렵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또 경영진이 아닌 실제로 현장에서 시스템을 쓰게 될 실무자들은 시스템의 신뢰성에 더욱 민감하다. 이들은 가상현실 솔루션을 바로 현장에 적용하기보다는 교육/훈련용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을 내곤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스템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용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 현재까지 출시된 해외의 증강현실 솔루션 중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 특히 한국 기업들은 이런 시스템의 도입을 고려하다가 결국 ‘굳이 모험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가상현실(VR) 기술 역시 도입에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일반적인 업무용 PC의 성능으로는 3D 가상현실 영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며, 머리에 뒤집어 쓰는 형태의 HMD(head-mounted display) 기기들은 어지럼증을 유발하고 가격도 비싸다. 무엇보다 가상현실의 환경을 만드는 비용이 높다. CAD로 만든 3D 모델이 없다면 일일이 노동집약적으로 가상현실을 구현해야 한다. 뚜렷한 수익 모델이나 투자 대비 효과 없이 시작하기 어렵다. 일례로 대형마트들이 매대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POG(plan-o-gram)라는 시스템이 있다. 가상의 제품 진열 및 발주 시뮬레이션 시스템이다. (그림 2) 이 POG는 SCM(공급망 관리)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하지만 3D 방식은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2D방식에서는 상품 사진만으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지만 3D는 각 제품에 대한 수작업 모델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구된 지 수십 년이 지난AR/VR 기술이 산업현장 실무에서는 여전히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술적인 한계를 들 수 있다. 현재 기술로는 웨어러블 기기가 오래 착용하기에 무겁고 불편하다거나,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거나, 장비 가격이 비싸다거나 하는 문제들을 완벽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문제는 부차적이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AR/VR 기술이 아직 산업 현장의 실무자들에게 이런 어색함과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 실무자들은 보수적이다. 실무자들이 신기술을 받아들이려면 본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확실한 장점과 혜택이 있어야 한다.
진부한 말이지만 답은 현장에 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속도가 너무 느리고, 자주 끊기며, 통신비가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만이 주는 명확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보급될 수 있었다. 자동차 역시 초창기에는 시끄럽고 고장이 잘 나며 시동을 걸다가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자동차만이 주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인류의 보편적인 운송수단이 될 수 있었다. AR과 VR 기반 솔루션이 과연 다른 시스템이 대체할 수 없는 확실한 가치를 실무자들에게 줄 수 있는가? 관련 업체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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