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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콘퍼런스 지상중계

디지털은 새로운 스토리텔링 무대. 신기술은 ‘꿈을 주는 일상 속 놀라움’으로 활용해야

김현진 | 200호 (2016년 5월 lssue 1)

 

 Future Luxury.’

420일부터 이틀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2회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의 테마다. 글로벌 미디어그룹,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이 주최한 이 행사에는 30여 개국에서 날아온 패션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 500명이 참석해 럭셔리 업계의 화두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초청 연사들의 입을 통해 가장 많이 나온 단어들은디지털’ ‘사회적 책임’ ‘문화’ ‘한류등이었다. 특히 찻잔 속 미풍으로 그칠 듯했던 럭셔리 업계의 디지털 혁신은 기술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이제 저항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한 듯했다. 콘퍼런스의 핵심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SNS, 새로운 스토리텔러

첫 세션에 참석한 인스타그램의 에바 첸 패션파트너십 총괄은인스타그램을 통한 패션의 가치는민주주의(democracy)’이며 이것은 럭셔리 업계의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와 함께 좌담회에 참석한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텡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역시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보수적이고 진지했던 브랜드 이미지를 활기차고 젊게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루스텡 디렉터의 인스타그램 활동은 처음에는 회사 내부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활동이 발맹의 소비자뿐 아니라 이 브랜드를 동경하는 더 젊은 계층에까지 폭넓은 홍보 효과를 내고 있음이 팔로어 숫자 등으로 입증이 됐고, 지금은 최고경영진의 전폭적인 이해와 격려를 받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과 발맹을인스타 스타로 만들 수 있었던 배경으로 단연진정성을 꼽았다. 올해 30세인 루스텡은 흑인 고아 출신으로 프랑스의 한 백인 과정에서 자랐다. 유서 깊은 유럽 패션 하우스의 수장을 맡기에는 극복해야 할 편견이 많았음에도 발맹 디렉터로 깜짝 발탁됐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모델 및 스타들과 찍은 화려한 삶의 단면뿐 아니라 패션계 내마이너리티로서의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패션계의 이방인으로서 출발한 그의 고민 등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그의 팔로어들은나도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등 그의 솔직한 이야기들에 대해 적극적인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는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오트쿠튀르 의상의 디테일과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데도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장인정신이 강한 브랜드라고 말로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20시간 이상 바느질을 한 과정과 결과를 공개해 제품에 대한 가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새로운 SNS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디젤의 아티스틱 디렉터인 니콜라 포이체티는요즘은 새로운 SNS스냅챗에 중독되고 있다고 말했다.

 

첸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의 성질을 활용해 예술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른바인스타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디지털 영토 점령에 나선 브랜드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인스타그램이 브랜드 경험을 좀 더 풍성하게 하는 데 활용된 셈이다.

 

국내 브랜드 중에도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있다. 콘퍼런스 연사로 초대된 국내 패션 브랜드스티브J&요니P’의 두 부부 디자이너는 그들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수십만 명의 팔로어와 패션과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쇼에서 공개한 의상을 즉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지금 보고, 지금 사는(See Now Buy Now)’ 시스템도 시도하고 있다.

 

럭셔리 콘퍼런스의소셜미디어의 힘좌담회에 참석한 에바 첸 인스타그램 패션파트너십 총괄, 올리비에 루스텡발맹’ CD, 이번 행사를 진행한 수지 멘키스 인터내셔널 보그 에디터.(왼쪽부터)

사진 제공: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인터넷에서 VR

최근 구글, 아마존 등 혁신 기업들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과제인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은 럭셔리 쇼핑 환경에도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지목됐다.

 

와이어드 컨설팅의 소피 핵포드 디렉터는 콘퍼런스 참석자들에게 “199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의 인터넷 기업 창업자들이 캘빈클라인 같은 대형 패션업계를 찾아가 투자를 유치하고 협력 방안을 찾으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사례가 있다인터넷이 패션업계에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지만 앞으로는 1990년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핵포드 디렉터가 지목한 미래는 디지털을 뛰어넘는 가상세계다. 그는 그 예로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를 들었다. 가상현실보다 한 단계 진보된 개념으로 통하는 메타버스는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웹과 인터넷 등의 가상세계가 현실 세계에 흡수된 형태다. 그는 아빠와 딸이 실제로는 각기 다른 방에 있으면서 3차원 가상세계 속에서 직접 만나 함께 노는 모습으로 연출한 화면을 보여주며최첨단 기술은 럭셔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본질적으로 매우 유사하다고 소개했다. ‘기대를 뛰어넘는 환상을 준다는 의미에서 가상세계가 럭셔리 소비자들에게을 전달하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하면포시즌스호텔의 스위트룸이나 싱가포르항공사 1등석의 모습을 직접 본인이 들어가보는 것과 매우 유사한 느낌으로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도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핸드백 가죽의 원산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기나 공기의 질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최고급 호텔의 위생상태를 빠르게 점검할 수 있게 하는 기기 등에 대해 소개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사회적 책임의 물결

‘미래의 럭셔리를 찾기 위한 콘퍼런스의 핵심 주제는 일단 외관상으로는 기존 럭셔리 성공 공식과는 조금 다른방향으로 수렴되는 듯했다. ‘기술을 활용한 혁신사회적 책임이 최대 화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행사 첫날 기조연설에 참석한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역시 미래 럭셔리 패션업계의 화두로무한 가능성(limitless)’을 꼽았다. 그는앞으로 가상현실 등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이 결국 업계를 리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멈출 수 없는 코리아 파워라는 이름의 토론 세션을 진행한 ‘MCM’의 수장,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참여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이날 향후 10년간 1000만 달러( 113억 원)를 레드재단에 기부하기로 발표한 김 회장은 이제 럭셔리는 일부 계층을 위한익스클루시브(exclusive·단독형)’가 아니라인클루시브(inclusive·참여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학계에서도 최근 럭셔리 기업과 사회적 책임(CSR)의 함수를 찾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럭셔리 업계가 스스로 CSR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연사들은즉각적인 이윤 추구 철학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을 좀 더 의식하는, 깨어 있는(conscious)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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