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스타트업 활용:이강민 패스트캠퍼스 대표
Article at a Glance
패스트캠퍼스는 벤처캐피털 내 사내 교육기관으로 시작해 2년 만에 누적 수강생 3000명을 돌파했다. 3개월, 150만 원대의 고가에 프로그래밍, 마케팅, 재무분석 등 직무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이 업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코스 전, 중, 후로 수강생과의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강의 방식과 내용, 강의명까지 바꿔나가는 린스타트업 정신 2. 직원 스스로가 배우고 싶은 과정만 개설한다는 원칙. 수업료와 강사료를 높게 책정하고 ‘영화감독’ 역할을 하는 코스매니저를 배치해 수강생과 강사 모두의 열정과 의욕을 자극 3. 직원 누구나 홈페이지 수정이 가능할 정도로 IT가 보편화. 페이스북 분석도구와 수강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홍보 전략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양원철(건국대 기술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변경하는 스타트업의 경영방식을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 부른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하기보다는 일단 실행부터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오픈 소스와 소셜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용자의 피드백을 구하는 것이 특징이다.1 :카카오톡을 개발한 카카오(당시 이름 아이위랩),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핀란드의 게임회사 슈퍼셀 등이 대표적이다.
경영교육, 직무교육에도 린스타트업의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의 직무교육’을 표방하며 2014년 설립된 교육업체 패스트캠퍼스가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는 20∼30대 직장인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8∼10주에 걸쳐 가르치는데 강의 기획 단계부터 신청자들의 의견을 모아 커리큘럼을 만들어나간다. 코스가 진행되는 중에도 강사와 학생들, 코스매니저가 협의해 수업방향을 전환한다. 인기가 없는 프로그램은 미련 없이 접지만 접었던 프로그램이라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형식을 바꿔 다시 시도한다.
소비자 반응은 현재까지 좋은 편이다. 수업료도 비싼 편이고(코스당 100만∼150만 원) 수강생 70%가량이 법인 비용이 아닌 자비로 등록하지만 창립 2년 만에 누적 3000명을 돌파했다.(2016년 1월 20일 기준 3510명) 동시 진행하는 프로그램 수도 초기 3∼5개에서 지금은 10배 이상 늘었다.
사실 패스트캠퍼스가 의도적으로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교육사업에 적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을 하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 더 어울린다. 원래 패스트캠퍼스는 벤처투자회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래밍, 고객데이터 분석, 웹디자인 등 IT 기업 창업에 필요한 내용을 패스트트랙아시아가 투자한 스타트업 임직원들에게 가르쳤다.2 그런데 어차피 강사 인건비는 똑같이 나가니 외부에도 수업을 공개해서 비용 부담이나 덜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원래 회사와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필요로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인데다가 스타트업 업계 특유의 속도를 강조하는 문화, 소통을 강조하는 문화가 결합돼 자연스럽게 지금의 패스트캠퍼스 문화가 만들어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회사를 찾아가 이강민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회사의 현황이나 미래 목표를 물어볼 때마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뭐라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힘들다는 식이었다. 2016년 연말까지의 사업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올해의 목표는 아직 없고, 상반기 목표는 있다’고 말했다. 회사 지분은 100% 패스트트랙아시아가 갖고 있다.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일하는 것 같다.
보통 코스 하나를 1달 동안 기획하고 3주 동안 홍보한다. 그런데 홍보하는 과정에서도 들어오는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 내용을 계속 바꿔간다. 예전에 ‘데이터분석과 시각화’라는 코스를 개설한 적이 있다. 참가신청 페이지를 오픈하고 페이스북에 홍보했더니 6일 만에 5명이 신청했다. 그런데 이분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모두 ‘시각화’에 관심 있어서 들어온 게 아니라 파이선(프로그래밍 언어)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었다. 그 후 이틀 동안 강사분과 이야기해서 커리큘럼에서 시각화 부분은 빼버리고 강의 이름도 ‘파이썬 데이터분석’으로 바꿨다. 홍보 메시지도 바꿨다.
이게 우리 회사에서 굉장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교육도 결국 상품이자 서비스다. 우리가 잘하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걸 보여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수강신청이 들어오면 일일이 연락해서 왜 이 수업을 듣고, 어디에 사용하려 하는지, 어느 회사에 다니고, 어떤 일 하시는 분인지를 다 여쭤본다.
패스트캠퍼스의 모델이 현재까지 먹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고용 환경의 변화,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 변화 때문인 것 같다.
기존 직무교육은 회사에서 필요한 역량을 직원이 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었다. ‘인재육성’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과 개인 간의 로열티가 깨지고 있다. 회사 입장에선 일을 시키기 위해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외부에서 데려오는 게 더 쉬워졌다. 개인 입장에선 회사가 내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미래를 보호하고 보장하자는 생각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회사가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를 위해 교육하는 것으로 포지셔닝했다. 자격증이나 점수 따기가 아니라 ‘실제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늘려주겠다’는 방식으로 코스를 만들었다. 재무분석이나 M&A 실무처럼 기업 내부에서 교육하는 게 어울릴 것 같은 과목도 이젠 개인들이 자신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배우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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