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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금융업 파괴적 혁신 부를 핀테크, 진정한 ‘공유경제’ 앞당길 매직워드

이병태 | 187호 (2015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불 및 송금 분야 핀테크

: 사용의 편리성 및 시간 절약을 통해 지불 및 송금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불 수단에 수반되는 비용 및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혁신이 지속. 최근엔 모바일 지불과 지불 수단 플랫폼화의 경쟁 구도로 변화. 송금의 경우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우회화는 방식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음

대출 및 투자 분야 핀테크

: P2P(Peer-to-Peer) 대출 및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등 공유경제 시스템을 활용한 마켓플레이스 기반 혁신. 특히 IT 진보에 따른 빅데이터 분석으로 기존 은행거래 정보는 물론 SNS, e커머스 거래 정보까지 분석해 신용평가를 내리는 게 가능해짐으로써 P2P 시장 활성화

 

1. 핀테크 투자 열기

 

카우보이벤처(Cowboy Ventures)의 창업자 에일린 리(Aileen Lee)는 초기 창업기업(Start-up) 중 기업공개(IPO) 이전에 기업가치를 10억 달러(우리 돈으로 12000억 원 정도) 이상 인정받는 경우를유니콘(Unicorn)’이라고 칭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소위대박 투자의 꿈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제는 인터넷 경제의 전설이 된 아마존이나 구글도 유니콘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으니 이런 기업이 얼마나 희귀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유니콘의 대열에 합류하는 초기 창업기업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벤처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분석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CB인사이트(CB Insights)의 리스트에 의하면 이처럼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를 받는 기업은 2015 9월 말 현재 131개에 이른다. 국제 금융기술 콘퍼런스인 피보베이트(Finovate.com)에 따르면 이 가운데 46개가 소위 핀테크(Fintech) 기업이고, 추가로 38개 기업이 유니콘에 근접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림 1>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핀테크 산업에 투자된 금액과 투자 건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2013년에 핀테크 산업으로 약 40억 달러의 투자금이 유입됐는데 2014년에는 122억 달러로 그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했다. 자본시장에서 핀테크 기업의 가능성을 얼마나 크게 보고 있는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데이터라 할 수 있다.

 

 

2. 금융산업은 왜 핀테크에 의한 혁신의 대상이 됐나?

 

핀테크란 간단히 말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금융산업의 혁신을 꾀하는 것이다. 원래 금융산업은 정보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산업이다. 지금까지는 금융산업이 기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편이었다. 반면 이제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금융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 질서를 와해해 가면서 기술 기업들이 금융기업의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 즉 금융과 기술의 관계에서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핀테크 기업 중에 하나인 캔톡스(Kantox) CEO, 필립 겔리스(Pbilippe Gelis)테크기업들이 금융산업에 가하는 변화와 위협은 마치 인터넷이 출판과 음악산업을 와해시킨 것과 유사한 것으로 의심할 여지없이 금융 소비자들이 목말라 했던 변화의 기폭제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정말 금융산업은 와해에 가까운 변혁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기술기업들이 금융산업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금융산업의 거대한 규모다. 미국의 우량 상장기업 S&P 500의 기업가치는 1994 52000억 달러에서 2013 172000억 달러로 12조 달러가 늘었는데 이 중 금융산업은 무려 23000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의 성공은 큰 보상이 따르게 된다.

 

둘째,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정보산업이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금융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ICT가 물질을 다루는 산업에서 나타나는 정보와 물질의 이동의 분리 문제가 적다. 이 점을 주목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핀테크는 빌 게이츠가 예언한 지 20여 년 만에 비로소 은행의 와해가 멀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변화의 시작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기도 한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들 수 있다. 대분분의 산업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핵심 역량에 따라 최고의 기업들이 살아남기 때문에 산업의 가치사슬에 따라 많은 기업들로 분화돼 있다. 제조업의 경우 원재료를 생산하고 부품을 만드는 공급선들이 발달하고 제조기업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면 별도의 유통회사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 산업에 경쟁이 적을 경우 지배적 사업자들이 수직결합(Vertical Integration)을 꾀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특정 기업의 공식대리점을 통해서만 전자제품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트, 하이마트, 또는 온라인 상점을 통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산업은 아직도 대부분의 경우 철저하게 수직적으로 결합돼 있는 형태다. 금융의 원재료인 자금과 정보의 생산, 금융상품의 디자인과 생산, 금융 상품의 판매를 한 회사가 담당하는 꼴이다. 핵심역량에 따른 분화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맥킨지의 설문에 따르면 2008년과 2012년 사이에 기존 은행이 원가절감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대답한 곳은 30%에 불과했고, 70%는 효율성이 정체됐거나 악화됐다고 대답했다. 규제 보호라는 우산 아래에서 기존 금융산업의 혁신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다른 재화나 서비스는 고객의 지불능력, 즉 돈이 있으면 거래가 성사된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가 일어난다. 한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거래 당사자 간의 정보 격차로 인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번거로운 절차와 계약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많은 잠재고객은 금융기업으로부터 거부당한다. 일찍이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ian)은행가란 햇볕이 쨍쨍한 날에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바로 우산을 빼앗아가는 자라는 말로 금융산업의 모순을 통렬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효율적인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이 잘 매칭되는 시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수요자도 상품을 이용할 수 없고 공급자도 신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급을 주저하는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금융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2012년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를 기반으로 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소비자들의 은행에 대한 만족도는 모든 산업에서 최악이었다.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에서 유독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수준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금융소비자들의 설문에 근거한 것이다.

 

이렇듯 시장에서 기존 기업으로부터 제대로 서비스 받지 못하고 있는 고객층이 두터울수록 혁신의 가능성은 커진다. 일찍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하버드대 교수는 혁신의 딜레마에서 외면받는 고객층(Under-served or un-served customers)이 두터울수록 해당 고객을 대상으로 한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빛을 발한다고 지적했다. 핀테크는 한마디로 기술기업들에 의한 금융산업의 와해적 혁신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와해적 혁신이론의 관점에서, 지금까지 핀테크의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불 및 송금, 대출 및 투자 분야에서 각각 어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도입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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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태

    - (현) KAIST 경영대 교수
    - (현)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 겸임
    - 애리조나대 경영대 교수, 일리노이대 경영대 교수, KAIST 테크노 경영연구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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