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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금융업 파괴적 혁신 부를 핀테크, 진정한 ‘공유경제’ 앞당길 매직워드

이병태 | 187호 (2015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지불 및 송금 분야 핀테크

: 사용의 편리성 및 시간 절약을 통해 지불 및 송금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불 수단에 수반되는 비용 및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혁신이 지속. 최근엔 모바일 지불과 지불 수단 플랫폼화의 경쟁 구도로 변화. 송금의 경우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우회화는 방식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음

대출 및 투자 분야 핀테크

: P2P(Peer-to-Peer) 대출 및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등 공유경제 시스템을 활용한 마켓플레이스 기반 혁신. 특히 IT 진보에 따른 빅데이터 분석으로 기존 은행거래 정보는 물론 SNS, e커머스 거래 정보까지 분석해 신용평가를 내리는 게 가능해짐으로써 P2P 시장 활성화

 

1. 핀테크 투자 열기

 

카우보이벤처(Cowboy Ventures)의 창업자 에일린 리(Aileen Lee)는 초기 창업기업(Start-up) 중 기업공개(IPO) 이전에 기업가치를 10억 달러(우리 돈으로 12000억 원 정도) 이상 인정받는 경우를유니콘(Unicorn)’이라고 칭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소위대박 투자의 꿈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제는 인터넷 경제의 전설이 된 아마존이나 구글도 유니콘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으니 이런 기업이 얼마나 희귀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갑자기 유니콘의 대열에 합류하는 초기 창업기업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벤처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분석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CB인사이트(CB Insights)의 리스트에 의하면 이처럼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를 받는 기업은 2015 9월 말 현재 131개에 이른다. 국제 금융기술 콘퍼런스인 피보베이트(Finovate.com)에 따르면 이 가운데 46개가 소위 핀테크(Fintech) 기업이고, 추가로 38개 기업이 유니콘에 근접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림 1>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핀테크 산업에 투자된 금액과 투자 건수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2013년에 핀테크 산업으로 약 40억 달러의 투자금이 유입됐는데 2014년에는 122억 달러로 그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했다. 자본시장에서 핀테크 기업의 가능성을 얼마나 크게 보고 있는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데이터라 할 수 있다.

 

 

2. 금융산업은 왜 핀테크에 의한 혁신의 대상이 됐나?

 

핀테크란 간단히 말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금융산업의 혁신을 꾀하는 것이다. 원래 금융산업은 정보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산업이다. 지금까지는 금융산업이 기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편이었다. 반면 이제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금융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 질서를 와해해 가면서 기술 기업들이 금융기업의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다. 즉 금융과 기술의 관계에서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핀테크 기업 중에 하나인 캔톡스(Kantox) CEO, 필립 겔리스(Pbilippe Gelis)테크기업들이 금융산업에 가하는 변화와 위협은 마치 인터넷이 출판과 음악산업을 와해시킨 것과 유사한 것으로 의심할 여지없이 금융 소비자들이 목말라 했던 변화의 기폭제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정말 금융산업은 와해에 가까운 변혁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기술기업들이 금융산업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금융산업의 거대한 규모다. 미국의 우량 상장기업 S&P 500의 기업가치는 1994 52000억 달러에서 2013 172000억 달러로 12조 달러가 늘었는데 이 중 금융산업은 무려 23000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이 시장에서의 성공은 큰 보상이 따르게 된다.

 

둘째,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정보산업이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금융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ICT가 물질을 다루는 산업에서 나타나는 정보와 물질의 이동의 분리 문제가 적다. 이 점을 주목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핀테크는 빌 게이츠가 예언한 지 20여 년 만에 비로소 은행의 와해가 멀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변화의 시작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기도 한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들 수 있다. 대분분의 산업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핵심 역량에 따라 최고의 기업들이 살아남기 때문에 산업의 가치사슬에 따라 많은 기업들로 분화돼 있다. 제조업의 경우 원재료를 생산하고 부품을 만드는 공급선들이 발달하고 제조기업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면 별도의 유통회사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 산업에 경쟁이 적을 경우 지배적 사업자들이 수직결합(Vertical Integration)을 꾀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특정 기업의 공식대리점을 통해서만 전자제품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트, 하이마트, 또는 온라인 상점을 통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산업은 아직도 대부분의 경우 철저하게 수직적으로 결합돼 있는 형태다. 금융의 원재료인 자금과 정보의 생산, 금융상품의 디자인과 생산, 금융 상품의 판매를 한 회사가 담당하는 꼴이다. 핵심역량에 따른 분화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맥킨지의 설문에 따르면 2008년과 2012년 사이에 기존 은행이 원가절감을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대답한 곳은 30%에 불과했고, 70%는 효율성이 정체됐거나 악화됐다고 대답했다. 규제 보호라는 우산 아래에서 기존 금융산업의 혁신 노력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다른 재화나 서비스는 고객의 지불능력, 즉 돈이 있으면 거래가 성사된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가 일어난다. 한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거래 당사자 간의 정보 격차로 인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번거로운 절차와 계약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많은 잠재고객은 금융기업으로부터 거부당한다. 일찍이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ian)은행가란 햇볕이 쨍쨍한 날에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바로 우산을 빼앗아가는 자라는 말로 금융산업의 모순을 통렬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효율적인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이 잘 매칭되는 시장이어야 한다. 그런데 수요자도 상품을 이용할 수 없고 공급자도 신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급을 주저하는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금융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 따르면 2012년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를 기반으로 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소비자들의 은행에 대한 만족도는 모든 산업에서 최악이었다.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에서 유독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 수준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금융소비자들의 설문에 근거한 것이다.

 

이렇듯 시장에서 기존 기업으로부터 제대로 서비스 받지 못하고 있는 고객층이 두터울수록 혁신의 가능성은 커진다. 일찍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하버드대 교수는 혁신의 딜레마에서 외면받는 고객층(Under-served or un-served customers)이 두터울수록 해당 고객을 대상으로 한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빛을 발한다고 지적했다. 핀테크는 한마디로 기술기업들에 의한 금융산업의 와해적 혁신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와해적 혁신이론의 관점에서, 지금까지 핀테크의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불 및 송금, 대출 및 투자 분야에서 각각 어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도입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

 

 

3. 지불 및 송금 분야의 핀테크

 

지불 및 송금 수단을 간소화하고 비용을 혁신한다

 

핀테크 투자 초기에 압도적인 투자가 새로운 지불 수단에 집중돼 왔다. 인류는 경제 시스템을 발전시켜오면서 더 편리한 지불수단을 발명해 왔다. <그림 2>는 대표적인 지불 수단과 송금 수단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시기별로 왜 새로운 지불 및 송금 수단이 고안됐는지를 살펴보면 핀테크에 의한 새로운 혁신의 이유를 알 수 있다.

 

 

 

현금을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때의 불편함은 분실 및 도난 위험이다. 개인수표는 현금을 금융 기업 간 거래로 넘기고 소비자들은 지불 약속만 하게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개인 수표에 의한 거래는 수표를 기록하고 보내는 불편, 은행 잔고보다 더 많은 지출을 약속할 때의 일시적 자금 부족 문제, 그리고 실제 지불이 되는 시점까지의 시간적 지연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은행들은 개인 수표의 프로세스에 대한 서비스 수수료를 사용자들에게 요구했다. 신용카드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할 경우 개인에게 단기적 신용융자를 보장해 개인 수표에 의한 일시적 부도의 위험이나 수표 발생의 불편함과 수표 수수료를 없애 버렸다. 지불 수단에 신용 융자를 결합한 혁신이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할 때 고객의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저장하고 원클릭으로 구매와 지불을 일체화함으로써 반복되는 비대면 거래에서 위험한 지불정보를 매번 입력하는 불편과 위험을 해소했다. 우버(Uber) 또한 모바일 거래에서 지불 정보를 우버앱과 결합해 지불을 구매 프로세스와 완벽하게 일체화했다.

 

지불 수단과 더불어 송금 수단도 발전해 왔다. 현금을 운반하는 송금에서 전신환 송금으로, 또 은행 계좌 간 송금과 새로운 모바일/온라인 송금 수단, 그리고 비트코인(BitCoin)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캐시 등으로 계속 진화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진화로부터 지불 및 송금수단에서의 평가기준은 1) 지불상대의 수용 의사 및 사용 가능성 2) 사용의 편리성 3)지불 및 송금의 비용 4)지불의 신속성 (지연비용) 5)지불수단의 안전성 등이다. , 크게 보아 사용의 편리성 및 시간 절약을 통해 지불 및 송금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과 지불 수단에 수반된 비용 및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혁신이 지속돼 왔다고 볼 수 있다. 핀테크에서 진행되는 혁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전자상거래와 PayPal의 혁신 - 새로운 거래가 새로운 지불수단의 필요성을 만든다

 

아마존(Amazon)과 이베이(eBay)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원격의 비대면 거래를 일반화했다. 그 때까지 일반적인 지불수단으로 쓰이던 현금, 개인수표, 신용카드, 계좌이체는 온라인 비대면 거래의 지불 수단으로는 한계를 갖고 있다. 우선 현금과 개인수표 등은 온라인의 즉시적인 구매행위와 분리돼 있다. 아마존은 신용카드 등록을 구매 프로세스와 일체화하는 혁신으로 불편을 해소했다. 반면, 이베이는 기본적으로 개인 간 거래를 맺어주는 플랫폼이다. 이에 따라 개인 간 신용카드와 은행 간 계좌 이체 시 지불 수단의 안전성 문제가 노출됐다. 구매자들은 아마존이라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뢰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번호를 등록하는 것으로 지불을 간소화할 수 있지만 개인 간에는 이러한 신뢰가 없다. 더욱이 개인들은 신용카드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통해 대금을 지급받을 수도 없다. 실제로 비대면 거래를 악용한 사기성 거래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된 온라인 계좌이체는 비대면 거래 당사자 간에 금융정보를 교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서양에서는 모르는 당사자 간 이러한 정보를 주고받는 걸 수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스미싱(smishing)은 아무에게나 온라인 실시간 자금이체가 가능하게 한 디자인에서 비롯된 비극으로 온라인 지불수단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C2C(Customer to Customer) 온라인 거래의 지불상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페이팔(PayPal)이다. 페이팔은 신뢰가 부족한 거래 당사자 간 사기성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에스크로(Escrow) 서비스를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신용관계가 불확실 때 제3자가 지불을 중계하는 신용공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개인 간에는 금융기관의 정보 노출 없이 e메일 주소만으로 지불이 이뤄져 기존 지불 시스템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이베이에 인수된 페이팔은 현재 이베이의 주요한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그림 3>은 이베이의 순이익인데 거래수수료와 페이팔을 통한 지불 수수료 수입 및 기타 수수료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지불 수수료가 거래 수수료에 근접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조만간 역전이 가능하리라는 예상들을 하고 있다.

 

 

 

대규모 전자상거래 회사들은 구매업무와 연동하는 자신만의 지불 수단을 통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지불 수수료 수입을 기대하는 이중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 예로 이베이의 페이팔, 아마존의 아마존페이(Amazon Pay), 애플(Apple)의 애플페이(Apple Pay) 등을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전자상거래회사는 이러한 지불수단을 PG(Payment Gate·전자지급결제대행업) 회사에 의존한다. 트위터(Twitter)를 비롯한 많은 회사의 PG사로 성장하면서 핀테크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모바일 결제회사 스트라이프(Stripe)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들어 온라인에는 새로운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수많은 투자자들이 선택한 프로젝트 당사자에게 수많은 투주자들의 자금을 모아서 지급해줘야 할 필요가 발생한다. 이렇듯 다수의 소액거래를 하나의 지불로 묶어서 주는 서비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개발한 회사가 위페이(WePay). 또 한 회사가 수많은 고객들에게 지불을 신속히 해줄 수 있도록 기업의 대용량 지불 서비스를 제공하는 티팔티(Tipalti)라는 회사도 있다.

 

지불 수단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혁신은 기존 금융회사들로부터 외면받던 잠재 고객들을 고객화하는 혁신들이다. 온라인에서 많은 거래들은 신용카드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용카드를 소지하지 못한 고객도 적지 않다. 아직 소득이 적은 학생이나 신용카드의 인프라가 발전해 있지 않은 개도국에서 흔한 현상이다. 아스트로페이(AstroPay), 뱅킹업(Banking Up) 등이 이러한 시장을 개척하는 핀테크 회사들이다. 소외 고객들에 주목해 모바일 뱅킹을 통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런 기업들은 개도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인도의 한 지역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달고 ATM을 보급해 금융서비스로부터 소외된 고객들을 흡수하는 보텍스(Vortex) 같은 기업도 있다.

 

 

모바일 지불과 지불 수단 플랫폼화 경쟁

 

전자상거래는 최근 급속하게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모바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체화하는 O2O(Online to Offline) 혁신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모바일 단말기를 지불 결제 단말기로 변형하는 혁신을 주도한 게 스퀘어(Square). <그림4>는 스퀘어의 카드 리더기를 모바일 기기에 부착해 지불,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스퀘어는 이러한 혁신을 통해 구매자가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위험 없이 온오프라인상에서 지불을 하거나 판매자들이 별도의 비싼 무선 POS(Point of Sales·점포판매시스템) 단말기 휴대 없이 어디서나 지불 결제를 할 수 있다. 지불 결제의 모바일화를 달성한 이 혁신은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거래에서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반드시 인쇄된 영수증을 건네야 하는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은 모바일의 대중화와 더불어 진행되는 지불수단의 모바일 플랫폼화 경쟁이다. 애플의 애플페이, 구글의 구글페이(Google Pay)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삼성페이(Samsung Pay)에 이르기까지 자사 서비스를 모바일 단말기 안의 지불 플랫폼으로 굳히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신용카드를 모바일 단말기 속으로 집어 넣는 것은 지문을 통한 결제 승인 등으로 카드의 분실과 부정 사용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의 지갑을 모바일 기기로 심는 월렛(Wallet) 형태로 플랫폼화하고 있다. 월렛에는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각종 회원카드, 쿠폰 등을 모아주는 혜택들을 제공한다. 모바일 기기에 도입된 지불시스템들은 NFC(Near Field Communication·근거리무선통신) 터치 방식이 주류를 형성했으나 자기장 보안전송이 가능한 삼성페이는 카드 가맹점들이 기존 카드 리더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어떠한 지불시스템이 승리할 것인가는 플랫폼 경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지불 수단은 전통적으로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다. 소비자와 가맹점을 플랫폼 사용자로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냐의 경쟁이다.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현재 지불 시스템 자체의 장점보다는 지불 시스템의 바탕이 되는 기저 플랫폼의 장점이 얼마나 있는가라는 수직결합의 관점에서 파악할 수밖에 없다. 아마존, 이베이, 우버, 그리고 알리바바(Alibaba)의 알리페이(Alipay) 등은 그 회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다량의 거래를 발생시키고 구매 프로세스와 지불 프로세스를 간소화한 게 장점이다. 애플페이와 구글페이도 각 회사가 갖고 있는 아이튠스(iTunes)와 구글페이(Google Play)의 거래 플랫폼이 바탕이 되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 위챗 등 최근 인기 있는 메신저 포털 등도 많은 수의 거래와 사용자를 갖고 있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 지불 송금 수단을 결합하는 건 어렵지 않은 결정이다. 모바일 기기 자체의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 구글, 삼성전자가 이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불 결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크게 전자상거래, 메신저, 또는 웹 포털,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을 갖춘 기업들이 자신의 비즈니스 플랫폼을 활용해 지불/송금 수단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인터넷의 역사는 기저 플랫폼의 장점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MS는 웹 브라우저, e메일,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경쟁사보다 자사 제품을 후발로 출시(: Internet Explore vs. Netscape Communicator; Outlook vs. Eudora; Windows Media Player vs. Real Audio)했지만 컴퓨터 OS(운영시스템)의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선발 주자들을 모두 퇴출시켰다. 이렇듯 기저 플랫폼으로 상위의 플랫폼을 흡수하는 경쟁을 플랫폼 봉합(Platform Envelopment) 전략이라고 한다. 지불 결제 시스템에서도 독립된 지불 시스템의 생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이런 면에서 주요한 인터넷 기업들이 출시하고 있는 지불 시스템들은 그 지불 시스템이 갖는 차이와 더불어 기저 플랫폼의 장점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어느 기업이 승자가 되든 희생자들은 기존 금융기업들이 될 것이다. 모든 산업의 유통에서 언제나 부는 소비자 접점을 장악하는 기업이 협상력을 갖게 된다. 현재 전자제품의 거래에서 할인점이 협상우위를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융기업을 우회하는 송금의 혁신 모델

 

은행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를 꼽으라면 당연히 국제 송금 서비스다. 비즈니스의 글로벌화로 인해 국제 송금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국제 송금은 이중으로 은행들에게 높은 수익을 발생시킨다. 대부분 국제 송금에는 환전이 필요한데 이 환전에서 사고 파는 기준 환율에 차이를 두고 수수료를 챙긴다. 또 하나는 송금 수수료다. 국제 송금 수수료는 보내는 금액과 상관없이 고정된 수수료를 송금 당사자 양쪽 은행이 챙긴다. 거래 건수당 20∼30달러의 송금 수수료를 부과하는 게 통례다. 그런데 이를 파괴하는 기업이 출현했다. 바로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 예를 들어 영국과 인도 간 송금을 하는 경우 영국에서 인도로 하루에 송금하는 건수가 10만 건에 1000만 파운드고 인도에서 영국으로 송금해야 하는 건수는 5만 건에 500만 파운드라고 하자. 이 회사는 15만 건의 송금거래를 양국 송금액의 차이인 영국에서 인도로 500만 파운드의 1건으로 처리하고 인도와 영국의 가상계좌로부터 개인들에게 국내 송금으로 정산해준다. 이 경우 국제 송금 수수료가 15만분의 1로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에 주목하게 됐다. 이런 절약을 통해 이 회사는 기존 거래의 10분의 1의 수수료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서 환전 수수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환전 수수료를 절약하는 수단으로 환전 암시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남대문시장에는 환전상들이 성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외환을 팔고 사고자 하는 사람들을 중계하면서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는 사업자들이다. 스텔라(Stellar)라는 핀테크 회사는 온라인에서 환전 시장을 개설해 외환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직접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송금 수수료는 물론 환전 수수료도 최소화하려는 기업이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화폐가 존재한다. 전 세계에 다양하게 분산된 온라인 환전시장들을 개설하고 연결하는 게 스텔라의 주요 업무다. 한국에서 영국으로 송금이 필요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만약 한국의 환전시장에서 영국 파운드 거래가 적다면 우선 달러로 환전을 하고 영국 시장에 가서 달러와 파운드를 교환해 거래 당사자의 계좌에 입금을 한다. 모든 것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환전 수수료와 국제 송금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

 

4. 대출 및 투자 분야의 핀테크

 

대출과 투자 분야에서 일어나는 핀테크 혁신도 눈부시다. 도입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존 금융산업이 많은 소외된 고객을 만드는 분야가 대출 및 투자 영역이다.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고 싶은 소비자는 너무 많다. 하지만 조건에 맞는 융자 및 투자를 받기란 쉽지 않다. 이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은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 금융소비자들이 금융기업을 찾아 다니며 협상을 하는 방식에서 온라인 금융시장을 만들어 금융기업들을 경쟁시키는 게 첫 번째 혁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론(eLoan)이다. 소비자의 금융 수요를 포스팅해 금융회사들이 융자의 조건을 갖고 경쟁하게 만드는 역경매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융자 프로세스의 간소화 및 융자비용을 절감시키는 가격파괴를 꾀했다.

 

 

이보다 더 큰 변화는 <그림 5>에서 표현한 소위 P2P 대출(Peer-to-Peer Lending) 및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이라는 금융의 공유경제 마켓플레이스의 등장이다.

 

기존에 기업이 자산(자금)과 고용을 통해 인적 자산을 보유하고 개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공유경제에서는 개인이 소유한 시간과 자산을 다른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도록 네트워크 플랫폼이 연결하는 형태다. 이 경우 이 연결을 책임지는 플랫폼 회사는 자산과 인적자원을 고용하는 비용에서 해방돼 기존 기업 대비 막대한 원가우위에 놓이게 된다. 우버가 경이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배경에는 이러한 원가구조의 혁신이 자리잡고 있다.

 

 

 

P2P 대출은 이 점에서 우버와 동일하다. <그림 6>은 대표적인 P2P 대출 기업인 렌딩클럽(Lending Club)에서 기존 은행 대비 원가 우위를 비교 분석한 것이다. P2P 대출은 기존 오프라인 금융기업에 비해 4.25%(425 basis points)의 이자 절감 우위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들 수 있는 의문은 과연 개인들이 돈을 제대로 상환할 융자자들을 고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P2P 대출 시장인 렌딩클럽과 프라스퍼(Prosper)에서의 부도율은 4∼5.8%를 기록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6∼9%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서 융자를 받는 고객이 기존 금융기업이 외면하는 위험한 고객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로 인해 지금은 기관투자가들마저 펀드를 P2P 대출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공개적으로 투자 대상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협업적 선별(Collaborative Filtering) 효과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 펀더블(Fundable),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들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간단한 동영상을 올리는 것으로도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세스가 간소화돼 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들은 투자유치 목표 금액의 수백 배를 수많은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손쉽게 유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익스플로딩 키튼(Exploding Kittens)이라는 게임 프로젝트는 1만 달러 유치를 목적으로 킥스터터에 참여했지만 878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 상품의 경우 소수의 투자심사역들의 평가에 기반한 투자에 비해 수십만 명의 잠재 고객들이 참여하는 협업적 투자선별 시스템이 벤처캐피털 회사들을 초기 창업투자에서 밀어내고 있는 꼴이다.

 

<그림 7>은 과거의 기업에 비해 P2P 금융에서 활용하는 정보의 다양성과 풍부성을 표시하고 있다. 송금의 경우와 유사하게 대출과 투자에서도 기술기반 회사들이 공유경제와 공개 경쟁시장의 혁신을 통해 와해적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장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연 130% 이상으로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융자되는 금액은 2014년 기준 약 9조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한 대출 서비스는 학자금 온라인 대출업체 소피(SoFi), 소규모 영세업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 대출 및 투자 전문업체 온덱(OnDeck),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서비스 업체 집마크(Zipmark), 이자를 전혀 받지 않는 가격파괴를 시도 중인 로빈후드(Robinhood) 등 다양한 업체를 통해 활발히 실현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데에는 빅데이터 중심의 신용평가회사인 독일의 크레디테크(Kreditech) 같은 회사들의 공헌이 크다. 크레디테크는 기존 신용평가회사들이 분석을 위해 사용하던 은행거래 정보는 물론 페이스북, 이베이, 아마존 등 SNS e-커머스 거래 내용 정보까지 분석해 신용을 평가한다. 심지어 자사 가입신청서상 문자 중 철자 오류나 약물 중독 증세의 문장 특성까지 분석해 대출 심사에 활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기술 진보로 인해 과거엔 접근이 불가능했던소프트 인포메이션(soft information)’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P2P 거래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5. 맺는 말

 

이상으로 현재 핀테크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중요한 혁신의 흐름을 살펴봤다. 모바일 혁명은 규제와 독과점 체제하에 안주해 오고 있는 금융산업에 와해적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혁신의 방향은 크게 기존의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투명화하며, 개별 고객의 금융기업을 방문하며 협상하던 것에서 공개시장에서 경쟁을 유도하거나 공유경제와 네트워크를 통해서 금융기업 자체를 우회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 핀테크가 가장 활발한 지역은 실리콘밸리와 더불어 뉴욕, 런던, 아일랜드이다. 즉 금융이 발달한 지역에서 핀테크는 가능성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가 활성화를 하려면 금융이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핀테크 혁명은 크게 두 가지의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규제완화다. 금융시장에 기술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 없이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에선 현재 지불 결제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규제완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환경요인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기술기업들이 기존 금융기업에 비해 혁신성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ITC 분야에 막대한 고정자산 투자를 해야만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어 적은 자본력으로도 핀테크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고객의 금융자산을 금융기업 외부에 저장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대규모 자본만이 금융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진입장벽도 여전하다. 최근에 정부가 허가하고 있는 온라인 전문은행에 대기업 컨소시엄만이 진입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가구조하에서는 기존 금융질서 내에 또 하나의 은행을 인가할 뿐 가격파괴가 이뤄지기 어렵다. 금융을 산업화하고 가격파괴와 서비스 혁신을 통해 금융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크게 가는 핀테크 혁명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파괴적 혁신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경영정보학 전공)를 받았다. 애리조나대 경영대 교수, 일리노이대 경영대 교수, KAIST 테크노 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IT가 기업의 전략과 성과,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으며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많은 IT 관련 기업의 제품전략, 금융회사와 자본시장 관련 기업들의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 및 기업의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자문을 하며 CEO 대상 경영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 이병태 | - (현) KAIST 경영대 교수
    - (현)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 겸임
    - 애리조나대 경영대 교수, 일리노이대 경영대 교수, KAIST 테크노 경영연구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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