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2.54 주식교환’ 이사회 의결
교환 완료땐 두나무가 자회사로
네이버, 가상자산 영향력 확대
이해진-송치형 오늘 사업구상 회견
국내 간편결제 1위 사업자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합병 절차에 착수했다. 최종 합병이 성사되면 기업가치 합계만 20조 원에 달하는 ‘메가 핀테크’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네이버가 검색, 콘텐츠, 이커머스, 핀테크에 이어 가상자산 영역으로까지 영향력을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파이낸셜의 모회사인 네이버는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 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합병은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두나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네이버파이낸셜 신주와 교환하는 형태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
네이버 측은 이날 이사회 후 보도자료를 통해 “양 사는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 도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병 기대효과에 대해선 “34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와 연간 80조 원에 이르는 결제 규모를 확보하고 있는 국내 최대 간편결제 사업자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국내 최고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력을 보유한 두나무의 기업 융합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나무 관계자도 “앞으로 유기적 협력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구조 재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 주주는 지분 69%를 가진 네이버다. 두나무 주요 주주는 공동 창업자인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으로 각각 25.5%와 13.1%를 가지고 있다. 합병 후엔 네이버(모)-네이버파이낸셜(자)-두나무(손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로 바뀐다.
포괄적 주식 교환 비율은 복수의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평가받은 기업 지분 가치로 결정됐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가치가 각각 4조9000억 원, 15조1000억 원으로 평가되며 비율은 1 대 3.06으로 산정됐다. 다만 각 사의 발행 주식 총수가 달라 개별 주식 단위로 환산한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주당 교환가액 비율은 1 대 2.54로 최종 결정됐다.
포괄적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반사업지주사로 변경되며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 다만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합병이 완료되면 네이버와 두나무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를 본격 구축할 예정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결제 생태계와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네이버페이는 ‘발행’을, 업비트는 ‘유통’을 맡는 셈이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
두나무를 품으면 블록체인·가상자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외 결제·송금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페이팔, 스트라이프와 맞설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단숨에 갖출 수 있다는 기대다. 특히 네이버가 준비 중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글로벌 사업에도 스테이블 코인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내부 판단이다. 미국의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가 스테이블 코인 결제 도입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앞서 인수한 미국의 ‘당근마켓’ 격인 포시마크와 스페인 왈라팝, 한국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등 네이버 커머스 생태계에도 스테이블 코인 결제 인프라를 연동한다는 구상이다. 정효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 코인을 기반으로 커머스와 핀테크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토큰증권 시장으로의 진출 등 신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라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 등 경영진이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합병 후 사업 구상안을 직접 밝힌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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