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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 프로세스 활용법

임계점까지 익히는 노력 있어야 혁신아이디어의 불꽃이 타오른다

김동준 | 182호 (2015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아무 고민 없이 별안간 들이닥치지 않는다. 그전에 많은 연구조사를 통해 쌓아 온 고민의 시간이 어떤 임계점을 넘어 순간적으로 도약했을 때 비로소 번뜩이는 창의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은 혼돈의 미스터리 단계를 거쳐 깔때기 경로를 통해 경험규칙으로 정리된 후, 알고리즘을 통해 검증된 프로세스로 정립된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의 급진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이 구간의 노하우를 배우려고 애쓰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임계점에 도달하기까지 준비하고 노력하는 바닥구간이다. 이를 위해 촉매 프로세스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발상하는가

 

‘아이디어를 발상한다는 것은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는지 알기 위해서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장기 기억 속에 있는 정보를 다시 꺼내야 한다. 적어도 이 둘 중 하나는 해야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먼저 세상으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일 때는 오감을 이용한다. 오감을 통해 들어온 하나 이상의 정보를 잠시 저장하면감각 기억이 된다. 이 감각 기억은 수초 이내의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저장되는데 이때 흥미를 잃거나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소실돼 버린다. 흥미가 있거나 주의를 집중해 선별된 기억들은단기 기억으로 전환되는데 이렇게 전환된단기 기억들을 활용해 연산 작업하는 것을 우리는생각한다또는사고라고 한다. 따라서 오감에 자극이 없거나 주의나 흥미가 없다면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잃게 된다. 이런 사고 작용을 통해 강화된 기억들은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수 있는데 우리는 생각할 때장기 기억으로 전환됐던 정보를 다시단기 기억으로 인출해서 작업한다. 이렇게 장기 기억에서 꺼내서 사고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이렇게 인출을 통한 사고를 잘하기 위해서는 장기 기억에 많은 경험과 지식이 저장돼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생각을 잘하는 사람들은 단기 기억에 올라온 정보를 가지고 작업을 잘하는 사람이다. 즉 단기 기억을 활용해 연산을 하는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이디어 발상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생각을 잘하는 사람은 적어도 두 가지 중 한 가지 방식에 능한 사람이다. 현재 놓인 환경으로부터 오감을 통해 민감하게 받아들인 감각 기억에 흥미를 잃지 않고 주의를 집중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단기 기억으로 전환해 잘 활용하거나 장기 기억에 담긴 경험과 지식을 작업 기억으로 자유자재로 인출해 응용하는 것이다. 순간 집중력이 좋은 사람들은 평소 공부를 하지 않다가도 당일치기로 짧은 시간을 투자해 높은 점수를 획득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작업 기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순간 집중력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양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복 작업인 시연(retrieval) 및 개념화나 이야기화한 의미화(encoding)를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해둬야 한다.

 

창의적 vs. 논리적 아이디어 발상,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창의적 발상과 논리적 발상은 기본적으로 아이디어 발상이라는 면에서 같다. 이것은 감정이나 감성과는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해 생각한다는 것과 정서적으로 느낀다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뇌의 구조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뇌는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 등 3가지로 구별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생존하기 위한 뇌, 정서를 느끼는 뇌, 그리고 생각하는 뇌다. 창의적 발상이나 논리적 발상은 모두 사고의 뇌에 의한 작용이다. 창의적인 것이나, 논리적인 것이나 발상한다는 자체가사고 작용(thinking)’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고 작용은 주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작업인 반면정서 작용(feeling)’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이나 오욕칠정(五慾七情)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생존의 뇌, 감정의 뇌, 사고의 뇌 순으로 진화했기 때문에 생존과 직결되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뇌는 전혀 혹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너무 덥거나 추워서 생존의 뇌가 살길을 찾는다거나 운전 중 앞차에 대해 분노하게 되면 우리는 사고 작용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다만 추워서 사고 작용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감각기관이 환경으로부터 직접 느낀 생물학적 반응인 반면 로드 레이지(road rage) 같은 운전 중 분노는 운전을 하기 위해 사고의 뇌가 계속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생존의 뇌가 생명을 위협받는 일을 당하면 감정의 뇌가 폭발하는 구조다. 따라서 우리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상하기 위해서는 생존의 뇌가 생명 유지를 위한 작용을 하지 않는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의 뇌가 민감하게 작동하지 않도록 사고의 뇌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용량 한계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사고의 뇌가 100% 가깝게 활동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 자유로운 발상이 어렵다. 지금 생각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해결안을 낼 수 없다면일단 머리부터 식혀라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사고의 뇌 작용인 창의적 발상과 논리적 발상을 좀 더 알아보자.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좌뇌와 우뇌 이론이다. 이는 좌뇌는 말과 계산 등 논리적 기능에 강하고 사실적이며 분석적인 경향을 갖는 반면 우뇌는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기능에 강하고 은유적이며 직관적인 경향이 있다는 역할에 대한 것이다. 예컨대이번 TV프로젝트의 사용자 중 청담동에 사는 20대 여성은 인구통계학적으로 A그룹에 속하고, 프리미엄과 명품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으며 세분화 분류상 패셔니스타에 속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목표 고객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면 이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이번 TV프로젝트의 사용자 중 청담동에 사는

20대 여성들은 숏커트를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작은 클러치에 얇은 스마트폰을 넣고 미니 쿠페를 몰고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는데 이 같은 일련의 행동은 미니멀리즘이라는 연관성을 갖는다고 생각했다면 연상하고 연결해 관계를 찾아내는 창의적 사고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논리적 사고는 하나의 정답을 찾기 위한 방법이고, 창의적 사고는 다양한 기회를 찾기 위한 방법이다. 다만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는 그 목적이나 해결 과정이 서로 다른 방법일 뿐 어느 것이 더 우월하거나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창의적 통찰, 아이디어를 가능성으로 바꾸는 힘

 

탁월한 아이디어는 흥미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주의 집중력과 지구력의 결실이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 통찰의 순간은 번뜩이는 찰나의 순간에 다가오지 않는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이나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를 생각해보자. 뉴턴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우연히 사과나무 옆을 지나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순간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이 아니고, 아르키메데스가 그저 피곤해서 목욕탕에 들어갔다가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한 고민으로 점철된 무수한 시간을 보낸 후에야 유레카라는 찰나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경험은 천재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다. 며칠 혹은 몇 주를 반복해서 연구하고 고민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을 들고 저녁 늦게 심신이 지쳐 파김치 상태로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웠는데 너무 피곤한지 잠도 잘 안 와서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겨우 잠든 후 핸드폰 알람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샤워를 하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찰나의 유레카 순간이다.이런 순간은 아무 고민 없이 별안간 들이닥치지 않는다. 그전에 많은 고민과 연구조사의 기다림이 어떤 임계점을 뛰어넘을 때 순간적으로 수준이 도약하는 현상이다. 이를창의적 통찰이라고 한다.

 

아이디어란 생각 그 자체이므로 아이디어 스스로 완벽한 해결책이 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어떤 아이디어가 해결안이 된다면 그것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수준이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의 지적, 경험적 수준보다 낮은 경우다. 우리가 비즈니스에서 풀어야 하는 창의적 문제는 대부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이므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그 자체로 해결안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디어는 반드시 해결안으로 향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적어도 하나쯤은 지닌다.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은 이 긍정적인 측면을 가능성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사고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갖는 부족한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창의적 아이디어는 가능성을 향한 긍정적 측면과 부족한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창의적 아이디어 발상에서는 가능성을 향한 긍정적 측면을 지키면서 부족한 내용을 강화해 아이디어를 가능한 해결안으로 전환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족한 내용이 긍정적 측면과 모순관계에 있을 때, 즉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면 동시에 긍정적 측면이 약해지는 갈등구조를 갖고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다는 점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많은 연구조사와 고민의 시간을 가지고 공을 들였을 때 그 모순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레카의 순간이 온다. 그것이 바로창의적 통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창의적 통찰의 순간이 아니라 그전에 공들이고 힘써야 하는에너지 축적의 시간이다. 즉 반드시 임계점을 넘는 에너지가 축적돼야만 통찰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창의적 통찰의 순간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회의 혹은 워크숍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도구, 방법론 혹은 프레임워크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가장 유명한 에너지 축적 도구는브레인 스토밍이고 최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방법론은비즈니스 모델’, 프레임 워크는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 각 내용은 검색이나 관련 도서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으니 상술은 생략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통찰(通察, insight)’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아는 것이다. insight를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면 ‘accurate and deep understanding of a complex situation or problem’이라고 돼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단어는 complex, accurate, deep이다. 즉 통찰은 복잡한 것에 대한 이해이며 이해의 수준이 깊어야 할 뿐 아니라 예리하기까지 해야 한다. 국어사전에는새로운 사태를 예리하게 관찰해 그 의미를 재조직화하는 과정을 거쳐 심적으로 인식된 상태라고 나와 있다. 한 단어로는아하!’의 순간이고, 한마디로는눈앞이 훤히 밝아지는순간이 바로 통찰의 순간이다. 이 같은 순간을 위해서는 폭넓은 경험과 깊은 지식, 생생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경험과 지식은 앞서 언급한 장기 기억을 자유자재로 인출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고, 생생한 상상력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민감한 감각과 주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통찰의 순간은심적으로 인식된 상태이므로 현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교착 상태(?)를 에너지 축적을 통해 통찰의 순간(!)으로 전환했다면 이제는 그 느낌(!)을 현실화하는 작업, 즉 마침표(.)를 찍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비즈니스에서는 통찰이라는 가능성을 현실의 기회로 전환시켰을 때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교착 상태에서 가능성으로, 가능성을 다시 기회로 전환시키는 창조의 진화적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창조적 진화 과정, 직관에서 분석으로의 이동

 

교착상태에서 가능성을 거쳐 기회로 전환시키는 과정은 로저 마틴(Roger Martin) 교수의 지식생산 필터(knowledge filter) 이론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로저 마틴 교수는 Thinker501 에서 선정한 2013년 전 세계 경영사가 랭킹 가운데 3위를 차지한 인물로, 그의 저서 <디자인 씽킹(the design of business)>2 에서 모든 성공적인 기업 혁신이 거쳐 간 동일한 경로로지식생산 필터(knowledge funnel)’를 제시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보다 성공적이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통해 지식을 생산하는 기업은 미스터리(mystery)에서 경험규칙(heuristic)으로, 다시 알고리즘(algorithm)으로의 3단계 깔때기 경로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 3)

 

 

 

Mini Box

  

 

로저 마틴 교수는 저서에서맥도널드사례를 다뤘다. 맥도널드 형제는자동차를 소유하고 여가를 즐기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중산층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먹고 싶어 하는가라는 미스터리를 풀고 싶었다. 그들은 고민 끝에새로 등장한 문화인외식을 하는 소비자가 비즈니스 가능성일지 모른다고 주목했고, 이들이 관찰한 바를 토대로메뉴를 단순화한 퀵서비스 레스토랑이라는 경험규칙을 기회로 발전시켰다. 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필요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제거하고 더욱 단순화하면서 경험규칙을 알고리즘 수준으로 심화해갔다. 예컨대 햄버거 고기를 굽는 방식, 제공하는 메뉴의 수, 레스토랑의 규모와 위치 등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수많은 내용을 매뉴얼화했다. 결과적으로 레스토랑을 새로 오픈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어떻게 고객을 응대하는지 뿐 아니라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에 제공할 재료에 대한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항을 알고리즘화했다. 결과적으로미국 사람들은 빠르고 편리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u) 레스토랑을 원한다는 명백하게 표현되는 알고리즘 수준의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레스토랑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창조적 진화는 맥도널드의 기업적 진화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피처폰 시절 LG전자의 초콜릿폰이나 삼성전자의 햅틱폰이 스마트폰인지 아닌지에 대한,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당시 CITA, IDC, Gartner IT 전문기관들도 스마트폰에 대해 서로 다른 정의를 내놓곤 했다. 스마트폰은 피처폰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라는 미스터리를 제대로 해결할 사람이 없었다. 이후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 다퉈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은 그저 경험규칙적으로 스마트폰을 받아들이던 중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폰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깨끗하게 해결했다. 지금 우리는 출시 후 일주일 정도면 어떤 스마트폰이 쓸 만한지, 아닌지 평가할 수 있는 알고리즘 수준의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다. 수많은 경험규칙이 쌓인 중에 애플의 아이폰이 임계점을 넘어설 만한 에너지를 더했고 스마트폰 업계를 알고리즘 단계로 한 단계 진화시킨 것이다.

 

이 같은 창조적 진화는 순환적으로 반복된다. 우리는 과거 스마트폰에 대한 미스터리와 유사하게 스마트워치에 대한 미스터리를 경험하고 있다. 애플 워치, 삼성 기어, LG 워치어베인 등 어떤 것이 진정한 스마트워치인지 분명히 정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미스터리는 곧 지나가고 경험규칙과 알고리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미스터리에서 경험규칙의 시대로 이동할 때, 또는 경험규칙에서 알고리즘 단계로 이동할 때 스마트워치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든 기업이 탄생할 것이다.

 

  로저 마틴 교수는중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식생산 필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 번째 깔때기 경로는미스터리(mystery)’ 탐색이다. 이 단계에서는 수도 없이 다양한 형태의 수수께끼를 접하게 되는데 이렇게 혼란스러운 단계를 빠져 나오는 길은언어 이전 단계의 직관(prelinguistic intuition)’인 직감 혹은 예감(hunch)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지면으로 떨어지는 물체를 오랜 기간 관찰하고 심사숙고를 거듭한 사람들은 짐작하기 시작한다. 물체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것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이 혼돈의 미스터리 단계를 빠져나오는 직감이다. 다음 깔때기 경로 단계인경험규칙(heuristic)’에서는 직감적인 사례를 단순화해서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양은 줄이고 질은 높이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경험규칙 단계를 거친다고 해서 무엇이든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단계를 통해 직관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사물은 왜 땅 위로 떨어지는가라는 미스터리로부터 당시에는 특정 별칭이 없었으나 지금은중력이라고 부르는 보편적 힘의 작용에 의해 사물이 지면으로 낙하한다는어림 감정(rule of thumb)’ 혹은 경험규칙을 알게 된다. 이런 경험규칙은 다수의 설명 가능한 방식을 체계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경험규칙이 세 번째 깔때기 경로인 알고리즘(algorithm) 단계를 거치면 완벽한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즉 알고리즘은검증된 생산 프로세스(certified production process)’로서 알고리즘이 제시한 구체적인 절차를 따르면 원하는 특정 결과를보장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물체는 9.8m/sec2의 일정한 가속도로 낙하한다는 식이다. 다시 말해 애매모호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만 적용할 수 있는 경험규칙과 달리 알고리즘은 단계적으로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는 절차로, 경험규칙을 단순하고 체계적인 코드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알고리즘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의 비슷하게 활용할 수 있다.

 

즉 복잡성을 지닌 세상과 사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미스터리 단계에서 수많은 탐색과 직감을 반복하면서 경험 규칙의 단계에서 세상과 사물에 대한 두드러진 특징을 발견하고 그 결과 알고리즘 수준인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중력의 경우 지면으로 물체가 떨어진다는 초보적인인식으로부터 사물을 땅으로 끌어당기는 보편적인 힘이라는개념이 형성되고 이 개념과 관련된 지난한 노력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간단명료한공식으로 인간의 이해가 심화된 것이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모든 지식(knowledge)은 미스터리인 혼돈(chaos) 혹은 무지(unaware, unconscious)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기업 혁신은 미스터리라는 무지에서 시작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미스터리와 경험규칙 사이, 그리고 경험규칙과 알고리즘 사이에 존재하는 선이 바로 임계점 또는 임계구간인데 이전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임계점 또는 임계구간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지식생산 필터를 단순화해서 진화의 S-곡선과 시간의 축에 대응시키면 <그림 4>와 같다.3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화의 S-곡선 도입기에서 임계점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서야 성장기로 진입하듯 지식생산 필터에서도 각 단계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임계점을 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임계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만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저 많은 미스터리를 탐색했다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인 경험규칙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이것은 영어를 10년간 들어도 집중하지 않은 상태에서 들었다면 듣기능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영어 듣기가 자연스러우려면 최소 2000시간을 들어야 임계량을 넘을 수 있다. 미스터리에서 경험규칙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뉴스와 같은 고급 문장을 넘으려면 문법이라는 알고리즘의 수준을 알아야 한다. 이런 현상은 비행기의 이륙에 비유할 수 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활주로에서 엄청난 기름을 소모하며 빠른 속도로 질주해야 하는데 이때는 고도에 변화가 없다. 그러다가 부력이 양력보다 커지는 임계점을 지나면 거대한 비행기가 하늘로 솟구쳐 올라간다. 일단 솟구쳐 올라가면 비행기는 지상에서 사용한 에너지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도 높은 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이야기할 때 혁신의 급진적 변화, 즉 진화의 S-곡선에서 성장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상승구간을 벤치마킹하고 배워서 자사에 도입하려고 애쓰곤 한다. 하지만 혁신의 상승구간을 만들기 위해서 상승구간을 연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임계점을 넘는 에너지를 만드는 곳은 상승구간이 아니라 바닥구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바닥구간을 선형적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구간 역시 비선형적 지수적 증가를 하는 구간이다. 그 활동량이 아직 임계치에 도달하지 못해 외견상으로 관찰할 수 없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교착상태에서 출발해 가능성을 거쳐 기회로 전환시키는창조적 진화 과정은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직관에서 알고리즘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분석으로 이동하는 변화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로저 마틴 교수는디자인적 사고라고 명명했고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생각의 가장 완벽한 방식은 분석적(analytical) 사고에 기반을 둔 완벽한 숙련과 직관적(intuitive) 사고에 근거한 창조성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업이 아이디어 발상에서 시작해 창조적 진화 과정을 거쳐 성공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분석과 직관 사이의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창의적 협업, 창조적 진화 과정 적용하기

 

지금까지 아이디어 발상, 창의적 발상과 통찰, 그리고 창조적 진화 과정에 대해 이론적 측면을 주로 다뤘다면 지금부터는 현실에서 기업이 어떻게 이런 이론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촉매 프로세스(Catalyst Process)4 를 통해 설명하겠다. (그림 5)

 

 

 

촉매 프로세스는 사람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프로세스로 로저 마틴 교수가 디자인적 사고로 강조한 직관적 사고의 창조성과 분석적 사고의 효율을 조화시킨 창조적 진화 과정이다. 원래는경험 중심의 혁신을 위한 프로세스로 제안된 것이지만 아이디어 발상과 원칙이 동일하므로 소개한다. 더불어 이 촉매 프로세스는 개인이 혼자 아이디어 발상을 할 때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조직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새로운 가능성, 통찰 혹은 기회를 찾기 위한 창의적 협업(creative collaboration)의 방법으로 활용하면 더 효과적이며 효율적이다.

 

촉매 프로세스에서는 먼저 보고(see), 느끼고(feel), 이해하기(understand) 전에는 문제 해결이나 제품/서비스 개발 등을 위한 아이디어 발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첫 단계인 ‘See’는 보는 사람의 감각적 체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에서 언급한 정보 처리 이론에서 오감을 통해 환경으로부터 감각 기억으로 전환하는 첫 번째 단계다. 오감 모두가 사고를 위한 입력 방식으로 중요하지만 촉매 프로세스는 그중에서도 시각적 정보를 대표로 표현했는데 창의적 발상과 통찰은 이미지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디어 발상을 할 때는 말로 토론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로 표현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아도, 글로 표현할 수 없다면 이미지로라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포스트잇 같은 종이에 표현해야 한다. 아이디어 발상을 하기 위해서는작업 기억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작업 기억은 수십 초 이상 지속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억 용량의 한계로 10개 이상 동시에 떠올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창의적 발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 재료들이 필요한데 생각하는 뇌는 저장하는 뇌와 달라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다룰 수 없으므로 종이의 도움을 받아 눈에 보이는 만큼의 양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재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의 양적 문제에 더해 종이에 표현하는 시각적 활동의 중요성은 창의적 협업을 할 때 더욱 강조된다. 나만의 생각은 눈에 보이게 표현하지 않아도 떠올릴 수 있지만 상대방의 생각을 내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은 아주 어려운,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말한 것을 내가 떠올리는 것보다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 표현해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지만 우리는 시간적 제약이나 습관적으로 그 단계를 생략하곤 한다. 그러나 촉매 프로세스에서는 자신이 생각한 모든 것을 자신이 표현하고 참석자 모두가 함께 보는 것이 아이디어 발상의 첫 번째 원칙이다.

 

 

두 번째 단계인 ‘Feel’도 아이디어 발상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현업에서는 많이 생략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앞에서 본 것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과 상대방이 표현하는 감정에 동감하지 않더라도 그 감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앞에서 언급한 정보 처리 이론에서는 흥미와 주의 집중을 불러일으켜 단기 기억으로 전환시켜 줄 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과 감정의 뇌를 안정시켜 사고의 뇌를 활성화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뇌가 열리면서 상대방의 의견과 추측에 대한 이해(Understand)가 확장되고 우리가 생각하려고 하는 새롭거나, 모르거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 또는 조건에 대한 상상력이 자극을 받으며 풍부한 감성으로 창의적 사고를 활성화한다.

 

이 같은 촉매 프로세스의 1∼3단계는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원칙으로 활용할 수 있다. 1∼3단계의 원칙을 활용해서 4 5단계의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의 발산 및 수렴의 과정을 거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6단계에서 통합적으로 실행하면 촉매 프로세스가 완성된다. ( 1)

 

 

 

3가지 원칙하에서 창의적 사고를 하는 방법은발상의 바퀴라고 불리는나열하기 - 분류하기 - 연결하기 3단계를 순환적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그림 6)

 

 

 

‘나열하기’는 눈에 보이게 게시하는 것이다. 비판은 물론 토론도 하지 않고 포스트잇에 적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보통 4∼6명이 1∼3분이면 30∼60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이후의 창의적 사고를 하기 위한 재료를 충분히 모으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아이디어의 질을 확보하거나 해결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보통 아이디어 발상을 할 때 누군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옳다혹은그르다를 판단하거나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평가하거나 왜 그것이 실현성이 없는지 입증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창의적 발상을 통해 가능성과 기회를 만들려고 하는 아이디어 발상의 첫 단계로는 적합하지 않다. 판단과 평가, 입증은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싱싱한 재료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분류하기’는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것이다. 모르는 것을 분류할 수는 없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는 그 분야에 대한 내용을 잘 분류할 수 있다. 예컨대 와인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은 와인은 그저 포도주의 다른 별칭이거나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으로 나눠진다는 정도만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와인 전문가는 와인을 색, 용도, 제조방법, 당분, 산지 등 아주 다양한 기준으로 다채롭게 분류할 수 있다. ‘나열하기가 서로 다른 지식, 경험, 생각을 가진 여러 팀원들이 그저 자신의 생각을 나열해서 마구 섞는 미스터리 단계라면분류하기는 이 혼돈의 복잡한 덩어리를 여러 가지 의미로 나눈 후 각각에 이름을 지어보는 창조의 작업을 하는 단계다. 이때 분류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나 분류된 몇몇 아이디어의 무리(, cluster)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모두 창의적인 작업이다. 40개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5∼10개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분류 기준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적어도 분류 기준 수만큼의 아이디어 집합체로 전환할 수 있다. 이렇게 분류 작업을 반복하다보면 앞서 언급한 경험규칙 혹은 창의적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경험규칙이나 창의적 통찰을 강화하거나 알고리즘 수준으로 전환하고 싶다면 세 번째 단계인연결하기를 수행해야 한다. 연결하기에는 크게 트리 구조화(tree structuring), 상관도(relation mapping), 글쓰기(writing) 3가지 방식이 있다. 여기서는 대표적으로트리 구조(tree structure)’를 예로 설명하겠다. 트리 구조화는 2차원으로 분류된 구조를 3차원 이상의 사고로 체계화하는 단계다. 여기서 3차원이라는 것은 트리 구조에서 3수준까지 내려가면 생각의 깊이로도 3수준까지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기서의 트리 구조가 MECE(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원칙이 적용된 로직 트리(Logic Tree)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상하 간 구조체계가 인과관계일 필요가 없고 누락이나 중복 혹은 비약까지도 허용되는 구조체계여도 된다. 왜냐하면 아직 미스터리 단계이거나 경험규칙 수준이지 알고리즘 수준에 도달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 구조는 촉매 프로세스 5단계인 논리(Think)의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지, 4단계인 창의(Imagine)에서 필요한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류된 아이디어를 다양한 기준의 트리 구조로 수없이 체계화하는 작업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경험규칙도 강화되고 창의적 통찰의 순간이 다가올 확률이 점점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창의적 통찰을 얻게 되면 5단계 논리적 사고를 거쳐 6단계 통합의 실행단계로 마무리된다.

 

정리하면 현업에서 아이디어 발상을 하고 싶다면 촉매 프로세스의 1∼3단계를 원칙으로 활용해 4단계 창의 단계에서나열하기-분류하기-연결하기의 활동을 반복해 창의적 통찰을 얻은 후 5단계 논리적 사고를 통해 정리 및 기획하고, 6단계에서 통합적으로 아이디어를 실천한다. 이런 과정을 자주 연습한다면 개인은 물론 조직의 아이디어 발상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준이노캐털리스트 대표 ic@innocatalyst.com

 

필자는 연세대에서 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삼성전자에서 15년간 근무하면서 보르도TV 60여 개의 혁신 협업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삼성그룹 기술상, CTO Best Progress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innoCatalyst 대표,

Strategos Network Partner로 다양한 기업의 창의, 혁신 및 협업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 김동준 김동준 | - innoCatalyst 대표
    - Strategos Network Partner
    - 성균관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
    - 삼성전자 VIP센터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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