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서 배우는 경영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몸짓은 가장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리더의 눈길이 뭘 의미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몸짓은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가 여기에 근거한다. 그래서 비언어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조직은 리더가 입으로 하는 말보다 몸이 하는 말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비언어적 신호의 영향력은 언어적 신호에 비해 다섯 배나 높다. 또 비언어적 신호(몸짓)와 언어적 신호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사람들(특히 여성)은 주고받은 말보다 비언어적 신호를 더 믿는다. 노련한 사장들은 기획안을 보지 않는다. 액수가 많을수록 기획안 대신 그걸 가져온 사람을 본다. 그리고 동물적인 직관력으로 그들의 몸이 하는 말을 읽고 들으며 느낀다.
우리는 스컹크란 녀석을 쉽게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녀석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녀석들이 가진 ‘세계 최고의 냄새’ 때문이다. 그럼 생긴 것도 고약한 모습일까? 아메리카에 사는 이 녀석들을 야생에서 만나면 가장 먼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다람쥐처럼 생긴 이 녀석들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귀엽다는 생각에 다가가면 녀석들은 물구나무를 서는 묘기까지 선보인다. 정말 귀여워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럴 때 필요한 말이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다. 녀석들의 묘기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이 순간 이유 불문, 방향 불문, 무조건 36계 줄행랑을 친다. 세계 최고의 역겨운 냄새를 발사하겠다는 신호인 까닭이다. 이 냄새, 얼마나 강할까? 독일의 유명한 동물작가인 비투스 드뢰셔의 표현대로 하면 “숨이 멎는 듯하면서 이대로 질식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목을 조이는 듯한 격심한 자극 때문에 결국 토할 수밖에 없다”다. 이뿐인가? 옷을 태우더라도 땀구멍을 통해 피부 깊숙하게 스며드는 ‘최고의 향수’는 일주일씩이나 사라지지 않는다. 목욕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런데 녀석들은 그냥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게 훨씬 적중률이 높을 텐데 왜 사전 신호를 할까? 한 번 쓰는 양을 만들어내려면 1주일이라는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니 신호를 보내 상대를 물러가게 한다면 일거양득 아닌가. 실제로 한번 당해본 포식자들은 녀석들이 물구나무를 서려는 동작만 해도 순식간에 바람처럼 사라진다. 차라리 배고픔을 견디는 게 낫지 그 냄새를 1주일씩이나 맡는 건 고역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독한 냄새는 사방 600m에 퍼지기 때문에 사냥감들 또한 황급하게 사라져버린다. 배는 배대로 고프고 참을 수 없는 냄새까지…. 아마 세상 살기 싫은 1주일일 것이다. (그런데 녀석들은 자기들이 만든 향수를 좋아할까? 샤넬이 자신이 만든 향수 ‘넘버5’를 잠옷 대신 바르고 잠을 잤듯이 녀석들도 그럴까? 드뢰셔는 이 녀석들이 자신의 향수를 몸에 묻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관찰했다. 우연히 털에 향수가 묻었는데 마치 결벽증에 걸린 것처럼 앞발로 털이 다 빠질 정도로 그 부분을 긁어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애완용 스컹크들은 필히 항문샘을 제거한다.)
몸짓은 진실을 말하는 언어
자연의 세계에서 몸짓은 가장 기본적이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의도적으로 보내는 공격-방어 신호만이 아니다.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몸짓 신호를 보내고 또 상대로부터 신호를 파악한다. 이런 신호를 잘 읽어내고 잘 표현해야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나 호랑이는 사냥감이 나타내고 있는 신호, 그러니까 경계를 허술히 하고 방심하고 있는 몸짓을 포착할수록 쉽게 사냥할 수 있다. 반대로 사냥감이 되는 동물들은 이런 사냥꾼의 몸짓에서 숨은 의도를 읽어내야 내일도 살아갈 수 있다. 진정한 눈치란 나에게 필요한 세상의 움직임을 재빨리 알아채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같은 종으로 공동체를 이뤄 사는 사회 속에서도 몸짓은 중요하다. 영장류인 침팬지 무리에서 서열 높은 ‘분’의 일직선 눈길을 별 생각 없이 받아 넘긴 무리 구성원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한다. 아니 잘못하면 그 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무엇보다 1인자의 행동, 특히 시선을 틈틈이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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