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이끄는 조직
Article at a Glance- 전략, HR
인도 타타그룹의 ‘나노’라는 자동차는 전 CEO 라탄 타타가 온 가족이 낡은 스쿠터 한 대에 매달려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착안해 개발됐다. 이후 나노는 인도에서 ‘국민차’로 부상하며 타타그룹에 큰 매출을 안겨줬다. 이는 타타그룹이 가진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대표적 사례로 알려져 있다. 기업이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목적이 이끄는 문화를 가꿔나갈 때 조직 구성원과 소비자, 관련된 이해관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은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
타타그룹(Tata Group), 구글(Google), 테슬라(Teslar), 자포스(Zappos),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탐스슈즈(Toms Shoes), 아이디오(IDEO), 파타고니아(Patagonia), 칸아카데미(Khan Academy),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업종도 다양한 이 기업들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겠다는, 즉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profit maximizer)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윤과 동시에 지역사회와 사회구성원들에게 긍정적 영향(positive impact)을 끼치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목적이 이끄는 기업(purpose maximizer 혹은 purpose-driven company)’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세계는 목적이 이끄는 조직에 열광하고 있다.
DBR 114호에 필자가 기고한 ‘동기 3.0시대, 목적의식이 조직원을 뛰게 한다’에서도 강압과 지시를 바탕으로 부하들을 이끄는 동기 1.0시대에서 보상으로 이끄는 동기 2.0시대에 이어 목적의식으로 이끄는 동기 3.0시대가 열렸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목적의식이야말로 부하들의 자발적인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수단이며 전 세계 최고의 조직들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목적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목적의식을 공유하게 되면 조직 구성원들은 부하(subordinate)에서 추종자(follower)로, 업무가 생계유지를 위한 일(job)에서 소명(calling)으로, 직원(employee)이 주인(owner)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목적이 이끄는 조직에 대한 관심이 왜 높아지고 있으며,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위한 경영을 하는지 알아보고, 목적이 이끄는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제시하려고 한다.
왜 많은 소비자들이 이토록
목적이 끄는 조직에 열광할까?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 목적의식이 중요해진 이유는 그들이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엔론(Enron)과 타이코인터내셔널(Tyco International)처럼 잘나가던 기업의 리더들이 저지른 끔찍한 비리와 부정행위,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배신은 소비자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우리는 ‘내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그런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구나’라는 충격과 동시에 ‘어쩌면 나도 그들의 범죄행위에 간접적인 도움을 준 공범이자 피해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소비자가 대기업에 가진 일종의 피해의식과 죄책감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분노로 변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시티그룹 등 ‘그래도 이런 회사는 믿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금융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큰 이익을 취하기 위해 온갖 불법적인 행위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는 큰 충격에 빠졌다. 많은 기업이 회복하기 힘든 불신의 늪에 빠졌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윤만 추구하는 파렴치한 기업 대신 철학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기업을 찾기 시작했다.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들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우려 및 부의 불균형도 소비자들이 목적이 이끄는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이유다. 삶이 윤택해지면서 소비자들은 필요 이상의 소비를 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자신의 소비가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자들은 일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죄책감은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식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을 만들어 낸다. 의식 있는 소비자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자신이 매일 하는 소비 행위가 경제적 약자를 돕고 이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염원을 반영하듯 고객들에게 ‘우리 회사의 옷을 사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필요한 만큼 옷을 사서 떨어질 때까지 입으라’고 이야기하는 파타고니아나 ‘여러분이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하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증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탐스슈즈 같은 기업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목적이 이끄는 기업에 열광하게 됐다.
경영자들이 목적이 이끄는 조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조직 구성원들이 점점 직장과 자신의 일을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이와 동시에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로 여기게 됐다는 데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이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사회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공헌을 한다고 느낀다면 이들의 업무 몰입도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 성과에도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중 하나인 딜로이트(Deloitte)가 기업에 근무하는 1053명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2014년 설문조사(Deloitte Core Beliefs & Culture Survey)에 따르면 강한 목적의식이 있는 기업의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의 직원들보다 자기 회사의 성장과 미래의 성공에 더 큰 믿음과 확신을 갖고 있다. 1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우리 회사는 성장할 것이다’라는 질문에 강한 목적의식이 있는 기업 직원들의 82%가 동의한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 직원들은 48%만 동의했다. ‘우리 회사는 미래에도 선도기업으로 변화에 잘 적응할 것이다’라는 질문에도 이에 동의한다는 답이 83%와 42%로 큰 차이를 보였고 ‘경쟁사보다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라는 질문에도 목적의식이 강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79%가 동의를 한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47%만 동의하는 등 큰 차이를 보였다.
필자 생각에 딜로이트 설문의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목적의식이 강한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에 비해 자신의 일에 훨씬 더 몰입한다고 답변(73% 대 23%)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목적의식이 직원들의 몰입도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에서 몰입도(employee engagement)가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직원의 몰입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목적의식이 기업 경영에서 왜 점점 중요해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2
이렇게 목적의식이 강한 기업문화가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및 조직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딜로이트 설문 결과에서 기억해야 할 결과가 있다. ‘기업이 강한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영향(meaningful impact)을 끼치기 위해 노력하는가’라는 질문에 직원의 68%와 임원의 66%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목적의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업들이 목적의식을 통해 지역사회와 사회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가치와 공헌을 충분히 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요즘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한국의 많은 대기업이 소비자의 불신을 받고 기업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한국에서도 대기업을 포함한 ‘기득권층’이 존경받는 존재가 되는 과정에서 목적이 이끄는 조직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인도의 타타그룹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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