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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에서 배우는 경영

몸짓,가장 정직한 언어 노련한 사장은 몸을 읽는다.

서광원 | 169호 (2015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몸짓은 가장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리더의 눈길이 뭘 의미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 몸짓은 언제나 진실을 말한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가 여기에 근거한다. 그래서 비언어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조직은 리더가 입으로 하는 말보다 몸이 하는 말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비언어적 신호의 영향력은 언어적 신호에 비해 다섯 배나 높다. 또 비언어적 신호(몸짓)와 언어적 신호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사람들(특히 여성)은 주고받은 말보다 비언어적 신호를 더 믿는다. 노련한 사장들은 기획안을 보지 않는다. 액수가 많을수록 기획안 대신 그걸 가져온 사람을 본다. 그리고 동물적인 직관력으로 그들의 몸이 하는 말을 읽고 들으며 느낀다.

우리는 스컹크란 녀석을 쉽게 볼 수 없다. 우리나라에 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녀석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녀석들이 가진세계 최고의 냄새때문이다. 그럼 생긴 것도 고약한 모습일까? 아메리카에 사는 이 녀석들을 야생에서 만나면 가장 먼저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다람쥐처럼 생긴 이 녀석들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귀엽다는 생각에 다가가면 녀석들은 물구나무를 서는 묘기까지 선보인다. 정말 귀여워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럴 때 필요한 말이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다. 녀석들의 묘기가 뭘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이 순간 이유 불문, 방향 불문, 무조건 36계 줄행랑을 친다. 세계 최고의 역겨운 냄새를 발사하겠다는 신호인 까닭이다. 이 냄새, 얼마나 강할까? 독일의 유명한 동물작가인 비투스 드뢰셔의 표현대로 하면숨이 멎는 듯하면서 이대로 질식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목을 조이는 듯한 격심한 자극 때문에 결국 토할 수밖에 없다. 이뿐인가? 옷을 태우더라도 땀구멍을 통해 피부 깊숙하게 스며드는최고의 향수는 일주일씩이나 사라지지 않는다. 목욕을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그런데 녀석들은 그냥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게 훨씬 적중률이 높을 텐데 왜 사전 신호를 할까? 한 번 쓰는 양을 만들어내려면 1주일이라는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니 신호를 보내 상대를 물러가게 한다면 일거양득 아닌가. 실제로 한번 당해본 포식자들은 녀석들이 물구나무를 서려는 동작만 해도 순식간에 바람처럼 사라진다. 차라리 배고픔을 견디는 게 낫지 그 냄새를 1주일씩이나 맡는 건 고역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독한 냄새는 사방 600m에 퍼지기 때문에 사냥감들 또한 황급하게 사라져버린다. 배는 배대로 고프고 참을 수 없는 냄새까지…. 아마 세상 살기 싫은 1주일일 것이다. (그런데 녀석들은 자기들이 만든 향수를 좋아할까? 샤넬이 자신이 만든 향수넘버5’를 잠옷 대신 바르고 잠을 잤듯이 녀석들도 그럴까? 드뢰셔는 이 녀석들이 자신의 향수를 몸에 묻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관찰했다. 우연히 털에 향수가 묻었는데 마치 결벽증에 걸린 것처럼 앞발로 털이 다 빠질 정도로 그 부분을 긁어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애완용 스컹크들은 필히 항문샘을 제거한다.)

 

몸짓은 진실을 말하는 언어

자연의 세계에서 몸짓은 가장 기본적이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의도적으로 보내는 공격-방어 신호만이 아니다.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몸짓 신호를 보내고 또 상대로부터 신호를 파악한다. 이런 신호를 잘 읽어내고 잘 표현해야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자나 호랑이는 사냥감이 나타내고 있는 신호, 그러니까 경계를 허술히 하고 방심하고 있는 몸짓을 포착할수록 쉽게 사냥할 수 있다. 반대로 사냥감이 되는 동물들은 이런 사냥꾼의 몸짓에서 숨은 의도를 읽어내야 내일도 살아갈 수 있다. 진정한 눈치란 나에게 필요한 세상의 움직임을 재빨리 알아채는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같은 종으로 공동체를 이뤄 사는 사회 속에서도 몸짓은 중요하다. 영장류인 침팬지 무리에서 서열 높은의 일직선 눈길을 별 생각 없이 받아 넘긴 무리 구성원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한다. 아니 잘못하면 그 순간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무엇보다 1인자의 행동, 특히 시선을 틈틈이 살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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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광원araseo11@naver.com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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