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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inds

‘만년 3인자’가 어렵게 일군 우승.. 1등 효과는 조코비치를 부동의 强者로 키웠다

이병주 | 168호 (2015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혁신

2011년 이후 사실상 세계 남자 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있는 선수 노박 조코비치는 2007년 이후 꽤 오랜 시간만년 3인자에 머물던 선수였다. 그랬던 그가 2011년 이후 갑자기 세계 테니스계의 지배자가 됐다. 계기는 바로 2010년 악조건 속에서 이뤄낸 데이비스컵 우승이었다. 1등을 한 번 하면 계속 1등을 할 수 있게 되는 이른바 ‘1등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1등을 하게 되면 자신감이 생겨 과감한 시도가 가능해지고, 자존심이 강해져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목표점을 확실히 알게 돼 끈기가 생기고 장애물 극복이 쉬워진다. 1등 효과를 체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1등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큰 판에서 1등을 하긴 어렵다. ‘작은 1을 많이 해보는 게 중요하다. 기업에서도 작은 성공체험을 많이 해본 직원들이 혁신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등 효과를 위해 직원들의 작은 1등을 끊임없이 독려하고 지원하라. 

 

편집자주

창조와 혁신이 화두인 시대입니다. 예술가, 문학가, 학자, 엔지니어, 운동선수 등 창작가들의 노하우는 기업 경영자에게 보석 같은 지혜를 제공합니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장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창조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2014 1116일 일요일 저녁 영국 런던에 있는 O2 아레나에 모인 18000명의 관중은 당황스러웠고 화가 났다. 한 해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8명만 참가해서 챔피언을 가리는 프로 테니스 투어 마지막 대회인 왕중왕전(ATP World Tour Finals)의 결승이 저녁 6시에 예정돼 있었다. 현재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와 오랜 기간 세계 테니스계를 지배해온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가 결승전에 올랐다. 세계 랭킹에서도 1, 2위가 맞붙는 경기였으니 관중의 기대는 대단했다. 그런데 경기 시작 30분 전 페더러가 스웨터 차림을 하고 경기장으로 걸어 들어왔다. 부상으로 도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팬들에게 사과 인사를 하러 나온 것이다. 전날 벌어진 준결승전에서 밤 11시까지 이어진 2시간48분의 혈투로 허리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란다. 도저히 조코비치와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조코비치는 왕중왕전을 2012년부터 내리 3연패() 한다. 왕중왕전은 각 4명씩 두 조로 나뉘어 한 사람당 3게임씩 예선리그를 벌이고 한 조의 1, 2위가 다른 조의 2, 1위와 준결승전을 치러 결승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운에 따라 한 번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가 아니라서 실력이 가장 좋은 사람이 우승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이런 마지막 대회를 조코비치는 완벽하게 끝냈다. 비록 결승전은 부전승이었지만 예선에서는 상대 선수를 일방적인 스코어로 제압했다. 왕중왕전이라 모두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인데도 조코비치 앞에서는 제 기량을 펴지 못했다.

 

사실 페더러가 경기를 포기한 것도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격렬한 경기를 하는 테니스 선수들은 늘 부상과 함께 경기를 치른다. 웬만한 부상을 입어도 결승전이라면 진통제를 맞고라도 경기에 임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까지도 경기를 할지 고민했던 페더러는 어차피 질 바에야 더 심각한 부상을 방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처럼 조코비치는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받는 페더러마저 두려워하는 선수가 됐다. 사실상 조코비치는 2011년부터 세계 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있다. 2013년에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리는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근소한 차이였다. 지난 4년간 조코비치가 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금 액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코비치는 2011년부터 매년 10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 해 10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탄 경우는 나달이 2, 페더러가 1회에 불과하다. 조코비치는 2014년까지 통산 48, 메이저대회 7승을 거뒀지만 상금 액수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천재였지만 만년 3위에 머무르던 조코비치

조코비치는 1987년 세르비아의 벨그레이드에서 한 스포츠 가족의 맏이로 태어났다. 아버지, 삼촌, 고모 모두 프로 스키선수였고, 그의 부모는 운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조코비치를 축구선수로 키우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 선수 모니카 셀레스를 발굴하고 키워낸 세계적인 코치 겐치치(Jelena Gencic)가 테니스 라켓을 잡은 지 2년밖에 안 되는 6살 조코비치의 천부적 재능을 알아봤다. 이때 조코비치의 부모는 아들을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로 키워내리라고 결심했다. 그래서 아들을 겐치치에게 보내 6년간 테니스를 배우게 했다. 조코비치가 빠른 성장을 보이자 겐치치는 더 많은 경쟁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그를 독일의 테니스 아카데미로 보냈다. 거기에서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훈련을 받으며 많은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주니어 시절 여러 대회를 석권한 이후 16세 때 프로에 데뷔, 승승장구하며 이른 나이에 재능을 활짝 꽃피웠다.

 

그렇게 조코비치는 20세가 된 2007년에 테니스계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6년에 이미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후, 2007년에는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준결승에 올랐고, US오픈에서는 결승전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 메이저대회 다음으로 큰 대회인 마스터스 대회 트로피를 두 개나 거머쥐며 세계 랭킹 3위에 올랐다. 특히 캐나다에서 열린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당시 세계 최고였던 나달과 페더러를 연달아 격파하고 우승해 두 사람을 이을 후계자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했다. 상승세는 이듬해까지 이어져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입증했다. 그는 4대 메이저대회 준결승 이상에 모두 오른 역사상 가장 어린 선수가 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스포츠 천재들이 걷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07년에 무서운 상승세로 랭킹을 끌어올린 조코비치는 좀처럼 최정상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그는 한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른 대회에서는 손쉽게 탈락하기도 해 1%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무기력하게 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중요한 대회에서 페더러나 나달을 만나면 그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심지어 경기 도중 시합을 포기하고 기권으로 상대에게 승리를 헌납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2006년 프랑스오픈 8강에서 나달에게 2세트를 내준 후 기권을 했고, 2007년 윔블던 준결승에서는 나달에게 1세트를 빼앗았지만 2세트를 내준 후에 3세트 중간에 포기했다. 당시 해설자들이 조코비치가 더위를 먹은 것 같다는 조롱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2008년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준결승에서는 페더러에게 2세트 중간에 기권했고, 2009년 호주오픈 8강에서는 미국의 로딕에게 4세트를 치르다가 포기했다. 체력 위주의 경기로 늘 부상에 시달리는 나달조차 큰 대회에서 기권한 적은 2010년 호주오픈 8강전밖에 없다. 심지어 페더러는 경기에 들어가서 시합 도중에 기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렇다 보니 테니스계를 양분하고 있던 페더러와 나달에게 막혀 만년 3위 신세를 면치 못했다. 두 선수는 대부분의 대회에서 초반에 탈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랭킹 포인트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4년 동안 3인자 자리를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1년 갑자기 세계 랭킹 1위로 도약한 것이다. 그해 파죽지세로 41연승을 한 이후 조코비치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이후 다른 선수들도 그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재미있는 건 그 이전과 테니스 실력에서 엄청난 향상을 보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무기도 같고 전략이나 스타일도 변하지 않았는데 성적이 월등히 향상됐다. 그 사이에 조코비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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