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HBR Korea Seminar:쉘 2050 세계전망

마운틴 vs. 오션..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미래를 읽다

168호 (2015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1. 쉘이 바라보는 2050년 글로벌 시나리오

1) ‘마운틴 시나리오

정부의 권력 증대. 느린 경제성장. 지구온난화 속도 완화. 천연가스 이용 증가

2) ‘오션 시나리오

시민의 권력 증대. 빠른 경제성장. 한동안 지구온난화 가속화. 석유와 석탄이 지배하다 태양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이용량 증가

 

2. 쉘이 생각하는 좋은 시나리오 플래닝

1)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하라

2) 논리의 일관성과 설득력을 갖추라

3)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시각을 반영하라 

 

편집자주

에너지기업 쉘은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해 오일쇼크와 구소련 몰락 등 정치적 격변기에 현명하게 대처해 세계적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2014 12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던 DBR·HBR 독자초청 정기 세미나쉘 뉴 렌즈 시나리오로 보는 2050 세계전망내용을 요약 소개합니다.

 

이 자리에 서게 돼 영광입니다. 저는 쉘에서 싱크탱크 같은 역할을 하는 특별한 팀에 속해 있습니다. 저희 팀은 직접 비즈니스를 하지는 않습니다.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는 일을 합니다. 외부의 변화를 분석해서 쉘의 경영진이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일측(forecast)과 시나리오 플래닝의 차이입니다. 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시나리오 전망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시나리오 팀은 창문을 닦는 사람과 같습니다. 중요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창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죠. 우리 팀은 경영진이 외부를 명확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예측(forecast)과 시나리오 플래닝의 차이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요기 베라(Yogi Berra)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측을 하는 건 아주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Prediction is very hard, especially when it’s about the future).”

 

우리는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팀입니다. 오늘날 무엇이 벌어지는가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보는 거죠. 그렇지만 오늘 일어나는 일들은 항상 변화합니다. 정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바뀝니다. 미래는 오늘 우리가 내리는 선택에 따라서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우리가 어떤 특정한 경로를 취했을 때 어떤 미래가 만들어질 것인가를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쉘에도 예측(forecast) 팀이 따로 있습니다. 예측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하나로 고정돼 있습니다. 반면 시나리오 팀은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져갑니다. 지금 이 방에서 제가 지금 여러분을 바라보는 저의 시각이 있고, 여러분이 저를 바라보는 앵글이 있을 것입니다. 각자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양한 시각들이 서로 보완적이기도 하고 서로 충돌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시각 중에서 어떤 것을 취하느냐에 따라 미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팀은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도전해야 합니다. 2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상당히 중요한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CEO에게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CEO는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충분히 도전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저에게 보고서를 돌려줬습니다.

 

또한 쉘의 시나리오 플래닝은 보통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개발됩니다. ‘아랍의 봄같은 이벤트는 1∼2년 정도 단위로 벌어지는 단기적인 이벤트입니다. 이라크나 러시아, 중국의 미래 같은 각 국가별 예측을 할 때는 중기, 5년에서 15년 정도를 내다봅니다. 이에 비해 글로벌 시나리오와 에너지 시나리오를 만들 때는 20년에서 50년 정도의 미래를 봅니다. 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에너지 회사들에는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드릴 2050년의 두 가지 시나리오도 에너지가 중심입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최소한 10년 이상을 두고 봐야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를 한 번 지으면 30, 40년 이상 갑니다. 새 자동차를 사도 10, 15년씩은 탑니다. 그래서 업계 변화를 살펴보는 주기도 그만큼 길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910년대 미국 도시에서는 말과 소가 끄는 수레와 전기로 움직이는 전차, 초기의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모두 운송수단으로 쓰였습니다. 제가 그 당시에 20세기 말까지의 미래를 전망했다면 아마 교통수단의 변화를 큰 변수로 봤을 것입니다.

 

시나리오 개발에 들어가는 또 다른 변수는 지정학적 충돌입니다. 1910년대 미국은 독일과 함께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니 신흥 강국의 부상이라는 시나리오를 그려봤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래의 어떤 특정한 사건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1913년에 누가내년에 누군가가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쏴서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겠습니까.

 

세 가지 패러독스

현재 우리가 장기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세 가지 트렌드가 있습니다. 권력의 변화, 장기적인 에너지 수요 변화, 기후변화입니다. 특히 기후변화 같은 경우 다른 두 가지의 이슈를 넘어서는 중요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런 세 가지 요소가 하나로 겹쳐지면서 근본적인 새로운 에너지 산업을 형성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2013년에 만든뉴 렌즈 시나리오입니다.

 

이런 변화들이 가속화된 것은 세 가지 기본적인 갈등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세 가지 패러독스(역설)라고 말합니다. 패러독스는 서로 대치적인 상황이면서도 함께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을 말합니다. 첫 번째는 번영의 패러독스(Prosperity Paradox), 두 번 째는 연결성 패러독스(Connectivity Paradox), 세 번째는 리더십 패러독스(Leadership Paradox)입니다.

 

우선 번영의 패러독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림 1>은 세계은행의 자료입니다. 가로축은 전 세계의 인구를 소득에 따라 백분율로 표시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안에 포함돼 있는 것이죠. 그리고 세로축은 각자의 소득이 지난 20여 년 동안 변화했는가를 보여줍니다.

 

아주 가난한 극빈층은 지난 20여 년간 형편이 조금 나아졌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아주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신흥 중산층으로 부상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지역입니다. 그 다음에는 다시 차트가 이상한 모양으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여기 해당하는 사람들은 소득이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조금 뒤처진 사람들, 선진국의 중산층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선진국에서 보여주는 정치, 경제적인 문제들입니다. 일부 신흥 개도국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시 그래프를 따라가면 맨 마지막에 소규모의 부유층이 나옵니다. 이들의 소득증가는 아예 차트 밖으로 벗어날 정도로 높았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이 그림에서 어디에 속하십니까. 아마 소득이 별로 상승하지 않은 전통적인 중산층에 속할 것입니다. 세계화로 인해 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역설관계가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는 일종의 수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연결성 패러독스입니다. 1년 전에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썼던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ICT(정보통신기술)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에 대한 관리와 통제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일종의 역설입니다. 정부는 ICT를 이용해 시민들을 관리, 통제할 수 있고 구글 같은 회사는 여러분이 저장하는 쿠키1 정보를 이용해서 여러분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여러분이 무엇을 원할지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분이 구글을 사용하면 과연 여러분이 구글을 이용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구글이 여러분을 이용하는 것일까요. 이것이야 말로 역설적인 관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더십 패러독스가 있습니다. 현대의 대중은 리더에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중은 ICT 덕분에 점점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됐지만 아까번영의 패러독스에서 봤던 부유층은 지금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리더십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면서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역설 관계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2050 전망

전망 1‘마운틴’ 시나리오

 

이 세 가지 역설들, 긴장관계들이 상호작용하며 미래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저희는 이에 대해 두 가지 경로를 보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마운틴시나리오와오션시나리오입니다.

 

먼저 마운틴 시나리오는 하향적, -다운(top-down)’적인 시각입니다. 국가의 권력이 다시 강해진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대중이 아닌 엘리트 지도층이 정책을 결정합니다. 국가가 산업정책을 통해서 경제를 움직입니다. 세계 경제성장은 다소 줄어듭니다. 기득권층은 변화를 꺼리게 되고 그래서 제한적인 변화만을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변화라는 것은 결국 일어나게 됩니다. 현상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무엇인가는 변해야 합니다. 계속 움직이고 계속 노력해야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들은 개혁을 통해 제한적인 변화를 추구합니다. 이것이 마운틴 시나리오의 기본 방향입니다. 국가 간에는 경쟁이 일어나고 적대적인 관계가 형성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간의 교류가 늘어납니다. 서로 화합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갑니다.

 

 

 

현재 우리가 장기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트렌드는 권력의 변화, 장기적인 에너지 수요 변화, 기후변화입니다. 이런 변화들이 가속화된 것은 번영, 연결성, 리더십 세 가지에서의 패러독스 때문입니다.

 

이 톱-다운 시나리오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는 어떻게 변할까요.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또 국가의 에너지 안보, 에너지 확보가 중요 과제가 됩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아마 천연가스가 석탄과 석유를 누르고 가장 많이 소비되는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에서 셰일가스가 부상하는 것이 이를 시사합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도 늘어나지만 일종의백업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시계획 역시 에너지 시나리오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더 많은 인구가 도시에 밀집해 살게 되면서 에너지 효율이 올라가 에너지 수요는 더디게 성장합니다. 반면 천연가스 등 공급은 증가하니 에너지 가격은 더디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베이징 시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대기오염은 오직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아마도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60여 년 전에 영국 런던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었습니다. 스모그가 너무 심해서 영화관안에서 스크린이 보이지 않는다고 관객들이 항의할 정도였습니다. 그 결과 영국 정부가 개입했습니다. 가정과 공장에서 쓰는 에너지원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공기 질이 좋아졌습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톱-다운식 정부의 개입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게 마운틴 시나리오의 견해입니다. 실제 중국의 석탄 소비량은 이미 최고점을 지나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는 녹색성장이란 얘기가 많았지만, 마운틴 시나리오에서는 원자력과 가스가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하나의 시나리오라는 점을 명심해주십시오.

 

전망 2‘오션’ 시나리오

두 번째, ‘오션 시나리오상향식(bottom-up)’ 시나리오, 혹은피플 파워가 미래를 바꿔가는 시나리오입니다. 1950년대 미국인들의 76%가 정부를 신뢰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19%입니다. 정부에 대한, 전통적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 세계 리더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 시민들은 다보스에 가는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럼 누굴 믿을까요? 자기 페이스북 친구의 말을 믿습니다. 위에 있는 누군가를 신뢰하지 않고 수평적인 관계에 있는 내 친구의 말을 믿습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가 준 처방전을 받지만 집에 와서 구글로 그 처방전에 적힌 약들을 검색해보고 부작용이나 투약 경험자들의 사례 등을 검색해본 다음에 약을 먹기도 합니다. 의사라는 전통적인 권력을 믿지 않고 구글, 즉 내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믿습니다.

 

이런 군중의 지혜는 빠르게 변합니다. 혁신은 전 세계로 빠르게 복제됩니다. 마운틴 시나리오에서는 세계화를 주도하는 것이 정부였다면 오션 시나리오에서는 민중이 세계화를 주도합니다. 또 마운틴 시나리오에 비해 도시화의 강도도 약합니다.

 

그럼 에너지 산업 측면에서 오션 시나리오를 해석해보겠습니다. 전 세계의 경제 역동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마운틴 시나리오에 비해 에너지를 더 많이 쓰게 될 것이고 가격도 더 빨리 상승합니다. 오션 시나리오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면 시장이 반응하게 됩니다. 즉 개인이나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많은 투자를 하게 될 것입니다. 요즘 부상하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효율적인 에너지의 소비를 도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난방기구에 센서와 인터넷 기능이 들어가면 좀 더 효율적인 난방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인류의 에너지 효율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1t의 철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1960년에서 2010년까지 50년 동안 약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앞으로 50년간 다시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오션 시나리오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커질 것입니다. 결국 이 시나리오의 승자는 바로 태양에너지(태양광과 태양열)입니다. 아마 2060년경에는 태양에너지가 석유, 석탄 등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에너지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더운 지방에 있는 개발도상국에서 에너지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태양에너지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단 한국에서는 태양광보다 풍력 발전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2060년경에는 풍력이 석유와 더불어 가장 큰 에너지원이 될 것입니다.

 

한편 오션 시나리오에서는 정부의 힘이 약하고 에너지의 공급과 사용도 분산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강요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힘들어집니다. 탄소배출량은 한동안 증가하다가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나서야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에너지 시나리오는 쉘에서 공급과 수요의 장기적 모델링을 통해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20세기 초반까지 인류의 제1 에너지원은 석유도, 석탄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나무 같은 동식물이었습니다. 1910년대에 들어가서야 석탄이 제1 에너지원이 됐고, 1950년대에 석유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렇듯 에너지 분야에서는 변화가 천천히, 점진적으로 일어납니다. 미래에는, 마운틴 시나리오에서는 천연가스가 주도하게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션 시나리오에서는 궁극적으로 2050년대 이후에는 태양에너지가 부상하게 되지만 그때까지는 상당기간 석탄과 석유의 지배가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 얘기한 에너지 관련 숫자들을 MIT의 과학자들에게 가져갔습니다. 그들에게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른 기후변화를 전망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운틴이나 오션이나, 두 시나리오 모두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목표는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시나리오 모두 이것을 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의 힘으로나 혹은 시장, 시민의 힘으로 탄소배출량을 바로 떨어뜨리기는 힘들고 2100년 정도 가야 탄소중립적인 상황이 되리라 보고 있습니다.

 

 

맺음말

지금까지 보여드린 이런 시나리오들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좋은 시나리오란 무엇일까요.

 

좋은 시나리오는 먼저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창문을 바라봤을 때저것이 내가 볼 수 있는 미래구나라는 걸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돼야 하니까요. 쉘의 시나리오도 과거에 몇 번 틀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사결정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적도 있습니다. 시나리오는 정확함을 추구해야 합니다.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색해야 합니다. 또 좋은 시나리오는 강력한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쉘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 위해 어떤 인사이트를 사용하는지, 어떤 경로를 이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과연 어떤 요소들이 미래를 결정할까요? 우선 에너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는 사람의 몸에 있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팔다리를 움직이려면 피가 돌아야 합니다. 또 지정학적인 결정들과 권력 구조도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부모님 세대만 해도 한국전쟁과 격동의 20세기를 겪은 분들이실 겁니다.

 

기술을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만, 특히 기술 자체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기술을 활용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그 자체가 기술혁신을 잘하는 기업이었다기보다는 소비자들의 행태를 잘 예견하는 기업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기술에 매력을 느낄 것인가, 즉 소비자의 기호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나리오 개발에 있어 전통적인 정보 유통 경로를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전통적인 경로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인사이트가 상당히 중요한 맥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1997 IMF 위기 당시 저는 인도네시아에서 쉘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경영진이 중요한 투자 결정을 두 건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가 권좌에 오른 지 30년 되는 해였습니다. 제가 만난 많은 경제학자와 재계 사람들은 대부분격변은 없을 것이다. 수하르토가 30년 정도 더 집권할 것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동남아 사회학을 연구하는 어떤 사회학자만이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견을 바탕으로 우리는 세 개의 시나리오를 개발했습니다. 이 세 시나리오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향후 1년에서 5년 사이에 수하르토 정권이 사라질 것이며 이후에는 혼란기가 올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시나리오들을 토대로 경영진은 인도네시아에서 발을 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제로 수하르토는 다음 해 물러났고 인도네시아는 민주화를 위한 고통의 시기를 걸었습니다. 사회학자가 경제적인 전망을 하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제시한 맥락을 우리가 받아들인 것입니다.

 

조운 콩 쉘 시나리오팀 수석 정치 애널리스트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조운 콩(Cho-Oon Khong) 박사는 글로벌 에너지업체 쉘의 수석 정치 애널리스트(Chief Political Analyst). 싱가포르대에서 학사를, 런던 정경대(LSE)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케임브리지대와 싱가포르국립대에서 강의하다가 1994년부터 런던에 있는 쉘 시나리오팀에서 일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