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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 HR, 운영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 이후 회사의 어설픈 대응으로 여론의 비난은 점점 더 커졌다. 회장은 ‘어느 누구도 왜 내게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았나’고 임원들을 질책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오너 기업의 생리상 임직원이 회장에게 나쁜 일에 대해 직언하기는 힘들다. 설령 그렇게 위기가 잘 처리되더라도 오히려 ‘괘씸죄’에 걸려 개인적으로 피해보기 쉽다.
이 딜레마를 넘기 위해 CEO에게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상시적으로, 객관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외부 전문가 2∼3명을 확보한다 2) 경영진의 판단에 딴지 걸고 반대 의견만 제시하는 ‘레드팀’을 만든다 3)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위기 대응을 훈련시키고 직언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든다. |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 중 한 사람인 램 차란은 그의 책 <노하우로 승리하라(Know-How)>에서 ‘긍정적 여론이 기업의 주가를 상승시키지는 못 할지도 모르지만 부정적 여론은 경영자의 지위나 기업의 존재 자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시장과 소비자에만 집중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사회의 여론을 고려한 전략과 상황 대응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하는 시대다.
대한항공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글로벌 고객 만족도(GCSI)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항공사다. 최근 벌어진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태는 세계 최고 고객 서비스를 자랑하는 거대 기업이 위기상황에서 여론 대응에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인사이드-아웃’인가, ‘아웃사이드-인’인가?
“마케팅이나 사업전략을 만들기 위해서 시장상황과 소비자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라는 말은 싱거울 정도의 상식에 속한다.
위기관리에서도 똑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위기 상황에서는 외부에 존재하는 사회와 여론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들의 눈으로 우리 기업에 발생한 위기 사건을 바라봐야 제대로 된 위기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위기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 내부의 논리가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아웃사이드-인(Outside-In)이라고 한다.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위기관리에서도 인사이드-아웃이 아닌 아웃사이드-인 시각을 갖고 전략 수립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땅콩회항’ 사건에서 대한항공이 보여준 위기 대응은 실패했다. 향후 위기관리 교과서에 두고두고 최악의 사례로 남을 정도로 실패했다. 2014년 12월8일부터 17일 사이 주요 언론에 나온 관련 사설과 기사를 검토해보면 ‘오만방자’ ‘적폐’ ‘패악’ ‘갑질’ ‘무릎 꿇리고’ ‘압수수색’ ‘거짓말’ ‘무례한’ ‘영혼 없는’ 등의 단어가 헤드라인에 등장한다. 비행기 추락 같은 대형 안전사고를 제외하고, 항공사에서 오너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이렇게 비난 여론이 악화되고, 사법처리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위기가 있었을까? 조현아 부사장이 ‘땅콩회항’을 시켰다는 것도 큰 위기지만 더 안타까운 점은 대한항공의 잘못된 대응이 위기를 한껏 더 키웠다는 것이다. 짐 콜린스의 책 제목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패러디한다면 이번 사건은 <안 좋은 상황을 넘어 최악의 상황으로(Bad to Worse)>만들었다고 할 만하다.
사실대로 말하기 힘든 이유
기업은 대한항공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보다는 왜 그런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 채널A의 12월16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누구 하나 사실대로 말해준 사람이 없었냐”며 임원회의에서 질책을 하고,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는 대로 대대적인 문책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사실대로 말해준 사람이 없냐”는 질문은 사실 임원에게뿐 아니라 조 회장이 스스로에게 묻고 숙고해야 할 질문이자 이번 사건을 검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부분을 풀지 못한다면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도 똑같은 최악의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는 위기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조직문화와 소통의 문제로 봐야 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번 사건에서 대한항공 위기대응의 가장 큰 패착은 아웃사이드-인의 방식에서 위기 전략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계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이며 인재들이 모인 집단인 대한항공 내부에 아웃사이드-인 방식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 없었을까?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의견을 위로 전달할 수 없는 조직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자신의 솔직한 의견과 진실을 위로 전달하기 힘들까? 다음의 가상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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