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Acting up: Improve your hard-bargaining performanc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평범한 출연료 협상이 갑자기 전면적인 투쟁으로 확대됐다. 7월24일 ABC방송의 인기 코믹 드라마인 ‘모던패밀리’에 출연하는 배우 다섯 명이 제작사인 20세기 폭스 텔레비전을 상대로 계약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날 출연진은 대본 연습도 거부했다. ‘모던패밀리’ 시즌 4의 제작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ABC는 궁지에 몰렸다. ‘모던패밀리’는 ABC 저녁 프로그램 중에서도 빛나는 별과 같았고 비평가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소송을 제기하기 1주일 전, 협상을 위해 연대한 다섯 명의 배우 - 줄리 보웬, 타이 버렐, 제시 타일러 퍼거슨, 에릭 스톤스트릿, 소피아 베르가라 - 전원은 에미상(Emmy Awards) 후보에 올라 있었다. 이들 다섯 명은 시즌 3에서 각자 회당 약 6만5000달러씩 받았다. 협상이 시작됐을 때 폭스 텔레비전은 시즌 4에서 회당 15만 달러를 제시했다고 한다. 제작사는 기존 7년 계약에 2년을 더하고 싶어 했으며 시즌 9에서는 편당 32만5000달러가 되도록 출연료를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더 할리우드(The Hollywood)>는 제안에 만족하지 못한 출연진이 똘똘 뭉쳐서 회당 2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폭스 텔레비전이 망설이자 출연진은 배우들이 흔히 하는 대로 그들이 기존에 체결한 장기 계약이 캘리포니아 주법을 위배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주인공인 에드 오닐은 동료들보다 더 받고 있었지만 결속을 보여주기 위해 소송에 동참했다.
쟁의로 확대될 때처럼 빠르게 사태가 진정됐다. 출연진은 이틀 뒤 다시 열린 대본연습에 나타났다. 7월30일 합의 내용이 발표됐다. 배우들은 향후 22회 동안 회당 약 17만5000달러를 받고 시즌 8에서는 회당 35만 달러 정도로 출연료를 올리는 데 합의했다. 제작사가 요구한 2년은 아니었지만 1년간 계약이 연장됐고 소송은 취하됐다.
배우들은 요구했던 만큼 많이 얻지는 못했지만 제작사가 처음 제시한 것보다는 상당히 많이 얻어냈다. 교착 상태를 뚫고 가는 데도 성공했다.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연대하라.
배우들이 취한 가장 현명한 행동은 집단으로 협상에 임한 것이다. 연대를 구축하면 이점이 많다. 무엇보다 협상력이 커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힙을 합치면 한정된 자원을 놓고 과하게 경쟁하는 상황도 피할 수 있다. 배우들은 똘똘 뭉쳐서 폭스가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출연진에서 한 명 정도 제외하는 것은 감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주요 배우 모두를 잃을 수는 없었다. 특히 오닐이 동참하면서 더 그랬다.
2. 신중하게 확대하라.
연대 후에도 출연진이 폭스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때 배우들은 대본연습을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해 논쟁을 확대했다.
이 두 가지는 상징적이었다. 대본연습은 언제든 다시 할 수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송은 취소될 수 있다. 배우들과 에이전시는 다 함께 만나 대중의 관심을 유리하게 유도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고통은 대중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모던패밀리’ 방영이 중단되면 시청자들은 배우들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재벌을 비난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론가 팀 굿맨이 <더 할리우드> 기고에서 지적했다.
논쟁을 대중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대중의 관심에 당황한 상대방이 양쪽 모두에게 해가 되는 방향으로 복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논쟁을 대중의 영역으로 가져오기 전에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경고하는 것이 좋다. 부정적인 여론이라는 위협 때문에 상대방이 양보할 수도 있다. 만약 상대방이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오면 협박했던 것을 계속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단 싸움이 널리 알려진 후에도 사적으로는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
‘모던패밀리’ 출연진과 에이전시들은 해볼 만하다고 계산한 것 같다. 그들은 폭스나 디즈니, ABC가 금전적 이유 때문에 시즌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 게다가 출연료를 더 줄 능력이 있다는 것도 확신했다. 방송계의 협상에서는 대본연습 불참이나 소송이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따라서 배우들은 협상 상대방이 당황해서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계산하고 있었다.
3. 데드라인을 활용하라.
당연하게도 ‘모던패밀리’ 협상은 상징적인 데드라인, 즉 새로운 시즌 제작이 다가올 때까지 계속됐다. 협상가들이 데드라인을 목전에 두고 양보나 위협, 기타 주요 행동들을 연기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사실 협상가들은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에 시동을 걸기 위해 일부러 데드라인을 만들기도 한다.
‘모던패밀리’ 제작이 연기되면 양 측 모두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했다. 배우들은 수입을 잃거나 미뤄지고 폭스와 ABC는 광고 등 수익 손실이 발생한다. 배우들이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더라도 제작 시점이 다가오면서 폭스가 양보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불행하게도 협상이 지연되는 일은 빈번히 발생한다. 완벽한 세상이라면 협상가들은 시간을 날리기보다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시간을 쏟아부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당신과의 협상에 시간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면 막판 몰아치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번역 |윤자영 pomp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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