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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Innovation

성공하는 병원의 10가지 습관

최명기 | 130호 (2013년 6월 Issue 1)

 

 

의료계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메이저 병원을 찾는 환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지방의 일부 중소병원들은 의료기기 리스비용마저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브랜드와 진료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마케팅을 벌이는 네트워크 병원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 진료과목의 경우 환자가 없어서 수술실을 닫는 경우도 있다. 병원을 개설하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병원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기업에서 성공한 사례를 의료계에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환자라는 독특한 고객집단 때문에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방식이 병원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특수한 국내 상황에서 성공을 거둔 다양한 병·의원의 사례를 조사했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10가지의 성공 습관을 발견했다.

 

① 자신만의 포지셔닝을 설정한다

 

1980년대 후반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면서 많은 일반 외과의원들이 낮은 수가(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병·의원에 지급하는 진료비)로 외과 수술 자체를 포기했다. 일부 외과 병·의원은 수술실을 닫고 물리치료 환자만 받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 병원들도 있었다. 우리들병원은 척추수술에 집중했고 척추수술 전문병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른 신경외과의원들이 준종합병원 수준으로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세울 때도 우리들병원은 방향성을 잃지 않고 척추수술 전문병원만 추구했다. 우리들병원은 성공을 거뒀지만 초창기만 해도 전문병원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공을 원한다면 경쟁업체와는 다른 포지셔닝을 취해야 한다. 다른 안과병원들이 고도 근시 교정에만 집중할 때 원시 교정에도 신경을 쓰거나 요양병원을 확장할 때 응급실과 중환자실이 있는 종합병원으로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

 

② 종합병원이 소홀하기 쉬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동네 의원들은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의 확장에 큰 위기감을 느꼈다. 수도권의 한 도시에 대학병원이 하나 세워진 뒤 동네 의원과 소형 병원의 수가 몇 개나 줄었다는 소문이 괴담처럼 퍼지기도 했다. 당시 동네 의원이 종합병원과 경쟁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부 전문병원은 대학병원이 소홀히 여기는 진료 분야에 집중해서 큰 성과를 얻었다. 송도병원은 당시 항문수술에 집중하면서 항문수술 관련 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일반 외과에서는 위수술과 간담도수술, 대장수술 등에 집중한다. 치질 수술은 관심 밖의 영역이었다. 대학병원에서도 치질수술은 소홀하게 취급하기 쉬운 분야였다. 이런 틈새를 파고 들어 송도병원과 대항병원 등의 항문수술 전문병원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고운세상과 CNP(차앤박) 등 네트워크 피부과 병·의원의 성공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진료에 집중해서 큰 성과를 냈다. 당시 대학병원들은 피부과를 의사의 상담을 받는 분야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진료과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투자에도 소홀했다.

 

 

③ 특정수술에 대한 숙련도를 높인다

 

드문 사례지만 수술 도구를 환자의 신체에 넣고 봉합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떤 병원에서는 환자가 바뀌어서 수술되는 사례도 생긴다. 의료진이 제대로 숙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례들이다. 수술은 해본 사람이 잘한다. 같은 수술을 여러 차례 집도한 의사의 의료사고가 상대적으로 적다. 수술 자체에 익숙하고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도 잘 처리할 수 있다. 힘찬병원 등 전문병원은 척추나 항문 등 특정 질환을 반복적으로 수술하면서 의료진의 숙련도를 높였다. 우리들병원은 척추디스크 수술에 집중했고 송도병원은 대장항문 수술에 주력했다. 의료진이 반복해서 수술하면서 숙련도를 높였고 의료의 질도 향상됐다.

 

④ 성장기에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해서 최대 고객군을 확보한다

 

많은 병·의원은 개원할 때만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마케팅에 소홀하기 쉽다. 하지만 마케팅이 가장 효과를 보는 시기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저절로 환자가 늘어나는 시점이다. 성공한 병원들은 상승세가 이어질 때 안주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했다. 그래서 가능할 때 최대의 고객군을 확보했다. 고운세상피부과는 돈암동에서 성공한 뒤 강남과 잠실, 압구정, 명동, 신촌 등으로 확장했다. 병원이 어느 정도 알려진 뒤에도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적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 이식을 처음 성공시킨 송명근 교수를 방송프로그램에 출연시켰고 병원 중 처음으로 KBS 열린음악회를 유치했다.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병원을 제공했고 오지 무료 진료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은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성과를 내기도 한다. 소아 전문 한의원을 처음 기획한 것은 도원아이한의원이다. 하지만 함소아한의원이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브랜드 마케팅에 힘입어서 더 알려졌다.

 

 

⑤ 차별화된 의료기술에 집중한다

 

서울아산병원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과 비교할 때 강남 지역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우수한 진료능력 등을 앞세웠고 정상의 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후발주자인 서울아산병원은 우수한 의료 수준을 어떻게 고객에게 알릴 수 있었을까. 서울아산병원은 MRI와 감마나이프 등 당시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던 최신 의료기기를 가장 빨리 도입해 심장이식수술과 간이식수술, 췌장이식수술 등을 경쟁 병원보다 먼저 실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아산병원의 수준이 다른 대형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자연스럽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들병원은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했다. 수술효과에 대해서는 논란도 제기됐지만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대중에게는 의학적으로 발전하는 병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송도병원은 대학병원이 아닌데 대장암까지 치료영역을 넓혔다. 암도 수술하는 항문질환 전문병원이라는 인식은 다른 병원에 비해 경쟁력을 더 높였다. 고운세상피부과는 부작용 등으로 다른 피부과가 꺼리던 모발이식과 자가지방이식 등의 수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고객에게 계속적으로 앞선 의료기술을 시도한다는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었다.

 

⑥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추구한다

 

성공하고 있는 병원은 현재 위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객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에 치중할 때도 있다. 2006년 예치과와 고운세상피부과, 서울수면센터, 자생한방병원이 신라호텔에 입점했다. 최상위 고객을 노렸지만 월 2000만 원 이상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3년 내에 철수했다. 단지 호텔에서 진료를 받는다는 이유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환자가 없었던 것이다. 유사한 사례는 라식수술에서도 나타났다. 라식수술은 기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초창기 환자들은 인지도가 높은 병원을 선호했으나 이런 상황을 알고는 점차 저렴한 곳을 찾게 됐다. 하지만 일부 병원들은 라식수술을 인지도 높은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고 홍보하면서 최신식 기계와 인테리어 등에 투자했다. 결국 라식수술 가격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다수 고객은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병원으로 몰렸다. 병원이 과거 기술과 근본적인 차이가 없으나 이익을 위해서 서비스 개량에 치중할 때도 있다. 가격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낮은 가격에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는 경쟁자들이 등장해서 시장을 잠식하기도 한다. 국내 척추수술 전문병원들은 새로운 수술을 계속 개발했다. 가급적이면 작게 절개하고 빨리 회복될 수 있는 수술을 개발하는 동안 고도일병원 등 수술을 받지 않고 척추 질환을 치료하는 경쟁자가 나타났다. 척추수술 전문병원들이 환자가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온다는 것을 잠시 잊고 환자는 무조건 수술을 받기 위해서 병원에 온다고 생각할 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것이다. 결국 비수술요법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경쟁자에게 시장을 내주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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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기myongki@chol.com

    - (현) 정신과 전문의·부여다사랑병원장
    -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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