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 포스코ICT 감사운동
‘고장이 없어서 감사합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직원들이 말을 알아들을 리 없는 설비에 감사 스티커를 붙이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양파나 고구마에도 감사하다고 말해주면 더 잘 자란다고 하니 기계에도 감사를 해보면 긍정적 신호를 알아들을 것이라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작했을 뿐이다. (‘긍정언어의 중요성’ 참조) 그런데 거짓말처럼 설비의 고장률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0년 0.23%였던 설비고장률은 감사운동이 시작된 2011년 0.17%, 2012년에는 0.12%로 고장률이 2년 만에 52%가 감소했다. 갑작스런 고장으로 야간에 직원을 호출하는 건수(돌발호출 건수)도 2010년 899(명)에서 2012년 320으로 대폭 줄었다.
정말로 기계가 말을 알아들은 걸까. 자체 조사 결과 비결은 따로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설비를 관리하는 현장 작업자들이 감사 인사를 붙인 기계에 이전보다 더 큰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고장률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정비할 때 애정을 가지고 기름칠도 한 번 더하고 설비 체크도 한 번 더 해보는 것이 일상화된 것이었다.설비에 감사를 하는 운동은 더욱 확산돼 이제 직원들은 설비의 부품 하나하나에 감사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설비를 분해, 청소할 때 밸브에 ‘가스를 잘 찾아내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달하는 식이다. 포스코는 이런 성과를 토대로 설비에 대한 감사 원칙도 제정했다.
포스코 ICT의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일환으로 시작
감사 운동은 포스코 ICT에서 먼저 시작해 포스코그룹 전체로 확산이 됐다. 포스코ICT가 ‘행복나눔운동’으로 부르는 이 감사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10년이었다. IT기업인 포스데이타와 시스템 엔지니어링기업인 포스콘의 합병으로 포스코 ICT가 태어난 직후다. 포스코 ICT는 포스코라는 큰 울타리 속에 있었지만 통합 초기 완전히 다른 업무 영역으로 인해 화학적인 융합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도시처녀’로 불리는 포스데이타와 ‘시골총각’으로 불리던 포스콘은 기업문화부터 너무 달랐다.
이에 대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포스코 ICT의 허남석 사장1 은 ‘행복나눔 1.2.5 운동’을 도입했다. 행복나눔 125란 매달 1차례 선행을 하고, 2권의 책을 읽고, 하루 5개의 감사를 하자는 운동이다.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낸 손욱 전 농심 회장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많은 캠페인성 사내 운동이 그렇듯이 감사 운동도 처음부터 임직원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우선 허 사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솔선수범해서 감사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임직원들이 감사 운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전 직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에서의 체험 덕분이었다. 전체 직원들이 실험 삼아 해본 감사편지 쓰기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이 임직원들의 감사 운동에 대한 생각을 바꿔 놓았다. 워크숍에서는 2시간 정도 감사 운동에 대해 소개를 한 뒤 직원 각자가 동료나 가족에게 감사편지를 쓰도록 했다. 원하는 사람은 직접 편지를 우편을 통해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직원들이 집으로 감사편지를 보냈는데 감사편지를 받아본 각 가정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는 피드백이 쇄도했던 것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 감사 운동을 통해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포스코ICT 직원들이 적지 않다. 부인과 별거 상태에 있었으나 감사 운동을 통해 관계를 회복한 직원은 감사편지로 인해 부인과 예전보다 대화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또 아버지가 암에 걸려 형제들과 그 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한 직원은 형제들에게 감사 문자를 보내기 시작해 다시 관계가 좋아지기도 했다.
조직별 확산 역할 맡는 ‘불씨’ 지정
추상적일 수 있는 이러한 감사 캠페인에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포스코ICT는 자체적으로 활동 방법론을 상세히 만들었다. 포스코ICT 모든 직원들은 매일 동료 직원이나 가족에 대한 감사노트 쓰기를 일상화하고 있다. 특히 모든 회의 시작 전 감사한 점을 10가지 이상 쓰고 이를 공유한 후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간다. 칭찬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 간 칭찬 운동도 장려하고 있다. 칭찬을 받은 직원은 한 건당 현금으로 3만 원을 받는다. 이외에도 매달 전체 직원들이 참여해 고객, 가족 등에게 감사편지를 보내고 있다.
허 사장은 “행복나눔운동이 포스코 패밀리 전체로 확대되고, 포항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본격 도입하는 등 사회운동으로 전개돼가고 있어 운동을 처음 시작한 원조 기업으로서 더욱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2012년 7월부터는 매달 CEO와 본부장, 각계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Fun 간담회’를 새롭게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에는 ‘행복 페스티벌’도 개최하는 등 행복나눔운동을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왔다. 허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감사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조직별 대표 ‘불씨’ 등 각 계층별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간담회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불씨는 조직 내에 감사 운동을 확산하는 직원들로, 가장 긍정적인 직원들로 구성된다. 행복나눔의 효과를 먼저 체험해 열정과 긍정마인드로 다른 직원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불씨로 선정되면 1박2일간의 캠프에 참석해 구체적인 방법론을 전수받는다. 교육 내용은 행복나눔 특강, 독서토론, 100가지 감사 쓰기 등으로 이뤄져 있다. 포스코 ICT는 2012년 한 해만 500여 명의 불씨를 양성했으며 2013년에는 하루 과정의 불씨 Mind-up 교육을 통해 불씨를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 교육 과정은 불씨의 역할을 재인식하고 대내외에 감사운동을 전파하기 위한 불씨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 진행된다.
거래처와의 돈독한 관계
감사 운동은 포스코ICT 직원들의 거래처와의 관계도 돈독하게 해줬다. 박인만(53) 부장은 용산 미군 기지와 동두천 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통신 등 각종 인프라 설계 및 구축과 관련 시스템의 이전을 담당하고 있다. 박 부장은 프로젝트 초기 각종 자료와 정보를 적극적으로 미군 측 이전 담당자들과 공유하면서 네트워킹을 하려 노려했지만 미국인들은 박 부장을 이상하게 여겼다. 요구도 하지 않은 자료를 주는 박 부장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반면 박 부장은 자신이 하는 것처럼 미국인들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해 주기를 바랐으나 미국인들은 감감무소식이었다. 하루는 박 부장이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자 “자료 요구를 해야 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을 하는 데 문화적인 차이가 컸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부장은 회사에서 독려하고 있는 감사 운동을 미국인들에게도 시도해 봤다. 한 번 ‘땡큐’할 걸 웃으며 2번, 3번 하자 ‘미스터 박’이라는 호칭이 어느 순간 ‘인만’으로 바뀌었고 그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이후 박 부장은 미국인들과 홍어도 먹으러 다니며 친분을 계속 쌓았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군 기지 이전 관계자들로부터 ‘인만’이라고 불린 횟수가 아마도 태어나서 ‘인만’이라고 불린 전체 횟수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장이 이러한 돈독한 관계를 만든 덕분에 포스코 ICT는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사업을 순조롭게 펼치고 있다.
또 철도/교통영업부의 홍기용 사업부장은 엄격한 서울시 공무원에게 감사편지를 써서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남자끼리 편지를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끄러웠지만 일상적인 업무를 할 때와는 다른 면모를 서로 발견하면서 더욱 친해졌다.
감사 운동의 효과는 포스코ICT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나는 내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나의 직장 생활은 매우 행복하다’ ‘우리 회사에서 나의 장래 기회는 밝은 것 같다’ 등의 질문으로 구성된 설문에서 포스코ICT 임직원들의 행복지수는 2010년 감사 운동 도입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림3)
포스코ICT는 감사 운동을 직원들의 가정, 파트너사 등으로 이 운동을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가족과 파트너사 관계자들을 회사로 초청해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파트너사를 찾아가 방법론을 전파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포항시청을 비롯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대우조선해양,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재능교육, 국방대학원 등 80여 개 기업과 기관이 벤치마킹을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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