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지난 DBR 112호에서는 한국 경제발전의 비결인 K-전략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했고 그 후에 K-전략의 ABCD에 대해서 각 요소별로 좀 더 깊게 살펴봤다. K-전략은 원래 한국의 경제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지만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 개인 등 다양한 분석 단위에 적용할 수 있으며, 또한 경제발전 외 기업경영, 개인경쟁력 등의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DBR 113호의 ‘‘K-Strategy의 종합모델’ 싸이, 미국을 흔들다’편에서는 K-전략을 활용해 개인 차원에서 싸이의 경쟁력을 분석해 봤다. 이번에는 K-전략을 기업 차원에 적용해 삼성전자의 성공비결을 분석해 보겠다.
‘무적의 삼성전자’를 위한 포브스(Forbes)의 제언
애플과의 법정공방으로 떠들썩한 시기를 보낸 삼성전자의 행보가 더욱 바빠졌다. 특히 2013년 1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서 열렸던 ‘2013년 국제 소비자 가전 전시회(2013 International CES(Computer Electronics Show))’에서 삼성전자는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까지 직접 선보이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선두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포브스(Forbes)>는 2013년 1월8일자 ‘Is Samsung Invincible?’이라는 기사에서 삼성전자는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다만 경쟁자들이 개발한 제품을 보다 얇고, 가볍게 만들고, 좀 더 앞선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출시할 뿐이라고 폄하했다. 삼성전자의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막을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로 ‘상상력의 부재’ ‘무모한 야망’ ‘독자기술의 부재’ 를 꼽았다.
이에 대한 <포브스>의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마존(Amazon)은 전자책(e-book)을, 애플은 태플릿 PC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만들어냈지만 삼성전자는 이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둘째, 현재 삼성전자가 미래를 위해서 그린에너지 등에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을 생각해보면 그 미래를 짐작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시대가 지난 것처럼 보이는 옛 가전 분야의 선두인 필립스(Philips)와 GE가 실제로는 의료장비 부문이나 부품과 제트엔진 등에서는 공고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의 독자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그렇지 않다.
이러한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 <포브스>는 삼성전자에 좀 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고, 중국과 겹치지 않는 분야에 투자해야 하며, 이와 더불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전략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전략을 취하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계속 군림할 수 있을까? 일본의 소니는 워크맨(Walkman), MD(minidisc) Player 및 세계 최초의 애완 로봇인 아이보(Aibo) 등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창출한 이윤을 다른 전자기업들이 감히 투자할 엄두조차 못 내던 영화와 음악 같은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며 뛰어들었다. 그리고 ‘세계 최초’라고 불리는 수많은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전자업체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로부터 ‘아이팟(iPod)’ 사업을 함께하자는 요청을 받았던 2001년만 해도 소니의 시가총액은 10조 엔에 달했지만 현재는 1조 엔 규모로 내려앉았다. 소니의 TV사업 부문은 2004년부터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세계 5위 권에도 들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소니처럼 무조건 혁신을 하고, 투자를 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성공비결을 다른 각도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고, 투자의 규모도 적었으며, 특히 핵심기술이 부족했던 삼성전자가 성공한 비결에 대해 K-전략을 활용해 살펴보도록 하자.
민첩성(Agility): 속도와 정확성은 상호보완적이다
DBR 114호 ‘한국 발전의 비밀, K-strategy. ‘빨리빨리’를 확장해 ‘민첩경영’을…’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삼성전자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스피드’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 과정이 중요하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이 2012년 8월9일자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이건희 회장은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각각에 맞는 대비책을 세워라’ ‘제때 빨리 먼저 하는 스피드가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시대에 따른 경영화두를 제시해 위기의식을 강조하면서 스피드를 역설했다.
이와 같이 상부의 결정사항을 신속히 아래로 전달하는 방식을 상명하달(上命下達)식, 즉 Top-down 방식이라고 한다. 는 ‘Samsung’s crisis culture: a driver and a drawback’이란 2012년 9월2일 기사에서 삼성전자의 Top-down 방식이 과거 ‘faster follower’ 시대에는 잘 맞았지만 ‘innovator’ 시기에는 잘 맞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삼성전자의 Top-down 방식의 결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됐다. 첫째, 삼성전자의 Top-down 방식은 세부적인 사항까지 지시하는 일본식 방식이라기보다는 방향성만을 제시하고 세부사항은 각 부서별로 각자의 상황에 알맞게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변형된 ‘삼성’식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건희 회장이 2005년 ‘디자인 경영’을 화두로 올리자 하부조직에서는 밀라노, 뉴욕, 런던, 파리 등 주요 도시에 디자인센터를 곧바로 설립해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2006년 ‘신시장 경영’과 ‘창조 경영’을 내세웠을 때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기존에 비해 더 자주, 1년에 두 차례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확대했다. 이에 자극받은 소니 역시 신제품을 1년에 두 차례씩 내놓기 시작했다. 또한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기 위해서 물건을 들고 직접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유럽에서 직원이 직접 찾아가 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른 회사보다 빨리 수리해주고 소비자의 호응을 얻어 시장에서의 위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둘째, 는 속도와 혁신을 대체관계로 보고 있는데 속도와 혁신은 대체관계라기보다는 보완관계로 봐야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삼성전자의 제품은 정확성을 기반으로 한 품질 면에서 이류로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품질을 중요시하자 삼성전자는 전사적으로 정확성을 높여 품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수행했고 2000년대 중반에 바로 시장에서 품질로 인정을 받았다. 또한 애플이 주도한 스마트폰 시장에는 늦게 진출했으나 빠른 속도로 좋은 품질의 스마트폰을 출시해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애플과 법정공방을 벌여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됐을 때 삼성전자는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 곧바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류 기업들은 제품을 어느 정도 빨리 생산하기는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과 생산공정이 정확하지 못해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일류 기업들은 정확성이 높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이 느리고 제품의 출시도 느린 면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들 두 측면의 장점인 속도와 정확성을 겸비해 세계시장의 선두주가가 됐다.혹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빨리빨리 간다고 우려하면서 천천히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를 버릴 것이 아니라 ‘정확성이 수반되는 빨리빨리’로 탈바꿈해야 한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