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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필요할 땐 협력... 때론 특허 알박기도 답이다

이유종 | 125호 (2013년 3월 Issue 2)

 

 

디즈니는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 하나로 연간 60억 달러를 벌고 있다. IBM은 특허 라이선스를 포함해 매년 20억 달러에 달하는 기술료 수익을 얻고 있다. GM의 유형자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20배가 넘지만 GM의 시장가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퀄컴은 미국에서 1900, 세계적으로 3200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기술혁신을 통해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퀄컴의 2006년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수익 753000만 달러 가운데 279000만 달러(37%)가 라이선스를 통한 기술료 수입이다. 지식재산을 비롯한 무형자산은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고의 가치가 됐다. 지식재산을 어떻게 창출하고 관리할 것이냐가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게다가 경쟁기업은 특허 소송을 불사해서 시장 진입 자체를 막기도 한다. 특허분쟁으로 막대한 손해배상금과 소송비를 지불하다가 연구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청장을 지낸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쓴 책 <지식재산경영의 미래>가 주목받고 있다. 특허포트폴리오, 특허괴물 대비법, 비핵심 특허 활용법 등을 다룬 책 내용 가운데 기업 경영자에게 좋은 통찰을 주는 부분을 요약했다.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라

새한정보시스템 오디오기기사업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개발해 이듬해 독일 박람회에서 베스트 멀티미디어로 선정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0년 엠피맨닷컴으로 분사했고다양한 기능을 가진 MP3플레이어등 추가 특허를 얻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경쟁업체에서 로열티를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군소업체들이 연합해 엠피맨닷컴을 견제했다. 시장에는 동일한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 수십 곳이나 설립됐다. 국내의 한 MP3플레이어 기기업체와 3년 이상 특허 분쟁을 벌이던 엠피맨닷컴은 2003년 부도로 화의신청을 했고 2004년 레인콤에 합병됐다.

 

전문가들은 엠피맨닷컴의 실패 이유로 단지 특허 3건으로 경쟁기업 전체와 소송을 벌인 특허 분쟁에 대한 무지를 꼽았다. 특허 3개로는 경쟁기업에서 로열티를 받아내기가 어렵다. 또 중소기업이 소송을 걸더라도 상대방이 특허의 무효성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특허권자의 자금력이 고갈되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기업들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성공 잠재력이 높은 특허를 중심으로 기술테마 하나에 기본 특허, 1차 주변 특허, 2차 주변 특허 등 다중 벽으로 둘러싸인 성 형태의 특허군을 만들어야 한다. 300∼400개 정도의 특허군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허 포트폴리오는기업이 경쟁기업의 특허 공세에 흔들림 없이 물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고경쟁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할 수 있으며해당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로열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특허 중 몇 개가 무효가 돼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적절히 디자인하면 일정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허 1∼2개는 위험하다. 상대 업체가 회피설계 방법 등을 통해 피해가거나 무효화시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십 개의 핵심 특허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면 모든 특허를 피해가거나 무효화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허괴물에 대비하라

기업들이 비실시기업(NPE)을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상호 라이선싱 등을 통한 협상의 여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체의 분쟁에서는 상호 라이선싱을 통한 협력으로 분쟁이 종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동종 기술 분야에서 경쟁업체를 특허침해로 제소했더라도 제소자 역시 경쟁업체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며 반소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NPE를 상대로 한 분쟁에서는 이러한 상호 라이선싱을 기대하기 어렵다. NPE는 특허를 제품에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특허권만 행사하기 때문에 분쟁 상대방의 특허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특허괴물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 RPX AST 등 특허방어펀드에 가입해서 기업이 NPE에 대응할 수 있다. 특허방어펀드는 특허분쟁이 예상되거나 개시되는 시점에서 분쟁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필요한 특허를 회원이 공동으로 매입해 분쟁을 방지한다. 필요한 특허를 싼값에 매입하거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특허를 매입해 분쟁의 불씨를 끄는 방식이다. 여기에 가입할 정도로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NPE와 아예 맞닥뜨리지 않거나 그럴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을 써야 한다. 제품기획 단계부터 특허를 분석해서 자사가 기반으로 삼을 특허가 NPE의 사냥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예방해야 한다. 기술의 독자적 영역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허의 트렌드와 방향까지 예측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다.

 

특허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라

기업들은 막대한 연구개발 자원을 투입해 산출되는 특허권의 정확한 가치를 알아야 한다. LG전자는 LG반도체를 현대반도체에 매각하며 16억 원에 인수한 왕컴퓨터의 특허로 1500억 원의 수익을 냈다. 특허자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특허자산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기업이 보유한 특허권이 증가하면서 특허권을 유지 관리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 또한 크게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권을 평가할 때 한 사람이 전체 특허권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형태의 평가를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너무나 벅찬 작업이다. 미국 오션토모(Ocean Tomo)는 온라인 특허평가 시스템인 페이튼트레이닝시스템(PatentRatings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페이튼트레이닝시스템은 특허 명세서상의 35가지 정보를 통계모델로 만들고 점수로 지표화한다. 보통 수준의 특허인 100을 기준으로 특허의 가치에 따라 차등해서 점수를 산출한다. 국내에는 한국특허정보원의 K-PEG와 한국발명진흥회의 온라인 자동평가 시스템이 있다. K-PEG와 온라인 자동 평가 시스템은 국가 R&D 성과 평가 등에도 활용되며 국내 기업의 내부 특허자산의 실사를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비핵심 특허를 빌려줘서 수익을 내고

우호세력도 만들어라

비핵심특허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로열티 수익을 올릴 수 있다. IBM 1990년대 초 라이선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연간 3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식기술의 특화전략으로 2008년에는 23억 달러의 라이선스 수익을 올렸다. IBM은 사실 1990년대 초 위기를 맞았다. 개인용 컴퓨터가 급격히 보급되는 시장상황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에 주도권을 내줬다. 막대한 누적 적자까지 나왔다. 당시 CEO로 취임한 루이스 거스너는 타개책으로 구조조정과 함께 특허자산을 활용한 수익창출에 나섰다. IBM은 연간 50억 달러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며 미국 특허 등록 1위를 고수하는기술 기업이다. 하지만 연구개발은 자사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서만 진행했다. 보유한 기술을 다른 회사에 빌려주고 돈을 받는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거스너는 핵심과 1등급 기술은 자사 사업에 사용하고 주변 기술과 2∼3등급 기술은 적극적으로 다른 기업에 이전했다. 그 결과 로열티 수익 창출과 우호세력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IBM의 특허 라이선싱은 포괄적인 특허상호실시허락과 균형지불이라는 2가지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독점으로 사업하려는 제품 분야가 있을 때는 관련된 특허를 라이선싱 대상에서 빼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했다. 특허와 계약을 체결하는 상대에 따라 전략적 실시허락 계약을 다양하게 체결했고 주력 분야의 독점적 이윤 확보와 비주력 분야의 라이선싱 수익 창출을 성공시켰다.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도 최근 수익창출을 위해 보유한 특허를 시장에 매각하거나 라이선싱 전문기업에 권리를 이관하고 있다.

 

M&A로 특허를 확보하라

LG전자는 1995년에 미국 제니스를 인수했다. 그러나 지속된 실적 부진으로 1998년 제니스의 기업회생 계획을 미국 법원에 제출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2004년까지 구조조정 비용 등에 10억 달러가 투입됐다. 회사와 기술을 당장 팔아버리라는 주변의 조언도 끝없이 나왔다. 그러나 제니스는 디지털TV 원천기술에 대한 VSB(Vestigial Side Band)특허를 갖고 있었다. LG전자는 특허의 수익성을 믿고 회사를 지켰다. 2004년 제니스의 VSB 전송방식이 미국 디지털TV의 전송표준으로 채택됐다. 디지털TV 판매가 늘면서 제니스의 기술료 수익은 2006 2000만 달러에서 2009 1억 달러로 늘었다. LG전자와 제니스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디지털TV 전송기술 EVSB가 미국식 디지털TV 표준으로 채택돼 LG전자는 세계 디지털TV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향후 15∼16년간 수십억 달러의 로열티 수입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의 제니스 M&A는 원천특허가 부족한 한국 기업이 시장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M&A를 통해서도 좋은 특허를 확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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