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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빈 토플러가 <미래의 충격>을 발표한 연도는 1970년이다. 토플러가 최근 이 책의 출간 40주년을 기념하는 발표식장에서 앞으로 40년의 미래를 어떻게 예언했을까? 21세기는 여성이 권력의 중심에 서는 ‘여성의 시대’라고 내다봤다. 왜일까? 그 답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리더십 전문가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의 저서 <미즈 프레지던트> (21세기북스, 2012)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조절과 공감의 시대에 걸맞은 리더에는 여성이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리더십 이론을 살펴보면 여성성(女性性·Femininity)을 강조하며 예전에는 리더십의 덕목으로 제시되지 않았던 친절함, 상냥함, 부드러움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점차 거친 힘의 남성 리더십인 ‘가부장적(家父長的) 리더십’과 ‘부성(父性) 리더십’이 사회를 벗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 리더십의 특징을 어떻게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은 단어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섬김 리더십, 공감(共感) 리더십, 상호적(相互的) 통합 리더십을 볼 수 있다.
첫째, 섬김 리더십은 타인을 배려하고 섬긴다는 뜻으로 타인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조직의 효과성을 높일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남자는 과업 주도적 행동을 하고, 여자는 배려적 행동을 보인다는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다. 남성은 명령과 통제에 기반을 둔 리더십 스타일을 선호하고, 여성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기반을 둔 리더십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성이 섬기는 리더에게 더 적합한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서 매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과 CEO를 선정할 때 평가하는 실천 덕목에 ‘먼저 사랑할 줄 알 것’이라는 항목이 있다. 구성원을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존중하고 보살펴주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대개의 여성에게는 보살핌의 능력이 있다. 여성은 주변의 누군가가 아프거나 불행을 겪으면 눈치를 보거나 계산하지 않고 자신이 어떤 도움이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도우려고 노력한다. 이런 보살핌과 배려의 태도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갈구하고 있는 진솔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삶의 가치와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강력한 리더십 파워임에 틀림없다.
둘째, 최근 부각되는 대표적인 리더십 이론이 ‘공감(共感) 리더십’이다. 20세기에는 카리스마적이고 권위적이며 하향적 방식의 ‘힘’으로 상징되는 남성적 리더십을 필요로 했다. 21세기에는 수평적이고 타협적이며 배려를 중시하는 상향적 방식의 공감과 조화로 대변되는 여성적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공감은 심리학 용어인 ‘카멜레온 효과’와 통한다. 카멜레온 효과는 경청을 잘해주는 사람처럼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 앞에서 자신을 모두 드러내는 심리적 특성을 일컫는다. 이처럼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을 ‘카멜레온 인간’이라고 부른다.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여러 가지로 바꾼다는 것이 일관성이 없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주위 환경에 맞춰 적절히 대응하고 무엇보다 그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이 이런 능력에서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공감의 리더십에서 한번 더 여성성이 강조되고 있다.
셋째, 상호적 통합 리더십이다. 상호적(相互的) 리더는 구성원의 발전을 이끌어 내면서 그들의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과제 수행만큼 구성원의 복지를 중시하는 리더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동독 출신 첫 총리, 독일 최초의 과학자 출신 총리로 정치 감각과 수완이 뛰어나다. 배포도 커서 ‘독일의 마거릿 대처’로 불릴 만큼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를 상호작용으로 보며 통합하려는 리더십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리더이기도 하다.
메르켈은 총리가 된 뒤 돈을 잘 버는 기업에서 세금을 걷어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기존 정치의 방향을 바꿨다. 기업과 가난한 사람을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두 개의 다른 집단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사회 구조를 이원론(二元論)으로 보지 않고 통합론(統合論)으로 봤다. 서로 다른 이해집단들이 한 지붕 아래에 있다고 봤다. 사회를 계급갈등과 대립관계로 이해하던 마르크스적 관점을 버리고 하나의 공동체 개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공동체에서는 모두 서로 연결돼 있고 한쪽의 아픔은 다른 쪽으로 전달된다. 공동체에서 책임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은 공동체 모두에게 있는 것이지, 부자의 몫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난한 자를 돕기 위한 사회보장의 재정수요는 모두가 부담해야 한다. 또 기업이 잘 운영되는 것이 공동체 모두에게 좋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였다. 국가의 재정부담은 모두가 함께 져야 한다고 봤다. 기업정책과 사회정책은 서로 대립되는 정책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정책이다. 서로 연합돼 있고 한쪽의 성공은 다른 쪽에 이익을 가져다준다. 단지 정책의 적절한 선택에 시간적인 차이를 둘 수는 있다. 계급의 갈등을 가져오는 사회정책을 버리고 모두가 동참하는 사회정책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 이해한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통합 리더십의 대표적 사례다.
이런 섬김, 공감,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받는 시대적 배경에 맞물려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라면 성별에 특징을 둔 리더십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넘어서는 최고의 리더십 스타일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면 김 교수는 최고 권력자가 가져야 할 태도 및 역량을 어떻게 요구하고 있을까?
첫째, 권력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권력을 아껴서 쓰는 리더가 되기를 주문한다. 권력은 뭔가를 변화시키는 힘이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다. 특정한 자원의 보유를 바탕으로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능력인 것이다. 권력(權力)의 ‘권(權)’은 저울이라는 뜻으로 물건을 저울에 달듯이 모든 일에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라는 의미다. 또한 ‘력(力)’은 힘이라는 뜻인데 이는 끝이 세 갈래로 된 농기구인 가래를 상형화한 글자다. 두 한자의 뜻을 합하면 ‘모든 일에 공평한 태도를 유지하는 힘’이 된다. 권력에 이런 뜻이 있다니 놀랍다.
권력을 욕먹지 않고 제대로 행사하려면 권한의 80%만 사용해야 한다. 100%를 행사하면 오만해 보이고 120%를 행사하면 남용된다. 80% 이하로만 써야 겸손해 보이고 오히려 효과도 더 난다. 리더십의 본질이 봉사이기에 리더가 행사하는 권력은 나나 내 식솔이 아닌 남을 위한 것이다.
즉, 리더는 자신을 위한 이익 위주의 사고를 하기보다는 조직이 직면한 문제에서 해법을 찾고 희망을 이끌어 내고 때로는 권력마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권력이 봉사하는 것이 되려면 리더가 현명해야 한다. 또 마음의 바탕에 곱고 어진 결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자(賢者)의 리더십이다.
둘째, 공부하는 리더가 되라고 주문한다. 리더는 아카데믹 라이프(academic life)를 살아야 한다. 리더에게 당신은 평생 학문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문하면 “그럴 거면 학자가 되고 말지”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사람과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후자이기 위해서는 평생 공부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식도, 감각도 없이 남을 위할 수는 없다. 내 머리와 내 가슴을 채우기 위해서는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또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체득해야 세상에 눈을 뜰 수 있다. 나도 잘 모르지만 더 모르는 남을 알기 위해 들여야 할 노력과 시간은 보통 사람의 몇 배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카터 대통령은 집무가 끝난 시간인데도 3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들을 일일이 읽곤 했다. 대처의 열독 습관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열심히 공부해 여러 내용을 여러 각도로 해석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다음 단계의 호기심도 생기고 의문도 생기면서 정책을 파고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각 부처 장관이 보고하는 내용을 무작정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세종대왕은 공부하는 최고 지도자였다. 세종은 어릴 시절부터 유학의 경전에 그치지 않고 역사, 법학, 천문, 음악, 의학 등 다방면에서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쌓았다. 세종의 학습은 문치(文治)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바탕이 됐다. 측우기 발명이나 훈민정음 창제가 우연한 것이 아니다. 책 읽는 리더가 돼야 한다.
셋째, 자신을 의심해야 한다. 대통령은 항상 자신이 얼마나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늘 의심해야 한다. 피터 버거는 근본주의도 상대주의도 다 결함이 많으니 스스로 자신의 믿음을 의심해 본다면 그래도 합리적 결정이 이뤄질 여지가 커진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슈밋-살로몬이 말하는 ‘오류에 대한 고집’을 꺾고 집단지성을 찾아 나서야 한다. 신념과 확신에 찬 결정과 행동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듯이 정책으로 나라의 문제를 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대통령은 이번 정책으로 이 문제를 70% 정도는 풀 수 있고 다음 정책으로 조금 더 풀겠다고 솔직하게 미진한 정책을 시인해야 국민의 기대에 더 다가갈 수 있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여성 리더십의 특징을 이렇게 일갈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냉정하고 차분하다. 논리적이면서 포용력도 더 깊다. 지혜롭고 초연하다. 감각이 탁월해 인감(認感)과 인미(認美)에서 앞선다. 한마디로 21세기 리더십에서 강조하는 대로 스마트하다. 여성 리더십의 특징이 무엇인지, 또 우리의 여성 리더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을 때 꼭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책(冊) 읽고 행복하시길.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대표 sirh@centerworld.com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Centerworld Corp.) 대표이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 (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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