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략
최근 소비환경과 新소비자 출현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미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필수소비재는 초저가를, 욕망품목은 지출을 아끼지 않는 양면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된 뉴노멀, 자본주의 4.0 등 전 세계가 새로운 발전모델을 모색하면서 친환경과 사회친화적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이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보를 얻고 의견을 표출한다. 불만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힘을 결집하는 등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를 둘러싼 환경은 ‘아껴 쓰고 바르게 쓰며 똑똑하게 쓰는’ 소비현상을 촉발하고 있다. 소비자는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과정에 참여하고,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만의 스타일을 주도하는 新소비자로 변신하고 있다. 기업은 ‘저성장 시대이므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자’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니라 소비현상 변화와 소비자 변신에 대응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소비현상의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변신 유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마케팅 과정에 참여하는 ‘新프로슈머’
마케팅 대가인 필립 코틀러는 “프로슈머는 특정상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더 크게 기여하고 싶어 하는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1980년대 당시 프로슈머는 기업 활동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소수의 소비자를 지칭했다. 그런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반 소비자가 기업활동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경로가 확대되고 방법도 용이해졌다. 기업의 관심도 높아졌다. 기업은 프로슈머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내고 이들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용해 최적의 성과물을 도출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가 광고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광고판 프로슈머인 애드슈머 광고도 각광을 받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결말을 토대로 광고 후속편을 제작하거나 소비자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광고를 기획하고 소비자가 만든 영상을 광고로 활용한다. 애드슈머 광고가 인기를 끌고 또 적중률이 높은 이유는 일반인의 주변에서 일어날 만한 일을 소재로 삼아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신프로슈머는 개방된 채널을 활용해 실제 기업 내 전문가에 버금가는 마케팅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기업은 소비자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기존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신프로슈머의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겐다즈코리아는 2010년부터 소비자들을 판매 촉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다. ‘인터넷과 SNS 등을 활용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효과적으로 알릴 전략’이란 주제로 입소문 마케팅 공모전을 실시했다. 1차 심사에서 선정된 6개 팀이 3주간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리포트를 제출했고 최고 아이디어 팀을 선발했다. 2011년 최우수상팀은 직접 하겐다즈 블로그를 개설한 후 ‘친구 500명, 1일 방문자 2000명’이란 명확한 목표와 예산을 제시했고 3주 내에 목표를 달성해 기업 실무자 못지않은 성과를 거뒀다.
사회 이슈에 민감한 ‘소셜슈머’
소비자도 공유가치(Shared Value)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같은 비용으로 공유가치 창출(CSV)이라는 감성적 만족까지 제공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네슬레는 54만 명의 농부들과 원자재 직거래를 함으로써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기술 지도를 제공, 고품질의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경제적 효용을 높이며 사회공헌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네슬레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반면,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를 쉽게 공유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욕의 한 파파존스 매장 직원이 영수증에 한인 여성을 비하하며 ‘찢어진 눈의 여성’이라고 글을 썼는데 이 사실이 트위터로 하루 만에 전 세계로 전파돼 파파존스의 기업 평판이 급락했다.
소셜슈머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뉴욕판 친환경 생활백서에 해당되는 ‘에코칙닷컴(ecochick.com)’은 사람들이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먹고, 입고, 살아갈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이에 기업은 상품기획은 물론 판매단계에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고 기업 활동 전반에서 진정성도 제고해야 한다. 소셜슈머는 와 닿지 않는 구호성 명분이나 일시적인 봉사활동보다는 사회 이슈를 구체적으로 해결해주고 함께하는 기업에 주목하고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미국 친환경 생활용품 기업인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은 세제, 유아 및 여성 위생용품업계의 후발주자지만 친환경 상품 판매로 급성장했다. 사실 생활용품 시장은 성숙 단계여서 후발주자의 진입이 어렵고 이익률도 낮다. 하지만 이 회사는 ‘우리의 선택이 향후 7세대 후손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한다면’ ‘지구환경을 생각한다면’이라는 메시지로 사회적 이슈를 제기했다. 무방향제, 무염료, 무독성 물질 등을 내세우며 피부와 입에 직접 닿아도 안전하다는 메시지로 소비자를 유인했다. 이 회사의 기저귀는 기존 제품에 비해 색깔이나 무늬가 없어 투박해 보이지만 아기 피부를 보호하고 발진 예방 효과가 있다. 또 잉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12년 1월 <닛케이비즈니스>는 주목해야 할 소비 키워드로 퍼스널 CSV를 꼽았다.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에만 요구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 개인에게도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나만의 스타일을 주도하는 ‘큐레이슈머’
큐레이슈머(CURAtor+conSUMER)는 전시회나 박물관의 큐레이터처럼 스스로의 삶을 꾸미고 연출하는 데 능수능란한 편집형 소비자를 일컫는 신조어다. 이들은 상품을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주도적으로 창출해 원래 상품의 용도와 전혀 다르게 사용하거나 기업에 자신이 원하는 상품 사양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기업이 자의적으로 만든 세분시장에 속하는 것을 거부한다.
기업이 의도한 브랜드 이미지, 제품 사용방식, 사회규범적 코디네이션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활용해 색다른 만족을 추구한다. 초고가 명품과 싸구려 옷을 맵시 있게 섞어 입고(mix & match), 자동차를 개조 수준으로 튜닝하는 등 탐구와 실험정신이 투철하다. 그동안 패션, 자동차, 인테리어 등 특정 분야 마니아만의 특성이었으나 IT 발달과 일반인의 소비지식 향상으로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편곡의 묘미를 알려주는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에서처럼 원곡보다 더 멋진 편곡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생산자의 원래 의도보다 훨씬 더 잘 사용하는 소비자들인 셈이다.
이 같은 생활 창출자인 큐레이슈머들은 자의식과 개성이 강해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마케팅 활동보다는 소비자의 니즈를 최대한 빨리 정확하게 반영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매스마케팅에 의해 규정되는 일반적인 세그멘트에 속하길 거부하며 개성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한편 이상적인 소비행동을 하기 위해 자신을 다양한 세그멘트에 소속시키는 ‘패치워크(patchwork)'형 소비성향을 보이며 작은 디테일까지 관심을 기울인다. 이들은 럭셔리와 패스트패션을 함께 착용하거나 정장에 운동화를 착용하는 식이 자연스럽고 자기표현 자체가 소비의 목적이 되며 타인과의 적극적인 정보, 체험교류를 통해 독특한 라이프스타일 집단을 구성하기를 좋아한다. 아울러 기업이 스스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제품과 서비스를 제시하는 컨시어지적인 마케팅 활동을 원한다. 결국 롱테일의 독특한 마이크로 라이프 스타일이 대두하면서 큐레이슈머는 전통적인 시장세분화와 타기팅과 같은 마케팅 전략의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기주도의 스타일을 완성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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