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Teams Win
편집자주
스포츠는 기업의 경영전략에 많은 영감을 주는 분야입니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은 기라성 같은 강팀이 속한 미국 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는 적은 예산으로 기적에 가까운 성적을 일궈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를 번역한 김익현 박사가 탬파베이의 성공 전략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이런 상상을 한번 해보자. 어떤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치고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저러다가 밀려나겠지 했는데 계속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어느 새 국내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로 삼성, LG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기적’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번엔 시선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한번 돌려보자. 창단 이후 10여 년 동안 꼴찌를 도맡아 하던 팀이 갑자기 우승을 해버렸다. 일시적인 돌풍이려니 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우승을 다투고 있다. 4년 사이에 아메리칸리그 우승 컵을 두 번이나 들어올렸다. 지난 해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또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쯤 되면 어떤 중소기업이 삼성, LG 같은 대기업과 맞붙어 싸워서 이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4년 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꼴찌의 반란’ 신화를 쓰고 있는 팀. 바로 탬파베이 레이스다. 탬파베이는 한국 선수들과도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스에서 뛰고 있는 서재응 선수가 한때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지금은 이학주 선수가 최고 유망주로 마이너리그에서 차곡 차곡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탬파베이가 소속된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북미 스포츠 리그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악의 제국’으로 불리는 뉴욕 양키스뿐 아니라 한때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렸던 보스턴 레드삭스도 막강한 재력을 자랑한다. 연봉 총액만 따져도 각각 탬파베이의 5배, 3배 수준에 이른다.
당연히 탬파베이의 성공 비결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원제: Extra 2%)> 저자인 조나 케리는 탬파베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2%’의 비밀을 열어 젖힌 덕분’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우리가 탬파베이의 성공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탬파베이가 찾아낸 ‘보이지 않는 2%의 비밀’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기업들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통과 격려가 직원들을 춤추게 한다
몇 년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인기를 끈 적 있다. 이 책은 범고래 샴 조련사 이야기를 소재로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서로 신뢰를 다져나가는 것이 활기찬 쇼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부정적인 면을 꼬집기보다는 긍정적인 쪽에 초점을 맞추고 늘 칭찬과 격려를 앞세우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란 게 그 책이 전하는 메시지였다.
‘만년꼴찌’ 탬파베이의 변신 역시 바로 그 부분에서 시작됐다. 탬파베이의 상반된 두 최고경영자(CEO)를 살펴보면 이런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수렁 속에서 헤매던 시절 탬파베이를 이끈 빈스 나이몰리는 독선적인 경영자였다. 모든 걸 자신이 처리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영업전략부터 인력 채용까지 모든 과정에 사사건건 간섭했다. 조금만 잘못한다 싶으면 곧바로 호통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구단 내에는 늘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직원들은 나이몰리를 피해 다니기에 바빴다. 그 결과 적극적으로 뭔가를 도모하기보다는 나이몰리에게 지적받지 않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게 됐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됐다. 당연히 혁신이나 창의적인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톱다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전형이었다. 최고경영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2007년부터 경영권을 잡은 스튜어트 스턴버그는 ‘나이몰리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했다. 스턴버그는 꼭 필요한 부분 외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맡은 일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재량껏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고경영자가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상황을 악화시킬지 모른다는 걱정없이 자신들의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이런 변화를 통해 ‘고통스러운 일터’였던 탬파베이를 ‘즐겁고 신나는 곳’으로 바꿨다. 스턴버그와 함께 탬파베이 경영진의 3대 축을 형성했던 맷 실버맨 사장과 앤드루 프리드먼 단장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들은 ‘막힌 언로’를 회복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사내에 제안함을 설치한 뒤 어떤 아이디어든 과감하게 내놓을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더라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잘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 없이 보상했다.
이런 방식은 조직 내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나이몰리 시절엔 시킨 일만 하는 사람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스턴버그는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유형을 더 존중했다. 과감하게 뭔가를 시도하다가 실수하는 사람을 기꺼이 포용했다.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설사 어떤 일을 도모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처벌하지 않았다. 대신 실패로부터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감독을 맡은 조 매든 역시 선수들과 적극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매든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할 때 ‘긍정적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긍정적 강화란 칭찬, 상, 표창장, 금전적 보상 등과 같이 만족감을 주는 자극을 말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매든 감독은 선수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면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B. J 업튼을 비롯한 탬파베이의 젊은 선수들은 조 매든 감독의 긍정적 강화 덕분에 맘껏 기량을 펼치고 있다.
경영진과 현장 지도자가 한 곳을 봐야 한다
흔히 애플은 스티브 잡스 한사람이 이끈 기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잡스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잡스의 지도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잡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뿌린 혁신 유전자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 제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독선적인 지도력만으론 직원 4만 명에 이르는 거대 기업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최고경영자와 현장 지도자가 늘 머리를 맞대고 한 방향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잡스가 진짜 뛰어난 점은 바로 애플 특유의 시스템을 만들어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애플이 큰 무리 없이 전진해나가는 것은 바로 이런 덕목 덕분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10년 대표적인 IT 전문 기자인 월터 모스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경쟁력의 원천은 신뢰에 바탕을 둔 격의 없는 토론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잡스가 전제 군주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경영진이 토론을 통해 함께 나아갈 방향을 도출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합의 과정을 통해 같은 목표 지점을 향해 달려왔던 것이다.
탬파베이의 혁신 과정에서도 이런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스튜어트 스턴버그를 비롯한 탬파베이 경영 3총사는 야구계의 기존 관행들을 과감하게 탈피하려고 했다. 또 나이몰리 시절 직원들을 옥죈 강압적인 문화를 벗어던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그 선에서 머물지 않았다. 현장 책임자인 감독이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팀을 근본적으로 바꾸긴 힘들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잡스가 팀 쿡, 조너선 아이브 같은 뛰어난 인재들과의 대화를 중시했던 것처럼 스턴버그 역시 경영진과 현장 감독 간의 소통을 어떤 것보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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