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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매각의 기술

값진 회사를 팔아라, 저성장의 덫이 사라진다

이지효 |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황창하 _ One quarter Acrylic paint on cotton canvas, 152.4X122, 2011

선과 면으로 구성된 미로(迷路)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현란한 색채로 어지럽게 얽혀 있는 격자 문양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2차원적 그림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시작도 끝도 모호해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미로지만 그로 인해 공간적 깊이와 생동감이 생겨난다.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도전에 나서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현실을 투영하는 듯하다.

 



 

많은 경영자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 사업 발굴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은기존 사업에서 언제 어떻게 철수(Exit)하느냐입니다. 흔히철수=실패한 사업을 어쩔 수 없이 정리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면밀하게 계획된 철수, 특히 현재 잘나가는 사업이지만 미래 비전과 맞지 않아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기업에 큰 가치를 안겨줄 수 있습니다. 올해 초 웅진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았고 LG그룹은 최근 올해 안에 비주력 사업 7개를 처분하거나 합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소니와의 합작법인 S-LCD를 청산했습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사업 매각 및 철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업 매각 후에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Smart Exit’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DBR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사업 매각 및 철수와 관련한 다양한 통찰과 지혜를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키워드는성장이다. 최근 전 세계 경제는 과거와 같은 단기적인 침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저성장이라는 구조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중국만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두자릿수의 고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됐고 한국의 GDP 성장목표 역시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기업은 꾸준한 성장을 필요로 한다. 과거에는 잠시의 위기만 넘겨내면 빠르게 성장하는 전 세계 시장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환경하에서 지속적인 성장이란 이전과는 다른 무게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실 저성장이라는 환경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다. 모든 일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전체 경제가 아닌 개별 산업 관점에서 성장기를 마치고 성숙기에 접어드는 것은 흔한 일이다. 기업 시각에서 중요한 건 어떻게 이러한 상황에서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보통 성장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즉 지금 하고 있는 사업 내에서 내부적인 역량을 통해 성장을 이뤄내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M&A를 통해 새로운 사업과 역량을 마련해 성장하는 방법이다. 경제와 산업이 모두 성장하는 상황에서라면 유기적 성장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기회들을 맞이할 수 있겠지만 저성장 환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아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서 M&A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한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M&A 기회를 찾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만큼이나 정체된 기존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숙제가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다. 바로 투자(investment)의 반대편에 서있는 분할/매각이다. 영어로 divestiture, 혹은 divestment에 해당하는 분할/매각 작업은 쉽게 말해 투자한 곳에서 어떻게 발을 뺄 것이냐의 문제다. 일반적으로는 전체 그룹이나 기업의 완전한 매각보다는 특정 사업에 대한 분할매각과 철수를 의미하며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 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선도기업을 대상으로 한 베인(Bain)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77%경영진의 관심과 자원을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67%의 경영진이핵심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분할/매각을 택했다고 답했다. (그림 1) 이는 유기적 성장의 한계가 명확해진 저성장 시대에 지속 성장을 위해 분할/매각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뤄져야 할 전략적 고려 사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2)

 

 

미국의 선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Bain의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70%의 기업들이 분할/매각에 대한 전략적 중요도를 M&A와 대등하게 놓고 있다. 인력 등 자원 투입에 있어서도 50% 이상의 기업들이 M&A와 동등한 수준으로 공을 들인다고 답했다. (그림3) 이제 한국의 기업들도 저성장 시대에 지속적으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정체된 사업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상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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