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 구조조정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 교수 안태식 교수)인 ‘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유명 기업 임원들로 구성된 서울대 CFO 전략과정 교육생들은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중 각자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한국 기업에 많은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강탁호(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LS산전은 국내 최고의 전력·자동화 기기1 업체다. 각각의 시장에서 60%와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S산전의 기술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세계 1위 전력용 반도체 업체인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와 AMI, 고압직류송전, 전기차용 충전 인프라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해 스마트그리드 분야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 것을 비롯,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등의 시장에도 진입했다. 한국경영인협회는 규모,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주주 중심 경영 등에 대한 심사를 통해 LS산전을 4년 연속으로 전기·전선 부문 최고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LS산전의 역사가 항상 이처럼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때는 기업의 생존 가능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던 위기 상황에 처했었고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과 다양한 혁신 활동을 통해 회사의 체질을 바꿨다. 한때(1999년) 1368%까지 갔던 부채비율은 10년 만에(2009년) 98%로 안정됐고 같은 기간 주가는 24배나 상승했다. DBR은 서울대CFO전략과정과 공동으로 LS산전의 구조조정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주요 시사점을 도출했다.
IMF 소용돌이 속 LS산전의 위기 상황
1997년 말 한국이 IMF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산업계는 요동쳤다. 과도한 차입에 따른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수익구조가 취약했던 많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위기에 빠졌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사업다각화라는 명분 아래 핵심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했으나 해당 영역에서 과도한 손실이 발생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마저 약화됐다는 점이었다.
LG그룹 계열사였던 LS산전(당시 회사명: LG산전)도 이와 같은 위기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LS산전은 ▲내수시장 동결에 따른 주력사업의 구조적 성장 한계 ▲고정비 감축에 의한 수익실현 한계 ▲잠재부실 과다 ▲사업다각화 실패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1997년 1조6750억 원이었던 LS산전의 매출은 1998년에는 1995년 수준인 1조2000억 원대로 추락했으며 적자폭도 확대되는 등 ‘계속기업’ 영위 자체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LS산전의 사업 구조 현황에 대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원일 전무는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그랬듯이 LS산전 역시 단기간에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데에 많은 초점을 뒀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선택과 집중에 따른 수직 계열화, 수평 확대 등의 전략적 통제 없이 백화점식으로 신사업을 추진했다. 정수기, 자판기와 같은 산업용이 아닌 가정용 사업도 있었고 심지어는 주력사업과는 전혀 관계 없는 골프 카트 사업까지 진출했었다”고 설명했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LS산전은 단순히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나 고정비 감축만으로는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1999년 4월 LG금속과의 전격적 합병을 통해 ‘팔 수 있는 것을 다 모아’ 협상력(bargaining power)를 높이는 전략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리고 ▲손익과 자산 동시 고려 ▲‘Down Sizing’보다는 ‘Right Sizing’으로 ▲종업원, 주주, 회사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 등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을 수립했다. 인건비, 감가상각비, 지급이자 등 고정비 절감 중심의 미시적인 차원의 제한적 방법이 아닌 사업 단위 매각을 통해 근본적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되 무조건 줄이는 긴축보다는 최적화에 초점을 두면서 이해관계자들도 균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었다.
1) 손익과 자산을 동시 고려
흔히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인력 정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손익계산서상의 고정비 영역을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효과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핵심 인력 유출로 성장 동력이 훼손될 공산도 크다. 점점 불어나는 이자비용을 감당하고 회사의 부실 악화를 막아내는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상의 차변에 해당하는 자산 항목들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다. LS산전은 인력조정 외에도 수익성 악화 사업 및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해 회생 가능한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재무구조조정을 단행해 자본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니꼬(Nikko), 캐리어(Carrier), 오티스(OTIS) 등 외국계 기업들과 LS전선(당시 LG전선)에 비핵심 사업들을 매각하는 하는 한편 주유기, 서버, CAT, 반도체 장비, 로봇 등의 사업에 대해서는 MBO2 나 EBO3 형태로 적극적인 분사활동을 추진했다. LS산전은 이와 같은 사업 매각 활동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약 2조 원의 부채를 감축할 수 있었다.
또 사업구조조정 진행 시기별 적기 직접금융조달과 투자유가증권 매각, 감자 등 재무구조조정도 진행됐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고 LG카드, 데이콤, LG건설 등 보유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으며 주식 소각 및 병합으로 재무구조 내실화를 완성했다. 2000년 당시 3964%에 달하던 LS산전의 부채비율은 2001년 945%, 2002년 496% 등으로 급감했으며 현재는 차입금 3500억 원, 부채비율 1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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