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산전 구조조정

냉철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직원들의 회사사랑이 함께했을 때…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이 서울대 경영대학과 함께 서울대의 임원 교육 과정(주임 교수 안태식 교수)서울대 CFO 전략과정의 최신 경영 사례들을 연재합니다. 국내외 유명 기업 임원들로 구성된 서울대 CFO 전략과정 교육생들은 총 6개월의 교육기간 중 각자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강의를 통해 배운 지식을 접목, 자사의 경영 사례들을 공유합니다. 이때 발표된 사례 중 한국 기업에 많은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을 엄선해 DBR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 담긴 이 코너를 통해 기업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강탁호(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LS산전은 국내 최고의 전력·자동화 기기1 업체다. 각각의 시장에서 60% 4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S산전의 기술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세계 1위 전력용 반도체 업체인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와 AMI, 고압직류송전, 전기차용 충전 인프라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해 스마트그리드 분야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 것을 비롯,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등의 시장에도 진입했다. 한국경영인협회는 규모,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주주 중심 경영 등에 대한 심사를 통해 LS산전을 4년 연속으로 전기·전선 부문 최고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LS산전의 역사가 항상 이처럼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한때는 기업의 생존 가능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던 위기 상황에 처했었고 이후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과 다양한 혁신 활동을 통해 회사의 체질을 바꿨다. 한때(1999) 1368%까지 갔던 부채비율은 10년 만에(2009) 98%로 안정됐고 같은 기간 주가는 24배나 상승했다. DBR은 서울대CFO전략과정과 공동으로 LS산전의 구조조정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주요 시사점을 도출했다.

 

IMF 소용돌이 속 LS산전의 위기 상황

1997년 말 한국이 IMF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산업계는 요동쳤다. 과도한 차입에 따른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수익구조가 취약했던 많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위기에 빠졌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사업다각화라는 명분 아래 핵심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자금을 새로운 사업에 투자했으나 해당 영역에서 과도한 손실이 발생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마저 약화됐다는 점이었다.

 

LG그룹 계열사였던 LS산전(당시 회사명: LG산전)도 이와 같은 위기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LS산전은내수시장 동결에 따른 주력사업의 구조적 성장 한계고정비 감축에 의한 수익실현 한계잠재부실 과다사업다각화 실패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1997 16750억 원이었던 LS산전의 매출은 1998년에는 1995년 수준인 12000억 원대로 추락했으며 적자폭도 확대되는 등계속기업영위 자체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LS산전의 사업 구조 현황에 대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원일 전무는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그랬듯이 LS산전 역시 단기간에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데에 많은 초점을 뒀다. 그러다 보니 적절한 선택과 집중에 따른 수직 계열화, 수평 확대 등의 전략적 통제 없이 백화점식으로 신사업을 추진했다. 정수기, 자판기와 같은 산업용이 아닌 가정용 사업도 있었고 심지어는 주력사업과는 전혀 관계 없는 골프 카트 사업까지 진출했었다고 설명했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LS산전은 단순히 다운사이징(downsizing)이나 고정비 감축만으로는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1999 4 LG금속과의 전격적 합병을 통해팔 수 있는 것을 다 모아협상력(bargaining power)를 높이는 전략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리고손익과 자산 동시 고려 ▲‘Down Sizing’보다는 ‘Right Sizing’으로종업원, 주주, 회사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 등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을 수립했다. 인건비, 감가상각비, 지급이자 등 고정비 절감 중심의 미시적인 차원의 제한적 방법이 아닌 사업 단위 매각을 통해 근본적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되 무조건 줄이는 긴축보다는 최적화에 초점을 두면서 이해관계자들도 균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었다.

 

1) 손익과 자산을 동시 고려

흔히구조조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인력 정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손익계산서상의 고정비 영역을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효과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핵심 인력 유출로 성장 동력이 훼손될 공산도 크다. 점점 불어나는 이자비용을 감당하고 회사의 부실 악화를 막아내는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상의 차변에 해당하는 자산 항목들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다. LS산전은 인력조정 외에도 수익성 악화 사업 및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해 회생 가능한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재무구조조정을 단행해 자본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니꼬(Nikko), 캐리어(Carrier), 오티스(OTIS) 등 외국계 기업들과 LS전선(당시 LG전선)에 비핵심 사업들을 매각하는 하는 한편 주유기, 서버, CAT, 반도체 장비, 로봇 등의 사업에 대해서는 MBO2 EBO3 형태로 적극적인 분사활동을 추진했다. LS산전은 이와 같은 사업 매각 활동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약 2조 원의 부채를 감축할 수 있었다.

 

또 사업구조조정 진행 시기별 적기 직접금융조달과 투자유가증권 매각, 감자 등 재무구조조정도 진행됐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고 LG카드, 데이콤, LG건설 등 보유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으며 주식 소각 및 병합으로 재무구조 내실화를 완성했다. 2000년 당시 3964%에 달하던 LS산전의 부채비율은 2001 945%, 2002 496% 등으로 급감했으며 현재는 차입금 3500억 원, 부채비율 1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 ‘Down Sizing’보다는 ‘Right Sizing’으로

Down Sizing’은 무조건 줄이자는 취지의 활동이지만 ‘Right sizing’은 생존을 생각하며 꼭 필요한 근간은 남겨 놓는 것을 의미한다. LS산전은 전력 공급 및 계통보호에 사용되는 차단기, 개폐기, 배전반 등의전력기기·시스템과 공장자동화기기 및 공정제어시스템, 지능형교통체계(ITS) 등의자동화기기·시스템사업을 생존의 근간이 될 핵심 사업으로 정의했다. 외환위기 전인 1997년 말 기준으로 두 분야가 각각 28% 23%의 매출을 담당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각 시장에서의 기술 수준 및 품질경쟁력이 높아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면 재도약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사업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LS산전은 동제련, 자판기/정수기, 빌딩 설비(엘리베이터 등) 등 소위돈이 되는사업군을 매각하면서도 이들 사업만은 지켰다. 김 전무는당시 LS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은 세계 5위였는데 이를 8300억 원에 인수한 당시 2위 사업자 오티스는 단숨에 세계 1위로 올라섰다. LS산전으로서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전력기기와 시스템이라는 주력 사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당시의 비장한 심정을 전했다.

 

3) 종업원, 주주, 회사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

LS산전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총 35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LS산전의 인력구조조정은 사업구조조정과 연계해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것이 특징이다. 사업 매각 시 주요 협상 항목으로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반드시 관철시켜 실제로 4200여 명의 직원들이 고용을 유지한 채 소속이 변경됐다. CFO 부문 채대석 부장은당시 회사에 남게 된 직원들 사이에서는 사업부서가 외국계 기업에 팔려 소속이 바뀐 직원들에 대해 망해가는 회사를 떠나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편입된다고 부러워하는 분위기까지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LS산전은 혹독한 경험을 통해 사업 구조상의 근원적 경쟁력 확보라는 수확은 물론, 임직원들이 업무에 임하는 자세와 조직 문화 등에서도 선진화 및 체계화 등 성숙을 가져올 수 있었다. 김원일 전무는혹독한 기간을 잘 견뎌낸 후 기업 내에는 생존DNA가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결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 점이 미래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LS산전(LSIS)은 전력 기기, 자동화 시스템, 그린에너지 분야 등에 종사하는 산업시스템 회사다. 특히 국내 저압·고압 전력기기 시장과 자동화 기기 시장을 각각 60% 40% 이상 점유하고 있다.

 

1975년 럭키포장으로 출발한 LS산전은 1979 LG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금성자판기, 금성특수기기, 금성계전, 금성기전 등을 합병하면서 외형을 키워나갔고 1994년에는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2003 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LG전선, LG-Nikko동제련, LG칼텍스 가스부문, 극동도시가스 등과 함께 LG전선그룹으로 독립했으며 2005 3월 그룹명을 LS(Leading solution)로 바꾸면서 이후 현재의 사명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S메탈, LS파워 세미텍, LS메카피온, LS사우타, 플레넷 등 국내 5, 해외 8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2011년 매출은 연결 기준으로 2709억 원, 영업이익은 1282억 원을 기록했다.

 

혁신활동은 구조조정 추진을 위한 가속페달

LS산전이 1990년대 초부터 추진해 온 혁신활동은 성공적 구조조정의 숨은 공신 중 하나다. 초반에는 주로 품질 관리를 위한 활동 중심으로 진행됐으나 구조조정 시기에는회사의 체격을 재건하는’ CMT(Crisis Management Team) 체제와남은 사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BEST21(Basic, Empowerment, Speed, Trust) 운동을 병행해 운영했다.





 

CMT 10명의 경영기획실 직원을 중심으로 5개 주요 사업 분야에서 파견된 총 3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1년 한시의 비상경영 관리조직이었다. LS산전은 CMT를 중심으로 매주 전체 임원회의를 통해 매출채권, 재고, 경비, 재료비, 판매가격 등의 5개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매월 구조조정 진행 현황과 채권회수 및 보유 현금 현황 등을 체크했다. 채대석 부장은회사를 살리기 위해 CMT 구성원들 모두가 월요일에 출근해 사무실 바닥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금요일에 귀가하는 생활을 1년 동안 했다고 설명했다. BEST21운동은기본에 철저하고(Basic), 다 함께 문제해결활동에 참여하며(Empowerment), 비전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혁신활동을 가속하면서(Speed), 임직원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마음의 벽을 허물자(Trust)’는 의미를 내포한 경영 전반에 걸친 혁신활동이었다. 3년 내에 3배의 원가절감을 실현하자는 의미의 ‘3 By 3’ ‘제조/R&D 100PPM’, 현장합리화, 수출확대 및 글로벌 제품 개발 등의 활동이 이 시기에 이뤄졌다. 김원일 전무는 구조조정에서 혁신의 역할에 대해구조조정을 아주 열심히 한다는 것은 변화의 크기가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혁신 활동을 아주 열심히 병행하게 되면 그만큼 그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전체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혁신 활동 참여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LS산전은 2001 6월 마침내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의 종료 선언과 함께 뉴비전을 선포할 수 있었다.

 


 

구조조정 종료 후 LS산전의 발전과 현재

구조조정 종료 후 LS산전에는 사실상 전력 및 자동화 기기 사업만 남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생존 DNA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마침 제조업 설비투자 축소, 건설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위축됐던 사업환경도 경기회복세와 함께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LS산전은 비록 좁은 세그먼트의 고객들이지만 그들이 갖는 다양한 니즈를 지속적으로 충족시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미의 ‘Total Solution Provider’를 뉴비전으로 삼았고 기존 기기 제조 사업에 더해 시스템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 등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사업에서의 약진이 대표적인 예다. PLC는 각종 전기 및 신호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할 때 모터 등을 제어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제품이다. 제조업체들은 공장 증설 시 기계·설비·가공·조립 라인을 자동 제어하기 위해 전기 및 신호 체계를 심어야 하는데 기존 PLC 시스템하에서는 병렬 또는 직렬 방식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런데 병렬 방식에서는 케이블이 굵고 무거워지는 단점이, 직렬 방식에서는 중계장치에서 고장이 발생할 때 전체 시스템이 정지하는 단점이 있었다. ‘토탈 솔루션 제공을 표방한 LS산전은 단품 판매 중심의 기존 조직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 기존 PLC 시스템들의 단점들을 각각 보완한초고속 이중화 PLC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고객 관점에서 최초 공장 증설 계획 단계에서부터 사후 운영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프로세스와 각 단계에서의 불편사항, 요구 등을 철저하게 분석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돕는 방향으로 기술 및 상품, 시스템을 개선했다. 통합 시스템에서의 동작상태가 정상인지 해당 모듈에 대한 문제발생을 빨리 인지하고 보수할 수 있는 기능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운영보수 및 AS라는 서비스 사업 영역을 새롭게 개척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LS산전만이 이런 형태의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로 자동차, LCD,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생산라인과 열병합발전소, 화력발전소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LS산전은 또 고객의 추가 요구에 지속적으로 부응하고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각종 전시회 참가 및 고객과의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각 산업 분야별로 최적화되고 세분화된 맞춤형 제품 서비스를 제공했다.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 서비스와 사업 영역을 점진적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PLC 제품군에서의 신뢰성 및 기술지원, AS 지원 체계 등의 경쟁요소를 바탕으로 열차 운영 정보, 사령실 통제, 선로 제어 감시, 진로설정 및 해제 등 열차의 효율 및 안전 관련 시스템 제공과 교통량, 속도, 대기행렬 등 교통정보 수집 및 제어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교통SOC 사업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LS산전은 2008년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아 나섰다. CEO인 구자균 부회장이 부임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했다. 구 부회장은새로운 시대에는 생존DNA가 성장DNA로 전환돼야 하며 다소 경직됐던 조직문화 역시 보다 자유롭고 당당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9 3월에는 ‘Green Innovators of Innovation’이라는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신사업을 강화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발표하면서 회사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중심으로 한 그린 비즈니스 생태계의 각 분야를 아우르는 집중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공급자, 전력시장 및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을 의미한다. LS산전의 사업영역은 태양광·풍력 발전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대륙과 대륙 간 혹은 섬과 육지 간에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Transmission·초고압직류송전) 시스템을 통해 전달하고 전력계통운영 시스템과 디지털 변전소를 통해 각각 그린홈, 그린빌딩, 그린팩토리 등에 송전하는 전력 공급 영역과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스마트 분전반, RFID, LED 등을 통해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차 완속 충전기를 통해 전기차를 운행하는 등의 전력 수요 영역을 모두 포함하는 종합적인 스마트 그리드 솔루션을 지향한다.

 

이런 LS산전의 그린 비즈니스는 전혀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이 아니라 기존 사업 역량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1개의 집중 육성 그린 사업은 태양광 발전 설비, 인버터, RFID, 전략 IT 분야, 친환경전력기기, 초전도 한류기 등 기존 사업 영역 내에서의 신규 제품군과 그린카 전장품, 전력용 반도체 모듈, 연료전지, LED, 에너지저감건물 등 기존 사업 역량을 확대해 새로 도전하는 신사업 분야로 구성돼 있다.

 

구 부회장은 평소선배 경영자들이 잘 닦아 놓은 사업 영역이 신기하리만큼스마트 그리드라는 테마에 걸맞다. 앞으로의 신사업은 이 큰 그림 속에서빠져 있는 이를 채워 넣는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LS산전은 전략적으로 사업을 보완하고 깊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한 ‘Small M&A’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 그리드 산업 분야에서 기존의 사업 역량 강화는 물론, 다양한 기술과 전문성을 확보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해 가고 있다.

 

주요 시사점

LS산전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사업을 매각해야 했다. 한국에서 다수의 기업들은 회사가 파산 위험에 처한 경우에도 자산 매각을 망설이곤 한다. 또 매각을 하더라도 잘 팔릴 수 있는 사업이나 자산이 아니라 이익도 잘 나지 않아 팔기 어려운 사업이나 자산만 매각하려 한다. 그러다가 적절한 매각 시기를 놓쳐 어쩔 수 없이 실제 가치보다 더 싼 가격으로 황급하게 처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LS산전은 핵심사업은 아니지만 수익성도 상당히 있었던 사업을 제값 받고 처분함으로써 자금을 마련해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 LS산전의 사례는 경영자가 위기 상황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LS산전은 1998 IMF 구제금융 위기가 닥치자마자 1999년 중반부터 2000년 초까지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4개 사업부의 매각을 모두 완료했다.

 

LS산전은 단순히 팔릴 만한 사업을 매각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매각을 통해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선택과 집중을 병행했다. 이는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사례와 유사한 것으로 다른 기업들이 꼭 명심해야 할 포인트다. 더 나아가 해당 사업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을 때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 매각하는 지혜도 배울 만하다.

 

마지막으로 LS산전의 기업문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화를 강조하는 LG그룹에서 분리돼 나왔기 때문에 LS그룹도 직원들 사이의 유대관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회사가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는 갈등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외국계 회사에 팔려 떠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미련 없이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자기 살 길을 찾아 나선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상당수의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기업들도 이처럼 직원들이 진심으로 회사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 어야 할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 국내 경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만들기만 하면 물건을 팔 수 있었으니 대부분의 기업들은 부채를 빌려 사업을 확장하는 외형 위주의 성장정책을 추구했다. 그 결과 외형적으로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지속했지만 벌어들이는 돈 이상의 투자를 계속해 왔기 때문에 재무상황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1998년 경제위기가 닥치기 직전은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거의 최고조에 오른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맞게 된 경제위기는 많은 기업들을 도산 직전으로 몰고 갔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고 비핵심 사업부를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했다. LS산전도 그런 사례들 중 하나다. 경제위기가 한국 기업들의 외형 위주의 성장정책을 수익성 위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한 전환점이 된 것이다.

 

서울대 경영대학 최종학 교수는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지속가능한 성장이란 부채비율을 일정한 수준 내에서 유지하면서 매출액이나 사업규모를 점차 늘려가는 성장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전망만을 바탕으로 이익 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려 부채를 일정 규모 이상 조달하면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 하더라도 영업이익의 거의 대부분을 이자지급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1997년이나 2008년의 경제위기가 일어나거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면 해당 기업은 파산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어따라서 신규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기존 회사의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부채를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정도로 투자 계획 및 자금 조달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기혁 기자 khsong@donga.com

안태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hnts@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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