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1996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전략이란 무엇인가(What is Strategy)’라는 야심 찬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전략의 본질에 대해 서술한 이 글은 수많은 경영학도의 ‘필독’ 논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즉각 이 논문을 바탕으로 책을 내자고 제안했고 포터 교수도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포터 교수의 관심사가 공공 영역과 CSV(공유가치 창출) 쪽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이 책은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논문에서 포터 교수는 전략이란 △차별화(being different) △트레이드오프를 만드는 것(making trade-offs) △적합성을 창출하는 것(creating fit)이라고 요약했습니다. 특히 트레이드오프를 설명하면서 그는 ‘전략은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것(strategy is choosing what not to do)’이라는 명언을 남깁니다. 새롭게 무엇을 할 것인가만 집중적으로 고민했던 많은 경영자들은 포터 교수의 통찰을 접하고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전략은 무언가를 버리는 일입니다.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경영학 연구 결과들은 전략이 버리는 일이라는 포터 교수의 통찰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사업 매각(divestiture)은 과거에 특정 사업이 부실해서, 혹은 다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히터 베리 와튼스쿨 교수가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저원가 생산기지 건설이나 해외의 신시장 개척은 사업 매각과 정(+)의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특정 사업이 부실하거나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만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생산 효율을 높이거나 신시장 개척과 관련된 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도 사업 매각을 통한 자원의 재분배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성장과 사업 매각은 동전의 양면인 셈입니다.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은 성장에 대해서는 큰 열정과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사업 철수나 매각에 대해서는 즉흥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수동적으로 결정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경쟁 구도가 수시로 변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초경쟁 환경에서 이런 접근법은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실제 베인&컴퍼니 조사 결과, 사업 매각을 잘하지 못한 기업들은 잘하는 기업에 비해 주식 가치가 45%가량 낮았습니다.
초경쟁 환경에서 사업 매각은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업으로 격상해야 합니다. 신사업 발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만큼의 비중을 가진 사업 매각 전담인력이나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각 전담 인력들은 현재 수익을 내고 있다 하더라도 자사의 전략과 부합하지 않거나 다른 기업의 품에서 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을 찾아 매각을 추진해야 합니다. 특히 잠재 구매자의 니즈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투자은행 등과도 상시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매각과 관련한 나름의 명확한 원칙과 철학이 필요하고 구매자와 종업원들에게도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매각 회사의 장점은 물론이고 단점도 구매자에게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구매자의 신뢰와 좋은 평판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업원들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 인간적 신뢰를 얻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이번 호 DBR 스페셜 리포트는 사업 매각과 관련한 다양한 이론과 실전 사례를 종합했습니다. 성장과 동전의 양면 격인 매각과 관련한 새로운 지혜를 얻어서 최적의 기업 자원 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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