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윈윈으로 가는 길

105호 (2012년 5월 Issue 2)



왜 기업은 해외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를 할까. 다른 나라에 지사를 세우고 공장을 짓거나 인수합병을 해 다국적기업(MNE·Multi-national Enterprise)이 되는 이유는 뭘까. 재료는 수입하고 상품은 수출하면 될 텐데 어째서 잘 모르는 외국에 많은 돈을 투자할까. 오늘날 기업의 해외 진출은 성장을 위한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후 본격화된 FDI에 대한 경영학적 설명은 197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체계화됐다.
 
스티븐 하이머(Stephen Hymer)는 1976년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자국에서 진입 장벽 등 ‘구조적 시장 불완전성(structural market imperfections)’에 기반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기업들이 자신의 독점적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FDI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역·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 직면하게 된 독점 기업들이 해외 경쟁자들을 인수하거나 다른 나라에 생산기지를 세워 경쟁자의 출현을 사전에 봉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FDI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독점 기업들은 소비자의 희생을 통해 이익을 늘리기 때문이다. 하이머는 정부가 MNE들을 강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나트(Hennart), 더닝(Dunning) 등은 구조적 시장 불완전성보다는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을 발생시키는 자연발생적 시장 불완전성(natural market imperfections)에 더 주목했다.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돼 있고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추가적인 비용, 즉 거래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보를 입수하고 비교, 분석하는 데 소요되는 금전과 시간, 노력을 들 수 있다. 국제 거래에서는 지리적·문화적 거리, 제도적 차이 등에 따라 거래 비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은 FDI를 통해 국제적 거래를 기업 내부에서 처리하게 만들어 거래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리려 한다.
 
이들 학자는 특히 중간재(intermediate product·최종 상품이 만들어져 제공되기까지 투입되는 재료, 기술, 노하우 등)와 관련된 FDI가 많은 점에 주목했다. MNE들이 FDI를 함으로써 중간재 시장에서의 거래 비용을 줄이고, 그 결과 MNE들의 이익도 많아지지만 최종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는 등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질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FDI는 생산자와 소비자, 또 양 당사국이 모두 윈윈하는 포지티브섬(positive sum) 게임이다.
 
MNE의 존재 이유에 대한 또 다른 설명도 있다. 버클리(Buckley)와 카슨(Casson) 등은 MNE들이 내부 가격(internal price)을 적용해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주장한다. 본·지사 간 이전 가격 조정(transfer pricing)을 통한 세금 회피(본·지사 간 거래에서 정상 가격과 다른 가격을 적용해 세율이 낮은 지역으로 이익 돌리기), 국가 간 차별적 가격 책정(discriminatory pricing)을 통한 이익 극대화가 그 예다.
 
이론은 현실을 반영한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이론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미국과 한국의 대장주로 승승장구하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세금 회피 논란에 휘말렸다. 한국 국세청은 최근 삼성전자에 4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한다고 통보했다. 본·지사 간 거래에 적용되는 이전 가격이 문제가 됐다. 한편 4월28일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조세회피지역 등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지난해 24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덜 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부를 가져다 줬지만, 또 사회공헌 사업도 많이 했지만, 이를 다 합친 것보다 탈세액이 더 많다는 주장이다.
 
높은 세율과 지나친 규제가 글로벌 기업들의 비법적인 행동을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다. 규제가 일탈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규제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 기업들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제로섬 게임에 그칠지, 아니면 포지티브섬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을지는 다른 누구보다도 이들 기업의 손에 달려 있다. 이미 거대 글로벌 기업들은 어느 한두 국가의 통제 범위를 넘어섰다. 매년 수백억 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는 데도 기업 이미지가 별로 나아지지 않아 고민이라면 혹시 내부 어딘가에서 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와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그 결과 고객으로부터 얻는 가치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사랑받는 영속 기업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21호 Power of Voice 2021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