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Thinking

“디자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104호 (2012년 5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하시은(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미국의 디자인 기업 IDEO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힌다.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25’에 포함된 유일한 디자인 기업이다. IDEO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마이크 넛톨이 삼성디자인학교(SADI)의 초청으로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2006 IDEO를 떠난 뒤에도 디자인 컨설팅 전략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9년에서 1997년까지 삼성과 밀접하게 일했습니다. 1년에 열 번 정도 한국에 왔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온 게 2003년입니다. 가장 처음으로 삼성과 일한 것이 컴퓨터 모니터였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어요. 왜냐하면 처음으로 삼성을 위해 디자인한 모델이 성공했기 때문이죠. 이후에도 3-4 세대 정도 더 디자인을 했습니다. 제가 고급 모델을 디자인하고 삼성 내 자체 디자인팀에서 하위 사양을 디자인하는 식이었죠. 제가 디자인에 참여했을 당시 삼성의 모니터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당신이 디자인한 컴퓨터 모니터의 특징은 무엇이었나요?

“좋아 보였습니다(They looked good).”

 

좋아 보이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만약에 제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히 알고 있다면 그건 굉장히 가치 있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사실 어떤 디자인이라도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좋아 보인다는 것은 특정 시기의 많은 것들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주위 영향을 받는 것이지요. 좋아 보인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대적입니다. 유행과 관련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좋아 보이는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순간은 마법 같은 것이지요.”

 

디자인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영감입니다. 당신이 삼성에서 일했을 때 한국적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나요?

“제가 디자인한 것에 한국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TV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했습니다. 어떤 시대에서도 세계적으로 성공하는 디자인들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 문화, 역사, 전통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관심은 있지만요. 물론 제가 한국 박물관을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하이테크 상품 소비 시장에서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동일한 스타일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어떤 스타일은 어느 한 국가에서 조금 더 선호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디자인이 굉장히 비슷합니다.”

 

한국적 디자인의 잠재력이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에 대해 제가 동의하기를 바라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런던에서 한국까지, 그리고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10시간 비행기를 타면 갈 수 있습니다. 세계는 생각보다 굉장히 작습니다. 제 생각에는 특정 분야에서 타 문화에 대한 배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제품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대량 생산 소비 제품 카테고리의 경우 모든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모든 면에서 그 제품은 최고여야 합니다. 다양한 나라 출신의 모든 사람들이 훌륭한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어 합니다. 병원의 경우 한국적인 병원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세계 어디든지 훌륭한 병원이 있습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죠. 자동차도 모든 곳에서 통용될 수 있습니다. 제품 디자인은 앞으로 더욱 세계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IDEO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마이크 넛톨
 

애플의 모토는 ‘Think differently’이고 이것이 애플의 경쟁력입니다.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애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Think differently는 어디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말입니다. 전 세계 어떤 기업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라는 모토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마케팅 전략이나 개발 등의 분야에서 차별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의 관건은 열심히, 잘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thinking really well and really hard). 대상에 대한 엄청난 집중력이죠. 애플은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고서도 사람들의 머릿속을 정확히 파악합니다. 그들은 시장 조사 없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여전히 똑똑한 사람(bright people)을 갖고 있고 그들은 사람들이 사랑할 만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최근까지 애플은 굉장히 똑똑하며 힘(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이것을 이렇게 만들어라고 말할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리더십 이상입니다. 그는 다른 회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예시는 애플이 다른 회사들처럼 주입식 플라스틱 몰딩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알루미늄을 기계가공하는 방식으로 제품 생산을 하도록 결정한 것입니다. 제가 (이 방식이 디자인적으로 더욱 우수하니) 고객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다면 아마 저보고 미쳤다고 했을 겁니다. 알루미늄 기계가공 방식은 복잡한 생산 과정을 요합니다. 플라스틱 주입식 몰딩 기계는 전 세계에 있고 이미 완벽히 생산해낼 여건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기계가공 알루미늄은 수십 개가량의 소량 생산에만 사용됩니다. 알루미늄 한 블록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큰 CNC 공작기계가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투자 규모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이유로 애플 이전의 어떤 기업도 알루미늄으로 된 제품을 만들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애플은 이를 해냈고 이것이 차별성으로 나타났고 다른 회사가 넘보기 힘든 자산이 된 겁니다. 크게 이기고 싶다면 큰 위험 부담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사례 또한 알루미늄과 관련이 있습니다. 알루미늄 커버 이전의 맥북에서는 플라스틱 뒤에 LED가 있어 불이 꺼졌을 땐 보이지 않다가 불이 켜지면 숨소리가 들리면서 빛이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커버를 알루미늄으로 바꿨을 때에도 디자이너들은 이 기능을 넣고 싶어 했습니다. 그들은 엔지니어팀으로 가서 LED를 보이게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엔지니어들은 알루미늄은 투명하지 않고 금속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이것이 가능한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한 연구소에서 금속에 미세한 구멍을 내는 공법을 찾아낸 것입니다. 이 구멍들은 미세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데 이러한 구멍 여러 개를 내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빛이 통과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유럽의 한 실험실에서 개발되고 있던 이 기술을 가져와 생산 과정에 적용했습니다. 애플의 경쟁력 중 하나가 그들은 절대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바로 애플의 제품을 사용할 때 기분 좋은 이유입니다. 정말 할 것이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자세 말입니다. 많은 회사들은 타협하고 일정에 맞추고 예산에 맞춰 경영합니다. 애플은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입니다. 삼성은 애플과 성공적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애플의 경쟁 대상이 되는 회사 역시 매우 소수입니다.” 


스티브 잡스를 만나 본 적이 있습니까? 스티브 잡스의 인상은 어땠나요?

“몇 번 그를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 그와의 만남은 즐거웠습니다. 그는 매우 명석하고 엄격합니다. 그의 자서전에서 볼 수 있는 그의 모습이 사실입니다. 책이 굉장히 정확하게 묘사한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모든 회사에는 스티브 잡스 같은디자인 챔피언이 필요합니다.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디자인을 하려는 모든 회사에 그러한 챔피언은 필수적이죠. 하지만 많은 좋은 디자이너들이 복잡한 회사 구조를 극복하고 자신의 디자인을 추진할 환경이 아직 갖춰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디자인은 스페셜리스트의 영역입니다. 제너럴리스트적 접근은 스페셜리스트의 접근과 다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방면의 상식과 전문 지식을 가지는 것이 강조되고 있지 않습니까?

T자 모양의 인재 말이군요. 저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 너무 단순화됐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은유입니다. 제 생각에는 T자가 크면 클수록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주 큰 T자가 되겠죠. 사람에게는 해당 전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함께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보기 좋은 것만이 다가 아닙니다. 이 정도로는 더욱 발전해 나가기 힘듭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투자자들에게 이것이 왜 해야 하는 일인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삼성과 애플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크면서도 중요한 차이점은 규모입니다. 매출의 차이가 아닙니다. 애플의 경우에는 협력사들을 제외하고 일하는 인력을 포함하면 3만 명 정도입니다. 삼성에는 적어도 20만 명이 고용돼 있습니다. 삼성은 애플보다 더 광범위한 상품 라인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애플은 4, 5개 정도의 상품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 상품에만 집중합니다. 대부분의 휴대전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많은 전화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노키아, 모토로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한 종류의 전화기와 2종류의 노트북을 갖고 있습니다. 데스크톱은 한 개고요. 아이팟 나노도 있으니 세 가지 종류의 MP3플레이어를 갖고 있네요. 애플처럼 회사의 주력 제품이 5개 정도라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애플에서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할 때도 같은 디자인에 좀 더 기술을 추가한 것일 뿐입니다. 적은 상품군을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장점이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애플의 고객들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의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아이폰은 제각각 다릅니다. 이제는 데스크톱을 위한 어플리케이션도 개발돼 자신의 데스크톱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삼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람들은 하드웨어 때문에 삼성 제품을 구입합니다. 삼성과 애플을 비교하면 애플은 하드웨어 생산 회사였던 적이 없습니다. 초기부터 애플은 사용자 경험을 내세워 판매를 해왔습니다. 애플의 브랜드는 경험 브랜드였습니다. 사람들은 하드웨어보다 총체적인 경험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삼성은 다른 기업처럼 하드웨어 제조회사였습니다. 앞으로는 점점 경험이 중요합니다. 많은 하드웨어 제조 회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윈도8을 봐야 알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의 사용자 경험은 좋지 못했습니다. 하드웨어 제조회사 같은 경우에는 애플같이 사용자 경험이 좋은 데서 오는 브랜드 충성도를 쌓기 힘듭니다.”

 

삼성이 애플을 벤치마킹하거나 배울 수 있을까요?

“아니요. 삼성뿐 아니라 저는 대부분의 기업들에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고객들은 언제나 저에게 어떻게 애플과 경쟁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이때마다 저는 불가능하다고 답합니다. 애플을 따라하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성은 기술 혁신의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MP3를 개발했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하드웨어에만 치중하고 사용자 경험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성은 전문적 기술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것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삼성은 애플, Dell, Lenovo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 SONY가 갖고 있었던 것이죠. 삼성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길을 창출할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당신은 IDEO의 공동 설립자였죠? 당신이 IDEO를 세운이유와 2006년에 IDEO를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3명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IDEO를 만든 이유는 간단합니다. 80년대에 실리콘밸리에서 저는 전통적인 산업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12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잘 일하고 있었죠. 저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동료인 빌 모그리지는 그의 산업 디자인 회사를 키워 유저 인터페이스 영역으로 확장시켰습니다. 그는 산업디자이너 중에서 최초로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가치를 조명한 사람일 것입니다. 제가 브라운관 위의 플라스틱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을 때 빌은뒷면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 스크린상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라고 질문했습니다. 그 당시 컴퓨터 스크린은 엔지니어들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빌의 생각은 굉장한 선견지명이었습니다. 저는 산업디자인 회사를, 빌은 인간적 요소와 유저 인터페이스 디자인 회사를, 데이비드 켈리는 그의 스탠퍼드 친구들과 함께 전자 기계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저희는 몇 개의 프로젝트를 함께했어요. 제 고객들은 엔지니어링 컨설팅이 필요했고, 데이비드의 고객들은 디자이너가 필요했고, 저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필요했습니다. 저희는 몇 년간 함께 일을 했고 이런 결합에 강력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왜 떠났냐고 질문하셨는데 저는 완전히 떠나지 않았고 아직도 IDEO와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IDEO의 중국 쪽 고객들과 일한 적도 있었고 현재 막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저는 그쪽 사람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과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들의 에너지가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 일하는 것도 좋아하고 제가 직접 디자인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신생 회사들과 일하는 것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죠. 저는 현재 두 세계의 좋은 부분만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생 기업들과 일을 하면서 IDEO와는 큰 프로젝트에서 협업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젊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언제나 즐겼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한동안 한국에 와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이야기는 할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한국이 문화적으로 역동적인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음악과 패션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단기간 내에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사실 기업은 제품 디자인만 통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소비 상품 혁신은 디자인 기술을 통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에 의해 가능합니다. 한국의 디자인 학교들이 이런 태도를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군요. 하지만 여기(SADI)에서는 그러한 태도를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미국의 디자인은 지난 20년 동안 유럽 디자이너들에게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회사 중 대부분은 유럽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역사적으로 1950년대에 디자인이 유럽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진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 디자인은 새로운 것에 관한 것이었는데 반해 유럽의 디자인은 제대로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2차 세계전쟁 이후가 디자인이라는 직업의 탄생시기인데 미국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비주의가 만연했고 중산층이 탄생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모두가 차를 원했기 때문에 매출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자동차 생산자들은 매년 새로운 엔진을 개발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새로운 모델에 대한 수요는 있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차의 후면에 라이트를 넣거나 사이드 미러를 꾸미는 등 작년의 모델과 올해의 모델을 구분하기 위해 자동차를 디자인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요가 미국에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시발점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유럽에서는 미국과 달리 소비주의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중산층도 아직 출현하지 않았죠. 사람들은 재건에 힘쓰고 있었고 차를 평생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제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태도의 차이가 디자인 학교에 반영된 것입니다. 제가 1980년에 미국에 갔을 때 대부분의 디자인 학교들은 (내실 없이) 겉모습을 다르게 보이기 위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듯한 태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디자인은 근본적인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합니다. 미국의 디자인 학교는 이러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저는 한국 디자인 학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디자인 학교에 대해 안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부분은 다른 부분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당신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는데 제가 내린 결론은 디자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design should look effortless). 제가 개인적으로 디자인한 것들 중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은 최소의 디자인입니다. 단순하고 쉽게 보여야 하죠. 좋은 디자인에는 개발에 들어간 노력이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마이크 넛톨(Mike Nuttall·62)은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로 세계적인 디자인회사로 꼽히는 미국 아이데오(IDEO)의 공동 설립자다. 영국 Leicester College of Art & Design에서 산업디자인 학사, RCA에서 동일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1983년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디자인회사 Matrix Product Design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1983년부터 1991년까지 20여 개의 디자인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1991년 스탠퍼드대 교수인 데이비드 켈리가 설립한 David Kelley Design, 영국의 디자이너 빌 모그리지가 세운 ID Two와 합병해 지금의 IDEO가 탄생했다. 넛톨은 2006 IDEO를 떠난 뒤 디자인 컨설팅 전략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