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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닝의 혁신:고릴라 글라스를 아시나요

김병수 | 89호 (2011년 9월 Issue 2)


편집자주SERICEO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회원제 멀티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로 국내 주요기업 경영자들에게 경제, 경영,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http://www.sericeo.org)
 
모바일 IT 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릴라 글라스’라는 용어를 접해봤을 것이다. 고릴라 글라스는 강화유리 제품으로 터치감이 좋으면서 얇고 강해 갤럭시, 옵티머스, 아이패드 등 350여 개 IT 제품에 탑재돼 있다. 터치 기반 모바일 IT 기기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고릴라 글라스 매출은 2010년 2억5000만 달러에서 2011년 10억 달러로 4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 같은 범용품을 고릴라 글라스로 브랜드화해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세계적 유리업체 코닝이다. 미국 뉴욕주 코닝시에 위치한 코닝은 1851년 설립된 이래 16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설립 초기인 1860년대와 70대는 유리회사 난립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지만 1879년 비약적인 성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바로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과의 만남이다. 당시 에디슨은 세계 최초로 필라멘트 백열등을 개발했지만 이를 감싸줄 유리 용기를 못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에디슨은 코닝 공장에 도움을 청했고 1년간의 연구 끝에 전구용 유리를 개발했다. 유리에 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1947년 TV브라운관, 1959년 LCD 기판 퓨전 공법, 1970년 광섬유 등의 혁신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60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코닝은 많은 위기를 겪었다. 일례로 1959년 개발된 LCD 기판 퓨전 공법은 당초 자동차용 전면 유리로 개발됐다. 그러나 가격이 문제였다. 경쟁사들이 성능은 떨어지지만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 유리 제품을 공급하면서 코닝은 이 사업 부문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오히려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은 결과 1984년 퓨전 공법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초로 능동형 LCD를 개발함으로써 LCD의 핵심 부품인 기판 유리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숱한 위기 속에서도 코닝이 160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과감한 R&D 투자다. ‘혁신을 통한 성장’이라는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코닝은 1908년 미국 기업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하고 매년 매출의 10% 정도를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극도의 실적 부진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지 않고 기술력 확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코닝의 전 CEO였던 제임스 호튼은 2002년 위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연구를 그만둔다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 연구개발에 몰두해 달라”.
1990년대 후반부터 코닝은 인터넷 확산, 급속한 광통신 비즈니스 성장에 대한 낙관으로 1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광섬유사업을 육성했다. 2001년 IT 버블 붕괴로 3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주당 110달러였던 주가가 1달러대로 곤두박질쳤지만 기업 이념에 따라 2001년 10.3%였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2002년에는 15.3%까지 늘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도 R&D에 매출의 9.5%를 투자했다. 이런 꾸준한 R&D 투자로 코닝은 광기술 시장에서 선도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닝은 R&D 개발을 통해 나온 4년 미만의 신제품에서 70%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으며 연간 300건이 넘는 기술 특허를 획득하고 있다. 특히 코닝은 10년 이상의 중장기 연구 과제에도 R&D 투자액의 30%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곧 열릴 사업에만 눈독을 들이지 않고 잠재 가치가 있는 시장을 내다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발 빠르게 미래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둘째,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다. 많은 기업들이 IT 버블, 금융위기 등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을 때 퇴출되거나 인수합병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2009년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150년 이상 된 장수 기업은 15개 정도다. 코닝은 160년 동안 수많은 대내외적인 리스크를 겪으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4단계 위기관리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위기 시나리오에 따라 위기관리 모델에서 제시하는 경영 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단계는 위험 수준이 가장 낮은 단계로 긴축 지출 계획, 중요 포지션을 제외한 추가 고용을 정지하는 등 추가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수준에서 초기 대응한다. 2단계는 공장휴가제 도입, 단축 근무제를 수행하며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하고 3단계 위기 시에는 급여를 동결하고 직원을 감원하는 등의 자구 노력을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가장 높은 4단계 위기 때는 R&D 부서예산을 삭감하고 자산을 매각한다. 이런 4단계 위기관리 모형을 통해 코닝은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비결은 사업의 다각화다. 코닝은 유리 및 세라믹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961년 다우케미컬, 1973년 삼성, 2007년 샤프 등 글로벌 기업과 합작 회사를 설립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989년에는 유리 제조 회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사명을 코닝글라스워크스에서 코닝으로 변경했다. 이후 디스플레이, 환경, 의료, 특수 재료 등의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그 결과 코닝은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혁신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최첨단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김병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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