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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Management

“좋은 계획을 망치는 최대의 적은 완벽한 계획”

정현천 | 87호 (2011년 8월 Issue 2)

19세기 영국의 작가 피터 메러 래섬(Peter Mere Latham)은 이런 말을 했다. “완전한 계획을 세우려는 것은 쇠퇴의 징조다. 흥미로운 발견이나 발전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완벽한 연구실을 설계할 시간이 없다.” 완벽한 계획을 꿈꾸는 이들이 많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계획이 실행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가장 좋은 계획은 실행과 동시에 이뤄지는 계획이다. 미리 쌓아둔 실력과 직관으로 무장하고 실행을 빨리 해야 한다. 그것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변수들을 조금이라도 통제범위 내에 붙잡아두는 방법이다. 그리고 현실을 폭넓게 받아들여 실행이든 계획이든 끊임없이 수정해가면서 더 나은 것을 추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답은 완벽한 계획이 아니라 빠른 실행과 유연성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솝이야기에는 양의 가죽을 둘러 쓴 늑대의 이야기가 나온다. 배고픈 늑대가 양을 잡아먹기 위해 버려진 양가죽을 쓰고 양떼 한가운데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갔다. 늑대는 날이 어둑해진 뒤 양떼가 우리에 들어가면 가장 살찐 놈을 골라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겠다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기다렸다. 그런데 그때 양치기가 저녁요리를 하려고 양떼 속에서 양 한 마리를 잡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늑대였다.
 
이솝경영학을 쓴 데이비드 누난은 이 이야기를 당장의 차선책이 뒤늦은 최선책보다 낫다는 비즈니스 교훈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늑대의 문제는 양가죽을 둘러쓴 시점부터 양떼가 우리로 들어가는 시점까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자기의 관점에서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고 만족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한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가능할까?
 
완벽한 계획을 경계하라
‘세일즈맨 순회 문제(Travelling Salesman Problem)’라는 고전적인 경영학 문제가 있다. 여러 도시를 순회하면서 다니는 세일즈맨이 가장 최단거리의 경로를 찾아내는 문제다. 세일즈맨이 다녀야 하는 도시가 다섯 군데라면 검토할 수 있는 경로는 5!=120가지다. 120개의 경로를 하나하나 비교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만약 도시가 열 군데라면 어떻게 될까? 10!=362만8800가지라는 경로의 수가 나온다. 각각의 경로의 길이를 파악해서 비교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쉬지 않고 계산을 해도 몇 년이라는 세월이 걸릴 것이다. 도시가 스물다섯 군데라면? 이때는 한 사람의 일생 정도가 아니라 초당 100만 번의 비교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우주의 나이보다도 긴 4900억 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1 단지 스물다섯 군데의 도시를 도는 최단거리를 찾는 것만 해도 이렇다. 그런데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이렇게 간단한 것인가? 세일즈맨은 만나야 하는 고객이 있고 팔아야 하는 물건이 있다. 고객의 수와 성향, 팔아야 하는 각 물건의 공헌이익과 운반비용, 각 경로의 도로사정 등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완벽한 계획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집착한다. 완벽한 계획을 경계하는 말은 우선 전쟁터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세워도 하늘과 땅의 움직임이 천변만화(千變萬化)를 보이기 때문에 계획한 작전을 그대로 실행에 옮길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무엇보다도 당장 적군이 예측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쟁론을 쓴 군사이론가이자 프러시아의 장군인 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좋은 계획을 망치는 최대의 적은 완벽한 계획을 만들려는 꿈이다”라는 말을 했고,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성공시키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조지 패튼 장군은 “오늘 재빠르게 실행에 옮긴 좋은 계획이 내일 완벽한 계획보다 훨씬 더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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