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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커뮤니케이션

나만의 스토리, 진심어린 사과, 좋은 질문… 진정성 리더십은 커뮤니케이션부터 다르다

김호 | 75호 (2011년 2월 Issue 2)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진정성은 오해하기 쉬운 개념이다. 진정성은 단순한솔직함도 아니고전략적으로 연출된 커뮤니케이션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진정성을 이렇게 오해하면 리더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what)에만 집중하고 어떻게(how) 전달해야 한다는 점은 소홀히 할 위험이 있다. 진정성 있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된하우(방법)’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로버트 고피 교수와 프랑스 인시아드의 방문 교수 개러스 존스가 2005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논문진정성 관리: 위대한 리더십의 역설에 보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사람들은 진정성을 자주 인위적인 기교의 반대말로 생각해왔다. 무언가 직설적이고 진실하며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하지만 그와 같은 개념은 진정성을 너무 단순화시킨 것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이다. 진정성을 통제되지 않은 자기 내면의 표출이라고 이해하는 매니저들은 결코 진정성 있는 리더들이 되지 못할 것이다. 위대한 리더들은 그들의 진정성에 대한 평판이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며 매우 세심하게 관리돼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요약하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정성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연출되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진정성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연습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정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진정성이 도대체 무엇인가? 둘째,왜 지금 진정성이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가? 셋째, 어떻게 진정성을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특히 마지막 질문은 세 가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tools)와 관련이 있다.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빌 조지는 그의 저서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의 첫 장에서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진정성이고 이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being your own person)이라고 정의했다.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자기 자신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진정성 있는 리더십 커뮤니케이터(authentic leadership communicator)자기 자신만의 리더십 스토리를 아는 리더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자기만의 리더십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둘째, 리더십 스토리와 일관된 실천을 지속적으로 행한다. 셋째, 리더십 스토리와 구성원을 연결시키고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보완적 관계다. 예를 들어 그럴듯한 리더십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리더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은 그 스토리와 일치되지 않을 때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정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교과서 중의 하나는 스티브 잡스가 200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행한 연설이다. 최근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내면서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 연설문 내용은 진정성을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정의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면서 딱 세 가지 이야기만 하겠다고 말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그가 대학중퇴를 결심하고 나서 필수 과목이 아닌 자신이 듣고 싶은 서체 디자인 수업을 듣게 되었고, 이것이 나중에 애플 컴퓨터가 멋진 서체를 갖게 된 계기가 됐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는 그가 자신이 창업한 애플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 고생을 하다가 넥스트(NeXT)라는 회사를 다시 시작했고, 이 회사를 애플이 사들이면서 애플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이끄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것이다.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자기 자신에게만약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가 이런 비장한 삶을 살게 된 것은 과거 길어야 6개월 살 수 있다는 사형 선고를 받았던 경험과 연관돼 있다. 그는 이 연설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들 속에서 몇 가지 중요한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스토리들이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연결되면서 또 다른 성공의 스토리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스티브 잡스는 자신만의 개인적인, 그리고 직업적인 실패와 성공의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자신의 리더십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실제 빌 조지가 세 명의 동료와 함께 2007 2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당신의 진정성 리더십을 발견하기라는 논문에 보면 진정성 있는 리더는 자신의 삶을 하나의 스토리로 놓고 끊임없이 배운다고 쓰고 있다. 결국 진정성 있는 리더십 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질문, 당신의 스토리는 무엇인가?(What’s your story)’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지금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정성이 중요해지고 있는가

 

그동안 우리는 PI(President Identity)로 대변되는이미지중심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들은 많은 부분 바람직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연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방송언론과 같은 대중매체(mass media), 혹은 대중 연설이나 발표 등 제한된 기회에 리더로서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이런 제한된 리더의 노출 속에서연출된 리더십이 가능했다.

 

하지만 점차 많은 리더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 등과 직접 대화를 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대화 환경 속에서지속적 연출은 불가능하다.2010 10월 문용식 나오콤 사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벌인 트위터 상의 설전은 세상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당시 정 부회장이 신문에 난 신세계 임직원들의 복지 확대관련 기사를 올리자 문 사장은슈퍼 개점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말기를. 그게 대기업이 할 일이니?”라고 반말조로 공격을 했다. 정 부회장은 이에 항의하면서, 트위터 상의 친구에게이분 감옥까지 갔다 오신 분 아니니?”라며 문 대표의 촛불집회 관련 구속경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두 리더들의 설전이라는 측면보다 과거의 통제되고 제한된 대중 매체 환경에서는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 소셜 미디어 시대에 벌어지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즉 소셜 미디어 시대에 리더들의 사적인 대화와 공적인 대화의 구분은 점차 흐려지며 리더들의 대화가 공개되는 상황은 점차 늘어나게 돼 있다.

 

물론 이처럼 공개 대화로 인한불편한 상황을 우려해 소셜 미디어 참여를 꺼리는 리더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과 동영상 촬영, 녹음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에 리더들에게 비밀스러운 커뮤니케이션 영역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위키리크스 사태는 소셜 미디어에 참여 여부를 떠나 리더들의 비공개 대화마저도 언제든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처럼 리더들이 소셜 미디어 상에서 직접 콘텐츠 생산자로 나서거나 혹은 콘텐츠의 대상이 되면서 과거가려졌던장점은 물론 단점도 공개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는연출된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을 실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라운드스웰, 네티즌을 친구로 만든 기업들>의 공저자인 셸린 리는 2010 <오픈 리더십>이란 책을 내면서, 소셜 테크놀로지로벌거벗은 세상이 돼 가면서 리더들에게 진정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선택적으로 노출되던 세상에서는 리더가 자신의 진정성에 대한 큰 고민 없이이미지 컨설턴트가 짜주는 각본에 따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리더들은 자신의 진정성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어떻게 진정성을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진정성을 구현하려면 세 가지 기본적인 도구를 알아야 한다. 스토리와 듣기, 그리고 사과다. 한 가지씩 살펴보자.

 

3-1. 스토리 스토리는 진정성의 가장 중요한 도구다. 진정성 리더십을 추구하려면 단순히 전략적 메시지를 일방향으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의 연결(connect), 즉 관계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 당신이 누군가와 처음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처음에 명함을 주고받고 상황에 따라 서로에 대한 몇 가지 사실들(facts), 즉 직장, 직함, 때론 전공, 학교, 고향, 학번 등을 나누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사실 별다른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관계 형성은 또 다른 단계다. 주고받는 사실 중 서로 공통점을 발견하거나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사람들은스토리를 공유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면 사람들은 그 학교와 얽힌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한다.

 

기업의 전통적인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의 대표적인 형태인 블로그를 비교해보면 사실 위주의 커뮤니케이션과 스토리의 공유가 미치는 영향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홈페이지에는 기업에 대한사실적 정보들이 카테고리에 따라 나열돼 있다. 이러한 홈페이지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특정 정보, 예를 들어 회사의 위치나 연락처, 제품 정보 등을 얻기 위해 필요할 때에만 들리게 된다. 소비자는 물론 회사 임직원들도 자사의 홈페이지에 자주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단순한 사실적 정보의 나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매일 적게는 수십 명에서 수천 명까지도 방문하는 것은 블로그가 단순한 정보라기보다는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통해 홈페이지와는 달리 정보가 아닌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는 관계의 형성으로 발전하게 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역시 자신의 느낌이나 의견 등을 공유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스토리의 공유는 관계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1995 <리딩 마인드>를 펴낸 하워드 가드너를 비롯, 많은 리더십 전문가들은 리더십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우리나라 주요 CEO 중 가장 진정성이 있는 리더는 누구일까? 더랩에이치(대표 김호)는 지난 1 4일부터 9일까지 전문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 온라인 조사를 통해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이에 대해 조사했다.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것은 CEO들과 너무 가까운 임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먼 신입 직원도 아닌,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중간자들에게 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에서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보기 위해 트위터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람(지난 2주 사이 트윗을 직접 올리거나 읽은 사람들) 200명을 트위터 사용자로 정의하고 그렇지 않은 300명은 비사용자로 구분해 조사했다. 조사 대상 CEO는 국내 5대 그룹 총수인 삼성 이건희 회장, LG 구본무 회장, 현대 기아 자동차 정몽구 회장, SK 최태원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과 대표적인 3세 경영인인 삼성 이재용 사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 그리고 대표적인 트위터 사용 경영자인 두산 박용만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 등 총 10명이었다.

 

귀하께서는 가장 진정성이 있는 인물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트위터 사용자와 비사용자 모두를 합친 500명의 답변 분석 결과, 구본무 회장 (18.6%), 박용만 회장 (18.2%), 이건희 회장 (17.8%) 등이 1위군을 형성했다. 정용진 부회장 (9.2%) 등 나머지 7명은 모두 10% 미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트위터 사용자군인 200명의 답변에서는 박용만 회장이 압도적인 1(25.5%)를 차지했고 구본무 회장(14.5%), 이건희 회장(12.0%), 정용진 부회장(10.5%)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300명 대상 조사에서는 이건희 회장(21.7%), 구본무 회장(21.3%), 박용만 회장(13.3%) 순으로 다르게 나타났다.

 

소통을 잘할 것 같은 인물을 묻는 질문에선 박용만 회장이 500명 전체 답변(20.0%), 트위터 사용자(22.0%), 트위터 비사용자(18.7%), 남성(20.9%; 306)/여성(18.6%; 194) 등 모든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실수나 잘못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같은 인물’ ‘진실되게 사과할 것 같은 인물’ ‘잘못 개선을 위해 가장 노력할 것 같은 인물 3개 분야에서도 500명 대상 답변을 종합했을 때 두산 박용만 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필자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을 향상하고자 하는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과 만나면 기업과 리더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묻는다. CEO들이 기업에 답변하는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연표유형이다. 이들은 회사의 연표를 머릿속에 펼쳐 놓고 대충 기억나는 것들을 말한다. 몇 년에 창업했고, 몇 년에 어떤 회사를 인수했는지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순서대로 나열한다. 두 번째는팩트 시트(fact sheet)’ 유형이다. 이들은 회사에 대한 주요 사실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작년 매출과 이익이 얼마였고, 종업원 숫자는 어떻게 되며, 주요 고객은 누구인지 등에 대해 말한다.

 

두 가지 유형 모두 리더십 스토리를 활용할 줄 모르는 상태다. 빌 조지와 동료들이 쓴 논문에서도 중요한 것은 리더의 삶에 대한 단순한 사실들이 아니라 개인적인 체험이 녹아든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리더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의 경험 속에 이미 훌륭한 리더십 스토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럴 때 어떻게 자신만의 리더십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을까? 혼자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라이프 맵핑(life mapping)’이 있다. 이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자신에게 의미가 있었던 이벤트들을 적거나 그려보는 작업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몇 년에 학교를 졸업했고, 입사를 했고 등의삶의 연표를 작성하는 게 라이프 맵핑이 아니라는 점이다. 살면서내가 잘했던 것’ ‘하고 싶었던 것’ ‘가장 인상적인 만남’ ‘가장 성취감을 느끼고 인정받았던 경험’ ‘위기에 처했던 순간들’ ‘극복 노력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해보는 게 라이프 맵핑을 하는 방법이다. 혼자서 하는 라이프 맵핑이 아무래도 어렵다면 제3자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토리에 익숙한 전문가들의 질문에 따라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의 리더십 스토리를 발견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법이 됐건, 진정성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탐색을 통한 자기 인식이 중요하다.

 

스토리는 리더가 자기 자신을 표현할 때 뿐 아니라 내·외부 구성원들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때에도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된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 국내에 있는 한 외국계 기업은 본사의 기업 윤리 가이드라인을 한국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이슈가 발생했다. 기업 윤리를 매우 중시했던 본사에서는 고객에게 주는 선물에도 엄격한 기준을 뒀다. 여기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현금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항목도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한국에서 결혼이나 상을 당했을 때 서로 주고받는 축의금이나 부의금이었다. 본사의 윤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런 경우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꽃 정도였다. 이들은 한국 문화와 본사 윤리 규정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결국 이들은 본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기로 했다. 부친이나 모친상을 당한 고객에게도 사장과 임원진 등이 직접 꽃을 들고 방문해 예를 표하는 것에 그쳤다. 물론, 고객들과의 사이에 오해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들은 원칙에 충실한 쪽을 따랐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결정을 주시하던 직원들에게 이사건이 하나의 스토리로 사내에서 회자되면서 임직원들로 하여금 회사가 요구하는 윤리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를 모두 공감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이 기업은 신입 직원의 교육에서도 단순히고객들과 사업을 할 때에는 윤리적으로 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위와 같은 사례 중심의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직원들이 보다 정확하게 윤리 맥락을 파악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이 사례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 스토리의 세 가지 조건, , 스토리의 발견, 스토리와 일관된 실천, 그리고, 긍정적 결과 도출 등을 모두 만족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단순히 고객만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 그보다는 리더가 자신의 경험이나 사내의 실제 사례 등에서 고객만족을 잘 보여준 스토리를 발굴하고, 이를 직접 전파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진정성 리더십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함께 스토리와 일관된 실천이다. 모범을 보이고 실천하는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는 리더의 실천이 직원들에겐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이벤트로 받아들여지며, 리더의 행동은 직원들 사이에서 하나의스토리로 회자되기 때문이다. 리더가 평소에 들려주는 스토리와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스토리가 불일치할 때 리더의 진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3-2. 사과 리더들은 일종의강박 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힘 있는 리더에게도 약점이 있고, 또 도움을 받아야 할 점이 있음을노출시킴으로써 오히려 인간적인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 로버트 고피와 개러스 존스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리더들은 선택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공개한다고 적고 있다. 2011 1 25일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인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청한 데 대해헌정과 정치사에서 드문 일로, 국회를 중시하는 대통령의 이런 태도와 인식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례적으로대통령의 전화에는 진정성이 실려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선택적인 약점의 노출에서 더 나아가 과연 진정성 있는 리더들은 위기를 불러일으킬 만한 자신의 실수나 잘못 앞에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할까? 뉴욕 타임스 2008 5 18일자 기사를 보자. 미국 일리노이 대학 병원 종양외과장인 다스 굽타 박사는 2006, 40년 의사 경력에 최대 위기를 맞이하는 사건을 경험했다. 담당 환자의 아홉 번째 갈비뼈에 있는 조직을 떼어내야 하는 것을 여덟 번째 갈비뼈에서 떼어내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당연히 환자가 알면 난리 날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병원 측 변호사가 들었다면 귀를 의심할 법한 대응을 했다. 그는 환자와 환자의 남편에게 직접 찾아가제가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피해 환자와 그녀의 남편은 변호사를 고용했지만 의사를 고소하지 않고 병원 측과 8000여 만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받는 것으로 화해했다. 만약 이처럼 명백한 의사의 과실로 인한 의료 사고에서 환자가 의사를 정식으로 고소하게 되면 수억 원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었을 상황인데도 말이다. 피해자 부부는 의사인 굽타 박사가 모든 점에서 솔직하고 투명하게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해주었으며 그 순간 놀랍게도 분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일리노이 대학 병원에서 의사의 실수로 환자에게 해를 끼친 사건에서 병원 측과 의사가 자신의 실수를 환자측에게 솔직하게 인정한 사례 37건 중 환자 측이 고소를 한 경우는 놀랍게도 1건에 그쳤다. 이는 실수나 잘못 앞에서 리더의 진정어린 사과가 가져오는 신뢰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진정성 있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리더가 실수나 잘못 앞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실수나 잘못의 투명한 공개,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개선책의 제시다. 미국 내에서는 하버드, 스탠퍼드, 미시간, 버지니아 등 주요 종합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공개하며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보상책을 제시하는진실 말하기(disclosure)’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진정성 리더십을 실천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위대한 리더십 코치로 꼽히는 마셜 골드스미스는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신비한 마술이자 치료법이며 회복의 힘을 가진 행위는 사과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 리더들과 내가 일할 때 사과는 가장 중심에 위치한다라고 단언한다. 사과란 실수나 잘못 앞에서 진정성 리더십을 추구하는 리더가 할 수 있는 가장 신뢰 있는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3-3. 질문 커뮤니케이션에는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등 4가지가 있다. 진정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이 4가지 중 가장 중요한 수단은 듣기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상사들은부하와 함께 하는 자리에서 자신이 대화를 독점하고 부하들은 수동적으로 듣도록 하는 데 익숙해있다. 잘 듣지 않고 말을 독점하는 리더를 사람들은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고피와 존스가 주장하듯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는 물론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이 두 가지 모두를 위해 중요한 게 듣기다. 나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구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끌어내 이해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잘 들을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이다. 듣기의 핵심 도구는 질문이다. 잘 듣는다는 것은 좋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스토리텔링을 유도한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질문 기술은 중요해진다.

 

상대방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질문기술에 대해서는 2010 12월까지 25년 넘게 최고의 토크쇼를 진행했던 래리 킹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예/아니오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대화의 적이라고까지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상사가 부하 직원과 교감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자. “자네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맘에 드나?”라고 묻기보다는이번 프로젝트에서 자네가 좋아하는 점은 어떤 것이고 좀 힘든 점은 어떤 점인지 이야기해 주겠나?”라고 묻는 게 보다 진정성 있는 관심의 표현이고 좋은 질문이다. 또 한 가지는꼬리를 무는 질문(follow-up questions)’이다. 자신이 준비한 질문만 묻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답변을 청취하면서 그 중에서 보다 궁금한 사항을 찾아 꼬리를 물고 질문하는 형태다.

 

리더가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듣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점에 대해서 마셜 골드스미스는 상대방을 조언자로 포지셔닝하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팀장이 팀원들 보는 앞에서 발표를 했다고 치자. 발표를 마치고 나오던 팀장이 팀원에게나 오늘 발표 어땠어?”라고 묻게 되면 정치적 이해 관계 때문에 팀원은 솔직하게 답변하기 힘들게 되며 대충좋았어요라고 답하게 된다. 하지만 팀장이나 다음 번 발표 때에는 오늘보다 더 잘하려고 하는데 자네가 보기에 내가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좀 더 나은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묻게 되면 훨씬 더 솔직한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 이유는 바로 후자의 질문은 상대방이 비록 직책은 낮더라도 조언자로 존중하는 프레임에서 질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질문의 프레임에 따라서 진정한 듣기 기술을 발휘할 수도 있고 생색만 낼 수도 있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진정성을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토리를 통해 단순한 사실 진술문이 아닌 구체적 맥락을 함께 담아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실수나 잘못 앞에서는 투명하게 사과할 수 있어야 하며, 말을 잘하는 것보다 듣는 게 중요함을 알고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진정성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은연출과는 거리가 멀다. 리더들이 자신의 진정성을 발견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연습이 있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필자는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마켓대에서 PR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KAIST 문화기술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위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구 중이다. 글로벌 PR 컨설팅사인 에델만 한국 대표를 거쳐 현재 더랩에이치 대표로 있으면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하는 코칭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김호 김호 |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hoh.kim@thelab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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