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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기간 20년, ‘명품가전’ 밀레의 신화

김근영 | 65호 (2010년 9월 Issue 2)

1899년 독일 동북부의 작은 시골마을 헤르츠블록에서 두 명의 청년이 버터크림 분리기를 파는 회사를 세웠다. 이 작은 회사는 1904년 세계 최초로 세탁기를 만들고, 1929년에는 세계 최초로 식기세척기를 개발했다. 111년이 지난 현재에는 매출 4조 원, 종업원 1만6000여 명을 거느린 세계 굴지의 가전업체로 성장했다. 바로 가전업계의 루이비통이라 불리는 독일의 ‘밀레’다. 한 세기가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성장하며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밀레의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등은 매우 비싸다. 보통 국내 제품의 두세 배 가격에 판매된다. 이유는 바로 창업 당시부터 밀레의 경영 모토였던 ‘임머 베제르(Forever Better)’ 때문이다. 밀레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 엄격한 품질테스트를 거친다. 진공청소기를 보자. 8m 거리에서 청소기를 벽에 부딪히게 하는 충돌테스트, 360도 회전하는 특수 제작기계 안에서 1000번 이상 떨어뜨리는 낙하테스트, 1000시간 이상 모터를 쉬지 않고 가동시키는 과열테스트 등을 거쳐 제품을 판매한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 때문에 보증 기간도 무려 20년이다. 
 
최고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Made in Germany’ 원칙도 고집한다. 글로벌 업체들이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동남아 등 현지생산을 늘릴 때에도 밀레는 생산 과정 감독과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10개 공장 중 9개를 독일에 두고 있다. 나머지 1개 공장도 인접한 오스트리아에 있다. 매년 세후 순익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R&D에 투자하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직원 교육도 남다르다. 1만6000여 명의 직원 중 8700명 이상이 25년 이상의 장기 근속자다. 3∼4대째 밀레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도 많다. 이직률도 1%대에 불과하다. 이들을 일컬어 밀레리안이라고 한다. 밀레리안이 되기 위한 과정은 어떨까? 밀레의 인력 중 생산 기술자는 현지 지역 사회에서, 연구개발 전문 인력은 전 세계에서 선발한다는 원칙이 있다. 특히 생산 기술자는 ‘전문 도제교육 시스템’을 통해, 초중고 의무교육을 마친 16세 이상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현장 기술 교육을 실시한 후 까다로운 선발 과정을 거쳐 정규 직원으로 채용한다. 
 
밀레리안이 된 후에도 오랜 경력과 기술력을 갖춘 교육 책임자들이 함께 하며 일대일 교육을 계속 실시한다. 사내대학을 통해 현장실습과 이론교육을 제공함은 물론이고, 어렵게 외부 대학을 찾아 다니지 않아도 고위직 승진에 필요한 기술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양성한 생산 기술자들의 노하우와 숙련된 기술력이 각국에서 온 전문가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합함으로써 밀레의 성공 기틀을 닦았다. 
 
노사관계 또한 안정적이다. 111년간 파업이나 노동쟁의와 같은 갈등을 겪은 적이 거의 없다. 우선은 회사에서 마련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인력관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탄력적 근무형태나 다양한 복지제도의 운영도 빼놓을 수 없다. 조직 문화도 남다르다. 밀레 경영진은 종종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하며 직접 건의사항을 듣고 어울린다. 권위의식 없는 경영진과 직원들 간에 쌓인 오랜 신뢰가 무분규의 신화를 만든 셈이다.
 
오늘의 밀레를 있게 한 비결은 단순하다. ‘무엇이 우리 제품을 최고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가장 중요한 본질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본질에 집중했기에 밀레에 가장 적합한 방식과 문화를 찾아내고, 이를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갈 수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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