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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ing Growth by Strategic Alliance: The Case of CEIBS

中·EU 손잡고 MBA 새 지평 열다

하정민 | 65호 (2010년 9월 Issue 2)

 

아시아 경제의 부상이 세계 비즈니스 스쿨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중국, 싱가포르, 홍콩, 인도 등지에 소재한 아시아 비즈니스 스쿨의 랭킹과 지명도가 날로 상승하면서 세계 비즈니스 스쿨의 메카인 미국에서조차 아시아 비즈니스 스쿨로 역(逆) 유학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중국유럽 국제공상학원(中歐國際工商學院, China Europe International Business School)이 있다. 1994년 설립된 CEIBS는 설립 15년 만인 2009년 MBA 랭킹의 척도로 평가 받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세계 8위 비즈니스 스쿨로 뽑혔다. 풀 타임 MBA 학생 수가 200명도 안 되는 소규모의 햇병아리 비즈니스 스쿨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구 선진국의 대형 MBA 스쿨들을 제치고 톱10에 들었다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CEIBS는 2003년 FT 순위에서는 세계 90위에 그쳤지만 불과 6년 만에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세계적인 MBA 스쿨의 반열에 올랐다. 아시아권 순위에서도 싱가포르 국립대, 홍콩 중문대, 홍콩 과기대 등을 제치고 2009년까지 6년 연속 아시아 최고 자리를 고수한 바 있다.
 
MBA 랭킹의 척도인 졸업생의 연봉만 봐도 CEIBS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일반 중국 명문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개 연 4만∼5만 위안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CEIBS를 졸업하면 단숨에 30만 위안 가량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졸업장을 쥐는 순간 연봉이 5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CEIBS가 FT 순위에서 단숨에 세계 톱10 안에 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높은 취업률,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짧은 시간 등은 물론이고, MBA 입학 전 대비 연봉 인상폭도 179%로 미국 상위 비즈니스 스쿨 평균 119%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입학생의 평균 GMAT 점수도 해외 유명 MBA 스쿨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세계 각국의 인재가 몰려들고 있다.
 
즉, CEIBS의 성장은 단지 중국 경제의 급부상 덕이라고만 치부하기 어렵다. 중국의 유명 대학들도 MBA 과정을 속속 개설하고 있지만 그 어느 곳도 CEIBS가 낸 성과에 근접하지 못했다. 게다가 CEIBS는 선진국 MBA 스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학비를 받으면서도 수업료 수입으로만 학교 재정을 충당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도 지니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사회주의 국가의 학교가 자본주의의 첨병인 기업가를 양성하는 교육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공하도록 만들었을까. DBR이 상하이에 소재한 CEIBS를 직접 방문해 그 비결을 알아봤다.
 

CEIBS의 역사 및 지배구조
CEIBS는 1994년 중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의 합작으로 탄생한 학교다. 중국 정부와 EU는 당초 베이징에서 1984년부터 1994년까지 중국유럽 경영관리 과정(CEMP), 중국유럽 경영관리 기관(CEMI)이라는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한 바 있다. CEMP와 CEMI는 해마다 60명의 학생을 받아 현재의 Executive MBA와 유사한 과정을 운용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주로 정부기관 관계자나 정부산하 공기업(SOE·State Owned Enterprise) 임원들이었다. 즉, 중국 1세대 MBA 교육의 근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면서 MBA 교육에 대한 수요는 날로 늘었지만 비독립기관이라는 CEMI의 취약성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전속 교수진, 충분한 재원, 독립적인 법적 자격 등이 없어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수요가 증가한 비즈니스 리더를 제대로 양성할 수 없었다. 그 해결책이 바로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CEMI를 자립성과 독립성을 갖춘 법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방안이었다.
 
중국이 폐쇄주의 정책을 고수할 때부터 미국에 비해 훨씬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EU는 중국의 교육 사업에 투자하는 일이 향후 중국 시장에서 유럽 기업이 기반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 역시 자본주의 교육 과정을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려면 중국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이에 EU와 중국 정부는 1994년 11월 5:5 출자로 상하이에 CEIBS를 설립했다. 당시 중국 본토에 소재한 유일한 주간 MBA 과정이었다.
 
이후 CEIBS는 끊임 없는 혁신으로 중국 경영학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혁신의 주요 내용은 중국 최초의 100% 영어 강의, 중국 최초의 Executive MBA 과정 및 EDP(Executive Development Program) 과정 개설, 중국 최초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사례 연구 소개를 통한 학생 중심의 교수법, 중국 최초의 MBA 학생 대출 정책, 중국 최초의 MBA 경력 개발 서비스 제공 등이다.
 
CEIBS는 교육 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인증을 확보한 중국 최초의 학교다. 2004년 EQUIS(European Quality Improvement System), 2008년 AACSB(Association of Advance Collegiate Schools of Business) 인증을 얻으면서 MBA 스쿨의 3대 인증인 EQUIS, AACSB, AMBA(Association of MBAs) 중 2개를 확보했다. 세계 MBA 스쿨 중 이 3대 인증을 모두 받은 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러한 국제적인 인증이 CEIBS 교육 과정의 우수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CEIBS의 지배구조는 중국인 5명과 유럽인 5명으로 이뤄진 10인의 이사회가 주도하는 집단 지도체제다. 학장(dean)도 중국 측 장 웨이종 학장과 독일인인 랄프 크레머 교수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웨이종 학장은 주로 대외 업무를, 크레머 학장은 학사 행정을 담당한다. 건물의 형태까지 유럽과 중국의 협력을 상징한다. CEIBS 캠퍼스 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뚜렷한 합(合) 자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CEIBS의 성장 동력
1)학교 운영의 독립성 및 유연성 확보
CEIBS는 학교인 동시에 합작회사다. 때문에 설립 초기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정식 교육기관으로 승인 받지 못했고 중국 교육 정책의 대상자도 아니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초반이 돼서야 CEIBS 학위를 정식 학위로 인정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열외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CEIBS만의 독자적 교육 체계를 마련할 발판이 됐다.
 
CEIBS 설립 당시 중국 교육부는 대학원 입학 시험 과목으로 정치, 언어, 논리, 영어, 경영, 수학 등을 반드시 채택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강의 커리큘럼 또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지침을 따라야만 했다. 심지어 설립 초기에 CEIBS를 상하이 교통대의 MBA 과정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다. 명문 교통대의 브랜드를 이용해 빠른 성장을 도모하라는 게 취지였지만 운영 자율권을 대폭 상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일 CEIBS가 설립 초기에 중국 정부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규제를 따랐다면 했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세계적 학교로 거듭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중국 대학의 MBA 과정들이 정부 정책과 규제에 얽매여 있을 때 CEIBS는 중국의 여타 MBA 스쿨과는 완전히 다른 시도를 과감히 진행할 수 있었다. 100% 영어 강의나 기업과 연계한 다양한 현장 실습 교육 과정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CEIBS의 수뇌부도 새로운 시도를 적극 장려하고 지지했다. 2대 학장인 윌리엄 피셔는 “실패한 시도는 좋다. 성공한 시도는 더 좋다. 하지만 시도조차 안 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말로 직원들을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다.
중국 정부와 EU 양측의 지원으로 CEIBS는 ‘돈을 벌어야만 한다’는 재정적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상하이 시 정부와 EU는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총 4330만 유로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싼 학비를 가능하게 했다. 대다수 미국의 유명 MBA는 2년 간 9만∼10만 달러에 가까운 학비를 요구한다. 우수한 교수진을 모으고, 다양한 실습 및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려면 학교가 지출해야 할 돈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름 없는 MBA 스쿨에 그 돈을 주고 입학할 학생은 없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을 모으지 못한다면 MBA 스쿨의 성공 또한 불가능하다. 이에 CEIBS는 설립 초기부터 중국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한 파격적으로 낮은 학비와 다양한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국내외 학생들을 유치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과 상하이의 비싼 물가 등을 반영해 현재의 학비는 설립 초기보다는 많이 오른 편이다. 하지만 2010년 기준으로 해외 국적 학생의 수업료는 4만 8000달러(중국 학생은 25만 8000위안)로 미국 학교의 절반에 불과하다. 장 웨이종 학장은 “비싼 수업료를 받아 학교를 운영한다면 학생을 학생으로 보지 않고 고객으로 보는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교수진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미국 주요 MBA스쿨과 비슷한 수준의 연봉, 주택, 의료보험, 자녀의 외국인 학교 비용까지 지원한다. 설립 초기 인지도가 낮은 중국의 낯선 학교에 세계적인 교수들을 불러모으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했지만, 사립학교도 아닌 CEIBS가 학생과 교수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는 수뇌부의 의지가 담겨있는 조치다. 방문 교수들에게도 체류비, 여행비, 높은 임금 등을 지급한다.
 
2)구성원의 다양성
많은 MBA 스쿨들이 다양성을 중시한다. 하지만 합작회사라는 본질 덕에 CEIBS의 모든 조직은 태생적으로 그 어떤 조직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교수진, 학생, 운영진 모두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 다양성과 상호존중의 가치를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습득한다. 당연히 타협과 조정의 기술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일단 CEIBS 교육 과정의 실무를 담당하는 CEIBS 아카데믹 위원회 위원 10명부터 9개국 출신으로 이뤄져 있다.웨이종 학장은 구성원의 다양성이 CEIBS에 끼친 영향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설립 초기 직원 급여를 정할 때의 일이다. 학교의 성장을 위해 교수진의 연봉은 애초부터 해외 유명 MBA 스쿨의 정교수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책정했었다. 하지만 중국인이 대부분인 일반 직원들의 급여에는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우리가 10을 책정했을 때 유럽에서 온 이사진들이 중국의 현실만을 감안한 급여를 지급한다면 결코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 없다며 이에 제동을 걸었다. 여러 차례 타협 끝에 애초에 우리가 제시한 10, 유럽 측이 제시한 20의 중간인 15 수준에서 타협을 봤다.
 
어쨌든 일반적인 중국 임금보다는 높은 금액이었기에 이 금액에 만족한 유능한 직원들이 CEIBS로 몰려왔다. 사실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5를 안 쓰고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기보다는 5를 더 써서 50의 효과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런 방식으로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상대의 좋은 점만 취하는 길을 자연스레 터득하고 있다.” 실제 200여 명의 행정 직원 중 40여 명은 박사 학위를 소지한 고학력자다.
 
현재 60여 명 정도인 전임 교수진의 구성을 보자. 외국인 교수가 3분의 1, 인종적 배경은 중국계이지만 해외 국적을 가진 교수가 3분의 1, 중국인 교수가 3분의 1을 차지한다. 마케팅 담당 교수이자 MBA 과정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리디아 프라이스 교수는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세 부류의 교수가 비슷한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우리도 놀란다. 가장 중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MBA 스쿨을 지향하는 CEIBS의 목표에 정확히 부합하는 인적 구성”이라고 설명했다.(그림1)
 
크레머 학장 등 CEIBS의 외국인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다양한 연구 및 컨설팅 활동을 수행한 아시아 전문가들이다. 뉴욕대(NYU), 인시아드 등에 몸 담았던 프라이스 교수 또한 CEIBS에 오기 전 홍콩에서 몇 년간 교수 생활을 했다. 그녀는 “중국인과 결혼하거나 중국 아기를 입양한 외국인 교수도 꽤 있다. 비록 CEIBS가 종신 교수제를 채택하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 생활에서 중국과 밀접한 연관을 맺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교수진의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학생 구성도 마찬가지다. 180여 명의 학생 중 중국 본토 출신은 60%, 나머지 40%는 세계 30여 개국에서 온 학생들이다. CEIBS는 세계 100위 권 내의 MBA 스쿨 40여 곳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60여 명 정도의 교환학생을 내보내고 받아오기 때문에 실제로는 기본 구성 이상의 다양성을 보유하는 게 가능하다. 프라이스 교수는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경험을 나눈 일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외국인 학생의 양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이나 중국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외국인 학생이 많았다. 최근에는 대부분 중국 체류 경험이 있거나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학생들이 지원한다. 중국을 잘 알고 있는 학생일수록 학교 생활도 더 잘하고, 졸업 후 성과도 좋다. 학교 역시 그런 준비를 마친 학생들을 선호한다.”
 
3)중국 기업과 시장의 생생한 현실을 배우는 독창적 커리큘럼
기업의 실제 사례를 이용한 케이스 스터디 방식의 수업은 이제 전 세계 MBA 스쿨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때 등장하는 기업이 주로 미국 기업이며, 최신의 상황이 아니라 과거의 상황을 다룰 때가 많다는 점이다. CEIBS는 자체적으로 모든 커리큘럼을 개발, 교육하고 있다. 이는 다른 외국 대학과 제휴를 맺은 후, 이를 수입해서 쓰는 대부분의 중국 MBA 과정과 큰 차이점이다.
 
웨이종 학장은 “이제 어떤 학교를 가도 사우스웨스트나 GE가 어떻게 성공했는지만을 천편일률적으로 가르친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진짜 궁금해하고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GE나 사우스웨스트의 방식이 중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해당 업계에서 글로벌 선두 위치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성공 비결과 현황이 어떤지다. 아무리 훌륭한 석학이라 해도 미국에서 영어로 연구하는 학자가 쉽게 이를 파악해내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 문제에 관해 CEIBS 교수들보다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CEIBS는 교수들이 직접 만든 중국 관련 케이스 스터디를 교과서로 사용한다. 그는 “요즘 미국 MBA 학교에서도 중국 기업과 시장의 상황이 주요 주제로 등장하지만 우리 교수진만큼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웨이종 학장은 CEIBS가 미국과 유럽 MBA 교육의 장점만을 흡수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대부분의 미국 MBA 스쿨은 지나치게 사례 위주로만 수업을 진행한다.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려면 일단 탄탄한 이론적 근거를 배워야만 한다. 반면 유럽의 MBA 스쿨은 툴이나 프레임워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우리는 사례와 프레임워크를 똑같이 중시하고, 교육 과정에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CEIBS만의 또 다른 차별성은 중국어 교육이다. CEIBS의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되지만 외국 학생들은 학교가 주관하는 중국어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CEIBS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다양한 중국어 교육 기회를 무료로 제공한다. 학기 시작 전에는 4주간 중국어 프리 코스(Pre-course)가 있고, 학기 시작 후에는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중국어를 배운다. 초급, 중급, 고급 3개 반이 있어 각자 능력에 맞는 수업을 택할 수 있다. 푸다오()라 불리는 개인 과외를 받는 학생들도 있다. 개인별 편차는 있지만 노력만 하면 학교를 졸업할 때쯤 영어와 중국어를 마스터할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이다.
중국어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MBA 과정의 목적인 취직 때문이다. 해외 인재들이 CEIBS에 오는 이유는 졸업 후 중국에 남아 취업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물론 CEIBS 졸업장은 구직 전쟁에서 상당한 경쟁 우위를 보장한다. 하지만 외국 학생이 중국에 남아 중국 대기업에 취직하려면 절대적으로 중국어 실력이 중요하다. 중국에서 공부한다는 사실만으로 중국통이 되는 게 아니라 언어 능력이 뒷받침돼야 중국 전문가의 자질을 발휘할 기회라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유학생인 이승렬 씨는 “CEIBS 졸업장은 1차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기본 도구에 불과하다. 중국 경제나 기업의 급성장에 비해 아직 중국 기업의 외국인 채용 규모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언어 장벽 때문이다. 결국 경쟁이 치열한 중국 내 다국적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취업을 해야 한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중국어 실력만 우수하다면 중국 내에서 다른 사람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취직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고 말했다.
 
4)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무 자립 달성
CEIBS는 2003년까지 중국 정부와 EU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2004년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수입 원천은 수업료다. 현재 학교 수입의 95% 정도가 수업료에서 나온다. 개인 기부나 기금 수익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MBA 스쿨과 대조된다. 기금을 운용할 만큼 학교 역사가 오래되지도 않았고, 중국 내에 기부 문화도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부유한 동문이 모교에 거액의 기부를 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 기업체의 지원도 아직 미흡하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CEIBS는 재무 자립을 달성했다.
 
비결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CEIBS 재무 구조의 골자는 ‘EMBA와 EDP 과정을 통해 번 돈으로 학교 전체의 운영비를 충당한다’다. 2008년 기준 EMBA와 EDP 과정의 수입은 CEIBS 전체 수입의 약 50%, 40%씩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규 MBA 과정의 수업료는 미국 MBA 스쿨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학생 정원이 180여 명에 불과하다. 수업료를 싸게 책정해도 큰 부담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EMBA 과정은 다르다. 파트타임 형태의 2년 과정인 EMBA는 수업료가 39만 8000위안으로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학생 정원도 700여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EMBA다. CEIBS는 베이징, 선전, 아프리카 가나에 EMBA 과정을 위한 현지 캠퍼스도 설립했다.
 
수익원이라고 해서 무작정 학생들을 많이 받는 식으로 허술하게 EMBA 과정을 운영하지 않는다. 2008년 기준, CEIBS EMBA 과정의 합격률은 불과 35.5%였다. 세계 유수 EMBA 과정의 입학률이 보통 8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그만큼 CEIBS는 우수한 성적과 탄탄한 경력을 지닌 최고의 학생을 뽑는 데 주력한다는 뜻이다.
 
CEIBS EMBA가 인기 있는 이유는 참신한 시간표에 있다. 수강생들은 보통 월 1회, 금요일 아침부터 다음주 월요일 저녁까지 4일 연속 학교에 온다. 실질적으로는 한 달에 이틀만 학교에 할애하면 되니 직장인인 EMBA 수강생들이 등하교에 소비해야 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절약할 수 있다. 교수들도 이를 선호한다. EMBA 과정에는 전임 교수와 달리 중국에 거주하지 않는 해외 초빙 교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참신한 시간표 때문에 한국, 홍콩 등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CEIBS EMBA를 택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CEIBS에는 박사 과정도 없다. 박사 과정을 운영하면 비용 급증이 불가피하다. 일단 박사 과정 학생들을 지도할 교수에게 지급해야 할 강의비가 늘어난다. 동시에 박사 과정 교육 때문에 교수들이 주 수익원인 EMBA에서 강의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비용 부담이 두 배로 발생하는 구조다. 게다가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장학금, 졸업생의 진로를 터주기 위한 유무형의 노력까지 감안하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물론 학교의 명성과 인지도를 높이려면 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연구에만 매진하는 교수들도 여럿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르는 기회 비용을 감안하면 교육 중심의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5)관시(關係) 네트워크
CEIBS는 MBA뿐 아니라 EMBA (Executive MBA), EDP(Executive Development Program)의 세 가지 교육 과정을 모두 글로벌 수준, 즉 세계 30위 권 안에 들도록 운영하고 있다. 2009년 FT 선정 기준 MBA 랭킹은 8위, EMBA 랭킹은 19위, EDP 랭킹은 26위다. 파트타임 MBA 과정의 랭킹이 이 정도로 높은 아시아 비즈니스 스쿨은 CEIBS가 유일하다.(그림2)
 
싫든 좋든 중국에서 비즈니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큰 요인은 관시(關係)다. 관시는 인맥과 연줄로 이어진 사람들하고만 끈끈한 신뢰관계를 쌓으며, 낯선 이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 중국인들의 습성을 말한다. 최근 그 영향력이 줄었다고 해도 위력은 여전하다. 관시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중국 전통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관시는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게 아니다. 중국인들은 같은 핏줄이거나, 한 고향에서 자라거나, 같은 학교를 나와야만 진정한 관시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세 번째 요인은 다르다. 때문에 CEIBS 입학은 중국 엘리트와의 끈끈하고 진정한 관계, 즉 관시를 맺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CEIBS 네트워크의 위력은 졸업생의 면면만 봐도 할 수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딸 후하이칭도 CEIBS 졸업생이다. 후 주석이 직접 이 학교를 딸에게 권유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손자 등 서구 유력 인사의 후손들도 CEIBS와 연을 맺었다.
 
EMBA 동문은 CEIBS 관시의 결정판이다. 임원 경력 5년 이상인 사람들만 입학할 수 있기 때문에 재학생의 60%가 중국 기업 또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들이다. 진즈궈 칭다오맥주 회장, 황치판 충칭 시 부시장, 류장난 알카텔 차이나 사장 등 업계와 정계의 핵심 리더 약 1500여 명 등이 이 과정을 거쳤다. EMBA 재학생이라고 해서 머리가 하얀 만학도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평균 연령이 38세에 불과하다. 20대 후반인 MBA 학생의 평균 연령보다는 많지만, 다른 EMBA 과정 재학생의 평균과 비교하면 상당히 젊다. 그만큼 중국 경제가 젊고, 직접 회사를 일군 젊은 창업자들이 이 과정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EMBA 출신들은 졸업 후 다양한 모임을 통해 정기적 교류를 갖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만들고 있다. “중국의 심장부에 파고들려면 CEIBS로 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CEIBS의 성공 요인 분석
1)전략적 제휴의 모범
CEIBS의 사례는 기업뿐 아니라 학교 등 일반 조직에서 좋은 제휴 파트너를 만나 성공적인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를 이뤄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성공적인 전략적 제휴는 경제학적 관점(거래 비용의 최소화), 경쟁 전략 관점(제휴를 통해 시장 구조를 과점화하고, 신규 진입자의 시장 진입을 막음), 조직 학습 이론 관점(당장 조직 내부에서 습득하기 어려운 기술과 지식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음)의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
 
De la Sierra는 전략적 제휴의 3대 성공 요인으로 3C, 즉 양립성(Com-patibility), 능력(Capability), 헌신(Commitment)을 제시한 바 있다. 양립성은 파트너 간의 이해 관계가 상충되지 않아야 하며, 지역적 기술적 제품별 중복이 없을수록 제휴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뜻한다. 능력은 강한 기업들 간의 제휴가 강자와 약자의 제휴보다 더 큰 성과를 창출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제휴를 택하는 이유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때문에 양자의 입지가 지나치게 차이 날 때는 한 쪽만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헌신은 제휴 성공을 위해 양자가 진정성 담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제휴 파트너의 지분율이 동등할 때 제휴의 성공 확률도 높아진다. 의무와 권리가 동일하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할 때 윈윈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와 유럽 정부가 절반씩 출자해 만든 학교인 CEIBS는 이 3C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일단 파트너 간의 지역적 중복이 없다. 또 제휴 양방이 공유할 수 있는 각기 다른 명확한 제휴 목적도 존재했다(양립성). 중국 정부는 자국의 경영 교육 수준을 끌어 올려 세계 인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 경영 인력을 양성하기를 원했다. 유럽은 중국 내 유럽의 이미지와 위상을 높이고, 특히 유럽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랐다.
 
두 파트너들의 역할 분담 또한 상호보완성 효과를 극대화했다(능력). 중국 정부는 부지 등 학교의 물적 토대와 규제 완화 등 정책 서비스를 제공했고, 유럽 정부는 우수한 교수진과 선진 교육기관 운영기법 등을 전수했다.
 
양자는 정확히 절반인 지분율, 동수로 구성한 이사회, 공동 학장제 등을 택해 직원 채용, 커리큘럼 확정, 학생 모집 등 주요 사안에 대해 협업 마인드를 가지고 업무를 진행했다(헌신). 15년이 넘는 동안 양측 어디에서도 협력 체제에 대한 불만이나 의견 표출이 드러난 적이 없었다. 중국과 유럽 정부가 이미 1984년부터 교육 공조 체제를 취해오며 서로의 필요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의 문화와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2)차별적 포지셔닝
세계 각국의 MBA 스쿨을 졸업 후 보상, 기회 비용의 두 축으로 나눠보자. 미국과 유럽의 주요 MBA 스쿨은 졸업 후 보상이 크지만 투자 비용 및 기회 비용도 큰 영역에 속해 있다. 현지인이라 해도 2년에 10만 달러의 학비를 감당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현지인에 비해 더 많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지출해야 하는 외국인 학생은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과거 특수 고가품에 해당했던 MBA 학위가 범용 상품(commodity)으로 변하면서 몇몇 톱 MBA 스쿨을 제외하면 투자 비용에 다소 미흡한 졸업 후 보상이 나타났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최근 몇 년간 MBA 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한 취업 시장과 직면해야 한다.(그림3)
 
반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MBA 스쿨은 투자 및 기회 비용은 적지만 졸업 후 보상도 적은 영역에 속해 있다. MBA 학위가 범용 상품으로 변하면서 역설적으로 학교의 브랜드 파워가 지닌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누구나 MBA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톱 MBA 스쿨 졸업자들의 위상만 높아질 뿐, 중간 및 하위 MBA 스쿨 졸업자들이 누릴 수 있는 파이가 남아있지 않다. CEIBS는 끊임없는 혁신과 중국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투자 비용은 낮으면서도 졸업 후 보상도 큰 영역을 새롭게 개척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3)교육 과정 간의 상호보완성으로 시너지 효과 극대
CEIBS의 3가지 교육 과정은 각각 뚜렷한 목적을 가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정규 MBA 과정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우수 인재를 불러모으고, 이들이 졸업 후 낸 성과 덕에 CEIBS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FT 등 MBA 랭킹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 그 핵심이다. EMBA 과정은 동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EDP 과정은 학생들이 CEIBS에서 배운 내용을 기업 현장에서 널리 전파할 수 있는 전문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결정적으로 EMBA와 EDP 과정은 CEIBS라는 학교를 유지하는 실질적인 토대다. 두 과정에서 얻은 수입은 CEIBS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영학 교육을 제공해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또 두 과정은 CEIBS의 동문 네트워크 효과도 극대화해 준다. 정규 MBA 졸업생들은 주로 매니저 급이다. 게다가 매년 졸업생이 180여 명에 불과해 동문 네트워크의 조직적인 힘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CEIBS 전체 매년 졸업생 수는 1000여 명에 육박하는데다 임원 혹은 최고경영자가 많아 네트워크 효과가 남다르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CEIBS 동문이 무려 8500여 명에 육박하는 이유도 매년 MBA 졸업생의 4배에 달하는 EMBA 및 EDP 졸업생을 배출하기 때문이다.(그림4)
 
도전 과제
CEIBS는 지난 16년 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역설적으로 이제껏 CEIBS의 성공을 낳았던 몇몇 요인들은 향후 CEIBS가 세계 톱5 스쿨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첫째, 수입원 다양화와 학생 정원 확대다. 학생 등록금에만 의존하고 있는 CEIBS의 재무 구조는 CEIBS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학생의 정원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MBA 과정을 택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동문 네트워크의 효과를 기대한다.
 
CEIBS가 지금보다 더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더 많은 정규 MBA 졸업생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180명의 졸업생은 세계적인 MBA 스쿨과 비교하면 너무나 작은 수치다. 하버드나 와튼처럼 매년 900여 명을 뽑는 학교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소수정예를 지향하는 스탠퍼드, MIT도 매년 350∼400명의 입학생을 받는다. 정원을 늘리려면 수업료 인상도 불가피하다. 이미 상하이의 물가는 선진국의 유명 대도시와 별 차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CEIBS가 더 많은 우수 교수진을 유치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면 현재의 재정 구조로는 벅찬 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입원을 다양화해야 할까. 일단 CEIBS의 상품을 다양화해야 한다. 즉 EMBA나 EDP 외에도 더 많은 교육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개별 기업의 소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초단기 소수 특화 교육과정, 온라인 MBA 등이 후보가 될 수 있다. 중국 기업의 경영 사례를 대대적으로 모은 책과 교과서들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MBA 과정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중국 내에서 창업할 때 소정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이후 특허 출원이나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면 학교 기부금 형태로 이를 되돌려 받는 방안도 고려할 때다.
 
둘째, 교육과 연구 중 어떤 쪽에 치중한 학교로 거듭나야 하느냐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 중 한쪽에만 능하다. 양쪽 모두 능한 교수는 드물다. CEIBS는 이제껏 교육 중심의 학교로 자리잡았지만 더 큰 명성을 얻으려면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연구지향적 교수들이 많아야 한다. 문제는 연구 성과를 지향하려면, 교육 쪽에서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2008년 CEIBS의 전임 교수 1명은 평균 230시간의 강의를 담당했다. CEIBS의 수입의 95%가 교육과정 수업료에서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처럼 과중한 수업 부담을 지려 하지 않는다. 국제 교수 채용 시장에서는 연구 성과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연구 성과가 좋아야만 좋은 학교에서 종신 교수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예비 교수들은 강의 친화적 학교보다 연구 친화적인 학교, 즉 강의 시간이 적고 연구에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는 학교를 선호한다. 박사 과정 제도도 마찬가지다. 교수들은 자신의 연구를 도와줄 만한 박사 과정 학생들을 원한다. 학교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CEIBS 박사 출신들이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유명 학교로 진출하는 게 좋다. 하지만 아직 이런 제도를 도입할 만한 여건이 갖춰지지는 않았다.
 
CEIBS는 아직 종신 교수제를 도입하지도 않았다. 모든 교수들은 3∼5년의 계약을 맺는다. 일반적으로는 계약이 자동 연장되긴 하지만 장기 고용 제도가 없다는 점은 많은 교수들에게, 특히 모국을 떠나 중국에 와야 하는 외국인 교수들에게 큰 부담이다. 계약직 고용은 교수들의 주인의식과 소속감도 저해할 여지가 있다.
 
셋째, 급격한 성장 후에 오는 정체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영원히 우상향 성장 곡선을 그리는 기업은 없다. CEIBS도 마찬가지다. 지난 15년 동안은 눈부신 성장을 기록해 왔지만 어느 순간에는 성장 정체가 온다. 당장 올해 FT의 MBA 순위에서 CEIBS는 지난해보다 14계단 떨어진 2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의 No. 1 자리도 홍콩 UST 경영대학원, 인도 경영대학원에게 내주고 3위로 떨어졌다. MBA 순위 선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졸업생들의 취업률 및 연봉 수준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했다. 웨이종 학장도 “금융위기 이후 과거 95%를 기록했던 학생들의 졸업 후 3개월 이내 취직률이 80%대 후반으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경제가 급반등하지 않는 한 졸업생들의 취직 문제는 모든 MBA 스쿨의 고민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 과거 CEIBS가 그랬듯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인도, 홍콩 MBA 스쿨과의 경쟁에서 어떤 차별화 요인을 만들어낼지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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