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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기업 만들기

복지제도 아닌 철학을 벤치마킹 하라

진현 | 53호 (2010년 3월 Issue 2)

지난 1월 <포천>이 일하기 좋은 기업(the Best Company to Work for)을 선정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은 올해 벌써 13년째로 <포천>의 중요한 전통이 되고 있다. 올해는 13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었지만 한 번도 1등으로 뽑힌 적이 없었던 SAS Institute가 처음으로 1등이 됐다.
 
일하기 좋은 기업은 어떤 절차를 거쳐서 선정될까? 우선 일하기 좋은 기업의 후보가 되려면 미국 내에서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7년 이상 존속해야 한다. 또한 <포천>이 일방적으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직접 지원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심사하고 선정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2010년에는 343개 회사가 일하기 좋은 기업에 지원했다.
 
전체 평가 점수의 3분의 2는 직원들에게 무작위로 가는 설문으로 결정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조직 문화 감사(Culture Audit) 방법으로 결정된다. 설문지에는 최고직장연구소(GPWI·Great Place to Work Institute) 창업자인 로버트 레버링이 개발한 신뢰 지표(Trust Index)가 사용된다. 이 설문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만족도, 동료애 등을 포함하고 있다. 조직 문화 감사는 고용 정도, 의사소통, 다양성 관리, 임금 정책, 복리 후생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이며 회사가 각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기술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들로 선정된 곳들은 직원 만족을 통해 얻는 재무적 성과가 비용 절감으로 얻는 재무적 성과보다 훨씬 더 크다고 믿고 있다. 즉 이 기업들은 직원 만족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고객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믿음, 또는 경영 철학은 과거의 핵심 경쟁력인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을 창의성, 정교한 서비스, 디테일의 차이로 바꾼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기업과 고객 간 관계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직원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지만 결국 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직원의 마음(soul)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이 많은 돈을 들여 조직 진단을 하고 있지만 결국 조직 진단의 궁극적 목표는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들어 창의성,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직원의 마음을 얻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드는 데 성공한 곳들의 공통점을 살펴본다.

장기 고용을 추구한다
SAS에는 정년이 없다. 이 회사의 짐 굿나이트 회장은 “나의 업무는 직원들이 내일 다시 출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든 직원들이 내일도 출근하고 싶도록 만들겠다는 그의 철학은 고령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굿나이트 회장은 고령으로 갈수록 성과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경험 때문에 오히려 성과가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정년을 따로 두지 않고 불황으로 인한 감원을 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수십 년간 지속해온 결과,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인 SAS 직원의 평균 연령은 45세나 된다. 3위로 선정된 웨그먼스 푸드 마켓도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94년 역사상 한 번도 해고를 한 적이 없다.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전체의 11%에 이른다.
 
장기 고용 정책은 이직률을 낮추고,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업무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다. SAS는 이직률이 2∼4%에 불과하다. 이것은 20% 내외의 IT 업종의 이직률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복리 후생을 지원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들은 대개 사내에 어린이집, 세탁소, 미용실, 운동 센터, 병원 등을 갖추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구글의 복리 후생 제도는 주로 SAS의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AS는 운동 센터, 대형 수영장뿐 아니라 4명의 의사와 10명의 간호사가 상주하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직원들에게 복리 후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건강하게 일하도록 돕고, 업무에 지쳤을 때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업무에 복귀하도록 지원한다.
 
또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개인 생활을 돕고 있다. 세탁소나 미용실, 병원과 같은 시설은 굳이 회사에 둘 필요가 없지만 직원들이 이런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회사 밖으로 나가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사내에 편의 시설을 만들었다. 회사가 이러한 복리 후생을 지원하면 할수록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자긍심을 갖도록 한다
일하기 좋은 기업은 직원들이 직장을 생활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 자체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돕는다. 일하기 좋은 기업 91위에 선정된 페덱스는 우편물을 배달하는 데 필요한 화물 비행기를 새로 살 때마다 직원들의 자녀 이름을 비행기에 명명한다.
 
웨그먼스 푸드 마켓은 선조에게 받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로부터 지구를 빌려 쓰고 있다는 경영 철학하에 재사용이 가능한 쇼핑백 사용을 권장할 뿐 아니라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직원 주차장을 만드는 등 구체적으로 그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직원들은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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