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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혁신, BMW 영감의 원천

김용진 | 52호 (2010년 3월 Issue 1)

최근 KT, LG, 삼성SDS 등 국내 대기업들이 직원들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조직 구성원들은 특정 문제에 대한 최적의 대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지식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잘 모르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가로 유명한 데이븐포트 교수는 ‘휴렛팩커드(HP)가 자신들이 뭘 알고 있는지 알기만 했어도…’라는 글에서 조직 내부에 널려 있는 가치 있는 지식을 활용하지 못하는 HP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을 설명한 적이 있다. HP는 다른 어떤 회사보다 지식 집약적이고 창의적이지만 분권화된 조직 구조 때문에 지식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지식 경영은 조직 업무의 효과적인 성취를 위해 조직 내에 존재하는 지식을 분류하고, 공유하며, 적용하는 체계적이고 통합된 접근법을 말한다. 지식은 흔히 ‘효과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개인 역량을 향상시키는 정당화된 개인의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은 개인들에게 내재돼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조직 역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조직 관점에서 보면, 지식 경영은 회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HP의 예에서 보듯 지식은 조직 내부에 흩어져 있고 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보화 시대의 기업 경쟁력은 개별화된 개인들에게 축적된 지식을 얼마나 잘 통합하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기술적인 차원과 비기술적인 차원의 혁신을 포함해 다차원적인 특징을 갖고 있는 서비스 혁신은 이러한 지식의 공유 및 활용 정도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는 집단지성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기업 내 조직 구성원 간 지식 공유 및 활용뿐만 아니라 기업과 고객 간 지식 공유, 공동 가치 창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조직 내부 지식을 잘 공유하고 전파할 수 있을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업무 환경 자체를 바꿔주는 방법과 개인 행동과 조직 내 문화를 변화시키는 방법 등 두 가지 해법이 있다. 많은 학자들은 개인 간 신뢰 관계와 조직의 열린 문화가 지식 공유 및 전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사람들의 거주 및 업무 공간의 혁신적 재구성이야말로 획기적으로 지식 공유와 사람들 간 상호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은 간과돼왔다. 왜냐하면, 공간이 사람들의 행위와 그들의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보다는 기업의 고정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축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화해야 한다는 이슈가 더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또 조직 구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실제 조직 운영에 필수적인 커뮤니케이션인 업무 조정, 정보 소통, 영감 창출을 위한 세 가지 커뮤니케이션 중 업무 조정과 정보 소통 커뮤니케이션은 조직 구조를 잘 설계함으로써 해결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영감을 창출해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조직 구조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많은 이슈들이 얽혀 있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이 영감 창출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하곤 했다.
 
공간 배치의 한계가 혁신의 장애물
기업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이러한 대응 시간이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 어느 한 분야의 기술로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없는 데다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개발하는 과정이 분리돼 각 과정 간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대응 시간이 지체되는 이유다.
 
설령, 조직 구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기능 분야를 중심으로 조직돼 있는 반면, 시장과 혁신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기업의 기능 분야들은 각 분야의 기술에 대한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개발하는 지식 저수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조직들과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은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한다. 이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려면 조직 내 다양한 분야들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른 분야들 간 협력에는 조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기업들은 조직 구조를 기능 중심에서 시장 중심의 사업부제나 기능과 시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프로젝트 중심의 네트워크 조직 구조로 바꿔 이 문제를 해결해왔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협력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며,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지연시키는 원인이다. 결국 기업의 경쟁우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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