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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혁신은 산소다” GE의 생존 전략

제프리 이멜트 | 43호 (2009년 10월 Issue 2)
GE는 2009년 5월 “앞으로 6년간 30억 달러를 투자해 비용을 낮추고 접근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100개 이상의 의료 혁신을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1000달러짜리 휴대용 심전도 측정 기기와 1만5000달러대의 개인용 컴퓨터(PC) 기반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예로 들었다. 이 두 기기는 개발도상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저가의 소형 기기라는 점과 개도국 외에 미국에서도 현재 팔리고 있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심전도 기기와 초음파 기기는 각각 인도와 중국의 농촌 지역을 목표로 개발됐으며, 현재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용도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우리는 GE가 이 두 기기를 개발하고 세계 시장에 판매한 과정을 ‘역(逆)혁신(reverse innovation)’이라고 부른다. 부유한 국가의 산업용품 제조업체들이 수십 년간 채택했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방식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 방식에서는 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우수한 상품을 개발한 다음 현지 상황에 맞게 변형한 제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 이 방법으로 다국적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필수적인 세계적 시장 규모 확보와 시장점유율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 현지화 전략 사이에서 최적의 ‘트레이드오프(trade off)’를 만들어낼 수 있다. 부유한 국가들이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다른 국가들이 별다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던 시기에는 이 전략이 먹혔다. 하지만 그와 같은 시대는 이미 끝났다.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가 빠르게 성장하고, 선진국의 성장 속도는 느려졌기 때문이다.
 
GE는 값싼 심전도 기기와 초음파 기기 개발과 같은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국, 인도 등에서 고가품 시장 이외의 다른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데다 신흥 시장의 대기업(emerging giants)들이 유사품을 개발해 선진국 시장에서 GE를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현지 시장에서 사전에 제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GE가 앞으로 10년간 망하지 않고 성장하려면 글로컬라이제이션 못지않게 역혁신에도 능숙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개발도상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선진국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역혁신이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배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GE가 당장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역혁신 전략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두 전략을 단순히 병행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 협력하는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앙 집중화된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와 관행을 통해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성공했다. 역혁신을 위해서는 현지 시장을 중시하는 분산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성공 요인이 이제는 역혁신의 걸림돌이다.
 
역혁신을 위해 투입하는 대부분의 자원과 인재는 해당 현지 시장에서 구하고 현지에서 관리해야 한다. 현지의 성장팀이 손익에 대해 책임을 지며, 현지 시장을 위해 어떤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 판매하고 사후 관리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GE의 글로벌 자원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권한도 가져야 한다. 신흥 시장에서 먼저 제품을 검증하고, 판로를 세계 시장으로 넓혀야 한다. 이는 획기적인 기능을 추가하거나 가격을 낮추는 전략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고가 제품의 시장 잠식을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다. 이 모든 방식은 글로컬라이제이션 모델과는 정반대다. 이 글은 글로컬라이제이션과 역혁신 간의 충돌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GE가 익힌 교훈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했다.
 
 
왜 역혁신인가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검증된 성과를 토대로 지배적인 전략 툴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GE는 1980년 미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전체 매출의 19%인 4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글로컬라이제이션 덕분에 2008년 해외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인 970억 달러로 늘었다.
 
신흥 시장의 잠재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때, 다시 말하면 신흥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지 않아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비자가 없었을 무렵에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이 각광을 받았다. 다국적 제조업체들은 선진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을 일부 수정한 뒤 신흥 시장에 내놓는 전략이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GE도 다른 다국적 기업들처럼 글로컬라이제이션 덕분에 신흥 시장에서 15∼20%의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했다.
 
2001년 9월 이 논문의 공동 집필자인 제프리 이멜트가 GE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내걸었다. 기업 인수보다는 회사의 유기적 성장의 속도를 크게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멜트의 선언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당연시하던 일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GE가 개도국 시장의 상류층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도 그중 하나였다.
 
GE는 의료, 발전과 송전 사업을 심층 분석한 결과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시장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관련 시장에서 2, 3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간과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개도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해당 시장 소비자의 특수한 요구와 소득을 고려한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해야 했다. GE의 경영진은 이를 깨닫고,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핵심 논제 2가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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