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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트렌드에서 사업 기회를 잡아라

이정민 | 38호 (2009년 8월 Issue 1)
몇 년 전부터 국내에도 레저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신문에는 등산복 광고가 넘쳐난다. 일부 업체는 아동용 등산 의류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강변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 천지다. 올해 여름부터는 오토캠핑 바람이 불어 캠핑 용품이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197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 노동은 미덕이자 성공의 지름길로 여겨졌다. 이런 경향은 최근까지 이어져 OECD 국가 중 연간 노동 시간이 가장 긴(2006년 기준 2360시간)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그런데 신세대의 등장과 노동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런 모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레저 열풍은 이제 한국에서도 선진국형 라이프스타일이 보편화되는 증거다. 소득 수준이 2만 달러가 넘으면서 확대된다는 아웃도어 시장은 2003년 이래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불황으로 약간의 타격을 입고 있기는 하지만, 문화 레저비 지출도 2000년 이후 매년 꾸준히 10% 이상 상승하고 있다. 연간 노동 시간도 느리기는 하지만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이 노동 생산성과 노동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여가 활동이 필요함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여가’란 화두는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여가는 개인에게는 휴가를 뜻하지만, 기업에는 소비자 취향의 변화와 이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 여가 트렌드의 기본적 변화
 
기업은 앞으로 여가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며, 이로 인해 소비 시장에 어떤 기회가 생겨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국내 여가 트렌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여가의 향유 계층과 그 종류가 다양해진다는 점이다. 이를 도식적으로 나타낸 것이 <그림1>이다. <그림1>은 여가 활동의 형태가 ‘고시간-고비용/저시간-저비용’에서 ‘고시간-저비용/저시간-고비용’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설명한다.

과거의 여가는 ‘시간과 돈이 있는 계층’ 또는 ‘돈은 없지만 시간이 많은 계층(대학생, 전업주부, 은퇴 이후의 노년층)’에 한정돼 있었다. 부유층은 해외 여행과 (지금은 비용이 많이 낮아졌지만) 골프, 스키 등 시간과 돈이 모두 많이 드는 활동을 즐겼다. 직장인들은 어쩌다 생기는 여가 시간을 TV나 비디오 시청, 낮잠, 영화 관람 등의 수동적 여가 활동으로 채웠다. 이는 여가라는 영역이 시간과 돈의 확보에 따라 확연하게 양극화됐음을 뜻한다. 여가의 형태 역시 매우 단순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직장에 대한 개념의 변화(외환위기의 영향이 컸음) △기성세대와 판이하게 다른 직업관 및 노동관을 가진 X세대의 사회 진출 △여성들의 사회 참여 등 변화가 일어나면서 일과 삶에 대한 ‘다른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개인화가 지속되면서 직장 중심의 문화가 가족 중심의 문화로 전환된 탓도 컸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전과 다른 ‘고시간-저비용’과 ‘저시간-고비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영역들이 여가 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선 사람들의 취향이 개성화·고급화되면서 평소 쉽게 할 수 없는 일(명사와의 식사)이나, 특별한 기술(최고급 레스토랑의 셰프에게 배우는 요리 강좌, 와인 클래스)에 대한 비용 투자도 아깝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여가 활동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마추어로 시작했던 여가 활동이 강화되면서 프리랜서 전문가로 직업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과거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시간과 비용의 자원 투입을 조절하는 다양한 여가 형태도 나타나고 있다. 주 5일제 도입 이후 한국인들이 선택한 가장 보편적 여가 활동인 등산이 대표적인 예이다. 등산은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 행선지와 소요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다.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여가 트렌드
 
앞서 지적한 대로, 한국 사회는 이제 막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 근무 시간을 줄여가며 새로운 여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여가 문화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우리보다 한 걸음 앞서 여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선진국의 흐름을 참고하면 된다. 결국에는 한국의 여가 트렌드도 소득 수준과 라이프스타일 업그레이드에 따라 선진국의 그것에 가까워질 것이며, 선진국의 여가 트렌드가 동시에 한국에서도 일어나는 경우가 점점 더 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선진국에서 이슈가 되는 여가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여가 트렌드의 변화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①일과 여가의 경계 붕괴 일이 여가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레저 재핑(leisure zapping)’이라고 한다. 일과 여가 경계의 붕괴는 일이 여가의 시간을 침범한다는 점에서 레저 재핑으로 볼 수 있지만, 일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지는 요즘의 시각으로 본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과 여가의 결합은 앞으로 전개되는 거의 모든 여가 트렌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굳이 회사 책상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업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사람들은 공항의 라운지나 PC방, 심지어 휴대용 블랙베리 단말기를 통해서도 e메일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언제, 어떤 PC에서나 워드와 파워포인트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웹 오피스 프로그램과, 전 세계 어디서나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게 해주는 글로벌 로밍 시스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런 기술 발달은 휴가지에서도 업무를 처리하는 워커홀릭의 환영을 받는 동시에, 사무실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지역에서 벗어나 전 세계를 무대로 일과 여가를 즐기는 ‘크리에이티브 클래스(creative class)’를 탄생시켰다.(DBR TIP ‘크리에이티브 클래스’와 ‘블레저’ 참조)
앞의 사례가 노동의 한순간에 여가 생활을 끼워 넣는 방식이라면, 여가가 자연스럽게 노동 환경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오피스 가드닝(office gardening)’은 회사 내부에 작은 정원을 꾸미거나, 책상 주변에 식물들을 배치해 자연의 이미지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캔 식물(양철 캔 안에 있는 씨앗의 싹을 틔워 키우는 일종의 재배 키트)’ 등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점심 식사용 채소를 사무실에서 키우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런 트렌드를 아예 건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건물을 설계하는 경우도 있다. 건축가 장 누벨은 파리의 브랑리 강변 박물관(museum de quai branly)을 설계하면서, 외벽과 내벽에 식물들을 심어 건물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딱딱한 업무 공간’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사무실을 마치 개인의 집처럼 꾸미기도 한다.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적인 활동까지 지원해주는 ‘제2의 집’ 콘셉트다.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전거 출퇴근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교통 수단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는 활동이다. 자전거 출퇴근족들은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탓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여가 활동을 일의 영역에 끼워 넣고 있다.
 
②일·여가 경계 붕괴에 저항하고 2개의 삶 추구 반면 복잡해지는 삶이나, 일과 여가의 붕괴에 저항하면서 일과 여가를 완벽히 구분하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최근에는 유명 관광지보다 일상생활을 완전히 잊을 수 있는 오지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도 몽골 초원이나 티베트 고산지대로 트래킹을 떠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또 퇴근 후에는 아예 휴대전화를 꺼놓거나(after 6 shutter), 개인 생활용으로 휴대전화를 하나 더 구입하는 등 철저히 일과 단절된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지나치게 일과 삶을 분리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철저한 여가 생활로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는 장점이 있다는 주장도 강하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여가 활동을 자기 삶의 방식으로 바꾸기도 한다. 요리를 즐기다 레스토랑을 열거나, 여행을 즐기다 전문 여행 서적 저자가 되는 게 대표적이다.
 
③불황과 안전을 우려해 가정과 일상에서 여가 활동 이 트렌드는 자신의 집에서, 또는 근거리 활동을 통해 여가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최근 웹스터 사전에 오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stay + vacation)’이 대표적이다. 이는 복잡한 휴가지 대신 도심 속에서 편리하고 편안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뷰티 케어나 스파, 호텔의 휴가 패키지가 대표적인 스테이케이션 상품이다.
 
최근에는 신종 플루 등 전염병과 테러 등 각종 사건 사고 이슈 때문에 자신의 근거지를 떠나기 꺼려 하는 소비자 집단도 많다. 이들은 주변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다니는 ‘지역 사회의 재발견’이나, 가정 내에서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게임(닌텐도 Wii 게임기 등) 활동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활동은 초기에는 대부분 수동적 여가 활동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DIY(Do It Your-self) 제품을 통해 자신만의 장인 정신을 개발하거나, 가족이나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여가와 삶을 공유하는 형태가 나오고 있다.
 
④도심 속 자연의 재발견과 에코 레저 이 트렌드는 답답한 도심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니즈를 반영하지만, 과거의 자연 친화주의와는 맥락이 다르다. 예전의 친환경주의자들은 완전한 자연 속에서 장기간 즐기는 에코 투어(eco tour)를 선호했다. 그러나 시간과 돈에 쫓기는 요즘 소비자들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즐기고 싶어 한다.
 
대표적 사례로는 ‘도심 원예(urban garden-ing)’ ‘도심 농업(urban farming)’ ‘글램핑(glamping·glamorous + camping: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며, 현대적 편의 시설을 이용하는 고급화된 야영)’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현재의 소비자들이 자연을 갈구하면서도, 도시와 기술을 버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트렌드는 도심 안에서도 친환경적 여가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여가 생활을 위해 교외로 나갔던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동시에 도시에서만 즐길 수 있는 기술을 야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폭스바겐이 올해 안에 선보일 캠핑카 ‘폭스바겐 캠퍼’는 태양열 집전판을 달고 있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무선인터넷(wifi)과 DVD 재생 기능도 갖추고 있다.
 

텐트 안에 최첨단 편의 시설을 갖추는 경우도 많다. 캐나다 유콘 강변의 캠핑장 티피스(teepees)는 무선인터넷이 갖춰진 럭셔리한 텐트를 제공한다. 이런 트렌드를 따로 ‘부시럭스(bush-luxe·bush + luxury)’라고 부른다.

 
어떻게 트렌드를 비즈니스에 접목할 것인가
 
그렇다면 기업은 이런 트렌드에서 어떤 사업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까? 트렌드를 사업 기회에 접목하는 데 도움이 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은 일과 여가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태도가 다변화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즉 고객 세분 집단을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향후에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와, 여기에 저항하고 철저하게 일과 여가를 분리해 더욱더 개인화된 여가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공존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여가를 좀더 전문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집단도 있을 것이다.
 
둘째,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이전에는 주중과 주말, 일과 시간과 퇴근 후, 평상시와 휴가가 뚜렷하게 구분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시간 압박을 심하게 받는 현대인들은 일상생활 중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여가를 즐기거나, 굳이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도 여가를 즐기기를 원하는 강한 욕구가 있다.
 
세계 최대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타임워너의 임원이었던 니콜라스 론코는 화장실 구석이나 주차장, 책상머리에서 졸고 있는 뉴욕의 샐러리맨들을 보고 ‘낮잠을 파는’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즉 점심시간이나 몇 분의 짧은 휴식 시간에 뉴욕의 샐러리맨들이 갈망해오던 ‘잠깐의 오아시스’를 구현해냈다. 따사롭고 긍정적인 노란색에서 영감을 받아 ‘옐로(Yelo)’라고 이름 붙인 이 사업은, 벌집 모양의 캡슐 안에서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조명과 습도 등을 조절한 최적의 휴식 환경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자연을 도심에 끌어들이는 자연 친화적 ‘도심 엔터테인먼트 센터(Urban Entertainment Center·UEC)’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의 한 쇼핑몰은 도심 한가운데에 보트를 탈 수 있는 호수를 재현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셋째, 기업은 사업 기회가 여러 트렌드의 교차로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주요 트렌드로는 기술 혁신과 친환경 성향, 개인화, 가처분 시간의 증가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그림2) 이런 트렌드들의 접점에서 △보다 높아진 소득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고 여가를 대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교류를 나누는 서비스 △늘어난 가처분 시간을 투자해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상품과 물건을 만들어내는 크래프트너(craftner·craft + enterpreneur)들을 위한 전문적인 DIY 용품 △친환경적인 마인드를 갖고 일과 분리된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에코 투어리즘 △덴마크의 ‘밋 더 데인스(www.meetthedanes.dk)’처럼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쌍을 이뤄 여행하는 상품 등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생겨난다.
 
새로운 사업 기회는 언제나 변화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 여가의 개념은 일을 하고 남는 시간, 일상에서의 탈출 등으로 설명됐다. 하지만 이제 여가는 전혀 새로운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는 앞으로 시간적·공간적으로 더욱 변화무쌍해질 전망이다. 이 변화를 눈여겨보는 기업만이 남보다 먼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DBR TIP] 크리에이티브 클래스’와 ‘블레저’
일과 휴식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소비자 집단이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도시들을 누비며 업무와 여행을 동시에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여행에서 오는 느슨한 여유와 비즈니스의 긴장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들 대부분은 창조적인 작업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디자이너, 마케터, 작가 등)이다. ‘크리에이티브 클래스(creative class)’로 불리는 이들은 업무와 여가가 꼭 분리되지 않아도 되며, 자신이 즐기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티브 클래스는 새로운 영감과 일을 찾아 세계를 누비면서 일을 하고, 업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두지 않는다.
 
이렇게 업무와 여가를 동시에 즐기는 트렌드를 ‘블레저(bleisure·business + leisure)’라고 한다. 최근의 블레저 트렌드 확산은 여행 산업의 판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크리에이티브 클래스 같은 트렌드 선도자들 외에 업무상 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여행객들도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의 무기는 전 세계 어디서나 통화가 가능한 로밍폰과, 하늘에서건 호텔에서건 24시간 항상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이다. 퓨처랩(The Future Laboratory)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소비자들 중 88%는 언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비행기나 호텔이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니즈는 현재 대부분의 호텔이 인터넷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하는 현실과 대조된다.
 
업계에서 일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미국의 델타 항공은 2009년 말까지 미국 내 전 노선에서 무선인터넷 서비스(유료이긴 하지만)를 제공할 계획이다. ‘에어버스 350’은 아예 별도의 업무 공간을 비행기 안에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호텔을 고르는 면에서도 독특하다. 블레저족들은 보통 여행객들이 투숙하는 ‘관광호텔’이 아닌, 부티크 호텔과 B&B(Bed&Breakfast)의 중간 정도 느낌을 주는 호텔들을 좋아한다. 또 서비스 레지던스의 딱딱함이 아닌, 도시의 특성을 반영하는 충분히 세련된 감각의 호텔을 선호한다. 이런 취향은 향후 호텔 산업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전망이다.
 
블레저 취향 호텔의 대표적인 예로는 얼마 전 스타일닷컴(www.style.com·패션 전문지 <보그>의 온라인 사이트)이 ‘꼭 가봐야 할 호텔’ 리스트에 올린 ‘에이스 호텔’이다. 이 호텔은 미국의 뉴욕과 포틀랜드, 팜스프링스 등에 체인점을 갖고 있다.
 
에이스 호텔은 체인 호텔의 장점과 부티크 호텔의 장점을 잘 섞어 그들의 말처럼 ‘미국 호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인테리어에 있다. 각 체인 호텔은 소재지 도시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인테리어를 콘셉트로 그 도시의 일반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서비스도 독특해 방마다 다른 음악들이 선택돼 있고, 기타와 여벌의 기타 줄까지 비치돼 있다.
 
에이스 호텔의 또 다른 장점은 놀라운 가격 정책이다. 뉴욕 지점은 160달러부터 600달러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의 객실을 갖춰 누구든지 언제나 호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서울대 의류학과 졸업 후 미국 뉴욕 주립대학 FIT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1999년 패션 정보기업인 ㈜PFIN(www.firstVIEWKorea.com)을 설립했다. 현재 유수의 패션 기업과 뷰티 및 유통업계, 관련 단체에 트렌드 예측과 브랜드 마케팅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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