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던 소년은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새 교복을 살 여유가 없었다. 어머니가 밤새 누나의 낡은 교복을 수선해 만들어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낮에는 닥치는 대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원에 다니며 공부했다. 이후 정보기술(IT) 회사를 차려 크게 성공한 그는 ‘아시아의 빌 게이츠’ ‘억만장자’ 등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달고 고국으로 금의환향했다.
이 ‘아메리칸드림’의 주인공은 사회복지법인 ‘꿈·희망·미래 재단’의 김윤종(미국명 스티브 김)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2001년부터 연간 200여 명의 국내 학생들과 380여 명의 연변 지역 조선족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2004년부터 북한의 나진 선봉 지역에 빵 공장, 버스, 비료 공장, 선박 수리소 등을 지원해왔고, 2008년부터는 네팔,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 도서관과 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그는 투자자문회사 SYK글로벌 대표로 있으면서, 최근 자신의 성공 일대기를 다룬 자서전 <꿈, 희망, 미래>를 출간하기도 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7월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무실에서 김 이사장을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처음 창업한 파이버먹스가 6년 동안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타이밍이 아주 중요합니다. 파이버먹스를 창업했던 1984년 당시는 구리선에서 광케이블로 통신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시기였지요. 회사가 성공했던 것은 그 시류를 제대로 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구매 담당자에게 여덟 줄의 광섬유를 하나로 줄인 제품을 보여줬더니, 테스트를 거쳐 10만 달러어치를 주문하더군요. 당시로선 혁신적인 제품을 블루오션 시장에 내놓은 데다, NASA 등의 니즈에 딱 맞아떨어져 성공했던 거죠. 그러한 틈새시장 제품은 작은 기업이 개발하기에 아주 적절해요. 대기업은 작은 시장에 관심을 갖고 먼저 시작하기가 비교적 힘들거든요.”
미국의 기업 시스템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요.
“미국은 실력 위주의 사회입니다. 학연, 지연이 없고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지요. 물론 아이비리그 출신 의사, 변호사들은 좋은 회사에서 먼저 뽑아갑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따지지 않아요. 어떤 일을 했느냐가 중요하지요. 잭 웰치 전 GE 회장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처럼요.
모든 게 실력 위주다 보니 미국에는 기업 간 접대 문화가 없습니다. 영업하러 가면 간단하게 식사하고서 갑을 관계 따지지 않고 더치페이를 해요. 한국 기업들처럼 연고 따지고, 저녁에 만나 술 많이 마시고, 명절이나 경조사까지 챙기는 일은 상상할 수 없어요. 몽골 사람이 한국에 와서 기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거의 성공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성장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백 가지 변수를 항상 따져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경영이란 사실상 전쟁과도 같습니다. 일주일 내내 순수하게 회사 일만 해도 모자란 판국에 영업이나 로비할 시간이 있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 한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업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영업이나 로비하는 데 쓰더군요. CEO는 기업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인재를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미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애로 사항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한국의 직장인들은 대개 일이 먼저고, 가정은 다음이지요. 하지만 미국인들은 철저히 가정과 프라이버시를 중시해요. 신생 기업을 키우려면 밤낮없이 일해도 모자란데, 미국인 직원들은 밤샘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번은 급하게 처리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직원이 꼭 휴가를 가야겠다고 하더라고요. 1년 전부터 계획한 휴가여서 취소하고 잔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런 일을 겪다 보니 CEO로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데 각별한 신경을 쓰게 됐어요.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어 한 배를 탔다는 느낌을 갖도록 했습니다. 사정상 꼭 잔업을 해야 할 때는 강압적으로 명령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최대한 솔직히 말하고 설득하려 노력했습니다. ‘당신이 우리 회사의 핵심 인재인데, 이 일을 못해주면 결국 회사의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CEO가 나서서 감성에 호소하니, 직원들이 점점 이해해주고 회사에 애정을 갖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