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조직, 경기 순환 미리 본다

33호 (2009년 5월 Issue 2)

경기 침체를 이겨내는 조직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경제학자와 금융 전문가들은 경기 순환을 ‘랜덤 워크(random walk)’로 평가했다. 즉 주가와 마찬가지로 경기 순환 역시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시각이 크게 바뀌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주가, 채권수익률 곡선(yield curve)과 같은 경제 지표로 얼마든지 경기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1
 
경기 순환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경영자, 즉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경기 순환 예측 모델을 활용할 줄 아는 경영자가 있다면 어떨까. 당연히 이런 경영자들은 경쟁자보다 성공적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다.
 
필자는 2004년에 쓴 ‘경기 순환 전문가가 알아야 할 원칙(Principles of the Master Cyclist)’2 에서 경영자들이 적절한 예측 도구를 통해 경기 순환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경제 지식이 풍부하고 금융시장 변화에 민감한 경영자, 즉 경기 순환 전문가가 재고 관리, 마케팅, 가격 결정, 인수합병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원칙들과 사례도 들어 있다.
 
2004년은 경영자들에게 경기 순환 예측의 중요성을 인식하라고 강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기였다. 2001년 경기 침체 이후 세계 경제는 뚜렷한 경기 확장의 길을 걸었다. 많은 사람들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절묘하게 구사해 경기 순환을 길들였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경영자들도 밝은 미래만을 점쳤다. 경기 순환을 제대로 예측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 순환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통념은 산산조각이 났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은 각종 정책은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여러 경제 지표를 악화시켰다. 따라서 경기 순환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다시 급부상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 순환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일, 즉 경기 침체에도 끄떡없는 조직을 만드는 일은 재계와 학계에서 매우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필자는 2004년에 썼던 글을 최근 상황에 맞춰 수정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때문에 기업들은 결코 경기 순환과 실적의 상관관계를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경영자들이 다음 3가지 전략을 구사한다면 경기 순환 관리 역량을 개선할 수 있다.
 
첫째, 경기 예측 능력을 길러 경기 순환의 변동과 주요 전환점을 미리 알아내라.
 
둘째, 경기 순환 관리 전략과 전술을 조직 전반에 적용하라. 이때 전략과 전술을 제때 적용하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셋째, 경기 침체에도 끄떡없는 조직을 만드는 일을 장기 목표로 세워라. 이런 조직은 경기 순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통달한 경영자가 있으며 경기 예측 자료를 경영진에게 적시에 전달할 수 있는 간소한 조직 구조 및 경기 순환 관리에 모든 부서가 협력하는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다.
 
[GP TIP] 본 연구에 대하여
 
필자는 경기 순환 전문가 프로젝트를 2000년 9월에 시작했다. 처음 목표는 경영대학원 학생들에게 경기 순환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법을 강의하기 위해 분석적, 통합적, 실험적 수단을 개발하는 데 있었다. 1단계에서는 구체적인 경기 순환 관리 전략 및 전술을 파악하기 위해 광범위한 사례 연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필자는 2004년 ‘경기 순환 전문가가 알아야 할 원칙’을 발표할 수 있었다.
 
2단계에서는 경기 순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심도 있는 사례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경기 순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제와 금융 상황에 통달한 경영자들이 존재하며 간소한 조직 구조 협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를 갖춘 조직이 경기 순환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음을 파악했다.
 
3단계에서는 캘리포니아대의 전략가 필립 브로밀리,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페드로 소틸과 공동으로 경기 순환 관리 능력과 기업 실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본 연구는 최초로 기업의 다양한 사업 부문에 걸친 경기 순환 관리 형태를 분석했다. 한 부서의 경기 순환 관리 형태에 초점을 둔 연구는 많았지만, 여러 부문을 모두 분석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진은 실적이 우수한 기업과 저조한 기업 70곳의 주가와 실적을 비교했다. 그 후 이 기업들을 2001년 경기 침체를 전후로 5년 동안 비슷한 실적을 보인 기업끼리 묶어 35개의 ‘매치 페어(matched pair)’로 분류했다. 35개 매치 페어는 S&P 500 지수에서 35개 하위 업종을 나타낸다. 그 결과 연구진은 기업 실적과 경기 순환 관리 능력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1단계] 예측 능력을 기르고 활용하라
필자의 2004년 글 ‘경기 순환 전문가가 알아야 할 원칙’은 다양한 경기 예측 도구 중 일부만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로 활용할 수 있는 예측 도구는 사내의 컴퓨터 예측 모델이다. 두 번째는 외부 기관이 제공하는 예측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내 모형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도 있다. 경기 순환 관리에 적극적인 조직은 이 두 방법 중 하나를 택하거나 두 방법 모두를 사용해야 한다.
 
필자는 최고경영자 과정에 등록한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기업 경영자들과 일하면서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바로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경제학자들에게 경기 순환 예측을 맡기면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자에게 의존하는 대신 경영자들 스스로 경기 순환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할 일이 태산인 경영자가 경기 순환까지 예측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순환 예측은 생각처럼 까다롭지 않다. 필자는 몇 가지 도구와 권위 있는 경제지에 실린 정보를 활용해 사용이 간편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예측 도구는 ‘국내총생산(GDP) 예측 방정식’이다. GDP의 변화에 따라 경기 순환도 바뀌기 때문이다. GDP를 결정짓는 4가지 요인은 소비, 기업 투자, 순수출, 정부 지출이다. 소비자 신뢰지수, 소매 판매, 공급관리자협회(ISM) 지수 등 주요 경기 선행지표 등을 각 항으로 하는 GDP 예측 방정식을 활용하면, 경영자들은 경기 순환 예측 감각을 연마할 수 있다.
 
GDP만큼 중요한 지표가 또 있다. 경영자들은 주식시장의 동향을 주시하고, 단기 국채와 장기 국채 간의 수익률 차이를 뜻하는 채권수익률 곡선의 변화도 지켜봐야 한다.
 
이 도구들의 예측 능력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2번의 경기 침체를 확실하게 예고한 것은 주식시장이 하락 추세에 진입하면서부터다. 채권수익률 곡선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는 장기 채권수익률이 단기 채권수익률보다 높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다가오면서 장기 채권수익률이 단기 채권수익률을 밑도는 채권수익률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채권수익률 곡선은 최근에 있었던 7번의 경기 침체 중 무려 6번을 예고했다.3
 
[2단계] 타이밍 전략과 전술을 사용하라
필자는 ‘경기 순환 전문가가 알아야 할 원칙’에서 경기 순환 관리 원칙을 세우기 위해 실시한 경기 순환 전문가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금융시장을 읽을 줄 아는 경영자들이 재고 관리, 생산, 마케팅, 가격 책정에 관한 전술적 의사결정과 자본 확충, 인수합병, 투자 등을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후에도 필자는 경기 순환 관리 전략과 전술을 계속 보완, 수정했다.
 
인력 관리 필자는 2004년에 발표한 글에서 경기 호황기에 경쟁사가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하며 신규 채용을 계속하더라도 이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술 우위를 확보하려는 기업은 경기 위축에 대비해 인력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4 마찬가지로 시장 동향에 민감한 경영자들은 이미 경기 반등을 내다보고 경쟁사보다 발 빠르게 신규 채용에 나서고 있다. 경기 침체기는 기업들이 최고의 인재를 선발하고, 직원들의 전반적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기다. 인력 시장에 일자리를 잃은 인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고 임금 인상이 본격화되면 새로 뽑은 직원들이 곧 다른 회사로 옮기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직장에 만족하는 직원들은 다른 곳에서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더라도 계속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5 직장을 옮기면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사를 할 수도 있고, 퇴직금과 연금 액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경기 침체기에 직원을 뽑으면 인재 유출도 손쉽게 막을 수 있다.
 
마케팅과 광고 경기 침체기에는 마케팅과 광고 투자를 낭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마케팅이나 광고 투자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필자는 2004년 글에서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 경영자들은 경기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케팅 지출을 늘려 재고를 줄이는 일이 급선무다. 재고를 처리한 후에 경기 위축에 대비해 마케팅 예산을 줄이라”고 말했다.6
 
재고를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마케팅 지출을 줄여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필자의 주장은 잘못됐다. 경기 침체기에 마케팅 지출을 늘려야 브랜드를 정착시키고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다.7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의 광고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전반적인 광고 편수도 크게 줄어든다. 때문에 조금만 기발한 광고 문구를 개발해도 소비자의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다. 게다가 광고료까지 싸기 때문에 투자한 돈에 비해 거둘 수 있는 광고 효과는 호황기 때보다 훨씬 크다.
 
중요한 점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실시했던 마케팅 전략을 경기 침체기에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경기 순환 단계별로 광고 문구와 제품 구성을 모두 바꿔야 한다.
 
식품회사 엘 폴로 로코가 2001년 실시한 정책을 보자. 캘리포니아 코스타메이사에 위치한 이 회사는 세트 메뉴에 사용하는 육류를 흰 살코기보다 싼 붉은 살코기로 바꿨다. 댈러스에 위치한 대형 주택건설업체 센텍스도 저가 주택을 늘리는 전술을 취했다. 센텍스 경영자들은 여러 차례 경기 순환을 겪으면서 저가 주택이 고급 주택보다 경기 순환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을 깨달았다.8
 
불황기에는 소비자의 잠재적 요구를 끄집어내고, 호황기에는 구체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마케팅의 불문율이다. 따라서 마케팅 문구도 변해야 한다. 경기 침체기에는 가격 이상의 ‘가치’를, 경기 호황기에는 ‘스타일’을 팔 수 있는 마케팅 문구를 사용해야 한다.
 
가격 결정 경기 침체기에는 가격을 올리는 경영자들이 많다.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액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어리석은 결정이다. 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수요의 가격 탄력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수록 가격 탄력성은 늘어나고, 가격이 제품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진다.9
 
기업이 경기 확장기에 제품 가격을 제대로 책정했다면 경기 침체기에는 가격을 내려야 합당하다. 제품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수요 곡선이 안쪽으로 이동), 가격 탄력성도 더욱 커지기(수요 곡선이 완만해짐) 때문이다.
 
설비 확장과 현대화 필자는 2004년 글에서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의 현금 흐름이 줄어들어 채무 부담이 커지므로 미리미리 설비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존슨앤존슨은 경기 침체 조짐이 슬슬 드러나던 가장 최근의 경기 확장 후반기에, 7년 만에 처음으로 설비 투자를 줄였다. 감소 금액은 1억 달러 이상에 달했다. 존슨앤존슨이 현금 보유를 크게 늘리자, 매출과 이익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했다.10
 
하지만 이후에 몇 차례 더 사례 분석을 실시한 결과, 필자는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드는 즉시 설비 투자를 늘리는 경기 역행적인 조치도 필요함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 첨단 기술과 스타일을 반영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인텔의 성공 사례를 보자. 인텔은 경기 침체 때마다 생산 설비를 늘린 대표적 기업이다. 그 결과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11
 
경기 침체기에 설비 투자를 늘리면 이점이 또 있다. 자본 비용, 건설 인건비, 장비 및 원자재 가격이 모두 싸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생산 설비 가동률이 감소해도 그에 따른 기회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노후 설비를 교체하거나 현대화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인수와 매각 경기 침체기와 주식시장 약세장 기간에는 싼 가격에 다른 기업을 사들여라. 반면 주가가 치솟는 경기 확장 후반기에는 비싼 가격에 이를 되팔라. 이 단순한 ‘저점 매수, 고점 매도(Buy low, Sell high)’ 전략은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재고 관리 경기 순환 관리에 탁월한 기업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줄여 나가고, 경기 확장 조짐이 보이면 재고를 늘린다. 원자재나 부품 재료를 산더미처럼 쌓아두면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자마자 수익성이 급감할 수 있다. 반면 수요가 활발한 경기 확장 후반기에는 창고 보관비가 비싸지기 때문에 재고 보관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 재고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경기 순환을 이용할 줄 아는 경영자는 경기 침체에 대비해 생산량과 재료 구입량을 줄인다.
 
재무 및 신용 관리 2004년 글에서는 다루지 않은 원칙이다.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의 차이를 뜻하는 금리 스프레드는 경기 순환에 따라 줄어들고 늘어나기를 반복한다. 경기가 침체되면 FRB는 재빠르게 단기 금리를 인하한다. 이때 스프레드도 커진다. 마찬가지로 경기 침체기에는 부채 조달 비용도 늘어난다. 경기 순환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재무 부서는 장단기 부채와 부채비율(debt-to-equity ratio)을 세심히 관리해 자본 비용을 줄인다.
 
경기 침체기에는 대금 연체도 늘어난다. 연체를 막으려면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자마자 할부 판매를 줄이고 미수 대금을 회수해야 한다. 반면 경기가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면 할부 정책을 완화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부추겨야 한다.
 
[3
단계] 경기 침체에 끄떡없는 조직을 만들어라
경영 사학자 앨프레드 챈들러의 고전 <전략과 구조(Strategy and Structure)>에 따르면, 전략을 바꾸려면 반드시 구조부터 먼저 고쳐야 한다.12 경영자들이 경기 순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조직이 경기 순환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 체질부터 대폭 개선해야 한다.
 
경기 순환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조직은 경기 순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통달한 경영자들이 있으며 경기 예측 자료를 경영진에게 적시에 전달할 수 있는 간소한 조직 구조 경기 순환 관리에 모든 부서가 협력하는 조직 문화를 갖추고 있다.
 
경기 순환에 촉각을 곤두세워라 기업은 경기 순환을 예측하는 일이 경쟁 우위의 원천임을 깨달아야 한다. 경기 순환을 중시하는 기업은 경기 순환의 움직임과 폭넓은 거시경제 추이에 관심을 쏟는다. 갖가지 예측 자료, 공급업체, 고객 등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정보원으로부터 쉴 새 없이 정보를 끄집어낸다.
 
경기 순환의 움직임에 둔감한 기업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는지 보자. 필자의 한 동료는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경기 순환을 관리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마케팅, 인사 관리 등 기업이 어떤 한 분야에만 경기 순환 관리를 잘한다고 해서 모든 사업 부문이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음을 밝혀냈다.13 특정 분야에서 경기 순환 관리를 철저히 하는 기업이라도 이를 사업 부문 전반에 확대 적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또 직원들 중 일부만 경기 순환 관리에 능숙한 기업도 많다.14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통달하라 최신 경제학이나 재무 관리에 익숙하지 않은 경영자들은 예측 자료를 해석할 때, 경기 순환 움직임이나 전환점을 예측할 때 한계에 부딪힌다. 경영자들은 경제 및 재무 지식을 늘리는 데 힘써야 한다. 경기 순환 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금융시장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한다.
 
조직 구조를 간소화하라 기업은 경기 예측 자료 처리와 배포가 쉬운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반도체 회사 커넥선트(Conexant)처럼 실패를 겪을 수 있다.
 
2001년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 커넥선트의 중간 관리자들은 경기 침체 조짐을 감지했다. 주문이 급속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대한 조직 구조의 장벽에 가로막혀 이 정보를 최고경영자(CEO)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커넥선트 경영진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을 토대로 생산 계획을 마련했고, 이후 커넥선트는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한때 잘나가는 우량주였던 커넥선트 주식은 깡통주로 전락했다.15
 
조직의 모든 부서가 경기 순환 관리에 협조하라 경기 순환을 중시하는 조직을 만들려면 조직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 즉 전 부서가 경기 순환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협조하는 문화를 갖춰야 한다. 미국 철강회사 누코의 사례는 협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누코 직원들은 경기가 침체되자 ‘고통 분담 프로그램’이라는 획기적 조치를 묵묵히 받아들였다. 이 프로그램은 감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경기가 나쁠 때 직원 급료를 삭감하고 근무 시간도 줄이는 조치다. 이를 바탕으로 누코는 경기 침체기에도 노동 파업에 시달리거나 재능 있는 인재를 뺏기지 않았다. 생산 비용도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16
 
경기 순환을 활용하라
필자는 ‘경기 순환 전문가가 알아야 할 원칙’에서 2001년 3월에 시작된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조짐이 여럿 있었음을 지적했다. 채권수익률 곡선, 주가, 컨퍼런스 보드의 경기선행지수 등에서 모두 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필자는 동시에 경기 침체를 이겨낸 기업들의 사례도 제시했다. 듀폰은 2001년 경기 침체를 기회로 제품 라인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생산 설비도 현대화했고, 노후 생산 시설은 폐쇄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전 세계 원유 수요가 급증하리라는 내부 예측 자료를 토대로 원유 시장에서 헤지(hedge)를 단행했다. 그 결과 연료비를 100% 가까이 줄이고, 업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익을 냈다.17
 
필자는 현재 경기 순환 전문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경영대학원생이 대거 참여한 ‘20082009년 금융위기에 관한 사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어떤 기업이 지금의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할지, 이번 금융위기를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지 섣불리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경제학과 금융시장 상황에 통달하고 이에 관한 예측 자료를 주의 깊게 검토한 경영자라면, 20082009년 금융위기에 발목을 잡히지 않았으리라는 점이다.
 
2001년 경기 침체와 마찬가지로, 채권수익률 곡선은 2008년 경기 침체가 닥치기 훨씬 전부터 역전됐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2007년 10월에 최고점에 다다른 주가는 그해 12월부터 뚜렷한 하향세를 그렸다. 경기선행지수도 2007년 6월부터 하향세를 보이기 시작해 12월 최저점을 찍었다. 즉 경기 순환을 중요시하고 적절한 경기 예측 도구를 사용한 기업이라면 금융위기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기업은 큰 피해를 봐야 했다. 경기 침체는 경쟁회사 10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손실을 회사에 끼치기 때문이다. 많은 경영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야 경기 순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기 침체에 끄떡없는 탄탄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CEO들은 경기 순환 관리를 조직의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스스로 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CEO 본인이 경기 순환 단계별로 경기를 예측하고, 적절한 전략과 전술을 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경기 예측을 중요시하고, 이에 적합한 조직 구조와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 경기 순환 전문가 조직은 저절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번역 서정아 blurmanics@gmail.com
 
피터 나바로는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저서 <늘 승자가 되라: 호황기와 불황기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법(Always a Winner: Finding Your Competitive Advantage in an Up and Down Economy)>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MBA스쿨이 발행하는 경영 전문 계간지 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09년 봄 호에 실린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글 ‘Recession - Proofing Your Organiza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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