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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제도 혁신 방법론

제안의 목적은 ‘개선’이 아니라 ‘목표 달성’

어용일 | 29호 (2009년 3월 Issue 2)
한국 기업들이 직원 참여 경영의 핵심 수단인 제안 제도를 도입한 지 40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제안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안 제도를 통해 직원 참여를 이끌어내기는커녕, 직원들에게 쓸데없는 스트레스만 주는 제도로 전락시킨 기업들도 상당수다.
 
제안 제도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왜 이렇게 운영이 어려울까. 어떻게 하면 제안 제도를 잘 운영해 조직원의 지혜와 집단 지성을 도출해낼 수 있을까. 필자는 기업이 제안 제도를 통해 어떻게 혁신을 거둘 수 있을지 방법론을 제공하고자 한다.
 
제안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
조직원들이 경영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기업의 경영 성과 또한 높아진다. 조직원들을 제도적으로 경영에 참여시키는 도구가 바로 제안 제도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이 중요한 제도를 매우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많은 직원들은 제안을 자신의 일과는 별개의 일로 인식하고 있다. 대다수 조직원들은 제안을 ‘일하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개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인식 때문에 제안을 자신의 일과 별개의 일(side job)로 인식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 일하면서 느낀 문제를 찾으라고 하면 대부분 “나는 문제가 없다”고 답한다. ‘나는 일을 잘하고 있는데 왜 회사에서는 문제를 찾으라고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다 보니, 그때부터 문제를 찾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제안을 위한 제안’이 되는 것이다. 일도 해야 하고 제안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은 제안을 업무에 부담을 주는 별개의 일로 인식하고 있다.
 
둘째, 제안 제도 자체가 너무 오래돼 현재 환경에 맞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 제안 제도를 도입한 때는 1970년대 산업화 시기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은 지금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기업은 개선 전·후를 비교하라 하고, 심사표를 사용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제안 제도를 운영한다. 새마을 운동도 아니고, 21세기 기업이 왜 산업화 시대의 화석이나 다름없는 과거의 제안 제도를 그대로 운영해야 하는가. 특히 과거의 제안 제도는 제조업에서 출발했으므로 비제조업, 특히 서비스업에는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셋째, 조직원들의 의식 변화는 없는데 제안 제도 자체만 수차례 바뀌었다. 중국 고사에 ‘말이 마차를 끌고 가는데, 말이 가지 않으니 마차만 자꾸 고친다’는 말이 있다. 제안 제도도 마찬가지다. 제안 제도에 대한 조직원들의 관심은 낮은데, 담당 부서는 관심을 이끌어낸다는 명목하에 수년간 규정만 보완해왔다. 말이 가면 마차는 당연히 움직인다. 마차만 고쳐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이 먼저 움직이도록 제안 제도 변경보다 조직원의 의식 변화를 먼저 이끌어내야 한다.
 
제안 제도 성공 위한 방법론
제안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기존의 제안 제도에 대한 조직원의 인식부터 바꾸고 △제안 제도를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게 단순화하며 △조직원의 모든 제안을 공개·공유하는 사용자 중심의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앞서 말했듯 제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아무리 제도를 단순화하고 전산 시스템을 잘 구축해도, 제안에 대한 조직원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결코 제안 제도를 활성화할 수 없다.
 
제안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제안 제도 자체가 단순한 과정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방법은 쉽지만 이를 반드시 실천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제안 제도 활성화 방법을 경시하고, 새로운 방법만 찾으려 한다. 하지만 활성화 방법을 즉시, 꾸준히 실천하는 것 외에 새로운 방법은 없다.
 
제안 제도의 올바른 실행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필요하다.
 
1)기존 제안 제도에 대한 조직원 인식을 바꾸기 위한 교육
첫째, 제안의 위상부터 새로 정립해야 한다. 단순히 문제점을 찾는 행위 이상으로 제안의 위상을 정립해야 조직원의 인식이 바뀐다. 제안의 진정한 위상은 바로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 회사가 설정한 목표를 조직원이 실행하는 과정에서 제안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디어 도출과 실행이 동시에 이뤄져야 성과가 배가된다. 제안 제도는 조직원이 회사의 목표, 팀의 목표, 자신의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일과 제안의 관계를 명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일과 제안의 관계를 정립할 때 직면하는 질문은 “일을 잘하기 위해 제안을 하는가, 제안을 잘하기 위해 일을 하는가?”이다. 대부분의 조직원들은 일을 잘하기 위해 제안을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안거리를 찾아다니며 제안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일과 제안’이 아니라 ‘일을 제안’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그림1 참조)  

셋째, 제안의 목적을 ‘개선’에서 ‘목표 달성’으로 바꿔야 한다. 업무를 개선하려면 자신의 업무 과정 중에 생겨나는 문제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를 찾기도 어렵고, 조직원들은 자신이 일하는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제안 참여율이 보통 20∼30%에 불과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개선의 또 다른 한계점은 미래의 일을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출근하면 오늘 할 일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고, 내일 할 일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것이 현대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오늘 내일 할 일에 대해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미래의 일을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목표 달성형 접근 방식이다. 목표 달성형 접근 방식은 문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아이디어를 내는 ‘어떻게(How-to)’의 접근 방식이다.(표1 참조) 
 

넷째, 제안 대상의 우선순위를 새로 정립해야 한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개개인의 업무다. 제안은 자신의 업무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다음에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안을 한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 제안하는 것이 ‘내 일’이고, 팀 목표 달성을 위해 제안하는 것이 ‘팀 목표 달성 제안’이다. 즉 제안은 ‘내 일 → 팀 목표 달성 → 타 부서 → 회사 일’ 순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제안의 우선 순위가 거꾸로 돼 있어 현실적인 제안이 나오지 않는다.
 
다섯째, 조직원 개개인의 업무 처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 자신의 일에 대해 제안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문제점을 찾으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라는 것이다. 보통 직원들은 회사에 출근해 자기 능력의 50∼60% 정도를 발휘하고 퇴근한다. 100% 능력을 발휘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아이디어를 낼 때 자신의 능력을 100% 달성할 수 있도록 내면 어떨까? 이는 현재 일하는 수준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내 일’의 핵심이다. 자신의 일을 잘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려면, 자신의 일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하며 공부도 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일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여섯째, 직급별 제안 교육을 해야 한다. 기업에 가면 “다 아는 제안을 왜 교육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40년 전부터 기업에 자리매김한 제안 활동에 익숙해진 까닭에 이미 제안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는 소리다. 과연 제안을 교육 없이도 잘할 수 있을까? 제안의 내용도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 제안도 교육이 필요하다. 제안 교육은 직급별로 이뤄져야 한다. 즉 조직원을 경영자, 심사자, 제안자, 리더 등으로 구분해 직급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2)제안 제도의 단순화
첫째, 제안 양식을 e메일 수준으로 단순화해야 한다. 현재의 제안 양식은 4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그 양식이 매우 복잡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조직원들은 제안서 작성에 부담을 느낀다. 아이디어는 간단한데, 이를 제안하려면 현상 및 문제점을 찾아야 하고 개선 방안도 상세히 적어야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제안서 양식을 단순화해 조직원의 제안서 작성 부담을 없애야 한다. 가장 좋은 제안서 양식은 e메일 양식이다.
 
둘째, 전체 제안의 95%는 낮은 등급의 제안이므로 심사표 자체를 페지한다. 모든 기업의 제안 실적을 등급별로 분석해보면, 높은 등급의 아이디어는 전체의 1%도 안 된다. 95% 정도가 낮은 등급의 아이디어다. 등급별 실적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반드시 2번 꺾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를 ‘2번 꺾인 그래프 원칙’이라 이름 붙이고 있다.(그림 2)  

그래프를 보면 낮은 등급 아이디어는 등급을 세분화할 가치가 없고, 높은 등급 아이디어는 등급을 세분화할 만한 숫자가 부족하다. 결국 제안 등급은 성과를 내는 등급, 중간 등급, 단순 등급의 3등급으로 분류하면 충분하다. 복잡하게 10등급씩 나눌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낮은 등급 아이디어라고 경시하지 않는 태도다. 높은 등급 아이디어에서 많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낮은 등급 아이디어도 직원 참여와 훈련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40년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은 낮은 등급 아이디어조차도 심사해왔다. 95% 정도의 낮은 등급 아이디어는 심사표 없이도 즉각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제안 내용을 보고 ‘채택/불채택’ ‘우수/보통/단순’ 등 3단계 방식으로 즉시 심사하라.
 
셋째, 제안 프로세스와 포상 프로세스를 구분한다. 낮은 등급 제안은 제안 프로세스, 높은 등급 제안은 포상 프로세스로 구분한다. 제안 프로세스는 팀장 선에서 종결지으면 충분하다. 높은 등급 제안의 경우, 팀장이 경영진에 추천한 후 별도의 포상 위원회를 열어 기본 포상금에 추가 포상금을 주면 효과가 배가된다.
 
3)사용자 중심의 전산 시스템 구축
전산 시스템은 제안 활성화의 필수 요소다.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제안 내용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 수 없어 제안의 공개 및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다. 전산 시스템은 제안의 모든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도록 만들어야 하며, 모든 작업은 2번 클릭하는 수준에서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통계 자료는 자동 처리되고, 관리자 화면을 만들어 관리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방방재청, 한국서부발전, 한국폴리텍대학과 같은 정부·공기업, 여천NCC, 우주일렉트로닉스, 현대파워텍, 일동제약, 벽산, 삼성정밀화학 등을 포함해 제안 제도로 성공한 기업은 상당히 많다. 이 기업들의 특징은 제안 제도를 단순히 문제점 파악이 아닌 업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조직원들이 제안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제안의 양은 일반 기업의 10배가 넘는 경우가 많다. 안팎으로 어려운 지금, 더 많은 기업들이 제안 제도를 통해 조직원의 참여와 성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필자는 서울시립대 공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물산 경영혁신팀장, 한국능률협회 수석 컨설턴트를 거쳐 현재 CNP경영연구소 소장 및 한국제안활동협회 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과 소방방제청 제안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제안활성화로 일하는 방법 개선> <제안활동 성공추진 매뉴얼> <실행하기 쉬운 21세기형 제안제도> 등이 있다.
  • 어용일 | - (현) CNP경영연구소 소장
    - 한국제안활동협회 연구소장
    -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
    - 소방방제청 제안 자문위원
    - 삼성물산 경영혁신팀장
    - 한국능률협회 수석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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