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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명의 브레인스토밍 신사업을 창조하다

오스발 M. 비엘란(Osvald Bjelland),로버트 채프먼 우드(Robert Chapman Wood) | 22호 (2008년 12월 Issue 1)
오스발 M. 비엘란 Xynteo Ltd. 회장, 로버트 채프먼 우드 미국 새너제이주립대 전략경영 교수
 
IBM
은 최신 기술을 시장에 내놓기 위해 15만 명의 직원과 주주들을 참여시켰다. 이들이 겪고 이뤄낸 어려움과 성공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6개국에서 8개의 연구실과 3000명의 연구원을 거느리고 있는 IBM연구소는 세계 최대의 기업 연구기관이다. IBM의 샘 팔미사노 회장은 연구 진행 상황을 살피기 위해 매년 미국 뉴욕주 요크타운 하이츠에 있는 본사를 방문한다.
 
2006년 초 팔미사노 회장이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열정에 찬 연구진은 그에게 새로 개발한 모든 기술을 보여 주었다. 한 가지 기술은 날씨를 정밀하게 예측해 한 동네에서 이웃동네보다 눈이 얼마나 더 내리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 관계자들은 휴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쇼핑객들이 웹상에서 3차원(3D) 가게에 들러 3D 시제품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인터넷 구축 기술도 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연설을 실시간으로 번역할 수 있다. 사람의 통역 없이도 중국의 CCTV나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에 영어로 자막을 실을 수 있다.
 
시연 후 당시 IBM의 수석연구원이던 폴 혼과 연구 분야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캐시 레이저가 팔미사노 회장을 만났다. 혼은 “그가 대단히 흥분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다음 도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IBM이 항상 비효율적으로 다뤄온 난관을 성공적으로 이겨내 기술을 상업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팔미사노 회장은 ‘이 물건들을 시장에 좀 더 빨리 선보일 수 있는 참신한 방법을 당장 찾아보자’고 말했지요.” 팔미사노 회장은 34만6000명의 유능한 직원들과 함께라면 새 기술로 만든 제품을 시장에 더 빨리 내놓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영진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잼(Jam)’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IBM의 내부 용어인 잼은 온라인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회의’를 뜻한다. IBM은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 2001년 처음 잼을 개발했다. 점점 많은 직원이 IBM 사무실보다 집이나 고객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IBM 인트라넷 상의 웹 페이지와 연결된 내부 게시판들의 집합체인 잼은 모든 게 중앙에서 관리되고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사흘 이내에 답변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이를 통해 값진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물론 자신이 중요한 일에 참여하고 있으며, 누군가가 자신의 의견을 경청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부터 잼은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2001년 열린 잼에는 5만2000개의 제안이 올라왔다.
 
잼이 계속될수록 IBM의 가치가 명확해졌으며, 회사 운영을 개선할 만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어마어마한 양의 게시물을 검토하기 위해 만든 정교한 시스템으로 회사는 중요한 활동들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착수를 촉진하기 위한 잼은 좀 달랐다. 연구원들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들은 막연하기만 했다. IBM처럼 큰 회사에서 충분히 이익을 낼만한 신사업을 개발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난관들이 발생했다. 기술을 이익으로 바꿀 방법을 찾으면서 IBM은 잼 시스템에 전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됐으며, 회사 미래에 더 중요한 결과를 가져오길 기대했다. 팔미사노 회장이 바란 대로 많은 사람이 잼에 참여한다면 기술 혁신을 증진할 가장 큰 온라인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다.
 
2006년 ‘이노베이션 잼’은 사흘씩 두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는 잼의 결과에 따라 1억 달러를 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프로젝트는 잼이 상당히 성공적임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며, IBM의 기술을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들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15만 명의 IBM 직원과 가족, 협력업체, 고객(67개사), 대학 연구원이 참여했다. 104개국에서 잼에 접속한 참가자들은 하루에 24시간 내내 대화했다.
 
그러나 이노베이션 잼 경험은 그 성공만큼이나 그것이 보여 주는(그리고 IBM이 극복하고자 애쓰는) 어려움도 중요하다. 아이디어는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샘솟거나 구체화되지 않는다. 사실 각각의 제안을 건설적으로 발전시키는 참가자는 매우 드물다. 이노베이션 잼은 IBM 네트워크에서 나온 상당량의 아이디어들을 통해 만들어지며, 잠깐 관심을 가진 몇 가지 생각들을 바탕으로 인위적으로 대화를 끌어가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고안됐다. 그러나 합의를 인위적으로 몰고 가는 조직원이 없다면 대화는 자발적인 합의로 흐르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대화할 때보다는 그 후에야 새로운 비전이 더 많이 나타났다. IBM은 용의주도한 프로세스를 신중히 개발하여 잼의 각 단계 이후에 발생하는 아이디어를 수확하는 데 사용했다. 임원진을 비롯한 몇 명이 수십만 개의 게시물을 걸러내는 데 몇 주가 걸렸다. 리더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핵심이라고 여기던 아이디어들을 뽑아내고 실무자들과 함께 그것들을 일관적인 사업 개념으로 엮을 수 있었다.
 
이노베이션 잼의 교훈은 매우 역설적이다. 이노베이션 잼은 조직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중요한 전략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 준다. 이는 온라인 대화와 복잡한 기술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들을 짊어질 아이디어를 불러와 회사에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노베이션 잼은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다른 아이디어들을 인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따른 한계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회사의 책임자급 분석가와 관리자들은 (무수히 많은 말들 가운데 일부를 골라내기 위한 복잡한 소프트웨어와 함께) 이노베이션 잼이 아이디어들을 유용하게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들은 이전과는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들의 새로운 역할은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해 키워주고 그것이 조직에 의해 정립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진보의 원동력이었다.
 
이 글에서는 규모 면에서 독특하고 투자된 자원의 양이 범상치 않은 IBM의 혁신 노력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이 글은 잼에 대한 참여 관찰, 성공 후 이뤄진 잼 웹 페이지와 게시물 검토, 잼을 만든 사람과 참여자, 아이디어 제공자, 수석연구원진, 임원진 등과의 20회 이상의 인터뷰, 떠오르는 기술들의 온라인 사용 등에 근거해 쓴 것이다.
 
세계적인 브레인스토밍
IBM의 지적 자본 포트폴리오는 막강하다. IBM은 세계 어느 회사보다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매년 더 벌어지고 있다. 몇몇 새로운 IBM 기술들은 고객들에게 순조롭게 선보였으며, 새로운 이익을 상당히 내고 있다. 그러나 많은 회사처럼 IBM도 종종 혁신을 복잡한 제품 포트폴리오에 맞출 수 있는 명확한 메커니즘이 부족하다. 한 임원은 “IBM에서 새 제품은 생산되지 않고 도망간다”고 말함으로써 회사 안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좌절을 표현한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혁신은 IBM의 수익성을 높인다. 그러나 IBM의 매출은 다른 기술사업에 비해 느리게 성장했으며, 2007년에는 세계 최대의 기술 회사 자리를 휴렛패커드(컴팩컴퓨터를 인수해 거대 소비자 시장에서 IBM보다 성공하고 있음)에 내줬다.
 
제품을 시장에 빨리 내놓는 것은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 잼 조직원들은 참여자들에게 핵심적으로 떠오르는 IBM의 기술들을 뽑도록 했다. 웹 페이지에 6그룹으로 나뉜 25개의 클러스터들이 나타났다.(‘IBM 2006 이노베이션 잼 프로세스’ 참조)
 
웹 사이트에는 IBM의 전문가들이 어도비 플래시 기술과 시연에 대해 알려주는 디지털 미니강의가 포함됐다. IBM연구소와 다른 부서들의 전문가들은 온라인 토론에서 참가자들이 기술을 이해하고 고객 니즈를 표현하도록 돕는 중재자로 참여했다.
 
각 IBM 잼은 새로운 실험적 요소를 가져왔다. 이노베이션 잼에서는 아이디어들을 더 완성된 형태로 발전하도록 돕는 일련의 시도들을 찾았다. 이노베이션 잼은 두 과정으로 구성된 최초의 잼이었다. 7월에 열린 1단계 잼에서 회사는 핵심 기술에 대한 정보를 게시했으며, 참여자들은 이것들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했다. 9월에 열린 2단계 잼에서는 참여자들이 1단계에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했다. 2단계에서 참가자들은 위키를 사용해 핵심 아이디어들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개별 사이트를 선택할 수가 있다.
 
모든 게 이상적으로 작동하진 않는다. 많은 참가자는 그저 둘러보기 위해 로그인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4만6000여 개의 아이디어들을 올렸다. 그들은 열정적으로 잠재적 수익을 가져다 줄 제안을 했다. 인도의 한 참가자로부터 받은 이 글이 전형적인 사례다.
 
우리는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로 많은 사진을 찍지만 그것을 비디오로 만들려면 용량에 한계가 있다. 비디오를 웹 사이트에 올리고, 데이터를 멀리 떨어진 서버로 전송해 저장하는 장치가 캠코더에 내장돼 있으면 좋겠다.
 
IBM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노베이션 잼은 ‘가장 거대한 온라인 브레인스토밍 과정’이며, 15만 명의 참가자들을 거느린 채 브레인스토밍의 많은 강점을 이용하고자 운영된다. 사람들은 그들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고, ‘모든 아이디어마다 가치가 있다’는 콘셉트 아래서 잼이 관리된다. 그러나 잼은 동시에 온라인이라는 형태가 가진 고유의 문제뿐 아니라 거대한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겪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혁신을 위한 강력하면서도 까다로운 방법’ 참조)
 
 


 
[DBR TIP] 이노베이션 잼에서 창출된 사업
 
지능형 건강관리 지불 시스템 스마트카드 같은 작은 개인용 장치를 사용하는 건강관리 지불 및 관리 시스템. 이 시스템은 금융 거래와 보험금 청구의 진행, 전자 건강 기록의 업데이트 등의 발달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사업은 ‘육성 단계(incubator stage)’를 이미 마쳤으며, 관련 제품들은 IBM 건강관리 산업 솔루션의 주요한 부분이 되어 있다.
 
간략화된 비즈니스 엔진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우며, 미리 패키지화된 웹 2.0 서비스와 블레이드 서버 제품이다. 이 제품은 중소 규모의 기업체도 대기업처럼 자신들의 필요에 최적화된 응용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사업 역시 육성단계를 지나 현재 IBM 소프트웨어&시스템 비즈니스 사업부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번역 서비스 건강관리와 정부기관, 여행, 교통 등과 같은 서비스에서 세계 주요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 주는 서비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IBM의 연구개발(R&D) 부문이 다양한 사업 모델에서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능형 공공 설비 네트워크 실시간 모니터링과 제어, 분석, 시뮬레이션 등 ‘지능형 장치’를 통해 전력망의 신뢰성과 관리능력을 향상시키는 시스템. 현재 파일럿 프로젝트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실제로 사용 되고 있다. 이 기술은 IBM 공공 설비 사업의 핵심제품이 됐다.
 
3차원(3D) 인터넷 IBM은 최상의 가상 세계와 게임 환경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3D 인터넷은 전 세계적 전자상거래와 일상적 비즈니스 운영의 새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사업 부서는 다른 업체들이 3D 인터넷 시스템을 쉽게 설계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시제품 제조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탐색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Digital Me’ 개개인이 축적하고 있는 디지털 사진, 비디오, 음악, 건강 및 금융기록, 개인정보, 파일 등 대용량 개인 콘텐츠를 저장·운영하고 나아가 장기 접근이 가능하게 하는 사용자 중심 서비스. 이 부분은 2개 프로젝트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개인 정보를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사용자 중심 접근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중을 위한 지점 없는 은행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의 고객 중 기존 금융기관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원격 무선 네트워크 등을 통해) 입출금, 소규모 대출 등 기본적인 은행 업무를 제공하는 기술. 해당 사업 부문은 타깃 시장에서 마이크로 금융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주요 은행들과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통합 대중교통 정보 시스템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역의 환승 시스템, 버스, 철도, 고속도로, 항공 등의 모든 것과 관련한 실시간 정보를 통합하고 관리하고 전파하기 위한 주문형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신사업 부서는 영국, 싱가포프, 두바이, 호주 등으로부터 중요한 주문을 받았다. 이 시스템 이름은 나중에 지능형 교통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전자 건강기록 시스템 개인 건강 검진 기록의 자동 업데이트와 그에 대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접속, 환자 기록의 통합 관리와 관련한 시스템이다. IBM은 이 프로젝트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경영진에서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아직 전자 건강 기록 시스템에 투자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빅 그린’ 이노베이션 IBM은 자사의 앞선 전문 지식과 기술을 새로운 환경사업 기회에 적용할 사업 부서를 출범시켰다. 주요 환경사업 기회는 수자원 관리와 나노기술을 이용한 수처리 필터, 효율적인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이다.
 
이 분야의 초기 파일럿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IBM 경영진은 회사 역사상 가장 큰 10억 달러 규모의 신사업을 시작했다. 새 사업은 IBM과 고객이 컴퓨팅에 에너지와 자원을 쓰는 방법을 헌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데이터 통합, 모델링, 인프라 자산 관리, 날씨 관리 등 수십 개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의 한계
자연히 브레인스토밍 접근법은 실용적이지 못하다. IBM의 주력 사업과 관련이 없는 많은 아이디어, 예를 들어 태양열 변기나 아마씨 자동판매기 에 관한 아이디어를 생산할 뿐이다.
 
문제는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게 전통적인 브레인스토밍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 수석 연구원은 ‘지구에서 사용할 물을 외계 혜성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왜 실용적이지 않은가’를 설명하는데 엄청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IBM의 사업을 선도할 만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토의에서 아이디어 중재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IBM 알마덴 연구센터의 부사장인 마크 딘은 중재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토론 참가자들에게 많은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중재자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딘은 여행이나 가상사회에 관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모인 토론 그룹 ‘어디로 가기’를 주재한 경험이 있다. 이때의 경험을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그룹 내 아이디어를 도출하도록 독려하는 데 능숙하고, 개인 블로그를 가지고 있으며,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디로 가기’ 그룹의 주재자로 뽑혔다. 오프라인 미팅에서는 사람들을 특정 주제에 계속 묶어두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게 매우 어렵다.”
 
딘은 자신이 오프라인 미팅에서 성공적으로 사용한 많은 기술이 잼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고 밝혔다. “키보드로 생각을 입력할 때 당신은 떠오르는 생각들을 바로바로 적을 수 있어야 한다. 실제 미팅에서 필요한 보디랭귀지 기술이 잘 먹혀들지도 않는다. 게다가 불가피하게 긴 시간동안 대화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큰 모순이다. 8시간 잠을 잔 뒤 돌아오면 어떤 아이디어에도 대답할 수가 없다.”
 
이 문제점들은 특히 첫 번째 단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두 번째 단계에서 더욱 심각하게 드러난다. 운영진과 전문가들은 첫 번째 단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엄정하게 걸러 31개의 ‘큰 아이디어’로 만든다.(‘IBM 2006 이노베이션 잼 프로세스’ 중 5단계 참조)
 
두 번째 단계 참가자들은 어떤 아이디어가 가장 좋은지를 지목하거나 지목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방안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이전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한 제안은 거의 없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잼에서 얻은 주요 아이디어 가운데 완벽히 독창적인 것을 찾기는 힘들다.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아이디어를 IBM 간부들에게 보고했기 때문이다.
 
잼의 진정한 가치는 많은 아이디어를 한자리에 모으는 데 있다. 잼은 기존에 이미 나왔지만 어느 누구도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 아이디어나 중요한 아이디어를 보완해 주는 작은 아이디어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며, 경영진이 진행하고 있는 혁신 작업을 어떻게 성공할 것인지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준다.
 
아이디어 포착하기
브레인스토밍은 서로 연관이 있고 나중에 결합이 가능한 방대한 아이디어 풀을 만든다. IBM이 가장 가치 있는 코멘트들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론은 1990년대 말 첫 번째로 개발한 텍스트 검사 소프트웨어다.
 
텍스트 검사 소프트웨어는 보통의 문장에서 단어를 검토하고 카테고리별로 아이템을 분류한다. 이를 사용하려면 성능 좋은 컴퓨터가 필요하지만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단순하다. 분류 소프트웨어가 동의어를 포함한 아이템을 찾아 이를 같이 묶는 것이다.
 
분류 소프트웨어가 잼의 게시물들을 검사하면 많은 게시물이 ‘건강’이나 ‘웰빙’과 같은 동의어가 ‘청구서’ ‘송장’ ‘지불금’ 등과 함께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건강 비용’과 관련 게시물을 한 카테고리에 만드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후 건강 관련 비용에 관심이 있는 경영진은 모든 게시물을 단 한 번에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는 비논리적 카테고리도 많이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이 소프트웨어는 ‘회의’라는 단어가 포함된 많은 게시물을 모두 한 카테고리로 만든다. 그러나 의견을 올린 이의 입장에서 ‘회의’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단어일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사람이 카테고리를 일일이 검토해야 하고,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을 버리기도 한다. IBM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공 지능 기술을 이용하고 있지만 정확도는 크게 향상시키지 못했다.
 
사람과 기계가 이노베이션 잼의 단계마다 함께 움직여야 관련 게시물들을 효과적으로 모으고 분류할 수 있다. 자원 봉사자들은 잼의 단계가 끝날 때마다 각각의 게시물을 읽고 특별히 관심을 끄는 곳에 강조 표시를 해 둔다. 컴퓨터와 사람들이 작업을 마친 후 고위 경영진은 중요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잼의 결과물을 검토한다.
 
50명의 고위경영진과 전문가들은 31개 ‘중요 아이디어’를 종합하기 위해 첫 번째 단계의 결과물을 검토하는 데 일주일을 보낸다. 50명 중 몇몇 그룹은 어떤 아이디어가 중요한 사업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실행에 옮길지를 고려하기 위해 두 번째 단계의 결과물을 검토한다. 단계마다 검토자들은 58명으로 구성된 9개의 하위 그룹으로 나뉘어 일한다. 이 하위 그룹은 건강관리, 환경, 인터넷 등 각각의 아이디어 그룹에 집중한다.
 
두 번째 단계 이후 중견 간부 그룹은 3D 인터넷 지원 사업처럼 실질적인 신사업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 위해 제안 준비를 마친다. 예를 들어 ‘빅 그린’이라 불리는 그룹은 친환경 사업인 급수원 관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11월까지 팔미사노 회장은 10개 신사업을 위한 1억 달러의 예산안을 승인, 발표했다.(‘이노베이션 잼에서 창출된 사업’ 참조)
 
[DBR TIP] 혁신을 위한 강력하면서도 까다로운 방법
 
지금까지 여러 성공 사례 덕분에 IBM의 잼 프로세스가 IBM 혁신에 큰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잼이 방대한 온라인 토론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또 모든 거대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거대 기업이나 네트워크라 하더라도 혁신을 원한다면 이노베이션 잼에 대해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잼을 통해 온라인 토론이 얼마나 복잡한지, 이런 복잡성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M 잼 시스템은 모든 의견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사소한 아이디어들을 한데 모아 결국 연간 최대 990억 달러 규모의 협업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잃는 것도 있다. 온라인 토론과 브레인스토밍 세션은 매우 유쾌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잼은 본질적으로 차후에 천천히 평가받게 될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과정이 핵심이다. 사람들은 잼에 참여하기를 즐기지만, 온라인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곧바로 상품화하는 스릴을 얻지는 못한다. 물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IBM의 목적이 ‘포트폴리오의 차별화를 가져오는 장기적이고 신중한 비즈니스의 조합’이 아니라 ‘신속한 혁신’이었다면 다른 방식을 적용해 성과를 냈을 것이다.
 
IBM 잼을 다른 회사가 만든 온라인 혁신 토론 방법과 비교해 보자. 다른 시스템들은 통상 엄청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더욱 흥미진진하고 신속한 결과를 가져온다. 잼과 다른 시스템이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거대한 혁신 프로세스가 수반하는 본질적인 문제점 때문이다.
 
2007년에 영업관리 시스템 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은 고객이나 종업원 등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세일즈포스 아이디어스’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 시스템은 세일즈포스닷컴뿐 아니라 델컴퓨터처럼 전문직 종사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이나 스타벅스처럼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다.(실제로 스타벅스는 모든 고객이 접속할 수 있는 www.mystarbucksidea.com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세일즈포스닷컴과 델, 스타벅스 시스템은 IBM 잼과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는 엄청난 기능을 갖고 있다. 바로 ‘디그닷컴(Digg.com)’이라는 웹 사이트에서 빌려온 아이디어로, 어떤 새 제안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한 방문자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항목을 웹 사이트의 초기 화면에 띄우는 것이다. ‘세일즈포스 아이디어스’ 시스템도 방문자들이 흥미로운 글에 대해 투표를 실시해 페이지에 두드러지게 해당 항목을 나타낼 수 있다. 웹 사이트 방문자들은 초기 화면에 뜬 다양한 제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뿐 아니라 제안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신속하게 토론을 하곤 한다.(델은 실제로 이런 과정을 거쳐 최초로 리눅스를 탑재한 서버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의 한 임원은 인터뷰를 통해 이 시스템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IBM 잼처럼 거대 그룹의 연결망도 ‘세일즈포스 아이디어스’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일즈포스닷컴의 접근법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투표를 통해 최고 아이디어로 선정된 글들은 과학적으로나 사업적 측면에서 최고 대안이 아닐 수 있다. 최고 득표를 한 아이템은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너무 사소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두 개의 글이 올라왔다고 가정하자. 이 가운데 하나가 매끄럽게 잘 썼으면 이 글이 최고 추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 하나는 무시당할 공산이 크다. 이후에 로그인한 사용자들은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글을 자연스럽게 읽게 될 것이고, 결국 이 웹 사이트는 장기적 관점에서 훨씬 중요한 견해를 결코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온라인 토론장을 만들려는 사람 누구도 이런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 IBM과 일부 기업에 광범위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잼 방식이 최선일 것이다. IBM 퇴직자이며 현재 뉴욕대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폴 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잼 활동은 브레인스토밍의 일종입니다. 브레인스토밍에서 가장 당신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모든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비록 그 아이디어가 미친 소리처럼 들리더라도 그것을 반드시 수용해야 합니다. 이는 곧 당신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당신은 고정관념을 깨고 창조적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대규모로 이런 일을 시작하고, 집중적으로 수행한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이 프로세스는 IBM 이외의 다른 조직에서도 작동할 것 같다. 2007년에 IBM은 다른 조직에서 잼을 구동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자동차 부품 업체와 이들의 고객인 완성차 업체를 연계하는 ‘Automotive Supplier Jam’으로 최초로 시도됐으며, 자동차부품협회 지원 아래 시스템이 구축됐다.
 
두 가지 진척
잼은 최소한 두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첫 번째,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에 관한 다른 이들의 보완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개발비 지원을 얻어낼 수도 있다. 또 자신의 아이디어에 회의적 반응을 나타내는 사람을 포함해 더욱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명료하게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아이디어가 썩 훌륭하지 않거나 IBM 내부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이를 표현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는 첫 번째 장점보다 더욱 의미 있는 장점이다. 3D 인터넷과 빅 그린 사업은 이 장점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3D 인터넷 3D 인터넷 사업부는 혁명론자들이 스스로 조직한 그룹의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다. 많은 IBM 직원은 사람들에게 3D로 꾸며진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이 인터넷을 변모시킬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들은 이러한 새로운 가상세계가 상거래 사업에 막대한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많은 가상세계 지지자는 잼이 시작되기 몇 주 전에 온라인 가상 세상인 ‘세컨드 라이프’의 가상 섬에서 함께 지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IBM 직원들은 아바타와 같은 만화 캐릭터를 통해 가상의 IBM 세상을 만들었다.
 
팔미사노 회장도 여기에 참여했다. 팔미사노 회장의 아바타는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아바타는 파격적이고 멋진 데 반해 팔미사노 회장의 아바타는 과거 IBM 영업사원의 대표 복장으로 유명한 보수적인 푸른색 정장을 입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D 인터넷으로 IBM이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잼 기간에 IBM의 가상현실 팬들은 그들이 ‘세계 최초 3D 잼’이라 부르는 ‘세컨드 라이프’에서 아바타로 대화하며, 보통의 잼 사이트에서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류했다.
 
잼 참가자들은 IBM이 3D 사업에서 어떻게 수익을 올릴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잼 이후 IBM은 3D 인터넷을 구축할 방법을 찾기 위한 사업부를 신설했다. 경영진과 3D 인터넷 전도사들은 ‘진짜 세상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고, 반응 시간은 더욱 빠른 가상세계를 구현할 기술을 판다’는 목표에 동의했다.
 
빅 그린 3D 인터넷 지지자들이 조직화에 성공했지만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많은 사람은 조직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대부분이 그들의 아이디어를 IBM 사업에 어떻게 맞춰야할 지를 몰랐다. 게다가 그들의 아이디어가 신사업 부서 설립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장성과 규모를 창출할 것이라고 스스로도 확답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서로의 아이디어를 결합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우 많은 아이디어는 인간과 자연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잼의 첫 번째 단계와 ‘더 나은 지구’라는 제목의 두 번째 단계에서 7개의 ‘중요 아이디어’라는 이름의 게시물을 검토한 중견 간부들의 말을 들어보자.
 
7개 중요 아이디어 중 하나는 ‘예측 가능한 물 관리’다. 정확한 일기예보, 수자원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센서, 장기적 기후 예측, 특정 날씨 변화가 수자원 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는 등 작은 아이디어들이 ‘예측 가능한 물 관리’라는 중요 아이디어와 결합했다.
 
이전에는 IBM의 누구도 수자원 관리가 잠재력이 큰 사업이라고 토의한 적이 없다. 그러나 잼 참가자들은 수자원 관리 산업이 중요한 신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에너지’ ‘물’ 관련 게시물을 검토한 IBM 경영진 중 게리 랜코트는 “물 산업은 아직 매우 원시적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보기술(IT)로도 중요 사업으로 변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단계 이후 경영진은 예견 가능한 물 관리와 다른 환경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빅 그린 이노베이션’이란 사업부를 조직했다. 이 사업부에서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설립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도 발견했다.
 
잼은 이런 신사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다수의 인력도 공급했다. 실제로 잼의 환경 관련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던 사람들은 나중에 빅 그린 사업을 담당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전 세계적 교환
잼은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했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IBM 토머스 윗슨 연구센터의 ‘건강 및 생명과학 연구실’에서 일하는 조지프 재신스키 이사는 보건사업 관련 제안 사항을 검토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아이디어가 위력을 가지려면 다른 아이디어와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가져야 하며, 현재의 비즈니스 방식을 보완하는 특징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인터넷으로 들어온 각종 제안 가운데 정말 충격적이고 위력적인 것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새로운 제안은 기존의 아이디어나 비즈니스를 보완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한 예로 IBM은 보건경영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원했는데, 이와 관련한 많은 제안이 접수됐다.
 
IBM 경영진은 환자의 건강 상태를 광범위하게 보여 주는 표준화된 개인 의료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 했다. 병원들이 보안 접속을 통해 방문한 환자의 기록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건강과 관련한 개인 정보들을 병원이 쉽게 얻게 되면 의사들은 환자를 대면하는 첫 순간에 그 환자의 모든 병력과 과거 치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IBM이 보유한 생체인식 기술과 데이터 표준화 기술이 이런 시스템을 구현하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 하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했다.
 
전 세계 사람 모두와 마찬가지로 IBM 직원과 고객들도 건강관리 시스템의 주요한 이해당사자들이다. 잼은 이들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기회를 제공했다. IBM 경영진은 개인의 건강정보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의료 전문가에 의해서만 이 기록이 관리돼야 하는지, 환자가 자신의 과거 병력에 관한 정보를 열람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지 등을 궁금해 했다. 세계 각국의 잼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기록을 스스로 열람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
 
반면 개인 의료 정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인들은 개인 정보가 의료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인과 인도인들은 자국 의료 시스템 아래에서 많은 사람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의료 정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중국인과 인도인 간에도 차이가 났다. 중국인은 전통적인 한약 처방 기록에 관심이 높았으며, 인도인은 영양분 섭취에 관심을 가졌다.
 
재신스키 이사는 “이노베이션 잼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아이디어 가운데 일부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광범위하게 들을 수 있다. 이후에는 새로운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른바 포스트 잼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IBM은 이런 절차를 거쳐 개인 의료정보 사업과 지능형 의료비 지불 시스템 사업을 시작했다. 다른 보건의료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검토가 이뤄졌지만 실제로 사업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이 나와 더 이상 추진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부 잼 참여자들은 집에서 심장박동기나 TV 카메라 같은 기구를 통해 노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러나 다른 제안자들은 이 사업을 통해 충분한 매출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재신스키 이사는 이와 관련해 “사업적으로 타당성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잼에서 논의가 이뤄진 이후 자금 조달이 결정된 10개 비즈니스 모두 2007년 초 상품 제조 및 테스트 마케팅이 이뤄지는 등 사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까지의 상황에 비춰보면 이 가운데 적어도 몇 개는 상당기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빅 그린 사업부는 포괄적인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해당 사업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다른 환경 관련 사업도 잇따라 성공함으로써 빅 그린은 IBM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사업 추진 영역이 됐다. 빅 그린이 IBM 및 고객들에게 연간 수십억 달러를 환경 문제 해결에 투자하도록 자원의 재분배를 유도한 것이다.
 
지능형 발전 및 전송 시스템을 담당하는 사업부는 테스트 마케팅을 이미 완료했으며, IBM의 공공재 영업 사원들이 주요 상품으로 판매 활동을 벌일 만큼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 통합 대량 전송 정보 시스템(Integrated Mass Transit Information System) 사업부는 런던, 싱가포르, 두바이, 호주 퀸즐랜드에서 계약을 따냈다.
 
물론 후퇴한 사업도 있다. 1년여 동안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IBM은 개인 의료정보 시스템을 사업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 만 명으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추출하고 활용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이는 매우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전체적으로 잼을 통해 만들어진 사업부는 이런 노력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잼은 혁신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떤 면에서 쉽다. 반면에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정교하게 다듬으면서 각종 지원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는 IBM연구소의 홍보담당 부사장으로서 잼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에드워드 베번 기술 및 혁신 프로그램 담당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잼의 온라인 파트는 빙산에서 꽤 큰 머리 부분에 해당한다”고 비유했다.
 
초기 잼에서 겪은 어려움들로 인해 나중에 교훈을 얻었는지 묻자 베번 부사장은 다음과 같이 장난스레 대답했다. “교훈이라고요? 첫 번째가 완벽했어요!” 실제로 잼은 엄청난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경영진이 아이디어를 선택하고 조합해서 매우 빠른 시간에 시장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도록 유도했다. 베번 부사장은 2008년 10월 새로운 이노베이션 잼을 조직했다. 이 과정은 IBM이 항상 더욱 강력한 혁신을 원하고 있다는 의지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전의 이노베이션 잼과 마찬가지로 2008년 행사도 새롭고 실험적인 접근 방법을 채택했다. 이번에는 IBM의 기술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기보다 소비자의 욕구와 니즈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이번에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웹 페이지는 최근 전 세계 1000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인 ‘글로벌 CEO 스터디’ 결과에 기초해서 제작됐다.
 
잼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기업들은 이런 변화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잼과 혁신의 반복적인 프로세스’ 때문에 생긴 결과물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노베이션 잼이 이런 변화를 얼마나 더 지속시킬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을 얼마나 철저하게 활용하도록 유도할지는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수준으로 에너지와 자원이 투자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IBM의 노력이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사실은 큰 위험부담 없이 단언할 수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가을호에 실린 원문 ‘An inside view of IBM’s innovation jam’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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