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2021년 팬데믹발 공급망 붕괴 이후 기후변화, 전쟁, 관세 전쟁, 이해관계자 압박까지 겹치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상시화되고 있다. 공급망 충격의 피해는 주주·고객·공급업체·구성원·지역사회·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만큼 공급망 재설계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먼저 품질·납기·혁신을 따로 보지 말고 고객 가치로 통합해 설계하는 동시에 디지털 전환으로 원가 효율을 높이면서도 생산 거점을 분산해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또한 ESG와 투명성을 공급망 전반에 내재화해야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 즉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공급망 핵심성과지표(KPI)를 재무 KPI와 동등하게 관리하고 CEO와 이사회가 직접 이해관계자 가치를 조정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갖출 때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기후변화, 국가 간 무역 마찰, 보호무역의 부활, 전쟁, 이해관계자 압박 증대, 지속가능성 규제, 공급망 실사법 등 비즈니스 환경이 불확실성의 연속선상에 놓이면서 공급망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Global Banking & Finance Review에 따르면 공급망 교란은 전 세계 기업에 매년 약 1840억 달러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맥킨지는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공급망 단절이 평균 3.7년마다 발생하며 10년에 걸쳐 보면 단일 대형 충격만으로도 기업이 한 해 이익(EBITDA)의 최대 42~45%를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불확실성의 원인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첫째, 기후변화 관점이다. 2025년만 해도 극단적 기후가 2017년 이래 처음으로 공급망 단절의 최대 원인으로 제기됐다. 둘째, 무역 마찰과 보호무역 관점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2025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미·중 교역은 2025년 한 해에만 약 30% 감소했다. 셋째, 전쟁과 지정학 관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2026년 이란-미국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에너지 공급선 자체를 군사적 충돌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넷째, 이해관계자와 지속가능성 규제 관점이다. EU 공급망 실사지침(CSDD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ESG 요구가 공급망을 비용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시장 접근’ 관점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역사적으로 위기는 평온의 가면을 쓰고 우리의 일상으로 다가오며 정치·경제·기후·안전·보건은 서로 분리된 리스크가 아닌 서로를 증폭시키는 복합적 리스크로 작용했다. 만약 그 시기에 대체 경로와 비축, 분산된 공급망 같은 공급 체계가 갖춰져 있었다면 충격의 상당 부분은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공급망이 마주한 다중 충격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즉,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제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늘 존재하는 변수다. 효율성에만 얽매이지 말고 이를 가치 창출의 기회로 삼아 취약성을 분석하고 평가해 이해관계자 간 협력 기반의 리스크 대응 역량을 확보하고,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회복탄력적 공급망 구조를 사전에 설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