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 뉴올리언스에서 1시간 30분쯤 떨어진 이 지역의 거대한 사탕수수밭 한복판에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사탕수수밭에서 새롭게 첫 삽을 뜨는 이 제철소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한국 철강업 사상 처음으로 미국 현지에 짓는 생산기지이자, 미국으로서도 60여 년 만에 새로 지어지는 첫 일관제철소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해당하는 737만 ㎡ 부지에 총 58억 달러(약 8조 원)를 투입해 연산 270만 t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50%에 달하는 철강 관세를 피하고 미국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철강 투톱 업체가 이례적으로 손잡고 전략적 합작 투자에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이 지분 50%,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하는 등 현대차그룹이 총 80%를 투자하고, 포스코가 나머지 20%를 맡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기공식 환영사에서 “오늘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뿐만 아니라 루이지애나에서 함께 만들어갈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철강은 미국 산업 부흥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韓 투톱 철강사의 美 첫 생산 거점
4일(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열린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로이 카터 연방 하원의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윌리엄 키밋 미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 현대제철 제공
이날 기공식에는 한미 경제 협력을 상징하듯 한미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강경화 주미 대사, 정 회장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자리했고, 미국 측에서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포함해 윌리엄 키밋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 트로이 카터 및 줄리아 레틀로 미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랜드리 주지사는 “HPLS는 미국에서 60년 만에 처음 건설되는 그린필드(신규 부지) 제철소”라고 의미를 밝혔고, 키밋 차관은 “철강을 생산할 수 없는 나라는 강대국이 될 수 없다”며 미 제철소 건설의 의미를 강조했다.
2029년 1분기(1∼3월) 처음 가동되는 HPLS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 강판 특화 전기로 일관제철소이자 미국 최초의 전기로 제철소다. 기존에 주로 쓰이는 고로 기반 대비 탄소 배출량이 70%나 적은 저탄소 고부가가치강을 원료부터 제품까지 한곳에서 바로 만든다. 현대제철은 이번 투자로 약 1300개의 직접고용, 4100개 이상의 간접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60년대까지 철강 강국이었지만 자국 자동차 기지의 해외 이전과 일본 및 한국 철강산업의 부흥으로 위축돼 왔다. 철강과 자동차는 미국의 쇠락한 제조업 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 지역 산업의 대표 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기와 2기에 걸쳐 철강 제품에 50%까지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제조업 부흥 정책을 펼친 이유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는 미국의 자국 제조업 보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이례적인 미국 현지 ‘협업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따라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54만 t으로 전년 276만 t보다 8% 감소하는 등 위축돼 왔다.
미국이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으로 꼽히는 데다 철강사의 고객사인 자동차 기업들도 고율 관세에 못 이겨 속속 미국에 생산기지를 늘리고 있는 점도 이번 투자 결정에 영향을 줬다. 일본제철이 인수한 US스틸 역시 미국 내 신규 제철소 건설을 약속하는 등 미국 내 철강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 美서도 “쇳물부터 자동차-로봇까지” 이번 투자는 정 회장이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약속한 총 26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의 대미 생산시설 투자의 첫 스타트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이번 HPLS 투자로 ‘쇳물’에서 자동차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미국 현지에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관세 제로’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2029년부터 자동차 강판의 현지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현대차 앨라배마주 공장, 기아 조지아주 공장 등 미국 생산 및 판매 차량들에 들어가는 철강 고율 관세가 절감되는 것.
현대차그룹은 HPLS를 미국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의 철강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날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일부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이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루이지애나주에서 접근성이 높은 제너럴모터스(GM) 텍사스주 공장, 폭스바겐 테네시주 공장, 혼다 앨라배마주 공장 등이 고객사 후보로 거론된다.
자동차를 넘어 로봇과 로켓으로도 고객사를 확장할 계획도 있다. 정 회장은 이날 기공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HPLS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철강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도 적용되도록 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스페이스X의 로켓 제작 등에도 우리 제품이 공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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